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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타에카논] 나를 부르는 목소리앱에서 작성

타에치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0 22:4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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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운 햇살과 높은 습도가 사람들을 한껏 괴롭히던 여름날의 거리에서, 카논은 그 목소리를 들었다. 

 카논.

 그것은 작은 속삭임 같기도 했고, 동시에 멀리서 부르는 소리 같기도 했다. 카논은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은 보이지 않았다.

 이쪽이야.

 여전히 모습은 보이지 않았지만, 카논은 목소리가 말하는 방향을 알 수 있었다. 어쩌면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카논은 목소리가 가르쳐준 대로 걸어갔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과는 달리 막상 도착한 곳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카논은 의아해했지만, 곧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와.

 목소리가 아까보다 조금 떨어진 곳을 가리켰다. 카논은 그제야 목소리의 방식을 이해했다. 그녀가 목소리가 지정한 곳에 도착하면 목소리가 다음 방향을 알려준다. 고개를 끄덕인 카논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목소리에 집중해서일까. 내리쬐는 햇살도, 더위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 뒤로 목소리와 카논의 여정은 계속되었다. 카논은 자신이 어디로 향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지만, 작게나마 불안감이 생겼다가도 목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마치 파도에 몸을 맡긴 해파리처럼 떠다니는 기분 속에서 그녀는 걷고, 전철을 타고, 또 환승하여 다른 전철을 탔다.

 마침내 카논이 도달한 곳은 해변이었다. 절로 감탄이 나올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의 해변이었지만, 여름답지 않게 다른 사람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게 뭐? 카논은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는 신발을 벗고 모래사장 위로 발을 내디뎠다. 맨발이 해변의 모래를 밟자 따뜻한 안락함이 그녀를 감싸 안았다. 

 이제 다 왔어. 

 목소리가 마지막으로 가리키는 곳은 시원하게 파도가 치고 있는 바다였다. 카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다를 향해 걷기 시작했다. 밀려 들어온 파도의 잔재가 카논의 발을 덮었지만,카논은 멈추지 않았다. 물이 그녀의 가느다란 발목을 넘어서 막 종아리 아래쯤 닿았을 때, 누군가가 뒤에서 카논의 팔을 붙잡았다. 

“카논 선배.”

 익숙한 목소리에 뒤돌아본 카논은 자신의 손을 잡고 있는 타에를 발견했다. 예상치 못한 반가운 만남에 카논은 해맑게 웃었다. 

“아, 타에 짱도 온 거야?”

 하지만 타에는 웃지 않았다. 그녀는 평소에는 잘 보여주지 않는 진지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아니라니, 뭐가?”

“저건 그런 게 아니에요.”

 타에는 손을 들어 카논의 어깨 너머를 가리켰다. 

“잘 봐요, 카논 선배.”

 카논은 타에가 가리키는 대로 몸을 돌려 앞을 보았다. 순간, 갑자기 주변이 어두워졌다. 마치 누군가가 스위치를 내린 것 같았다. 카논은 그제야 지금이 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의 눈앞에는 새까만 바다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그 거대한 어둠은 당장이라도 카논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다. 

“이게 어찌 된 일...꺄악!”

 믿기지 않는 현상에 얼이 빠져있던 카논은 다리를 스치고 지나가는 파도에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다행히 타에가 늦지 않게 붙잡아줘서 그녀는 물에 쫄딱 젖는 꼴은 면했다. 자신에게 매달린 카논을 보던 타에가 입을 열었다. 

“못 걷겠어요?”

“조금 힘들지도....”

 카논의 말에 타에는 자신만만한 얼굴을 지어 보였다. 

“그럼 맡겨주세요.”

 맡기다니 뭘? 카논이 미처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타에는 몸으로 답했다. 조심스럽게 카논을 그녀의 스커트 채로 들어 올려 안은 것이다. 소위 공주님 안기의 자세가 된 카논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지만, 타에는 아랑곳하지 않고는 걸음을 옮겨 물속에서 빠져나왔다. 

 잠시 후, 카논은 해변의 구조물에 앉아 있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화를 하는 타에를 보며 카논은 방금 그녀에게서 들은 말을 떠올렸다. 

“저녁 알바를 마치고 전철을 탔는데 카논 선배가 타고 계신 거예요. 그래서 말을 붙여보았는데 상태가 이상하셔서 아, 이건 홀리셨구나 싶었죠.”

 걱정된 타에는 카논을 계속 따라왔고, 그래서 위기의 순간에 구해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타에가 우연히 발견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뉴스에 실리는 신세가 될 뻔했다고 생각하자 카논은 오싹했다. 카논이 서늘한 느낌에 팔을 비비는 동안 통화를 마친 타에가 걸어왔다. 

“치사토 선배가 택시를 타고 온대요.”

 카논은 그렇게 말하는 타에의 발 쪽을 보았다. 스커트라서 옷이 젖지 않은 카논과는 달리 타에의 진은 바닷물 속을 헤쳐 나오느라 아래쪽이 엉망진창인 상태였다. 게다가 이제 치사토까지 고생시키게 되었다고 생각하자 카논은 우울해졌다. 

“미안. 내가 잘못해서 여러 사람에게 폐를 끼치네.”

“폐 아닌데요?”

 타에는 카논의 옆에 풀썩 앉았다. 그리고는 손을 뻗어 카논의 손을 꽉 붙잡았다.

“저도, 치사토 선배도 카논 선배를 좋아해서 하는 일이니까 전혀 폐가 아니에요.”

“그렇지만 내가 처신을 잘했더라면....”

“여름이잖아요. 여름엔 토끼들도 힘을 못 써요.”

 손가락 사이사이에 스며드는 따뜻함에 카논은 울 것만 같았다. 어떻게든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하던 그녀의 어깨에 갑자기 무게가 실렸다. 

“후에에!”

 고개를 돌리려던 카논은 뺨에 비단결 같은 촉감이 느껴지자 자기 어깨에 얹힌 것이 타에의 머리라는 걸 깨달았다. 

“타에 짱?”

“피곤해서 조금 잘게요. 치사토 선배가 오면 깨워주세요.”

 그 말만을 남기고는 이내 잠든 듯 작은 숨소리만이 들려오자 카논은 조용히 미소 지었다. 어쩌면 타에도 겉으로만 안 드러냈을 뿐 긴장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자신을 구해 준 이 후배가 더더욱 사랑스러워 보였다. 카논은 조심스럽게 타에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목소리가 카논을 다시 부른 건 그때였다. 

 카논.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바라본 카논은 밤바다 위에 검은 물체 하나가 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어둠 속에서 멀리 떨어진 곳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카논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곧 또 하나의 머리가 그 옆에 떠올랐다. 그리고 하나둘씩 머리들이 떠오르더니 이윽고 수십, 수백 개의 머리가 바다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카논을 불렀다.

 이리 와. 같이 놀자. 

 카논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그녀가 반사적으로 움찔하자 타에가 불편한 듯 머리를 뒤척였다. 그제야 카논은 깨달았다. 지금의 자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녀는 타에와 맞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미안. 너희들과는 놀아줄 수 없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해주는 사람들은 전부 이쪽에 있으니까.”

 타에가 깨지 않도록 작게 낸 목소리였지만 거기엔 힘이 실려 있었다. 카논의 의지가 전해졌는지, 잠시 후 머리들은 다시 하나씩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마지막 머리가 물속으로 들어간 뒤에도 카논은 검은 바다를 바라보았다. 시간이 흘러 치사토를 태운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그녀는 계속 밤바다를 보고 있었다. 

 ——————————————————————

납량특집 분위기로 써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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