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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 선배, 저 이제 처녀가 아니에요앱에서 작성

코발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25 22:23:13
조회 1107 추천 28 댓글 1
														





 재희가 말했다.

 "나도 그래."

 연지가 말했다.

 해가 한 번 뜨고, 한 번 졌다. 그걸 통해 추측해볼 수 있었다. 두 사람이 206호의 노예가 된지 하루가 지났음을.

 "이 학교는 원래 이런가요? 다들"

 작은 기숙사의 침대 뒷편에 두 사람은 바짝 몸을 붙인 채 손을 위로 해 묶여있었다. 어느새 수면안대가 씌워져서 자신들이 어디서 어떤 자세로 있는지조차 볼 수 없었다. 원래 입고 있던 옷은 속옷까지 해서 탁상 위에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같은 학생들끼리 노예로 삼고 그렇고 그런 짓을.."

 재희는 숨이 턱 막혀왔다.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시간감각이 사라져서 얼마나 전인지는 모르지만 그때도 눈이 가려진 상태였음에도 몸에 닿는 그 촉감만큼은 또렷하게 전해져왔다. 보이지 않아도 상대가 자신의 몸에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심지어 동성인데요.. 동성끼리인데.."

 그렇게 말하면서 이 학교가 여대라는 것이 떠올랐다. 원래 여대라는 곳은 다 이런 것일까.

 연지는 아까부터 말이 없었다.

 "선배"

 대답이 없었다.

 "선배 말 좀 해보세요."

 재희가 몸을 흔들자 오른쪽 겨드랑이에 연지의 따스한 어깨가 닿았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옆가슴까지 맞닿은 살의 감촉이 적나라했다. 재희가 조금 불안해질 즈음에야 연지는 대답했다.

 "가만히 좀 있어줄래."

 연지는 시끄러운 후배의 말에 전혀 신경을 쓰고 있지 않았다. 도희가 그렇게 된 시점에서 인생의 희망을 잃었다고 하는 말을 실감하고 있었으니까. 이제는 어떠한 말도 의미 없이 느껴졌다.

 그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재희는 다시 몸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했다.

 "그래도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거에요. 어제도 수업 다 재꼈는데 오늘부터 주말이라 괜찮다 쳐도 월요일이 되면 풀어주는 거에요?"

 원래 206호의 주민이었을 학생들은 둘을 묶어놓고 나간지 한참이다. 벌써 새벽인데도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재희는 왠지 그들이 어딨는지 알 것 같았다.

 "그럴 리가 없잖아."

 "그럼 나가야죠. 도망쳐야죠. 어떻게 해서든. 이대로 언제까지고 당하고만 있을 거에요?"

 "도희 언니가 그렇게 된 시점에서 다 끝났어. 이제 너는 즐겨. 녀석들이 어디를 빨든 기분 좋다고 생각해버리고 말면 돼. 난 그거조차 안 되지만.."

 "왜 그렇게까지 극단적이에요? 도대체 왜 그렇게 풀이 다 죽은 거에요.."

 "기가 빨린 건 너도잖아."

 "아뇨.. 혹시 선배 무슨 일 있었어요? 그동안도 이런 일을 당해온 거에요?"

 연지는 침묵을 지켰다.

 사방이 조용했다. 창밖도 조용했다.

 "그런데 그동안 당해왔다면 또 갑자기 이러시는 이유도 모르겠고.. 도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제발 말 좀 해줘요. 어차피 다 끝났고 의미가 없다면 저한테 그 얘기 하나 해주는 거어려운 일도 아니잖아요."

 "어려운 일이야. 도희 언니랑 관련된 거니까."

 이야기는 연지가 1학년이었던 2년 전으로 거슬러올라갔다. 3층 기숙사로 처음 온 연지를 구해준 사람이 도희였다. 두 사람은 첫눈에 서로에게 반했지만 그곳에서의 성적 방종은 자칫하면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두 사람은 비밀리에 사랑하면서 서로가 서로의 처음을 가져가기로 약속했다. 도희가 졸업하면 결혼해서, 그때 처음을 나눌 생각이었다.

 그래, 어제 밤까지만 해도 그랬던 것이다. 온몸에 희열로 가득찬 도희의 모습을 목격하고, 또 연지 스스로도 온몸을 얼굴도 모르는 2층 여학생들에게 농락당하기 전까지만 해도.

 연지의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재희는 세지 않았다. 그저 연지의 말이 끝나자 곰곰이 생각하더니 보이지도 않는 연지의 방향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그렇다고 포기할 건가요. 처음이 아니면 두번째라도 해야죠. 자기가 진짜로 원해서 하는 게 아니었잖아요. 정말 사랑하며 하는 처음은 할 수 있지 않나요?"

 "원하는.. 처음?"

 "네, 당하는 거야 어쩔 수 없죠. 저도 그렇게 생각할 거에요. 내가 원해서 하는 처음이 진짜 처음이라고."

 연지는 귓속에 어린 시절 들었을 법한 오르골 소리가 들리는 것을 느꼈다. 아직도 아픈 아래쪽이, 아프지 않다고 생각하자 그다지 아프지 않게 느껴졌다. 머리카락이 등에 닿는 감촉이 그렇게 이질감 있지 않았다. 차가운 땅바닥은 여전히 차가웠지만, 뜨거운 무언가가 속에서 우러나오고 있었다.

 "고마워, 재희야. 정말 너 덕분에 웁.."

 독특한 감촉, 하지만 분명히 알고 있는 감촉에 머리부터 감각이 빨려들어갔다. 찌릿한 전기가 몸속에 통하는 것 같았다. 입술에 닿은 그 축축하고 다소 달콤하면서도 따스한 맛. 숨쉬기가 버거울 만큼, 연지의 입술을 놓아주지 않는 것.

 "저, 방금 말하면서 든 생각인데 제 처음은 연지 선배랑 하고 싶어요. 도희 언니는 이제 잊어요."

 "아니, 웁"

 다시 한 번, 입술에 입술이 맞닿았다. 두 사람은 손이 머리 위에서 재갈로 묶인 상태였고, 눈도 보이지 않았지만 서로의 입술과 입술만큼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손이 묶여있는 게 좀 그러네요."

 "잠깐. 무슨, 무슨 얘기야."

 "저 연지 언니가 좋아요."

 "웁"

 입술과 혀. 혀와 이빨까지도.

 후배의 혀는 모든 것을 쓰다듬어주었다. 손이 머리 위로 묶여서 고정된 상황에서 머리만을 뻗어 옆에 앉은 상대를 핥으려 드는 모습은 제3자가 보면 분명 웃음이 터질 만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재희는 한없이 진지했고, 연지는 그게 싫지만은 않은 자신이 싫어졌다.

 "손이 묶여있어서 불편하네요. 그래도 뭐, 손이 묶여있으면 입으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까요."

 입에서 벗어난 그 혀는 어느새 뺨으로, 턱으로, 목으로. 점차점차 내려갔다. 그 자세는 무척이나 우스꽝스러울 것이 틀림없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의 첫번째 밤은 깊어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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