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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그건 아닌 것 같아요앱에서 작성

코발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5 04: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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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떻게 하라고! 아무리 울고 불어도 이 이상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너나 나나 이제.."

 재희는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었다. 눈망울 한켠에 맺힌 작은 물방울은, 그녀가 사실 마음 깊숙이서는 스스로를 탓하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차라리 항복하면 임원급인 나 혼자로 끝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하는 목소리에는 절망이 가득 배여있었다. 2층 애들이 신입생이라는 이유로 과연 봐주고 넘어갈까. 연지는 자신 때문에 입학한지 일주일도 안 되어 온 몸을 유린당할 후배에 대해 진심으로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전날은 3층 전체에 비상대기가 걸렸다. 그 때문에 밤을 뜬눈으로 샌 재희는 피곤으로 정신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머리만이 비상하게 돌아갔다.

 "그래도 살 사람은 살아야죠. 도희 언니가 그렇게 됐다고 우리까지 어떻게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어요. 기숙사가 포위됐다고 한들 우리는 여전히 명분에서 우위에 있어요. 명백하게 공격을 걸어온 것은 2층 쪽이니까. 여름이니까 해가 뜨는 것은 5시나 6시 정도겠죠. 앞으로 겨우 2시간이에요. 그만큼만 버티면 되요."

 도희는 3층의 층장이자 옆방에 사는 4학년의 여대생이다.그녀는 조금 전, 불과 이십여분 전에 연지와 재희가 있는 방 바로 앞 복도에서 네 명의 힘센 2층 2학년 셋과 분투하다가 질질 끌려갔다. 달콤한 신음이 섞인 일말의 비명소리만을, 재희는 들을 수 있었다.

 "말은 잘 하네. 지금쯤 나를 제외하면 우리 기숙사 층회는 전멸했을 거야. 전부 2층 아이들의 노예가... 어제 비상대기 상태로 일촉즉발 상황까지 갔었던 건 우리 측 첩보가 2층 비밀회의를 듣고 가져온 정보 때문이었어. 2층 애들이 야밤에 우리 층 기숙사의 열쇠를 얻어 쳐들어올 거라고 한 거야. 하지만 어제가 아니라 오늘이었어. 오늘, 모두가 진이 빠져서 잠든 순간에 말이야. 그것도 학기가 막 시작하는 가장 절묘한 순간을 노려서 들어온 거야."

 3층은 신입생이 여럿 있었다. 신입생일수록 상황파악이 늦다. 애초에 자신이 왜 같은 기숙사 사생에게 공격당하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연지는 자신의 긴박한 마음과 달리 지나치게 평온한 공기에 괜시리 한숨이 나오는 것을 느꼈다.

 도희가 끌려간 후에 재희와 연지는 간신히 자신들의 방, 310호로 돌아왔다. 어떻게 보면 도희 덕분에 시간을 벌었다고도 볼 수 있었다. 문을 잠구고 그 위에다가 이중으로 잠금장치를 해두었다. 도희가 비밀 층회 회의 때 이 방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중 잠금장치가 되어있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하지만 다른 방은 이런 이중 잠금장치가 없을 것이다. 이제 이 310호 방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 바깥쪽에는 아직 우리 층 선배들이 많이 남아있을 거에요. 이미 기습의 이점은 상실했어요. 3층 기숙사생 수는 몇명인가요? 그 사람들이 다 자는 사이 당했을리는 없잖아요."

 도희는 연지에게, 그리고 3층의 많은 학생들에게 정신적 지주였다. 불과 연지와 한 살 차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고 강하고 리더십 있었다. 그녀가 끌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연지는 평소 솔직하고 정 많다는 평을 듣는 자신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어지는 것을 느꼈다

 도희조차 저렇게 된 상황에서 후배의 뻔뻔하고 상식적인 이야기가 통하겠냐는, 괜한 히스테릭한 오기 속에 빠져들었다.

 "그럼 분투하는 소리가 들렸겠지. 하다못해 끌려가지 않으려고 소리치는 목소리라도. 그런 목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잖아! 어떻게 된 게 틀림없다고!"

 연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재희의 목소리는 조금 전보다 작아져 있었다.

 "그건 정말 아니에요. 아닐 거에요. 지금 너무 흥분하신 것 같아요. 조금 가라앉히고.."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재희는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연지 총무님. 저 보현이에요. 문 좀 열어주세요. 2층 애들은 다 갔어요."

 연지는 불안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무모한 룸메이트 후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바깥 달빛이 들어와 그녀의 뒷모습을 비치는 탓에 역광으로 얼굴이 무척 검게 보었다. 거기서 눈만이 생생하게 빛났다.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 조용히 하라는 의사를 전달했다. 눈치빠른 후배는 긴장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바깥에서 보현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다. 연지는 문에 귀를 갖다댈 필요도 없었다.

 "역시 계셨네요. 선배. 지금 도희 층장이 부르세요."

 "도희 층장?"

 연지는 비참하게 옷이 찢겨 끌려가던 그녀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것을 느꼈다. 뒤를 돌아보자 여전히 후배가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불안해 보였다. 후배를 저렇게 만든 자신을 애써 탓했다.

 "네, 지금 바깥 상황이 심각해서 바로 대책회의를 해야돼요. 빨리 전 임원 소집해주세요. 아마 각자 방에 숨어있었을거에요."

 "하지만"

 "한시가 급해요. 빨리 문 열어주세요."

 다시 연지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치자 재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절대 열면 안 된다는 듯이.

 "도희 층장님께 부탁드려. 직접 와달라고."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보현은 문을 쾅쾅 두드렸다.

 "안 그러면 못 나가. 아까 도희 층장님이 끌려가는 걸 봤으니까."

 "착각한 거겠죠. 지금 멀쩡히 계신데."

 "네 말이 맞다면 내가 정말 미안해. 정말로 사과할게. 그런데 이제 난 아무것도 믿을 수가 없어. 믿을 수 있는 건 도희 언니 목소리뿐이야."

 "정 그러면 잠깐 기다려주실래요?"

 보현의 목소리가 이내 사라졌다.

 연지는 가슴이 떨리는 것을 느꼈다. 조금씩 땀이 등을 타고 흘러내렸다. 기다란 머리카락이 살포시 내려앉았다. 피곤한 눈을 감으면 모든 것이 편해질 것만 같았다.

 "연지야. 문 좀 열어줄래? 지금 정말 많이 급하단다."

 귀를 막고 싶었다. 도희의 목소리를 들은 연지는 이제 버틸 수 없었다.

 재희가 놀라 달려오기도 전에, 연지는 문의 잠금장치를 풀었다.

 문을 열고,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여학생 대여섯명이 방안으로 뛰쳐들어오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늦었다. 가장 뒤에서 옷의 단추가 풀리고 치마가 뒤집힌, 이미 그들과 하나된 도희의 눈에서 예전의 총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총수 스릴러 같은 느낌?으로 써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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