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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재업앱에서 작성

뮻ㅇ(70.68) 2020.08.08 18:11:50
조회 821 추천 2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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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날이었다. 잠을 깨우는 알람 소리가 오늘따라 괜히 미워서 던져버린 알람시계는 벽과 만나 산산조각이 났고, 5분 뒤 핸드폰마저 같은 운명을 맞이하려던 차에 제정신이 들었다. 한 달째 거들떠보지도 않던 TV를 켜자 마침 나온 일기예보에서 저녁에 비가 내린다길래 운이 좋다 싶었다. 그것 말고는 지극히 평범한 아침이었다.


아침은 거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오늘따라 배가 고파서 출근길에 편의점 도시락을 사 먹었는데, 앞으로 종종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출나게 맛있다기보단 일상에 녹아들기 좋은 맛. 그게 어떤 맛인지 상상이 안 간다면 어쩔 수 없지만, 아무튼 그랬다. 그러니까, 아침을 챙겨 먹는다는 새로운 일과의 첫날이었다는 거다. 오늘만 뭔가 달랐던 게 아니라.


날씨가 도저히 비가 올 날씨처럼 보이진 않아서 평소보다 한 정거장 일찍 내려서 조금 걷기로 했다. 종종 들르던 회사 앞 공원이지만 익숙한 산책로도 괜히 위화감이 들었다. 돌이켜보니, 너와 이 길을 걸을 땐 항상 해가 저문 후였던 것 같다. 너는 항상 밖에서는 조심스러웠다.


걸어왔음에도 회사에 도착했을 땐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아래층 커피숍에서 커피를 사서 들어가기로 했다. 메뉴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통일. 하나뿐인 녹차 프라푸치노는 내가 마시기로 했다. 애초에 그러려고 시켰다.


네가 없는 게 당연해진 사무실에서의 시간은 늘 그렇듯 귀찮은 업무와 불편한 대화의 연속이었고, 지루하도록 길었으며, 길고, 길고, 또 길었다. 금연은 한 달 전에 실패했지만, 오늘따라 담배 한 대 피우러 갈 짬도 못 냈다.


퇴근하고 나오니 괜히 집에 돌아가기 싫어져 바로 향했다. 네게 다시는 안 가겠다고 약속한 후 두 번째 방문이었다. 막상 그 안에서는 누군가 말을 걸 때마다 구역질이 나올 것 같아서 술만 한 잔 마시고는 다시 밖으로 나왔다. 어디로 갈지 몰라 무작정 걷던 와중에 어쩌다 보니 너와 자주 들르던 노래방이 나왔다. 아무렇게나 걸었는데 정말 우연히. 이제 와서 궁상맞게 혼자 노래방에서 이별 노래 부르는 궁상맞은 짓은 하지 않았다. 신나는 곡으로 불렀다. 붐바야.


포장마차에서 혼자 소주를 한 병 비우고 편의점에 들러 컵라면을 하나 끓여 먹고 나서야 집에 돌아갈 마음이 생겼다. 슬슬 올라오는 술기운에 조금은 가벼워진 발걸음과 차차 의식 밖으로 사라지는 너의 흔적들. 저만치에 버스가 보일 때쯤 구름이 심상찮더니 이내 굵은 빗줄기가 쏟아졌다.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하던 차에 회사에서 나올 때만 해도 우산을 챙겼던 손이 허전함을 자각했다.


잃어버린 우산을 찾으려고 빗속을 헤매는 상황의 아이러니함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아까 그냥 버스를 탈 걸 그랬다는 생각이 몇 번이고 들었다. 집에 우산은 얼마든지 있는데, 왜 하필 그 우산을 들고나왔을까 자책하기도 했다. 이내 네가 좋아하던 우산이 아니었더라도 나는 어떻게든지 찾으려고 들었을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었지만. 바에서 우산을 찾았을 땐 이미 그 의미가 많이 쇠퇴한 뒤였다. 결국 집까지 오는데 나온 택시비라면 우산을 몇 개나 살 수 있었을지 계산하던 의식의 흐름을 붙잡았다.


고조된 피로감은 침대로 이끌렸으나 결국 지친 몸을 화장실로 몰았다. 너는 저녁에, 나는 아침에 하는 샤워를 선호했다. 자기 직전에 씻으면 피로가 싹 풀리는 것 같지 않냐고 너는 내게 종종 말했고, 나는 어차피 잘 건데 피로를 푸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반론하곤 했다. 다만 오늘은 씻겨낼게 좀 많아서, 또 하룻밤 숙면으론 피곤이 다 가시지 않을 것 같아서, 나는 졸음을 참고 몸을 씻었다.


구석으로 던져놓은 옷과 수건이 신경 쓰여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나는 옷을 빨래통에 넣는 법이 없었고, 넌 그런 내게 잔소리를 하면서도 전부 대신해주곤 했다. 일기예보 정도는 확인하라던지, 아침은 꼭 챙겨 먹으라든지. 심지어 이별의 순간마저 차마 헤어지잔 말을 꺼내지 못하던 내게 네가 대신 통보해줬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내연애는 지독하게 고통스러웠기에, 나는 짐을 싸서 나가는 너를 잡지 않았다. 그러고는 뻔뻔하게 널 다시 설득시킬 말을 준비해 출근한 다음 날, 너는 이미 사직서를 낸 뒤였다. 늘 그렇듯 나 때문에 손해를 보는 건 너였다.


그러니까 나는 비련의 여주인공이 아니다. 너를 그리워할 자격도 없다. 이젠 네가 없는 내 일상에 적응해 살아갈 뿐이었다.


오늘은 특별할 게 없는 하루였다. 단지 어젯밤 꿈에 네가 나와서. 그뿐이었다.


#


소백 1회차에 썻다가 무난하게 묻혓던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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