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감.

전뇌 공간을 돌아다니고 있을 때마다 느끼는 그 감각은 마치 무중력 상태를 돌아다니는 것 같았다.

물리적 거리는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최소한 지구 반대편까지 갈 일이 없다면 몇초 안에 어디든 갈 수 있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무한에 가까운 공간, 그곳이 바로 전뇌 공간.

물론 이곳에서 제대로 자신의 능력을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익숙한 자에겐 현실보다도 더욱 깊이 와닿는 가상 공간.

현실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는 그 감각 속에서 닉네임 아이브(AIVE)는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그것은 자신에게 감히 도전장을 내건 또 다른 전뇌세계의 거주자였다.

다른 것도 아니고 현재 전뇌 공간을 주름잡는 아이브에게 감히 자신을 찾으라고 도발한 것이다.

당연하지만 자극이 항상 고픈 아이브에게 있어 그것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며 자존심을 건드리는 일이었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현실의 자신을 찾아내고 자신을 찾으면 상을 주겠다니. 그 무슨 자신감일까?

허나 그렇기에 더더욱 아이브는 타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정체를 아는 자를 용납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알아차렸는지 그것이 궁금했다.

자신을 위협해서 온갖 나쁜 일을 할 수도 있을 터인데 반대로 찾으면 상을 주겠다고 하는 것도 재밌게 느껴진다.

과연 누구일까?

그저 도전장을 날린 것 이외에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자신을 방해하는 건 아니다.

그저 아이브를 알고 있다는 메모 하나가 전부.

그 문구 하나에 완전히 빠져버린 아이브는 최선을 다해 모든 것을 뒤졌다.

그러나 신기한 것은 어디에도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집의 공유기를 사용한 것까지는 추적했지만 그 다음이 없다. 아이디는 게스트 아이디인 anonymous(그룹).

그것만으로 자신을 찾으라니 도저히 답이 없었다.

"하아..."

결국 오늘도 포기다. 아이브는 로그아웃하며 현실의 이브로 돌아왔다.

히메컷이 잘 어울리는 안경 소녀인 이브는 멍한 눈으로 하늘을 바라보았다. 조도를 낮춘 천장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조명을 밝게 밝혀주었다.

끼익

문을 여는 소리가 들린다. 자신이 로그아웃되면 밖에 알리도록 되어 있다. 그 소리를 듣고 들어온 것이겠지.

"오늘도 허탕?"

오로라는 뭔가 재밌다는 표정을 지으며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의 손에는 이브를 위해 준비한 음료가 있었다.

"응. 음료 고마워."

그녀의 취향에 딱 맞춘 음료수를 마시며 이브는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능력을 벗어난 도전자의 실력 앞에는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다.

"역시 포기하는게 좋지 않아?"

오로라는 고생하는 그녀를 보며 살짝 포기를 권해보았다. 원래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여기만 매달려 있으면 곤란하다는 말과 함께.

"아니 그럴 순 없어."

허니 이브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자신의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어준 존재를 상대하는 건 즐거운 일이니까.

"그럼 어쩔 수 없고...."

오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픽시 컷이 잘 어울리는 오로라는 부드럽게 이브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그녀의 목에 살짝 안겼다.

"하지만 이제 며칠 안남았지?"

며칠도 아니다. 이브에게 도전장을 내민 그 자가 남긴 기한은 2일.

그 때까지 찾지 못한다면 그때는 이브에게 뭘 할지 모른다.

"응. 반드시 찾을꺼야."

이브의 투지를 보며 오로라는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래. 너무 무리는 하지마. 알았지?"

오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이브의 이마에 살짝 입을 맞추곤 몸을 일으켰다.

"응."

이브는 오로라의 스킨쉽에 힘을 얻었다는 듯 밝은 목소리로 답했다. 그런 그녀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오로라는 밖으로 나갔다.

이브는 한숨 자고 다시 찾아보기로 결정하곤 그대로 침대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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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닫고 부엌으로 향하며 오로라는 중얼거렸다.

"후훗, 2일 후가 기대되네?"

오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2일 후, 이브가 잊고 있는 그녀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작은 이벤트는 생각보다 잘 진행되는 듯 했다.

설마 현실에서 해킹했을 것이라곤 생각 못했겠지.

이브는 그런 것 잘 생각을 못하니까.

그런 이브에게 어떤 걸 선물할지 고민하는 것도 즐거운 일.

오로라는 아이같은 미소를 지으며 음료수를 담았던 컵을 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