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무제-23

1234(39.113) 2020.07.13 00:51:49
조회 162 추천 12 댓글 2
														

이제 곧 벗꽃들은 떨어지겠지. 곧 만개할 벗꽃들은 한층 봄을 머금고 언제든 터질 듯 때를 기다리고 있다.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흐드러지게 핀 벗꽃만큼 아름다운게 또 있을까?


바람과 함께 덧없지만 아름답게. 마치 그 아이처럼 만개와 동시에 벗꽃잎들은 비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그 모습은 황홀하면서도 슬프겠지.


그리고 잡을 수 없는 신기루처럼 하늘에서 춤추겠지.


허나 마지막이 된다면 결국 사라지겠지. 내가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왠지 모르게 슬픈 기분이 내 눈가를 뜨겁게 만들었다. 한숨을 내쉬며 난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슴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 뭉개구름이 살짝 낀 하늘은 또 왜 이렇게 이쁜 것일까?


난 다시 벗꽃 나무를 바라보았다. 이미 친구들의 만개를 기다리다 못해 번저 핀 아이들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했다.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을텐데....


벗꽃잎 하나가 떨어질 때마다 추억들이 떠올랐다. 이제는 같이 있을 수 없는 그 아이와의 추억이.


아니 추억이라 할 수 없겠지.


어디까지나 나만의 생각이었고 결코 그 아이는 모를거니까.


다시금 무거워지는 기분으로 난 밖을 바라보았다. 친구들은 언제나처럼 깔깔 거리며 웃고 떠들며 뛰어다녔다.


부러울 정도로 천진난만한 모습이 나에겐 너무나 눈부셨다. 난 저렇게 뛰어다닐 수 없었다. 최소한 지금은 말이다.


그 아이를 보낸 지금의 나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언제였을까?


떠나간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이?


가만히 기억들을 되새겼다. 그리고 겨우 찾아냈다.


그 가슴 떨리는 순간을.


입학식 날 내 곁에 선 그 아이는 그저 평범했다.


키도 크지 않고 나나 다른 아이처럼 단발에 수수한, 그런 아이였다.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뿔테 안경을 쓴 평범하고 어린 티가 나는 얼굴은 딱히 기억에 남을 만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지만 사람은 외모만이 전부는 아니었다.


같이 수업을 듣고 생활하면서 난 어느 순간 그 아이만을 바라보게 되었다.


왜일까?


그저 착한 것이 전부는 아닐터였다.


야무지게 나와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때론 짓궃은 장난도 치고 때론 같이 웃는 사이 자연스럽게 반한 건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정도라면 그냥 우정이라고 해도 되겠지.


아니 그게 정상일지도 몰랐다.


보통 사랑이라고 하면 동경에서 시작되니까.


그렇지만 그 아이는 달랐다.


별로 뛰어날 것은 없었지만 때때로 보여주는 작은 행동 하나가 날 흔들곤 했다.


별 것 아닌 음식을 나눠먹을 때, 때론 재미난 만화책을 같이 볼 때.


아무렇지 않다는 듯 내가 먹는 것을 뺏아먹고 내 손을 잡으며 같이 보는 그 행동들이 어찌나 사랑스럽던지.


마치 소동물과 같은 그 모습 하나 하나가 왜 그렇게 내 깊은 곳에 새겨진 걸까?


모르겠다.


아마 유일한 답이라면 그 맑은 눈동자겠지.


안경에 가려진 그 눈을 본 순간, 난 어떤 말도 할 수 없었으니까.


방과 후 교실에서 밖을 바라보던 네 모습, 날 보며 웃어주던 네 얼굴, 그리고 어떤 것에도 때묻지 않은 듯 맑은 네 눈동자.


난 거기에 빠져버렸다.


아주 짧은 시간이지만 그 눈에서 난 빠져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난 내 감정을 숨겼다. 아니 숨길 수 밖에 없었다.


그 아이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남자 아이와의 사랑을 꿈꾸는 사람에게 내 감정을 어떻게 말하겠니.


그저 속으로 숨기는 수 밖에 없었다.


침대에서 눈물로 배게를 적시며 난 그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밤마다 흘린 눈물만큼이나 난 그 아이와 평소처럼 지낼 수 있었지만 그건 가면일 뿐.


어찌할 수 없는 감정들은 계속 쌓여만 갔다.


그래도 한가지는 잘한 거라고 난 생각한다.


내 감정을 끝까지 숨기고 우정으로만 보이도록 노력한거.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놀리긴 했어도 그건 결코 연인간의 사랑으로 보이진 않았을 거니까. 친한 친구들이 함께 노는 거야 흔한 일이다.


그렇지만 때론 갑작스럽게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일도 있다.


그것도 자신들과 상관없는 이유로.


그 아이와의 이별도 그랬다. 어른들의 이유로 모든 건 끝나버렸다.


그리고 오늘


하늘 멀리 그 아이는 떠났을 것이다. 자신은 감히 갈 수도 없는 그곳으로....


바람이 분다.


열어둔 창문 사이로 상념에 잠긴 사이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가는 따뜻한 바람이 기분 좋았다.


하지만 왜일까?


뜨거웠던 눈시울이 마침내 터져버렸다.


어찌할 수 없는 마음이 억누른 둑을 터트린 것이겠지.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난 계속 눈물만 흘렸다.


이제는 외국으로 전학 간 그 아이.


언제까지 곁에 함께 있고 싶었던 그 아이를 떠올리며 난 한참을 울었다. 


그것은 이별을 받아들이는 의식과도 같았다. 언제까지고 계속 울며 난 벗꽃들을 바라볼 뿐이었다.


내 뺨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의 뜨거움 만큼이나 간절했던 그 마음은 하늘에서 마지막으로 춤추는 벗꽃잎처럼 저 멀리 날아갔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2

고정닉 7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 AD 겨울 스포츠&레저로 활력 충전 운영자 25/12/22 - -
- AD 함께하는 즐거움! 명품 BJ와 함께~ 운영자 25/10/24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63334 101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3239 121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2]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929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8660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327 40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2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5556 72
1331450 공지 공지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0407 54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6702 13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3879 10
1873024 일반 마이는 르네가 트윈테일 로리라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8 8 0
1873023 일반 신경쓰이면 지는 것 [1]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31 0
1873022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1] 그레고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25 0
1873021 일반 “금발거유로리 음침이” 특징이 뭐임? ㅇㅇ(175.122) 17:54 12 0
1873020 일반 와타나레가 제일 건전한듯 [1] Radia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35 0
1873018 일반 마재스포)에슝좍 이 미친 서큐버스가 [2]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26 0
1873017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남자들 미칠듯 코하루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47 0
1873016 일반 마녀갤돚거)새해 첫참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11 0
1873015 일반 시오리상 정도면 레나코와 좋은 승부 가능할거 같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1 23 0
1873014 일반 오늘따라 왤케 올라온 번역들이 쉽지 않지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66 0
1873013 일반 우우... 레나코는 쓰레기 아닌데... [3] 코코리제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56 0
1873012 일반 설레이는키차이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34 0
1873011 일반 하스동 아직 카호 라인까지밖에 모르는데 [4]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35 0
1873010 일반 성라 너무 재밌다 [4] liliace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6 31 0
1873009 일반 아니 이 라노벨 본적없어서 하나도몰랐는데 [6] ㅇㅇ(122.42) 17:43 100 0
1873008 🖼️짤 너구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34 1
1873007 일반 넥스트 샤인콘 이 장면도 넣어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2 38 1
1873006 일반 2026 마법동경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1 72 3
1873005 일반 [속보] 전 스쿨아이돌 오토무네 코즈에 결혼 발표 [7] LilyYu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111 0
1873004 일반 와카바 똥차련 키안커서 코마키님 페도 음해당하게하고 [2]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38 0
1873003 일반 공포) 이중 한명이 엄마래...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94 0
1873002 일반 근데 레나코가 왜 양다리임 [2]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60 0
1873001 🖼️짤 마동경 정실 ㅋㅋㅋ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69 0
1873000 🖼️짤 자매근친좋아 [4]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73 1
1872999 일반 여아 신정부터 알바끝내고 왔으니 마재 2회차 마저 해야지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21 0
1872998 일반 "시오리상, 미코쨩 결혼 축하해♪ 결혼식에는 나도 초대해줄거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55 5
1872997 일반 넥스트샤인콘 의견접수중 [13]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2 75 0
1872996 일반 백합과 괴이는 무슨 관계일까 [3] 나리유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2 57 0
1872995 일반 자기 딸한테 대체 무슨 짓을 [4]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9 92 1
1872994 일반 와타나레 애니 트위터 검색하니깐 자동완성 뜨는거ㅋㅋㅋㅋㅋㅋ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4 161 7
1872993 일반 갤 역체감 미쳤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91 0
1872992 일반 나시다야... 집에 가라 [2]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56 2
1872991 일반 예이~ 릿키 보고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2 74 0
1872990 일반 리부걱스 새해 첫날부터 무엇을 의미하는거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1 34 0
1872989 일반 아 또 끓어오르네 [2] ㅇㅇ(14.56) 17:21 60 0
1872988 일반 냐무:좀만기달리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0 32 0
1872987 일반 만화편집 = [4] ㅇㅇ(122.42) 17:16 78 0
1872986 일반 카쿠요무 추천 좀 [3] μ’sic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4 56 2
1872985 일반 미소직장 막화 봤다 [4]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3 68 3
1872983 일반 요즘에 사파가 너무 좋아 [6]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11 83 0
1872982 일반 어제부터 이짤이 계쇽 추천에뜨는거임 [12]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09 148 3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