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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란유키란 - Shinked Bus

여치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1 16:09:40
조회 288 추천 14 댓글 0
														

> 서라님의 비공개 시나리오, "수몰 버스" ED 1 이후 기준입니다. 수몰버스의 엔딩 이후 이야기인 만큼, 엔딩을 보시지 않았거나 플레이 예정이신 분들은 읽지 않으시기를 권장드립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퇴원하게 될줄은 몰랐는데. 가만히 품속에 안은 붉은색 국화꽃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린다. 온 몸이 으스러지는 충격, 뼈가 부러지는 소리마저 생생하게 귓가에 맴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나를 괴롭혔던 심전도 기계의 소리도 아직 귓가에 남아있었으나,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것은 역시 네가 내 품에 안긴 그 순간이었다. 네 목숨을 던져가며 내 목숨을 살린 것. 그리고 귓가에 나지막히, 자신은 죽어가면서도 괜찮다고 다정히 속삭여준 그 순간이, 나에게 있어서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으니까. 일 년이라는 기나긴 꿈을 꾸면서, 마지막의 마지막에 네가 나를 데려가려고 한 것이. 그리고 마지막에는, 결국 반대편의 정류장에서 버스에 올라 너를 둔 채 떠난것이, 며칠간은 너무나 후회되었다. 차라리 볼품없이 시들어버린 그 국화꽃을 내 손으로 짓밟아서, 네 품으로 함께 떠날 수 있었더라면 당장은 행복했겠지. 하지만, 그렇게 한다면 네 목숨을 버려 나를 살리려는 그 시도를 배신하게 되어버리니까. 붉은 국화 꽃과, 흰 국화 꽃이 반씩 장식된 꽃다발을 자신은 안아올린다. 줄기를 자르지 않고, 꽃스펀지까지 해서 물기를 공급해, 시들어있지 않게.


일 년이 지났다. 너를 마지막으로 본지 일 년이 지났다. 네가 사라지고 나서 받은 기타와 피크, 그리고 내가 일 년간 잠들어 있으면서 갑작스레 지게 된 성인이라는 짐은 생각보다도 너무나 무거웠다. 몇 번이고, 네가 내 곁에 있다는 것 같아서, 네가 하늘에서 나를 내려다 보고 있으리라고 생각되어서. 네 곁으로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실천으로 옮기지는 못 했다. 일 년간 잠든 육체는 너무나도 쇠약해져 있었고, 평소에도 운동을 즐겨 하지 않은 자신으로서는 재활도 지옥같았었다. 입에 음식조차 대기 힘들었고. 지금 정상적인 생활을 가지는 것도 거의 기적이었다. 허나, 그 덕에 일 년이라는 공백은 수많은 것을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 결과로. 네가 내게 선물한 삶은. 살만하다고 느낌과 동시에.


너무나도, 잔혹하다고 느꼈다.


모든 잔상을 내 눈으로 보았을 때. 모든 것을 끌어안을 수 있는 정신력이 내게는 없었다. 지금도 마찬가지고. 일 년, 사고 직후로는 이 년. 7월 1일. 모든 사고가 일어나고, 새로운 삶을 얻은 날. 모든 것을 포기하게 된 날. 다시금 버스에 오른다. 0410. 1026. 두 번의 환승. 운전사도 안전하게 있었고. 종점까지 돌아가는 버스라고 한들 사람이 꽤나 있었었다. 중간중간 내렸던 정류장은, 아름답게 꽃이 피었으며 날씨조차 밝았었다. 그래도. 이 곁에는 네가 있었는데. 길거리를 걸어가는 고양이에게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천천히 걸어나간다. 납골당.


네가 있는, 네가 잠들어 있는 곳.


이 년 전. 너는 모든 것을 포기하여서 나를 살렸으며. 일 년 전, 마지막으로 내 이름을 읊어준 당신이었기에, 나는 영원히 당신을 잊을 수 없었다. 그 일 년 동안, 나는 건강하다고는 하지 못 할 삶을 살아왔으며. 밴드도, 무엇도 다시 시작하지 못했다.


그래, 나는 아직 그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네가 준 삶이 너무나도 무색하게도.


한숨을 쉬면서 그 꽃을 내려놓고, 네가 담긴 곳 앞에 꿇어 앉는다. 


그래, 미타케 씨. 나, 잘 살아 왔어. 근데, 죽는게 나았을지도 몰라. 그냥, 그 날 아무 반응 못 하고 둘이 같이 사라졌다면, 그보다도 기쁜 일은 없었을 것 같아. 당신이 내게 준 삶이라고 하지만, 그렇지만... 당신을 다시 본 그 짧은 일 년 전이 너무나도 그리워.


살고싶지 않아, 역시, 당신이 준 삶이라고 한들, 그 삶을 준 당신이 내 곁에는 이제 없는데. 내가 살아간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다시 한번, 내 이름을 부르면서 내게 다가와줘, 미타케 씨. 미타케...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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