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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재업)무제-10

1234(39.113) 2020.07.17 15:35:23
조회 83 추천 10 댓글 0
														

업무 중에 사담은 금물. 업무에 필요한 말 이외에 어떤 것도 해서는 안되는게 원칙이다.


하지만 사람일이라는게 어디 그렇게 딱 칼같이 잘라지는 것이던가?


메신저를 통해서, 혹은 다른 수단을 통해 얼마든지 서로간에 정담을 나눌 수 있다.


걸리면 경을 치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만큼 아마네는 무르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이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만으로 중요한 일이었다.


-오늘 어떻게 할래?-


그녀는 메신저창을 투명하게 띄운 상태로 메시지를 보냈다. 알람도 뜨지 않도록 한만큼 일하는 중간중간 시선을 주지 않으면 놓칠 있는만큼 여간 신경 쓰이는게 아니지만 높은 사람들에게 걸리지 않으려면 이것이 최선이다.


-글쎄? 뭐 하고 싶어?-


유코는 생각보다 훨씬 빨리 답신을 보냈다. 이제 퇴근하면 금요일 밤. 이것 저것 하고 싶은 것이 많은 건 그녀도 똑 같은 모양이었다.


-일단 저녁부터 먹고 생각하자-


아마네는 주변의 눈치를 보면서 살짝 답신을 보냈다.


-그럼 맥주부터!-


유코는 그렇게 답신하였다. 역시 하루의 스트레스는 맥주로 푸는게 최고라는 것이겠지. 아마네 또한 그 말에 찬성이었다.


하지만 답신을 하고 싶어도 갑작스럽게 쏟아지는 업무 폭탄 앞에 그녀는 답을 할 수 없었다.


원인은 미키.


그녀는 뭔가 타닥거리며 메신저로 노닥거리는 걸 아주 싫어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아마네가 그러는 것을 싫어했다.


대각선에 위치한 미키는 아마네의 모니터 안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보지도 않고도 가끔 이렇게 심술을 부렸다.


그건 너무한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쩔 도리가 없었다.


미키는 상사이고 아마네는 부하였으니까.


-일단 업무 끝을 내고-


아마네는 폭탄을 처리하는 속에서도 어떻게든 메시지를 한통 보냈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폭탄은 쏟아진다.


어떻게 미키는 자신이 메시지를 보내는지 아는 걸까?


이젠 정말 궁금할 지경이다. 하지만 그런 것을 신경 쓰기엔 업무 명령이 너무 많았다.


한숨만 내쉬며 아마네는 계속 키보드만 두드렸다. 허나 일은 결코 금방 끝날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일부러라는 듯 계속해서 그녀에게 업무를 보내는 미키가 얄미울 뿐.


결국 아마네는 항복 선언 비슷하게, 오늘 저녁 퇴근은 무리라고 유코에게 보냈다.


-미키 너무하네...-


-어쩌겠어. 먼저 들어가-


아쉬움을 뒤로하고 아마네는 메시지를 보낸 후 업무에 집중했다. 미키의 업무 폭탄 아래 그녀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금요일 저녁.


그 귀중한 시간을 어떻게 이렇게 날리다니 분노는 하늘을 찌를 듯 하지만 실제로 해야 할 업무니 답이 없다.


궁시렁거리면서도 아마네는 일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가지 의문이 있었다.


'이거 다 미키가 하던거 아냐? 내가 해도 되는 거긴 하지만 평소엔 미키가 하는데 왜?'


아마네는 의아함을 느꼈다. 시켜도 되는 업무라곤 하지만 왜 이런 식으로 너무 눈에 보이는 짓을 하는걸까?


그저 유코와 같이 가는 걸 막기 위한 것일까?


그런 거라면 너무 나쁜 장난이다.


그런데 또 어떻게 알아차린 것일까?


알 수 없었다.


한숨만 내쉬고 그녀는 일을 이어갈 뿐이었다.


----------


"아 어깨야...."


퇴근은 오후 6시, 하지만 지금은 밤 9시다. 아마네는 금요일 저녁을 이렇게 날린다는 사실이 정말 억울했다.


그렇지만 미키에게 감히 덤빌 수는 없었다.


미키는 엄한 선배이자 상사, 날카로운 칼날과도 같은 사람. 아름다우면서도 함부로 자신을 허락하지 않는 장미와도 같았다.


그런 사람에게 덤비는 건 자살행위와 다르지 않다는 걸 그녀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아마네는 자신의 일을 꾸역꾸역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젠 다 끝났다. 보고를 끝내고 가면 되겠지.


다행히 지금 미키는 자신의 자리에서 작업 중이었다. 업무 관련이라면 그래도 말을 걸 수는 있겠지.


"저, 미키 선배. 일 끝났습니다."


"그래?"


차갑고 사무적인 목소리. 그저 듣는 것만으로 소름이 끼치는 음색에 아마네는 움츠러들었다. 하지만 정작 미키는 아무런 감흥이 없다는 듯 그녀의 책상으로 왔다.


"으흠.... 작업 잘 했네. 오늘 수고 많았어."


"....네"


미키의 말에 아마네는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마네는 미키가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며 공포에 떨어야만 했다.


딱히 무어라 말을 하는 건 아니었다. 그렇지만 미키는 아마네를 마치 맹수가 먹잇감을 보는 눈으로 바라보았다.


"저, 저기 미키 선배?"


"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는 아마네에게 미키는 차가운 미소를 띄우며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냉혹한 지배자와 같은 힘이 있었다. 그저 보는 것만으로 아마네는 숨이 멎을 것만 같았다.


"저...."


"가고 싶지?"


"...네."


"근데 싫어. 나랑 좀더 어울려줘야겠어."


"네?'


아마네는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키는 그녀에게 좀더 어울리라는 말을 한 것이다. 그것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공포였다.


하지만 도망칠 수 없었다.


그저 그녀는 덜덜 떨면서 미키의 다음 말을 기다리는게 고작이었다.


"난 말이지. 예전부터...."


미키는 그렇게 말하며 길고 예쁜 손가락으로 아마네의 뺨을 쓰다듬었다. 그 동작은 이제까지의 분위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당신이 유코랑 같이 놀러다니는게 싫었어...."


"네?"


아마네의 머릿속은 하얀 폭탄이 터진 것 같았다. 어떤 말을 해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난 예전부터...."


쓰다듬는 손 놀림이 보다 더 노골적으로 변해간다. 아마네는 덜덜 떨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도망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마네, 네가 맘에 들었거든."


"네?"

전혀 예상 못한 말에 아마네는 얼어버렸다.


"미안하지만, 더는 유코와 어울리게 하고 싶지 않아."


"...."


아마네는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저 공포 속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만에 하나 미키의 눈을 보지 않는다면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똑바로 아마네를 바라보았다.


저 한없이 깊으면서도 모든 걸 꿰뚫어보는 듯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아마네는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미안하지만, 이제부터 넌, 내꺼야...."


미키는 그렇게 말하며 아마네에게 키스했다. 아마네는 어떤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것을 그저 받아들여야했다.


오직 흐르는 것은 눈물 뿐.


그것을 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단지 아직 꺼지지 않은 미키의 컴퓨터에는 아마네의 모니터 화면이 그대로 표시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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