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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대회] 소백) 냉면

부추카레떡볶이(76.103) 2020.07.26 07:20:21
조회 377 추천 15 댓글 4
														

[주인공들 프로필]

이해인: 24살, 대학생

하유선:26살, 카페사장




그녀를 처음 만난 건 작년 여름이였다.

7월 초, 나는 내 친구들과 서해 바다로 놀러갔다. 눈부신 햇살과 시원한 바람이 날 반겼고 금세 나도 들떴다. 

모래사장 한 복판에 자리를 잡고 바다에 들어가기 전에 음료수를 누가 사올지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하...항상 그래왔듯이 운이 정말 없던 내가 또 걸리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혼자 근처 마트로 갔다. 마트에서 나와 내 친구들의 음료수를 골라담고 서너개의 과자를 몇 개 더 집자 내 시야는 양팔 가득 담은 간식들로 가려졌고 나는 뒤뚱거리며 마트를 나섰다. 조심스럽게 발을 디딜려는 찰나, "퍽!"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누군가와 부딫혀서 뒤로 넘어지고 말았다. 

"앗..! 죄, 죄송합니다!"

넘어진 건 나지만 그래도 습관처럼 죄송하다는 말이 먼저 나왔다. 정작 나와 부딪혀 날 넘어지게 만든 장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서서 날 바라보기만 하고 있었다. 그녀 뒤에 바로 해가 있어서 난 눈을 찡그리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한 마디 더 하려는 순간, 그녀는 무릎을 꿇고 내 흩어진 과자와 음료수들을 주워주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갑자기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첫 눈에 반한 것처럼...그녀는 날카로운 눈매에 흰 얼굴, 그리고 옅은 갈색 머리를 가지고 있었다. 내가 내 간식들은 안 줍고 계속 그녀만 쳐다보자 그녀도 내 눈길을 느꼈는지 고개를 휙 돌려 날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해버린 나는 눈을 아래로 깔았고 그녀는 그런 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뭐, 뭐지..?너무 쳐다봐서 화난건가?'라는 생각을 하는 동안, 그녀는 어느 새 내 간식들을 나에게 쥐어주며 일어섰다. 내가 고맙다는 말을 할 틈도 없이 그녀는 마트 안으로 들어가버렸다. 심장이 떨어지는 느낌은 처음이었고 그 동안 연애 경험이 별로 없었던 나도 이게 설렘이라는 감정이란 것은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사람을 만날 때 그 퓔, 즉 첫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하던 나는 드디어 내 이상형을 찾았다는 생각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마트에 다시 따라 들어가 번호를 물어볼까 생각했지만 나만 계속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 때문에 나중으로 미루고 발걸음을 서둘렀다. 



해가 질 때까지 바다에서 신나게 놀았다. 강렬한 태양이 모래사장을 뜨겁게 달궜지만 시원한 바다 안에서 더위 따위는 느낄 수 없었다. 친구들과 바다에서 노는 와중에도 나는 계속 그녀를 찾았다. 그러나 그녀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아까 마트 앞에서 그냥 번호 물어볼 걸..이라는 후회를 계속 했다. 해가 지자, 우리는 우리의 숙소로 향했고 내 마음 속에는 계속 아쉬움과 또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이 있었다. 우리 방은 2층에 있어서 계단을 올라가는 와중, 저 맞은 편에서 걸어오는 한 여자가 보였다. 해가 져버려 어두어진 하늘 탓에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설마..혹시 아까 그 여자인가? 제발!!!' 그 여자가 아까 그녀이길 정말 바랬다. 

그 여자는 점점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현관등에 비추어진 그녀의 얼굴을 확인해보니 아까 마트 앞에서 만났던 그녀가 맞았다. 내가 마음 속으로 소리를 지르며 기뻐하는 동안 그 여자는 우리 옆 방 문을 열더니 들어가버렸다. 나는 내게 다시 주어진 기회에 감사하며 우선은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었다. 최대한 빨리 짐을 정리하고 내 친구들이 짐을 계속 푸느라 방 안이 어수선한 틈을 타,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 전까지만 해도 그녀를 다시 보면 후회 없게 꼭 번호 따야지!라고 패기있게 생각했었는데 막상 때가 되니 너무 떨리고 긴장이 되었다. 

'아..그냥 내일 아침에 물어볼까? 이렇게 방 앞에서 번호 물어보면 좀 민폐일까? 하...그런데 또 놓치면 어떡하지..'

이런저런 생각들로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녀에게 퇴짜 맞는 쪽팔림이 그녀를 그냥 놓쳐버리고 올 아쉬움과 후회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몇 초의 정적 후 방문이 열리고 그녀가 얼굴을 내밀었다. 눈을 마주보고 물어볼 용기가 차마 나지 않아 눈을 살짝 아래로 하고 그녀에게 말했다.

"저, 저기..안녕하세요. 저는 아까 낮에 마트 앞에서 넘어졌던 사람인데, 혹시 번호 알려주실 수 있으세요? 아 다름이 아니라, 완전 제 이-"

 상형이라고 말을 끝내기도 전에 그녀가 입을 열고 말했다.

"하, 그냥 꺼지세요"

"..네??"

내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든 그녀는 나에게 싸늘한 눈빛을 보낸 후 문을 쾅! 닫아버렸다. 

와..내 인생 24년 동안 이렇게 차가운 사람은 처음이다. 아니, 내 친구들이 봤다면 싸가지 없다고 욕했을 지도 모른다. 나도 다른 사람이었으면 욕했을 텐데, 자꾸 바보같이 눈물이 나왔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찌질해보였다. 만난지 하루도 안 된 사람 때문에 이렇게 서럽게 울다니...내가 그만큼 그 사람을 좋아했던 걸까 아니면 그냥 내가 찌질한 걸까...전자여도 후자여도 둘 다 답이 없어보인다. 한참을 멍하니 울다가 내 방으로 돌아갔다. 친구들이 퉁퉁 부은 내 얼굴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놀라 물어봤지만 솔직하게 말하기엔 너무 창피했기에 그냥 어색하게 변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남은 여행 동안 우울한 마음으로 보낸 후,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여행에서 돌아온 후, 이주일 뒤 개강이였다. 개강 전까지 나는 대차게 차여버린 충격과 아픔을 다른 사람들을 만나보며 잊으려 했지만 오히려 그녀가 더 그리워지고 내 마음만 시릴 뿐이였다. 그렇게 씁쓸한 마음을 감추고 수업이 끝난 후 집으로 가려는데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가 보였다. 쓸쓸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라떼를 마시려고 카페에 들어가보았다. 주문을 하기위해 간 카운터 뒤에는 헐...이주일 전에 나에게 꺼지라 했던 그녀가 서있었다. 그녀도 여기서 날 볼 줄은 몰랐는지 당황한 기색이 보였다. 

하지만 그 것도 잠시, 금방 원래의 차가운 얼굴로 돌아와 나에게 뭘 시킬 건지 물었다. 놀란 마음을 진정시키고 그녀에게 일 끝나고 시간 있는지 물어보았다. 또 꺼지라고 할까봐 걱정이었는데 다행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카페 업무 시간이 끝나고 잠깐 얘기할 기회를 얻었다.

알고보니 그녀는 카페 사장이었고 내 대학교를 제작년 졸업했던 선배였다. 이름은 하유선. 더 물어보고 싶은게 많았지만 그녀가 이제 가봐야한다고 하며 휙 떠나버렸다. 번호는 끝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정말 나 별로인가...그래도 이번에는 나한테 욕도 안하고 친절히 대답도 해줬으니까..그 거로도 만족해'

사람이 한 번 까이고나면 대담해진다고 나도 그날 이후로 얼굴에 철판을 깔고 그녀의 카페에 매일매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항상 차가운 얼굴로 날 대하고 대답도 무뚝뚝하게 몇 번 해주는게 끝이었지만 난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녀를 찾아갔다. 속으로는 상처받고 마음이 시릴 때도 많았지만 그런 걸 내색하면 그녀가 날 더 내칠까봐 최대한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다. 그래도 그녀의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어 좋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났고, 이주일이 지났고, 결국 한 달이 지나갔다. 한 달 동안 끈질기게 찾아가서 일 끝날 때까지 기다린 후 그녀에게 번호 물어보고 퇴짜 맞는 것이 반복되었다. 그녀의 카페를 찾아가는 게 한 달하고도 하루 더 되는 날,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저랑 데이트 딱 한 번만 해봐요. 그리고 데이트 해 본 뒤에도 저 별로면 진짜 깔끔히 포기할게요. 더 이상 귀찮게 안할게요. 그러니까 저 한 번만 만나보고 결정해주세요."

그녀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 말했다. 

"....그래요."

?!!!그녀의 대답을 듣는 순간, 나의 귀를 의심했으나 곧이어 그녀가 약속 장소와 시간을 물어보며 내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다는 확신을 주었다. 정말...너무 기뻐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렇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또 너무 매달리는 티 냈다가는 그녀가 꺼지라고 할 수 있으니 최대한 자제해야 했다.


대망의 데이트 날, 나는 전날 밤부터 너무 설레어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녀를 만나기 몇 시간 전부터 옷을 꺼내입고 최대한 멋을 부렸다. 약속장소에 삼십분 전부터 도착해 그녀를 기다렸다. 약속장소는 냉면식당이었다.

그녀가 도착하자 우리는 안으로 들어가 냉면 두 개를 주문했다. 음식이 나오기 전, 어색한 정적을 깨고 내가 말했다.

"냉면 좋아하세요?"

"..네."

"아 그렇구나..저도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냉면이에요!"

다시 정적.

때 마침 냉면이 나왔고 바짝바짝 타들어가던 내 마음을 얼음 동동 띄어진 냉면 국물이 시원하게 해주었다. 냉면을 본격적으로 먹으려는 찰나, 식탁에 가만히 놓여져 있는 그녀의 젓가락이 눈에 들어와 고개를 살짝 들어보니 그녀는 날 바라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가 말했다.

"냉면이 왜 가장 좋은데요?"

"음...여름에 딱 어울리니까? 그 차가운 면을 입에 넣는 순간 확 시원해지고, 몸까지 막 떨리고..좀 질기긴 하고 이빨이 시리긴해도 정말 안 사랑할 수 없는 그런 맛이랄까.."

막 말하다 보니까 갑자기 냉면이 그녀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다 못해 싸늘할 때도 있지만 날 떨리게 하고, 내 속을 아프고 시리게 해도 내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그녀..그런 생각을 하자 갑자기 눈물이 또 나올 것 같아 고개를 냉면 그릇에 박고 먹는 것에 집중하려 했다.

그녀는 내 대답을 듣고서도 한참을 가만히 있더니 나에게 다시 물었다.

"혹시 그 방학 때 친구들이랑 바다로 여행가서 차가운 사람이 이상형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응? 이게 뭔 소리지?'

"음..아..니요? 그런 얘기 한 기억은 없는데.."

"막 차가운 사람이 짱이라면서, 그런 사람 먹을 생각만 해도 몸이 막 떨린다면서요..!"

"네에?? 제가요? 제가 먹,먹는다니..그게 무슨.."

그녀의 목소리가 살짝 높아졌고 그녀의 갑작스러운 발언에 내 얼굴은 홧홧해졌다.

"설마...여름에 가장 어울리는 음식으로 제가 냉면에 대해 막 말했었는데..그 거 말씀하시는 건가요? 제가 차가운 게 짱이라면서 먹을 생각만 해도 흥분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녀가 오해한 것이 맞았는지 그녀의 귀가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라 나도 당황스러웠지만 또 내심 설렜다. 그런데 왜 그걸 물어보는거지?

잠깐의 정적 후 그녀가 말했다.

"그럼 이상형이 차가운 사람 아니라는 거죠?"

"네? 아 네..이상형은 딱히 없고 저는 그냥..유선씨가 좋은데요.."

내가 말해놓고도 너무 부끄럽고 왠지 모르게 오글거려 그녀를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그녀가 날 바라보며 말했다. 

"나도 사실 좋아해요..해인씨. 이런 말 좀 오글거릴지도 모르겠지만..첫 눈에 반했어요. 사실 그 때 바다에서 음식 얘기한 것 듣고 이상형 얘기라 착각한 거에요. 그래서 일부러 차가운 척 해봤어요. 처음에 그..꺼지라고 해서 미안해요. 그런 거 좋아하는 줄 알고 한 건데..지금 보니까 다 제 착각이었네요. 정말 미안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그 동안의 서러움과 또 안도감이 밀려와 눈물이 핑 돌았다. 정말..정말 다행이다. 


그날 밤, 우리 집 앞 공원에서 우리는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그녀는 더 이상 나에게 차가운 냉면이 아니었다. 우리는 그 날부터 1일이 되었고 그녀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하는 따뜻한 냉면이 되었다. 




'명카드라이브-냉면' 듣고 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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