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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사약대회] 사에키 사야카는 여자아이를 좋아한다앱에서 작성

타에치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01 22:27:58
조회 776 추천 24 댓글 3
														

하루 연장되어서 짧게나마 더 써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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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요일 아침. 커튼 사이로 비치는 햇빛에 눈이 떠졌다. 평소대로라면 바로 일어나 자리를 정리했을 테지만, 후덥지근한 여름 공기를 느끼며 잠시 그대로 누워 있었다. 어차피 여름 방학이라 서둘러야 할 이유는 없었다. 

 천장을 바라보고 있자니 어제 일이 하나둘 떠올랐다. 수영장 물속에서 손을 맞잡았을 때 그 아이가 짓던 부드러운 미소도, 목에 닿은 입술에서 전해진 뜨거운 열기도 아직 생생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어제는 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버렸지만, 호기심이 가슴 속에서 팔딱팔딱 뛰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내가 그 아이를 받아들였다면 그 뒤에는 무엇이 더 있었을까. 

 하지만 부모님 앞에서 수영 교실은 더 나가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에 내가 그 뒤를 접하게 되는 날은 없을 것이다. 처음이었다. 부모님에게 무언가를 그만둔다고 얘기하는 것도, 내가 무언가에서 도망치는 것도. 사에키 사야카가 5학년에 맞이한 첫 패배의 순간이었다. 

 방학이어도 학교를 제외한 일정은 그대로라서 오후에는 보습학원에 나갔다. 오늘의 학원 수업은 과학이다. 과학 과목은 공부하는 만큼 점수가 나와서 좋아하는 편이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가르치는 방법은 좋은 여자 선생님이 끓음에 관해 설명해 주었다. 표면에서만 작용하는 증발과 달리, 끓음은 물의 표면과 내부 모두에서 일어난다고 한다. 그리고 물을 끓게 하는 온도를 끓는 점, 혹은 비등점이라고 한다는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있자니 어째서인지 그 애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전에 그 아이는 나를 보면 뜨거워진다고 했다. 어제는 그 아이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던 감정이 비등점에 도달해 기체가 되어 밖으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내 목에 닿았던 숨결도 그 아이의 기화된 마음이라고 생각하자 그렇게 뜨거웠던 것이 이해되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무심코 그 아이의 입술이 닿았던 목 부위를 손으로 짚었다. 겉으로는 아무 흔적도 남지 않았지만, 분명 그 자리에는 보이지 않는 화상 자국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루가 지났는데도 이렇게 뜨거울 리가 없을 터였다. 

 학원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그 아이와 나와의 관계에 대해 생각했다. 그 아이가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연애 경험이 없는 나라도 쉽게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아이를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처음엔 그 아이가 성가셨던 것이 사실이다. 어째서 나한테 다가오는지 이해가 안 됐고, 앞으로도 친한 친구가 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 물속으로 도망친 그 아이를 쫓아가 손을 내민 건 내 쪽이었다. 

 유쾌하지만은 않은 정답이 눈앞에 떠오를락 말락 하는 시점에서, 그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재회의 장소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집 정원이었다. 여자아이는 간이 의자에 앉아 카오스 고양이를 안고 놀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좀 떨어진 곳에서 할머니가 흐뭇하게 보고 계셨다. 

“아, 사에키!”

 나를 발견하고 그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카오스 고양이가 내려와 내 다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배신자 같으니. 나는 속으로 카오스 고양이를 힐난하고는 그 아이에게 다가가 물었다. 

“여기는 어떻게 왔어?”

“접수대 언니한테 물어보니 가르쳐주던걸? 사에키가 놓고 간 수영모랑 물안경 가져왔어.”

 과연. 그런 방법이 있었나 생각하는데 이쪽을 훈훈한 표정으로 보시던 할머니가 말했다. 

“사야카 친구가 집에 온 건 처음이라서 놀랐단다.”

 마치 그동안 내가 친구가 없어 보여서 걱정했는데 안심했다는 말투였다. 어쩐지 부끄러워져서 나는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는 여자아이의 팔을 붙잡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여기가 사에키 방이야? 느낌이 좋네.”

 내 방을 본 그 아이는 즐거워 보였다. 마치 새로운 산책 장소에 온 강아지처럼 방안을 돌아다니면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렸다. 내 생각에는 방 안에 그 아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는 전혀 없었기 때문에 조금 놀랐다. 

“책만 가득한데 이상하지 않아?”

 스스로 걸려 하는 부분이 드러나는 내 질문에 그 아이는 책장에 잔뜩 꽂힌 책들의 제목을 훑어보며 대답했다. 

“책은 별로 안 좋아해. 사에키 방이라서 좋은 거야.”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쩐지 그 자리를 견디기 힘들어서 여자아이에게는 마실 것을 가져온다고 말하고는 부엌으로 향했다. 냉장고를 열고는 오렌지 주스와 보리차 중에서 잠시 고민했지만, 여름이니 보리차가 더 맞을 것 같았다. 

 얼음을 띄운 보리차가 든 컵 두 개를 양손에 들고 방으로 돌아가자, 그 아이는 내 침대에 누워 눈을 감고 있었다. 들고 온 보리차를 책상 위에 올려두고는 침대로 다가가자 내 그림자가 그 아이의 건강하게 탄 피부 위를 덮었다. 살며시 손을 뻗어 그 아이의 짧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기자 감겨 있던 여자아이의 눈이 떠졌다. 

“자고 있는 줄 알았어. 피곤해?”

“아니, 사에키는 잘 때 이런 기분이구나 싶어서.”

 그 말에 어이없어하는데 여자아이가 팔을 잡아당겼다. 나는 별다른 저항 없이 끌려가 그 아이의 곁에 누웠다. 매일 잠을 자는 익숙한 침대였지만, 그 아이와 나란히 눕자 어색함이 느껴졌다. 

 문득 그 아이의 손이 눈에 들어왔다. 살며시 손을 뻗으니 그 아이도 손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얽혀들자 축축하면서도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윽고 반대쪽 손도 겹치고 나자 나와 그 아이는 두 손을 맞잡고 마주하는 모양이 되었다. 마치 어제 물속의 모습이 재현된 듯했다. 

 그렇게 자신을 구속하고 나서야 나는 하지 못했던 말을 할 수 있었다. 

“어제는 도망가서 미안.”

 내 사과에 그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여자아이의 짧은 머리가 흔들리는 모습이 내 시선을 빼앗았다. 

“나도 그거 해서 미안.”

 그거라니 뭘까. 그 아이의 단어 선택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러자 그 아이도 덩달아 같이 미소지었다. 

 가만히 있자니 몸에 열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여름의 더위 때문일까? 아니면 가까이 붙은 두 사람의 체온 때문에? 나는 답을 이미 알고 있었다. 

 이 열은 가슴에서 나오는 것이다. 심장 안의 피가 비등점에 도달해 끓어올라 목구멍으로 치밀어 오른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그동안 읽은 어느 책에도 쓸만한 조언은 쓰여있지 않았다. 

 두 사람의 달뜬 숨소리만이 이 세계를 가득 채운 것 같았다.  

“사에키....”

 그 아이의 입이 내 이름을 말하기 위해 벌어진 순간, 참지 못하고 거기에 입술을 붙였다 뗐다. 짧은 접촉에도 여자아이의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는 잠시 그대로 서로를 바라보다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다시 입술을 겹쳤다. 그저 입술을 맞대고 비비기만 하는 단순한 행위인데도 온몸이 뜨거워지고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 아이가 깍지낀 손에 힘을 줘서 손이 아파졌지만 멈추기에는 지금 이 순간이 너무 달콤했다. 어느샌가 그 아이의 다리가 내 다리 사이로 들어와 맨살이 비벼지자 등이 오싹하면서도 뱃속에서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여기까지 오자 부정할 수 없었다. 나는 여자아이를 좋아한다. 그것이 사에키 사야카의 본성이었다. 

 해가 아직 남아있을 때 그 아이는 집으로 돌아갔다. 부모님은 그 아이에게 저녁을 먹고 가라고 했지만, 여자아이는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 한다면서 가버렸다. 나는 내심 그 아이와 같은 식탁에 앉으면 얼굴이 빨개지지 않고 버틸 자신이 없었기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그 아이를 배웅했다. 

 그날 밤에는 꿈을 꾸었다. 봄날에 꽃이 가득한 공원을 나와 그 아이가 손을 잡고 거닐고 있었다. 꿈속에서도 그 아이의 손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너무 인상 깊어서, 잠에서 깨고 나서도 그 느낌만은 사라지지 않고 남아 있었다. 
 
 아마 내년 봄이 오고 꽃이 피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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