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타에) 쉬움과 어려움에 관한 관찰기록

l익명l · 2020.07.08 01:52:33

♧ Side : Arisa ♧

사람들을 구별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예를 들자면 '나이가 어떠한가?', '직업이 어떠한가?', '무엇을 좋아하는가?' 등이 있겠지.

그 중에서도 나는, '생각이나 마음을 알아차리기 쉬운가?'라는 기준에 대하여 생각해본다.

예전에는 그저 말로 표현을 하는 정도의 차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것과는 다름을 알고 있다.

"말을 하든 말든 속마음이 다 드러나는 녀석."

"응? 나?"

이 녀석은 생각이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많이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에도 표정이나 행동으로 쉽게 알 수 있는 면이 있다.

"말을 해도 그게 뭔 생각으로 나온 말인지 알기가 힘든 녀석."

"옷 짱 보고 싶어."

이 녀석은 말을 해도 가끔 속마음을 알기 힘들 때가 있다. 언제나 그런 건 아니지만.

"참 다르지 않냐?"

"그런가?"

"아, 그리고보니 우리 집에는 토끼들이 있어."

"아니, 그거 말고 성격 말이야, 성격."

"성격은 누구나 각자의 성격이 있는 거잖아?"

이런 말을 들어보면 지극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인데...

"우리들은 다르지만 서로 다른 점도 좋아하는걸!"

"우리는 아리사와의 다른 점도 좋아해."

생각이 이리저리 잘 튀고, 순진한 면이 있고, 이기적인 거짓말은 절대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 남들을 열심히 배려하려고 노력하면서 자신이 할 일을 열심히 한다는 점까지... 하나하나 세어보자면 이것들 말고도 공통점이 꽤 많은데, '마음을 알기 쉬운가?'에 대해서는 꽤 다른 것 같다.

"오타에는, 생각을 읽기 어렵단 말이지."

"...그런가?"

"그치만 그래서 오타에와 있으면 즐거워! 그리고 오타에가 우리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준다는 건, 알아내는 게 전혀 어렵지 않아!"

"뭐어, 그건 그렇지만..."

"다행이다."

슬며시 지은 미소는 굉장히 아름답다. 오타에가 미소를 짓자, 카스미도 미소를 짓는다. 웃는 얼굴이 예쁘다는 것도 둘의 공통점이다.

"역시 둘은 꽤 닮은 것 같아."

"닮다니? 나랑 오타에?"

"포피파를 좋아하는 건 모두 마찬가지인걸. 모두를 좋아하는 것도."

"맞아! 그건 포피파 모두의 소중한 공통점이야!"

"그것도 그렇지만..."

아니다,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모르지는 않겠지.

카스미는 바보같은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의외로 머리는 쌩쌩 잘만 돌아가고, 오타에도 뭐... 생각을 잘할 수 있는 건 비슷하니까...

"됐다, 둘이 잘 얘기하다보면 알 수 있을걸."

가끔 눈치채놓고 바보나 엉뚱함을 가장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할 정도로, 카스미는 사람의 말이나 생각을 잘 이해하고, 오타에는 머리가 좋다.

뭐... 카스미가 이해하지 못할 어려운 말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타에가 내 말을 못 알아들을 정도로 우리의 거리가 먼 것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그럼 출제자는 잠시 빠져주마. 학생들이 잘 생각해보도록."

그렇게 말하고 슬쩍 자리를 빠져나와 교실로 들어갔다.

□ Side : Tae □

아리사가 나와 카스미는 닮았다는 말을 던지고는 학교로 들어가버렸다.

그래서 카스미에게 말을 걸어보았다.

"카스미, 무언가 생각나는 거 있어?"

"으음... 에헤헤, 어, 어렵네에..."

부끄러운 게 떠오른 걸까? 아니면 닮은 부분을 생각하는 게 쑥스러운 걸까?

"오, 오타에는 생각나는 거 없어?"

"우리는 포피파의 기타리스트라는 거."

"아, 그런 공통점도 있지!"

"그리고 포피파 모두를 좋아하는 거."

"맞아맞아!"

"아, 그래. 카스미, 좋아해."

"ㅇ, 어!? 으, 응! 나도 오타에 좋아해!"

붉어진 얼굴이 엄청 귀엽다. 응, 토끼들보다도 귀여운 것 같다.

"평소에는 자주 토끼들이 보고 싶은데, 카스미와 있으면 가끔만 보고 싶어지는 것 같아."

토끼들과 카스미의 귀여움은 조금 다르기도 하고, 귀여운 것들은 많을수록 좋으니까, 카스미와 있어도 토끼들이 보고 싶어질 때는 있다.

"그렇구나! 그거 뭔가 기쁘네! 난 오타에에게 특별하다는 거...!?"

그렇네.

"그러게, 포피파의 누구나 같이 있으면 가슴 속의 작은 외로움이 사라져. 하지만 카스미와 있으면 그 작은 외로움이 사라진 공간에 새로운 무언가가 생기는 느낌이야."

"새로운 무언가...?"

"뭔가 따스하기도 하고, 푹신푹신하기도 하고, 어째서인지 기분이 좋아지기도 하는데, 가끔은 아프기도 해. 이게 뭔지 알 수 있다면, 가끔 느껴지는 아픔이 뭔지도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혹시 답을 알아?"

고민해보던 카스미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 아! 혹시 내가 무언가 특별한 점이라도 있는 걸까? 아리사가 아까 말했던 '닮은 부분'이 무언가 힌트가 될지도 몰라!"

"그런가?"

아리사는 그렇다면 이게 뭔지 알고 있는 걸까?

아리사를 생각하며 아리사네 교실을 바라보니, 창문 너머로 이쪽을 바라보던 아리사와 눈이 마주쳤다.

손이라도 흔들어주려 했지만, 급히 몸을 숨긴 아리사를 보고 그만두기로 했다.

"아리사는..."

지켜보고 있었구나.

생각해보니, 아리사에게 카스미는 유난히 특별한 사람이겠지.

카스미도 아리사에게 유난히 잘 달라붙는 것 같기도 해.

"카스미와 아리사..."

잘 어울리네. 응, 엄청 잘 어울려...

그런데...

"조금 아파."

왜 그런 거지?

아까 이야기했던, '카스미와 있으면 생기는 무언가'가... 뾰족뾰족해지며 가슴 속을 여기저기 찌르는 것 같아...

"오타에!? 아파? 괜찮아!?"

"카스미..."

이 아픔을 알아내기 위해서, 카스미가 어떤 아이인지 생각해볼까...

밝고, 착하고, 귀엽고, 성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언제나 앞장서는 것 같은데도 뒤에서 모두를 밀어주고 있고, 누구에게나 열심히 달려가지만 정작 상대방이 한 걸음만 다가가면 부끄러워하고, 다른 사람들의 일도 자신의 일처럼... 자신의 일보다도 더 신경 써주고, 그리고, 무척이나...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알았다..."

'사랑'스러운...

"오타에...?"

"어쩌면 좋지? 나 카스미한테 반한 건가봐."

카스미와 있을 때면 내 가슴 속에 차오르는 무언가는... '사랑'인 것 같아.

"어...?"

"사랑해, 카스미."

"어어...!?"

♧ Side : Arisa ♧

진지한 표정의 오타에와 화들짝 놀라는 카스미를 보니, 무언가 일이 생겼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면... 해결된 걸지도 모르고."

하아... 어떻게 되었을라나...

"카스미 녀석이 오면 얘기를 조금 들어봐야겠네."

아,

"얌마! 카스미! 점심시간 끝나겠다! 빨리 뛰어와!!"

이래서야 이번 시간에는 못 물어보겠구만... 마침 페이지도 다 썼고...

공책의 한 페이지... 빼곡한 글씨들의 아래를 보았다.

제목이 뭐였더라...

공잭의 첫 페이지로 돌아가, 글의 제목을 찾았다.

그래, 생각을 알기 쉬운 녀석과 생각을 알기 어려운 녀석이니까 이렇게 적었었지...

그런 생각을 마치고, 빈 공간에 적어놓는다.

《X월 Y일, 점심시간. 쉬움과 어려움에 관한 관찰기록》

짜잔! 하이하이! 오랜만인 거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반가워!

오늘은 카스타에를 써봤는데... 역시 타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 그런 부분을 알기 어렵다보니 더욱 글로 쓰기 어려운 느낌이야!

엄~청 전에도 타에 1인칭을 시도해본 적은 있었지만, 그 때도 엄청 어려웠지...

카스타에인데 시작과 끝이 아리사 시점인 건, 아리사가 관찰하여 기록한 것처럼 해보고 싶어서였어!

생각이나 속마음을 알기 '쉬운' 카스미와 가끔 무슨 생각인지 알기 '어려운' 오타에!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타에가 자신의 마음을 깨닫는 것까지만 적고 끝내버렸네.

그치만 오타에가 자기 마음을 깨달으면 어떻게 하고, 그 후 카스미와 어떻게 사귈지는 나도 예상이 안 간단 말이야~

그렇게 되어,

처음으로 적어본...? 맞나? 처음으로 적어본 거지...? 카스타에입니다!

글도 잡담도 재미가 없네... 미안하구, 읽어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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