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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승지영원] 사회인au - 1화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5 00:45:49
조회 638 추천 25 댓글 12
														

꾸끔x
단편정도로만 구상했는데 써보니 분량이 많아져서 일단 나눠서 올림
운 좋으면 2편, 나쁘면 3편까지 (꾸끔은 2편부터)

***

"다들 주목, 오늘부터 우리 마케팅부와 함께할 지영원 사원이다. 다들 잘 대해줘."
"지영원이라고합니다, 잘부탁드리겠습니다."

영원은 깔끔한 하얀 블라우스에 베이지색 슬렉스바지를 입고서 목에는 제 이름 석자와 사원이라는 직책이 쓰여진 사원증을 걸며 모두에게 90도로 꾸벅 인사를 했다. 그녀의 앳된 모습은 회사생활이 이번이 처음일거라는 것은 물론이고 대학도 아직 나오지 않았을 만큼 풋풋하였다. 그러나 그것이 이상하지 않은것이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한껏 이용해보자라는 의도에서 고졸전형을 펼쳤던 마케팅부였기에 영원의 나이가 어린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였다.

곧 영원은 자신의 직속선임이라는 자를 소개받으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냈다. 소개받은 여성의 목에는 희신이라는 이름과 대리라는 직급이 쓰여져 있었고, 그녀는 베이지색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목 끝까지 단추를 채운 영원과 달리 그녀는 목아래 단추를 두세개 풀며 셔츠도 대충 바지 안으로 밀어넣어 편한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그런데 오늘 신입 두명이라고 하지 않았나요? 20살이랑 21살."

동시에 직원들이 영원의 나이를 물었고 영원은 21살이라 대답했다. 아직 안온 사람은 20살이였다. 희신은 손목시계를 보며 출근시간이 한참 지난 시간에 미간을 지뿌리며 말했다.

"첫 날부터 지각이라니.. 일단 다들 각자 할 일하고 이 건은 제가 알아서 팀장님께 보고 할게요. 아참, 영원씨 팀장님은 지금 휴가로 부재중이예요, 내일 올텐데 그때 소개해드릴게요."
"네."

희신은 사무실 구석에 작게 방으로 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은 팀장실이라는 문패가 달려있었고, 벽에 붙어있는 큰창들은 블라인드가 내려와있어 내부는 전혀 볼 수 없는 상태였다.

***

점심시간이 되자, 마케팅부에는 개미 한마리조차 남지 않았다. 영원도 희신이 데리고 나선 덕에 점심을 해결하였고, 커피나 담배를 하겠다는 직원들을 두고 어떤 것도 즐기지 않는 영원은 다시 회사 안으로 돌아왔다. 그때 사무실에 처음보는 길쭉한 인영을 영원은 발견했다. 그녀의 어려보이는 외모라던가 아까 인사를 했을때 보지 못하였단 사실에 영원은 금새 그녀가 오늘 오기로한 20살 신입사원임을 깨달았다. 여성이 영원의 존재를 깨닫자 "아." 하는 소리를 내었다.

상대방이 본인을 알아차린것에 영원은 당황하며 저도 모르게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오늘 오기로한 20살 신입사원 맞죠?"
"네..?"
"이렇게 늦게 오면 어떡해요.. 그래도 다른 분들 다 착하고 좋아보이니까 사과드리면 봐줄거예요."

여성에게 다가가며 말하는 영원은 그녀의 키가 저보다 엄청 큰것을 확인하며 속으로 감탄을 멈추지 못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칼이 예뻤고 검은 눈동자가 예뻤다. 아니 그보다 그녀의 모든 것이 이 세상의 것이 아닌것 마냥 무척 예뻤다. 그에 영원이 자신도 모르게 빤히 쳐다보기를 잠시 다시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아, 제 이름은 지영원이예요, 그쪽과 같은 신입사원이고요. 그리고 내가 21살 언니니까, 말편하게해도 되지?"

영원은 눈을 살짝 접어 살며시 미소를 그려냈다. 늦긴 했으나 저와 같은 신입사원이 있다는 점에서 영원은 상대방에게 안도감을 가졌고 심지어 저와 비슷한 나이였기에 상대와 더 가깝게 지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말없이 영원을 쳐다본 검은 머리의 여성은 눈동자를 한바퀴 굴리더니 말했다.

"예, 뭐.. 그러세요. 제 이름 권승지예요."
"승지.. 승지.. 응, 기억했어. 승지야."

어딘가 개구쟁이 같은 얼굴로 자기소개를 한 승지의 목소리가 영원의 귀에 닿자 영원의 가슴한켠이 간질거렸다.

"그런데 정말 사과하면 받아줄까요? 점심시간이 다 지나고서야 왔는데."

1시를 넘긴 시계를 보며 승지가 말하자 영원이 "확실히.."라며 중얼거리며 조금 난처한 얼굴로 고민하더니 승지의 오른손을 양손으로 잡으며 말했다.

"사과할때 나도 같이 해줄게! 어찌됐든 우린 입사동기니까 서로 힘이 되어야지. 그러니 같이 사과드려보자."

승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영원에게 "네"라고 대답했다. 본인이 지각했음에도 반성은 커녕 웃음을 터트리는 승지가 영원은 이상했다.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며 희신이 들어왔고, 승지를 보자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엇, 팀장님. 오늘까지 휴가 아니였어요? 회사엔 무슨 일로..?"
"아, 제 방에서 지갑을 두고가는 바람에요."

승지는 한손에 제 지갑을 희신의 눈앞에 살랑살랑 흔들며 말했다. 그리고 여전히 영원에게 잡혀있는 손을 보자, 영원이 뒤늦게나마 잡고 있던 손을 화들짝 떼어내며 얼이 빠진 얼굴로 승지를 바라봤다.

"어.... 팀장..님?"
"네, 권승지. 팀장입니다. 영원언.니."

승지의 발언에 희신은 저게 무슨 상황이냐는 표정을 지었고, 영원은 얼굴을 새파랗게 지르며 그녀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를 했다.

"죄..죄송해요! 아까는 제가.. 그.. 착각을 하는 바람에..!"
"아뇨, 그럴 수도 있죠. 그런데.. 그렇게 착하게 살지마요. 그러다 나중에 분명 뒷통수 맞을거예요, 연대책임 그런것도 난 싫고."

영원의 사과를 웃으며 넘기던 승지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승지를 올려다보자, 진지한 얼굴을 한 승지가 얼굴 근육을 풀며 다시 피식 웃으며 영원의 보드라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영원은 긴장한 탓에 승지의 손짓에도 뻗뻗하게 서있기만 했다.

잊은 물건을 챙긴 승지가 사무실을 나가려하자, 아차 하며 희신에게 말했다.

"아직 안왔다는 그 신입사원 해고해요."

제 할말만 하고 사라진 승지를 보며 희신은 영원에게 무슨일 있었냐 물었지만, 영원은 아무 일 없었다며 급하게 손사래에 도리질까지 하였다.

***

영원의 두번째 출근날이였다. 출근시간보다 1시간은 더 일찍 출근한 영원은 문쪽을 보며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습이였다. 그러나 한참을 기다려도 기다리는 사람은 물론이고 다른 직원들 또한 보이지 않다가 10분 전이 되어서야 직원들이 몰려 출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57분경에야 영원이 기다리는 사람을 발견한 듯 의자에서 급하게 엉덩이를 떼며 그녀를 향해 달려갔다.

"아, 안녕하세요, 팀장님."
"안녕하세요. 그러니까.. 아 영원씨."

승지는 영원의 목에 있는 사원증의 이름을 보며 그녀의 이름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아침부터 제게 달려온 영원에게 물었다.

"제게 무슨 할말이라도?"
"아, 그게.."
"여기서 그러지말고 제 방으로 가죠."

승지는 영원을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마케팅부의 큰 사무실 안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방인 팀장실 내부는 안쪽에 승지 본인이 쓰는 책상 한대와, 가운데에 다른 이들이 왔을때 간단한 회의 용으로 쓰는 걸로 보이는 작은 테이블과 작은 소파가 놓여있었다. 승지는 입고온 재킷을 벗어 자신의 의자에 걸며 영원을 바라봤다.

"어제는 정말 죄송했습니다!"
"네?"
"어제는 팀장님이 부재중이라 들었고, 저말고 다른 신입사원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해서.. 그래서 처음 본 사람이 있길래 그만 팀장님을 신입사원이라고 착각하는 바람에 실례를 저질렀어요."

영원은 승지에게 허리굽혀 사과를 했다. 한편 승지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탓에 오히려 이렇게 사과를 하고 있는 영원이 그녀가 유별나다고 생각하기까지 했다.

"됐어요, 저도 그쪽에게 장난쳤고.. 별로 신경쓸 일도 아니니깐요. 전 괜찮으니까 가서 일봐요."
"네..."

영원은 잔뜩 혼이난 강아지처럼 힘없게 어깨를 늘어뜨렸다. 그녀의 복슬하게 피어오른 머리칼 마저 지금은 힘이 없는 듯 축 늘어진 형태를 하고 있었다. 이런 영원의 기운없는 모습에 승지는 저도 모르게 신경이 쓰여버렸다. 그리고 영원이 승지의 사무실을 나갈려고 문 손잡이를 쥐자 승지는 저도 모르게 영원을 불러세웠다.

"앗, 잠시만요..!"

승지의 부름에 영원이 손을 멈추고 승지를 바라봤다. 승지를 향하는 영원의 옅은 갈색 눈동자에 승지는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로 저도 모르게 불러세운 탓에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였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무마하기위해 주위를 마구 돌려보다 책상 위에 사탕을 발견했다.

"그.. 이거.. 이거 먹고 기운차려요.."

영원의 손에 사탕을 쥐어주며 승지가 말했다. 속으로 '무슨 애도 아니고 사탕주며 기운차리라니..' 라며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다는 듯이 승지는 등뒤에 식은땀을 살짝 흘렸다. 승지가 눈을 굴려 영원의 얼굴을 살피자, 영원은 방금 전과 달리 얼굴에 활력이 돌았다.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을 내었고, 입술이 작은 곡선을 그려 미소를 지어냈다. 영원은 제 손에 쥐인 사탕을 양손으로 감싸쥐고 웃으며 사무실을 나섰다.

사무실을 나가기 전, 본인을 보며 다정히 웃던 그녀의 얼굴이 승지의 뇌리를 자꾸만 맴돌았다. 홀로 남은 승지는 제 의자에 털썩 앉으며 새어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가리며 중얼거렸다.

"무슨 애도 아니고.."

***

"뭐야, 웬 사탕?"
"아까 팀장님이 주셨어요."
"영원씨 사탕 좋아해? 엄청 싱글벙글이네."
"헤헤, 이건 그냥 사탕이 아니거든요."

손에 쥔 사탕을 보며 싱글싱글 웃는 영원은 사탕 그 자체보단, 승지가 자신에게 기운을 차렸으면 하고 주었단 사실이 기뻤다. 그런 사탕인 만큼 먹기 아까운지 영원은 사탕의 포장지만 매만지다가 결국 먹지않고 제 책상에서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두었다. 왠지 앞으로 어떤 힘든 일이 있어도 저 사탕을 보면 기운이 날 것만 같았다.

***

"우리 헤어지자. 나 진짜 지칠대로 지쳤어.. 넌 항상 내 말도 안듣.."
"그러지 뭐."
"뭐..?"
"헤어지자며."
"...권승지 넌 진짜 쓰레기야..!"

회사근처의 걸어서 10분거리에 위치한 작은 카페에서 승지는 얼마전 사귄 여자친구와 헤어졌다. 슬슬 헤어질것 같았던 상황이였기에 승지는 약속없이 찾아온 그녀가 놀랍지 않았고, 갑작스런 이별통보가 그러려니 싶었다. 다만 몸만은 본인 취향이였는데 라며 승지는 휴가동안 그녀와 잤었던 일을 떠올리며 입맛을 다셨다. 입맛을 다시고 나니 배가 고파진 승지는 금새 이제는 전여친이 된 상대는 잊고 밥을 먹고자 카페를 나왔다.

다시 회사 건물로 돌아가 자신의 차 앞으로 다가서자 승지는 자신의 사무실에 차키를 두고 온 것을 떠올렸다. 종종 사무실에 물건을 두고다니는 승지는 이번에도 작은 한숨을 뱉고는 차키를 챙기기위해 사무실로 향했다.

하이안의 직원들은 모두들 시간을 칼같이 지켰다. 절대 일찍 출근하지 않고 늦게 퇴근하지 않는 의미로. 그러나 영원은 이들과 달리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기를 수시로 하였다. 그녀의 업무량이 많아서는 절대 아니였으며, 희신이 그녀에게 일을 주면서도 급한게 아니니 모레까지 줘도 괜찮다는 것을 영원이 늦게까지 남아가면서 마무리하여 다음 날 준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며 속없이 그녀의 일처리가 빠르다며 칭찬을 하였다.

그날도 영원은 퇴근시간이 한시간이 지나고 아무도 남지 않은 사무실에서 혼자 업무를 보고 있었다. 영원이 하고 있는 작업은 간단한 문서 정리였기에 더욱이 다음 날로 미루어도 상관없는 작업이였으나, 영원은 그런 것은 생각지도 않으며 묵묵히 일을 하였다. 그때 사무실의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문이 열린 것은 처음이라는 생각에 영원이 그곳을 바라보자 눈이 마주친 것은 승지였다.

"팀장님?"
"어..?! 영원씨..!? 뭐해요, 아직 퇴근도 안하고.."

영원은 퇴근한 승지가 다시 돌아온 것에 놀랬으나, 영원이 놀란 것보다 더 놀란 승지가 눈을 크게 떴다. 영원에게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의 발걸음이 조급하며, 영원을 훑어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빨랐다. 영원은 아직 미처 다 못 끝낸 일이 있어 아직 남아있다 대답하였고, 그녀의 작엽을 본 승지는 그것이 곧 중요하지 않은 것을 알며 마우스를 뺏어들어 컴퓨터를 종료했다.

"저런건 내일와서 해요, 아무도 안하는 야근을 왜 혼자서 해요."

승지가 영원을 나무라자, 영원은 곤란한 눈빛을 내었다. 그리고 입술을 말아물더니 승지가 다시 돌아온 것이 궁금한지 그에대해 물었다.

"그런데 팀장님은 왜 다시 사무실에..?"
"차키를 두고가서요."

차키라면 차를 탈 때 금방 알았을텐데 한참이 지난 지금에서야 가지고 온 것이 이상해 재차 물어볼랬으나, 영원의 책상 위에 사탕을 발견한 승지가 그것에 대해 물었기에 영원은 물어볼 타이밍을 놓쳤다.

"저 사탕 아직 안먹었네요. 사탕 좋아하는거 아니였어요?"
"아.. 저건 팀장님이 주신거니까.. 아까워서요.."

제 손가락을 매만지며 말하는 영원이 승지는 귀엽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때 영원의 배에서 작게 꼬르륵 거리는 소리가 울려 나오자, 승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영원은 부끄러워 얼굴을 빨갛게 붉혔다. 그것이 또 한번 귀엽다고 생각든 승지가 영원에게 물었다.

"마침 오늘 혼자 밥먹게되었는데, 아직 안먹었으면 저랑 먹을래요?"

***

영원을 자신의 차에 태운 승지는 그녀에게 무엇을 좋아하는 지 물었고, 영원은 아무거나라며 대답했다. 더 물어도 영원이 무엇을 먹자 말할거같진 않아 승지는 자신이 아는 한식 맛집이 있다며 그곳으로 영원을 데리고 갔다. 퇴근시간보다 조금 지난 시간 덕에 다행히 도로는 크게 막히지 않았다.

"영원씨는 21살이랬죠? 그래서 그런가 가끔씩 보면 애기같은 거 있죠."
"네?!"

처음 듣는 승지의 비유에 영원은 심히 당황했다. 그런 그녀의 얼굴이 웃겨 승지는 그저 웃기만 했다.

"그러고보니 저 처음봤을때 20살로 착각했는데.."
"앗, 그때는 정말로..!"
"뭐라하는거 아니예요. 그냥 그렇게 보이나 싶어서요. 저 그렇게 어려보여요?"

영원을 향해 승지가 시원하게 웃으며 보자 영원은 얼굴을 붉히며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돌려 제 허벅지 위에 놓인 주먹을 바라보며 작게 말했다.

"네... 그런데 팀장님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저, 25살이예요."

영원의 눈동자가 엄청나게 커졌다. 동안이라는거나, 본인과 그렇게 차이 나지 않는 이유가 아니라, 팀장직이라는 직위에 25살이라는 나이는 믿기지 않아서였다. 영원의 표정을 읽은 승지는 그저 운이 좋았다고만 대답했다.

실제로 승지의 진급은 운이 좋은 것도 있지만 그녀의 일머리가 좋았던 것도 있다. 그녀는 이곳에서 일하기 전 많은 대부업에 몸을 담가왔고 그곳에서 한탕 크게 빼돌리고는, 잠적하는 목적으로 혜령의 소개로 이곳 인턴으로 일을 시작했다. 그녀의 대범함이나 돈을 굴리는 방식이 우연히 회사와 잘 맞았던 덕에 그녀는 빠른 진급을 하였고, 전에 있던 팀장의 횡령을 (자신이 해봤기에 잘 잡음) 잡아낸 것이나, 직장동료들과의 두터운 신뢰 덕에 이 자리까지 승승장구하게 되었다. 다른 직원의 불만이 없었냐고 물어보면, 승지의 칼같이 지키는 출퇴근의 성향을 좋아하였기에 오히려 지지하는 편이였다.

영원은 여전히 승지에게 궁금한 것이 많은지 이것저것 물어보았다.

"그러고보니 팀장님은 휴가동안 뭐하셨어요?"

본인의 휴가를 되새긴 승지는 방금 전 헤어진 전여자친구의 몸밖에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뭐.. 맛있는 것 좀 먹었어요. 조개같은 거요."
"아, 조개 좋아하세요?"
"뭐 즐겨먹는 편이죠. 당분간은 잘 못먹겠지만."
"왜요?"
"먹을 사람이 없거든요."

가볍게 대답한 승지에게 영원은 '같이 먹던 사람이랑 혹시 싸우기라도 했나' 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승지가 말한 조개는 절대 바다에서 나는 식재료의 것이 아니였으며, 그 사실을 전혀 알리 없는 영원은 오히려 '전복류는 즐기지 않지만 조개라면 괜찮겠지' 란 생각하며 용기내어 말했다.

"저라도 괜찮으면 같이 먹어요!"
"...좋아요. 엄청 기대되네요. 영원씨랑 먹을 조개."

저를 보며 웃는 승지의 눈동자에 영원은 어쩐지 부끄러워지며, 그럼에도 용기내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승지의 검은 눈동자는 영원의 몸을 훑고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다시보니 영원은 조금, 아니 꽤 예쁜 얼굴이였다.

'..연하는 어떤 맛일까.' 

***

식당에서 영원은 가리는것 없이 잘 먹었으나, 어떤것이든 조금씩 남기는 편이였다. 그녀의 먹는 모습을 힐끔 쳐다본 승지는 그제야 영원이 유독 말라보이는 체형이라고 생각들었다. 그래선지 나중에서는 영원의 밥 위에 이 반찬이 맛있니, 저 반찬이 맛있니 하면서 얹어주기까지 했다. 영원은 승지가 챙겨주자 아까보다 더 잘 먹는 기색이였다. 그런 영원의 모습에 승지는 움직이던 수저질을 멈추고 턱을 괴며 영원에게 물었다.

"이렇게 늦게가면 집에서 아무 말 안해요?"
"아.. 저는.. 혼자 살아요.."

21살 나이에 벌써부터 독립은 이른게 아닌가 생각이 들다가도 너무 파고들기에는 민감한 부분일까봐 승지는 더 묻지 않았다.

"저랑 같네요. 저도 혼자살아요."

그렇게 말하는 승지의 얼굴이 어쩐지 예뻐서 영원은 제대로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식사를 끝나고서 승지는 영원이 사는 동네를 물었고, 마침 자신도 지나가는 길이라며 영원은 태워주었다. 승지는 영원의 집앞까지 태워주기를 원했으나, 영원이 그것만큼은 거절했기에 적당히 영원이 말하는 큰길 언저리에서 차를 세웠다. 깜박이를 키고 영원이 골목길로 들어가 그녀의 모습이 완전 보이지 않을 때까지 기다린 승지는 방금 영원이 들어간 골목길의 가로등의 대다수가 꺼져있는것이 못마땅했다.

어린 나이 혼자 살 정도면 원룸이나 고시텔정돈 예상했지만 지금 영원이 들어가는 골목은 너무 어둡고 위험해 보이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승지는 그 골목의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이런 가로등의 전구 교체는 어디에 연락을 하면 되는지 검색을 하던중 문뜩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거냐며 휴대폰을 방금까지 영원이 앉고 있던 조수석으로 던져 버리고는 유턴을 하여 왔던 길을 돌아갔다.

승지가 바래주던 길은 그녀가 가야하는 길과는 정반대였다.
 
***

다음 날 여전히 일찍 출근한 영원은 평소처럼 업무를 시작하려던 중 책상 위의 승지가 주었던 사탕이 눈에 띄였다. 어쩐지 그 사탕이 자신을 걱정하는 승지같아서 영원은 시작하려던 업무를 멈추고 아직 한참 남은 출근 시간동안 자리에 멀뚱멀뚱 앉아 시간이 흘러가기를 기다렸다. 전날 승지와의 대화를 떠올리며 시간외 근무를 하지말자 생각한 영원이였다. 그때 아직 아무도 올리 없던 시간에 사무실의 문이 열리더니 늘 2-3분 전에나 오던 승지가 나타났다.

"어, 팀장님?"
"역시.. 이럴 줄 알았어요."

승지는 영원을 보며 피식 웃었다. 오늘따라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진 승지는 어쩐지 지금 회사에가면 영원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고 평소 거르지 않던 아침까지 거르며 회사에 출근했다. 한편으로는 갔는데 영원이 없으면? 영원이 벌써 출근하는거랑 지금 내가 가는 거랑 무슨 상관이야? 라는 온갖 생각이 들었지만, 승지는 이미 차의 시동까지 건 상태였기에 이런 생각들은 승지를 막을 수 없었다. 시계를 보더니 아직 출근 시간까지는 한시간하고 더 남아있었다.

"아침 아직 안 먹었죠? 나와요, 같이 먹게."

승지는 사무실에 자신의 가방만을 던져두고 영원에게 말했다. 영원은 미처 거절할 틈도 없이 승지가 사무실을 나가버린 탓에 그녀의 뒤를 쪼르르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승지가 영원을 데리고 간 곳은 회사근처의 24시간 국밥집이였다. 주문한 음식이 나오기 전 승지는 영원에게 물을 채운 컵을 건네주며 말을 걸었다.

"평소에도 이렇게 일찍 출근해요?"
"네.. 첫 직장이고 열심히 해야겠다 싶어서.."
"열심히 하는건 좋지만 아무도 모르면 그게 무슨 소용이예요."
"네..."
"아침은 왜 안 먹고 와요?"
"......"

영원은 대답없이 아랫입술만 말아 물었다. 승지에게 받는 꾸지람에 할 말이 없던 탓이다. 승지는 작게 한숨을 뱉으며 영원에게 말했다.

"앞으로도 오늘 이 시간에 나와요."
"네..?"
"이 시간에 나와서 지금처럼 저와 아침먹고 출근하는거예요."

수저까지 챙겨준 승지는 영원에게 더 일찍은 오지 말라며 뒷말을 이어붙였다. 한편 영원은 승지가 건네주었던 컵만 매만지면서 방금 전 승지의 말을 되새겼다. 한번한번 되새길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간질거렸다. 대답은 없으나 영원의 동그란 귀가 붉어진 것이 귀여워 승지의 장난기가 발동하며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물었다.

"왜요, 싫어요?"
"아뇨..! 그.. 좋아요..."

고개를 푹 숙이며 영원이 대답한 탓에 승지의 웃음은 완벽히 숨길 수 있었다. 때마침 주문한 음식과 밑반찬이 나오자, 승지는 여기는 이 반찬이 맛있다며 영원에게 그릇을 밀어주었다.

승지와의 약속 덕에 한동안 영원은 아침을 굶는 일 없이 출근을 했고, 퇴근 또한 정시에 맞춰 하게 되었다. 이는 영원의 퇴근시간이 될 때면 늘 승지가 찾아와 그녀의 컴퓨터를 대신 끄며 퇴근하라고 명령한 덕이였다. 나중에서야 영원은 퇴근시간이 되어가면 마치 주인과의 산책을 기다리는 강아지처럼 승지가 나타나기를 올매불망하였고, 승지도 퇴근시간이 가까워지면 초조하게 유리창 너머의 자신을 보는 영원이 귀여워 늘 그녀에게 다가가 퇴근하라고 말을 하러 가게 되었다.

***

"팀장님, 혹시 오늘이나 내일 퇴근 후에 시간 괜찮으세요?"
"괜찮긴한데, 왜요?"
"평소 늘 얻어먹기만해서.. 이번에 제가 저녁이라도 사주고 싶어서요."

영원은 마침 월급도 들어왔고 라며 말을 중얼거렸다. 그에 승지가 피식 웃으며 영원에게 물었다.

"뭐 사줄건데요?"
"고기 사드릴게요!"
"고기 좋죠. 그럼 내일 먹어요, 마침 내일이 금요일이고 하니까."
"네!"

영원의 발그스름해진 볼이나, 고기 사주겠다고 하는 말이나, 그녀의 부름에 응하자 기뻐하는 얼굴이나 모든게 귀엽다고 승지는 생각했다.

다음날 승지는 잘아는 가게가 있다며 영원을 데리고 삼겹살 가게로 갔다. 영원은 승지에게 더 좋은 걸 사주고 싶다며 소고기집으로 가자 하였으나, 승지는 대신에 술을 사달라며 술을 주문했다.

식당은 칸막이가 설치된 곳으로 룸이 아님에도 마치 룸같은 형식이였다. 고기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기를 기다리며 주문한 소주를 딴 승지는 영원의 잔에 따라주며 물었다.

"영원씨는 술 잘해요?"
"아뇨.. 전 해본 적이 없어서.."

영원의 20살은 생계를 위한 알바와 취업을 위한 자격증 준비가 바빴던 탓에 술을 마신적은 없었기에, 지금 승지와 마시는 것이 첫 술이였다. 양손으로 승지의 술을 받은 영원은 그래도 어디서 보고 배운 것이 있어 자작하려는 승지에게 술병을 받아 그녀의 잔에 따라 주었다. 영원의 어설픈 모습이 정말로 처음 마시는구나 싶은 승지는 영원이 귀여우면서 그녀의 작년 모습이 어땠을지 조금 신경쓰였다.

"그럼 처음이니 제가 잘 가르쳐줘야겠네요. 지금은 회사의 팀장이 아니라, 동네 언니라고 생각해줘요."

승지가 영원에게 잔을 들이밀자 영원도 잔을 들어 그곳에 살짝 부딪혔다. 가볍게 짠 소리가 나며 승지가 한번에 들이키는 것을 본 영원도 따라 잔을 꺽어 한번에 마셨다. 처음 내려가는 소주는 목이 탈 것 같았고 숨을 통해 나오는 것이 뜨거웠다. 이런 쓰기만한 술을 왜 마시는 거지 생각하며 영원의 얼굴이 찌부러지자 눈앞에 승지가 밑반찬으로 나온 계란말이를 영원의 입앞으로 가져다대었다.

"술 마셨으면 안주 먹어야죠. 아~ 해요."

승지가 건네준 계란말이를 영원은 작게 베어물어 오물오물 씹었다. 남은 계란말이를 승지가 제 입으로 쏙 넣자 영원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어때요, 처음 마신 술이?"
"...달아요..."

분명 아까까지 쓰고 맛없던 술이 입안에서 승지가 챙겨준 달달한 계란말이와 만나 달콤하게 남았다

***

"으응.."

아침 햇살이 눈부신 탓에 깊은 잠에 빠졌던 영원은 부스스 눈을 뜨기 시작했다. 눈을 뜰수록 머리가 아파왔고 점점 정신이 들 쯤에는 자신이 있는 곳이 제 집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낯선 장소에서 푹신한 침대 위에 눕혀져있는 본인 모습에 영원이 헉하며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말끔한 풍경이 누군가의 방이였고 바닥에는 벗어던져진 제 옷이 있었다. 영원이 급하게 본인의 몸 상태를 보자, 그녀는 얇은 셔츠 하나만을 걸친 상태였다. 아까까지 아팠던 머리같은 건 신경쓰이지 않은채 아까부터 문너머로 조용하게 들리는 소리에 영원이 조심스레 침대에서 일어났다. 순간 방의 문이 열리더니 길쭉한 인영이 영원을 바라봤다.

"팀장님?!"
"아, 영원씨 일어났어요? 나와요 마침 밥 다 됐으니까."

회사에서도 셔츠라던가 바지를 편하게 입던 승지였지만, 그보다 더 편해보이는 후드나 반바지 차림이 낯설었고 그마저도 예뻐보였다. 그런 승지의 모습에 잠시 넋을 잃은 것도 잠시 승지를 따라 방을 나서자 큰 식탁 위에 많은 음식들이 정갈하게 놓여있었다. 그곳에 영원이 감탄하며 승지가 당겨준 의자에 따라 앉았다.

"그나저나 우리 지사원님 술 생각보다 못하시네."
"아..!"

영원은 그제야 어제의 일이 생각난 듯 소리냈다. 자신이 마실때마다 안주를 먹여주는 승지가 좋았던 영원은 승지가 주는대로 모든 술을 받아먹기 시작하였고 쌓인 술병들에 의해 영원은 결국 몸도 못가눌 정도로 취해버렸다. 영원의 집을 모르는 승지는 영원을 집으로 데리고오고선 불편해보이는 그녀의 옷을 벗겨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혀주고서, 지금의 상황에 이르게 되었다.

"어제는 죄송해요.. 또 폐를 끼쳐서.."
"아니예요, 덕분에 저도 재미 좀 봤는걸요."
"네?"

승지의 말뜻을 이해못한 영원이 그녀를 바라보자, 승지는 셔츠 밑 영원의 하얀 살결 아래를 눈으로 훑었다. 영원은 설마하며 저도 모르게 등을 꽂꽂하게 세우며 제 몸을 팔로 감싸 안았다. 어리다고만 생각한 그녀가 제법 알거 아는 그녀의 몸짓이 귀여워 승지는 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고기말이예요, 고기. 덕분에 맛있게 잘먹었다고요."
"아.. 전 당연히.."
"당연히 뭐요?"
"아무것도 아니예요!"
"영원씨 생각외로 응큼하네."

영원은 부끄러워 차마 승지와 눈도 못마주치며 귀만 붉게 물들였다. 곧 승지는 영원에게 반숙 좋아하는지 물으며 숙취엔 반숙이 좋다며 그것을 건냈다. 반숙을 좋아한다고 대답한 영원이 그것의 노른자부분부터 긁어모아 입에 넣는 것을 보며 승지가 말했다.

"반숙 정말 좋아하나보네요. 다음엔 좀 더 덜익혀서 드릴게요."

본인이 먹고 있는 모습을 승지가 빤히 바라보고 있는 것에 영원이 부끄러워 숟가락만 입에 물며 영원은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아, 그리고 다음엔 술도 천천히 드릴게요."

승지의 입에서 재차 나오는 다음이라는 말이 영원은 어쩐지 기뻤다. 영원이 이 감정의 이름을 알게되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는지는 않았다.

***




현퀘 오지게 치여 힘든 백붕이 살린다 생각하고 개추나 댓 좀 구걸해도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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