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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49

1234(39.113) 2020.08.07 20:36:29
조회 148 추천 12 댓글 2
														

호텔 특유의 어두운 조명은 언제나 그렇듯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좋아하겠지.


하지만 미쿠루에게 어두컴컴한 이 불빛은 정말 싫은 색이었다.


누군가의 잘못을 가려주는 색바랜 오랜지색.


연인과의 밀회를 즐길 때는 이 또한 풍취가 있다 하겠지.


하지만 지금 자신은 그렇지 않았다.


애인과 헤어짐을 강요받았다.


그리고 이렇게 올 것을 명령받았다.


허나 거부권은 없었다.


거절이라는 선택을 할 때 기다리는 것은 미쿠루 자신의 파멸.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지만 상대는 자신의 약점을 쥐고 있었다.


그렇다.


별 것 아닌 실수.


하지만 세간에 알려지면 그대로 자신은 파멸로 향할 치명적인 잘못.


그것을 알고 있는 상대에게 미쿠루는 억지로 끌려가야만 했다.


처음 그 사실을 알았을 때, 그녀는 두려움에 떨었다.


그리고 이제는 상대를 저주하였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다면 자신은 얼마든지 실수를 커버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시간이었다.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 자신의 목을 노리고 터트리면 그대로 자신은 파멸이다.


그렇기에 미쿠루는 여기에 왔다.


치욕적인 선택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살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해야만 하는 이때 그런 것은 사치겠지.


또각또각


하이힐의 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지는 것은 매우 불쾌한 일이다. 그렇지만 자신을 부른 사람은 원했다. 자신이 완벽한 정장차림에 하이힐을 신고 들어오기를.


문 앞에 섰다.


완벽하게 차려입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시금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그 자체가 콜걸이 된 듯하여 구역질이 날 정도지만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은 이미 완벽하게 패배한 상태다.


그런데 뭘 어쩌겠는가?


띵동


조용히 초인종을 눌렀다. 미쿠루의 손가락은 누르면서도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


과연 누가 자신을 부른 것일까?


그저 증거 사진과 메시지만으로 자신을 부른 사람의 정체를 미쿠루는 알지 못했다.


자신을 어떤 식으로 능욕할지 미쿠루는 전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허나 이미 왔다.


그리고 초인종을 눌렀다.


그저 남은 것은 기다리는 것 뿐.


"들어와요."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예상 외로 젊었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성별이 나왔다는 것에 다시 한번 놀랐다.


"...."


미쿠루는 조용히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갔다. 기다리고 있던 목소리의 주인은 다름 아닌 그녀가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히사코.... 네가 왜?"


미쿠루의 물음에 히사코는 그저 말 없이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전혀 예상 못한 사람의 등장 앞에 미쿠루의 사고는 급격히 멈춰버렸다.


"많이 놀라셨어요?"


"...."


히사코는 언제나처럼 부드럽고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미쿠루에게 물어보았다. 그렇지만 미쿠루는 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느끼는 것은 분노와 배신감이었다.


미쿠루에게 있어 히사코는 믿을 수 있는 후배였다. 그녀는 미쿠루를 항상 도와주며 힘이 되던 존재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가 이렇게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것이라곤 생각도 하지 못했다.


"거기에 계시면 이야기는 할 수 없을텐데요. 안으로 들어오세요."


히사코는 미쿠루에게 말했다. 아니 명령했다.


어조가 부드러워도 거기에는 거부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이 명백했다.


어쩔 수 없이 미쿠루는 안으로 들어갔다. 미쿠루가 들어오자 히사코는 아무런 말 없이 문을 완벽하게 잠그고는 방 가운데 있는 테이블 옆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곁에 있는 의자에 미쿠루도 앉았다. 그리고는 히사코가 권하는대로 커피를 한모금 마셨다.


"넌 뭘 원하는거니? 내가 파멸하는 것? 아니면?"


미쿠루는 잠시 숨을 고른 후 히사코에게 물어보았다. 자신은 파멸을 막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러니 어떤 것이라도 할 각오는 다진 상태.


나중에 복수하더라도 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미쿠루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별 것 없어요. 단지 원하는 건 딱 하나니까요."


히사코는 그렇게 말하며 지긋이 미쿠루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먹잇감을 바라보는 짐승의 눈빛이었다.


그것은 혐오감을 불러 일으켰다. 남자들의 가끔씩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볼 때 느끼는, 마치 기분 나쁜 벌레가 자신의 피부를 기어가는 듯한 감각.


설마하니 동성에게서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라고 미쿠루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닐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무얼 원하는데?"


미쿠루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보았다. 그것은 자신의 생각이 착각이기를 바라는 간절한 기도와도 같았따.


"바로 당신, 미쿠루라는 사람이에요."


"...."


히사코는 어떤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 충격에 빠진 미쿠루는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당신은 얼마나 자신이 매력적인 존재인지 조금은 더 자각할 필요가 있어요."


히사코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미쿠루에게 다가갔다.


그런 그녀를 거절하려는 듯 미쿠루는 팔을 들려고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미안해요. 당신은 평소 운동을 하는 사람이니까 난 절대 그냥은 이길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히사코는 그렇게 말하면서 미쿠루의 얼굴에 손을 가져갔다. 그것은 욕망으로 가득 찬 손길이었다.


이제서야 겨우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있다는 기쁨에 떨리는 손은 부드러웠지만, 미쿠루를 두려움으로 몰고 갔다.


"자.... 이제 얌전히, 내 말을 들으세요. 어차피 무리겠지만 도망친다면, 전 망설임 없이 당신을 파멸로 밀어넣을게요."


"...."


미쿠루는 히사코의 눈을 보는 순간 어떤 말도 통하지 않을 것이란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녀의 눈에는 광기만이 가득했으니까.


거부하고 싶었다.


그러나 저 광기에 거스르는 순간 자신의 미래는 없었다.


살고 싶다는 생존본능, 사회적 파멸을 피하고 싶다는 생각이 겹치며 미쿠루는 이미 움직이기 어려운 상태지만 더 이상의 저항을 포기하였다.


단지 흐르는 것은 억울함이 가득한 눈물 뿐.


할짝


히사코는 그런 미쿠루의 눈물을 혀로 핥았다. 그리곤 어떤 망설임도 없이 입술을 겹친다.


거부하고 싶다.


가능하다면 도망치고 싶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미쿠루는 히사코의 혀를 거절하지 못했다.


그저 모든 걸 포기한 공허한 눈으로 모든 악몽이 끝나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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