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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악역영애 애완동물 5앱에서 작성

총수인권보호협의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09 14:25:23
조회 1144 추천 15 댓글 5
														




저택에 도착하자 에리스는 손에 힘을 풀고 간격을 벌렸다. 소피아의 등을 밀어 안경 쓴 깐깐한 아줌마에게 내보였다.

"제 시녀로 쓰일 아이에요. 최대한 빨리 교육시켜주세요. 시녀장."

"네, 아가씨."

등 밀린 소피아는 상황에 따라가지 못했다. 멀뚱히 그 둘을 번갈아가며 볼 뿐이었다. 두 사람 간의 대화가 짧게 끝나고 에리스는 저택 내부로 들어갔다. 소피아도 뒤따라가려 했는데 아줌마가 그녀의 발길을 잡았다.

"거기, 소녀. 이름이 뭐니?"

뭐야, 공녀. 내 이름도 말 안한거야?

자그맣게 올라오는 섭섭함을 숨기며 소피아는 제 이름을 말했다.

"소피아요. 소피아 브리엔."

"브리엔? 거기는 처음 들어보는 가문인데..."

"들으셨을리가 없죠. 저도 기억에서 끄집어 올린거니까요."

몰락귀족인가? 시녀장은 그렇게 생각했다. 귀족이라기엔 뒤따르는 물품들도 없었고 기품도 없었다. 피부는 좋아보였으나 단박에 관리받지 못한 티가 뻔히 났다.

소피아는 시녀장이 브리엔이라는 자신의 성을 듣고 뭔가를 생각한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덧붙일 필요성을 못 느꼈다. 그녀의 머리 속에서 어찌 변하든 상관 없었다. 애초에 사라지지 않은 게 용한 처지였으니. 아직도 제 애비가 자작이란 사실이 멀게 느껴지는 소피아였다.

제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시녀장은 소피아를 어디론가 데려갔다. 공녀가 향한 곳과는 다른 곳이었다. 더 어둡고, 횅한 통로로 지나갔다.

투박한 삶의 흔적이 느껴졌다. 사람의 온기가 느껴졌다. 창문 사이로 햇빛이 들어와 사람에서 부서진다. 

시녀장의 발걸음에 소피아가 맞춰 걷는다. 약간 뒤에서 속도를 비슷하게.

난 이제 자작영애가 아니다. 그렇다고해서 여느 자작영애와 같은 삶을 살지는 못했다. 귀족에게 내려지는 품위 유지비를 생계비만 남겨두고 도박에 쓰는 자작이 아비였으니까.

그러나 나는 이제 시녀였다. 주인의 마음을 읽고 미리 움직이며 언제는 주인과 친구가 될 수 있는 시녀. 하녀와는 달랐다. 형편도 나아졌다. 전에는 못 부리던 하녀를 부리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니, 또 생각해보면 이게 훨씬 좋은 선택지였다. 무려 아벤느가문 직계의 시녀였으니까. 영애들은 나이가 차면 얼굴도 모르는 곳에 시집으로 팔려나가거나 시녀가 되니까.

어차피 시녀될 팔자였네.

그리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주인되는 사람도 능력껏 잘해주면 그만큼 대우해주는 것 같으니까 더 좋았다.

비록 처음부터 찍힌 것 같지만 앞으로 숨죽이며 살자. 돈도 많이 모아서 어딘가 별장이랑 말도 사고, 기왕이면 검도 배워봐야지.

미래계획을 세우며 소피아는 시녀장을 따라 어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은 삭막했다. 하지만 고풍스러운 책자와 목재, 그리고 회중시계로 꾸며져있었다. 단지 방 안에 서린 공기가 차가웠다. 시녀장의 성격을 보여주었다.

시녀장은 뒤돌아 서곤 면접관마냥 내 수준을 살폈다. 차가운 눈빛이 나를 재단하고 품평했다.

"혹, 누구에게 가정교육을 받았는지 말할 수 있나?"

"누구에게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누구에게도?"

"네. 사정이 사정인지라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 아무리 몰락했어도 스타티스타(statista) 한 명도 고용할 여유가 없다니. 품위 교육도 교양도 무엇도 듣지 못했나?"

"예."

내 끝맺음에 시녀장은 탄식했다.

"하, 아가씨께서 이런 걸 시녀로 들여오시다니... 얘야. 난 바쁜 사람이란다. 네게 내 시간을 할애할 이유는 단 하나야. 공녀 전하의 명. 그러니 공녀 전하의 눈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처신하거라. 숙제를 내려주마. 내가 가르쳐주는 걸 내일까지 완벽히 숙지해와."

나는 예, 라고 대답했다.  그래도 시녀장은 못마땅한 눈빛으로 내려보더니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수업의 시작이었다.

"시녀는 공녀 전하의 측근이다. 생각을 어렴풋이 읽고, 미리 행동하고, 공녀전하의 시선에 들어야하지. 당연히 공녀 전하가 가시는 길은 무조건 뒤따라야하고. 시녀의 잘못은 공녀 전하의 잘못이 되네.  넌 모든 곳에 신경쓰고 공녀전하의 명예의 누가 되지 않도록 처신해야할 것이야."

"예."

"교양부터 시작하겠네. 아무것도 배우지 않았다고 했지? 그러니 품위가 없지. 우선 네 행동 하나하나에 품위를 새겨주도록 하마."

그러면서 회초리 하나를 어디선가 꺼내들었다.

씨발. 이 나이(14 + 28) 먹어서 회초리를 맞아야해?

수치심이 나를 잡아먹었다. 이딴 대우를 받아야하냐, 내 뇌가 울부짖었다. 내 심장이 불의에 대항하자 시위했다.

이를 아득 물고서 시녀장을 아니꼽게 바라봤다. 근데 시녀장은 보통 백작 부인이 맡았다고 하는데.

내 알빠가 아니었다. 알게 뭐람? 내가 그지같은데!

아니꼬와라!

내 기도가 먹힌 듯 안경이 시리게 빛났다.
사실 살기인 것 같다.

" '디 에스테르'를 가르쳐주마. 다도회의 예절이다. 하나하나 가르쳐줄테니 똑바로 외우도록."

진짜 실용적이지 못한 지식이 전두엽에 박혀왔다. 차라리 공자왈 맹자왈이 내 학습 부분에서 더 도움이 될 것 같아.

나는 교육이 끝날 때까지 문과의 멸망과 쇠퇴를 노래했다. 마음 속으로만.






제발 정치질하는 백합 추천좀 해줘
보고싶어서 쓰는건데
정치질하기까지 너무 오래걸려서
그냥 그 소설로 퉁치고 싶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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