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카루는 갑갑했다.

아키는 마치 자신을 혐오물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말을 건 것이 잘못이었을까?

알 수 없었다.

허나 자신의 심정을 말했다는 것만으로 이런 대우를 받는 것은 참을 수가 없었다.

그저 좋아할 뿐이다.

그저 좋아할 뿐인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하루는 짧다.

하지만 지금은 영원과도 같다.

아키에게 다시 한번 말을 걸고 싶었다. 자신의 마음을, 진실을 전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마 안될 것이다.

방과 후의 교실은 아무도 없다.

조용했다.

오직 히카루 혼자만이 외롭게 있을 뿐이다.

해는 저물어가고 색바랜 주황색 노을만이 교실을 채워넣고 있었다.

그렇지만 히카루는 비어 있었다.

어떤 말도 할 수 없다. 흘러 넘치는 감정은 어느덧 뺨을 타고 흘러 내렸다.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방울은 무릎으로 떨어진다.

그것은 아픔의 열매. 산산히 부서지는 괴로움과 함께 히카루는 언제까지고 눈물을 흘렸다.

언제까지고 멈추지 않을 눈물은 그녀의 뺨을, 무릎을 계속해서 적셔갔다.

드르륵~

"히카루? 아직 안갔어? 아니 왜 그래?"

히카루의 소꿉친구이자 같은 반의 모모가 놀란 듯 다가왔다.

"모모짱!"

히카루는 모모를 껴안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기 시작했다. 왜 이러는지 모른다. 그저 가슴이 아플 뿐이다.

모모는 그런 히카루에게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저 토닥여줄 뿐이었다.

히카루는 한참을 울고 나서야 겨우 고개를 들 수 있었다.

"나, 나 어떻게 해?"

히카루의 울먹이는 얼굴은 엉망이었다. 그런 히카루를 위해 모모는 잠자코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줄 뿐이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상냥한 목소리로 모모는 조용히 물어보았다. 히카루는 울먹거리며 이제까지의 일을 이야기했다.

"괜찮아 괜찮아...."

모모는 그렇게만 말하며 히카루를 다시 꼭 껴안아 주었다. 그리곤 마치 엄마가 아이를 달래는 듯한 상냥하게 그녀의 등을 토닥거려주었다.

"흑...흑... 나...난...."

"괜찮아. 아무 것도 할 필요 없어. 모모가 옆에 있으니까. 히카루는 그냥 이렇게 있으면 되는거야."

모모는 그렇게 말하며 히카루를 달래주었다.

토닥토닥

언제까지고 괜찮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으며 모모는 히카루의 등을 토닥여준다. 그 손길 아래 히카루는 서서히 진정할 수 있었다.

"히카루는 모모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러니 다른 사람은 생각하지 마."

모모는 부드럽게 히카루에게 말했다. 그녀의 말은 달콤하면서도 빠져나올 수 없는 거미줄과 같은 끈적함이 있었다.

"....응...."

히카루에게 있어 더 이상 어찌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그저 자신을 안아주었던 따뜻함을 추구하며 모모에게 다시 안길 뿐이었다.

그런 히카루를 바라보며 모모는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느꼈다. 겨우 손에 넣었다는 듯 애정을 뛰어 넘은 감정이 그녀의 눈에 살짝 비쳤다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