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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오네로] 롤리타앱에서 작성

코발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8.10 04: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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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리타




 "언니는 매번 혼자 밥 드세요?"

 "보라랑 먹고 있는데 왜 혼자니."

 젓가락을 놓은 보라의 눈에는 쌍커풀이 없었다. 몇 가닥의 앞머리만이 눈썹에 닿을듯 말듯 뻗어 있었다.

 "여기 대학 식당이잖아요. 근데 왜 친구랑 안 먹고.."

 "그렇게 따지면 보라도 혼자 먹잖아. 반 친구들이랑 안 먹고."

 보라의 굳게 다문 분홍빛 입술은 메말라 있었다. 물을 한 잔 먹이고 싶은 충동에 침을 삼키기도 잠시,

 보라는 자신의 목소리가 평소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는지 물잔을 들어 입에 갖다댔다.

 그리고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근데 주변에 보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생각 안 드세요?"

 역시 신경쓰이는 모양이었다.

 보는 눈이 많다는 의미의 비유적 표현이 아니다. 그것을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실제로 두 사람을 지켜보는 눈이 주변에 가득했다. 혹자는 호기심에, 혹자는 신기함에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족히 십수 명은 되리라. 그들 중 누군가는 두 사람을 점심식사의 화제거리로 삼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소현도 자신들 둘이 이십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이 보기에 상당히 신기한 광경임은 자각하고 있었다.

 소현은 올해로 스물여섯. 명문대를 나와 국가고시에 세 번 연속 1차에서 떨어졌다. 휴학 기한도 끝나서 이제 졸업만을 바라보는 막학기의 복학생이다. 친했던 동기들은 졸업한지 오래고, 신입생들과도 안면이 없어 학교에 아는 사람은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공부에 열중하느라 이성친구를 사귀어본 적도 없었다. 소현의 부모님은 그녀가 집에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보라는 올해로 열다섯. 소현과 띠동갑을 아슬아슬하게 면한 인근 중학교의 여학생이다. 소현은 그녀의 예의바르고 싹싹한 태도를 좋아했지만 보라 역시 주변에 친구다운 친구가 없었다. 여자아이 치고는 너무 진지한 성격이라 그렇겠지. 소현은 보라를 보며 10년 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 이제 나갈래?"

 보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소현을 보았다.

 "다 먹은 거 같아서."

 보라의 시선이 접시로 옮겨갔다. 비어있었다.

 "네. 빨리 나가요."

 시선에 불쾌함을 느낀 것은 보라만이 아니었으니까, 소현은 서둘러 학생식당을 나왔다.

 가을의 캠퍼스는 예뻤다. 소현에게 무척 익숙한 풍경이기는 하지만, 시원시원하게 뻗어있는 나무줄기들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보라와 공유하는 것이 소현에게 어딘가 설레는 느낌을 주었다. 보라는 캠퍼스의 아름다운 풍경에는 조금 무관심한듯, 새하얀 하늘에 떠나니는 구름의 행렬만 우두커니 보고 있었다.

 맞잡은 손이 따스했다.

 "보라는 뭐 하는 거 좋아해?"

 보라는 그대로 되물었다.

 "언니는 뭐 하는 거 좋아해요?"

 "나는.."

 소현은 같은 질문을 무수히 들어봤지만 한 번도 제대로 대답해본 기억이 없었다. 항상 어물쩡 넘어가기 바빴지만 보라에게만큼은 진지하게 답해주어야겠다는 마음이 오히려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여행 가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든지 하는 말로 잘 넘겼을 텐데. 하지만 보라는 그런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았고, 소현도 보라와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어색할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 속으로 생각만 한 그것은.

 "나는 친한 사람 집에 놀러가는 걸 좋아해."

 아, 말해버렸다.

 두 사람이 만난 것은 다소 드문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어느 아침, 평소 같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산책을 하던 소현은 마찬가지로 평소 같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지각을 하던 보라와 길 한가운데서 마주쳤다. 마주친 데에서 끝났으면 두 사람의 인연은 거기까지였겠지만, 그 순간 보라가 쓰러졌다.

 "아버지는 보통 늦게 들어오셔?"

 보라의 집은 단촐하면서 깔끔했다. 보라보다도 한참 어린 여동생이 하나 있었다.

 "네, 거의 9시쯤요."

 "밥은 동생이랑 같이 먹는 거야?"

 "네."

 "오늘은 언니가 해줘도 될까?"

 "네? 언니가요?"
 "되물을 것 없어. 나도 집에서는 혼자 해먹으니까."

 저 수수하게 자라난 머리를 쓰다듬고 싶은 마음이 든 소현은 간신히 손을 억눌렀다.

 개미 목소리 같은 크기의 음성이 뒤에서 들려왔다.

 "..감사합니다."

 소현의 마음이 조금 차올랐다.

 처음 바깥으로 나왔을 때는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팠다. 삶에 회의를 느꼈을 때 머리를 식히자는 생각을 하고서 무작정 나왔던 소현은 눈앞에서 교복 입은 아이가 쓰러지는 모습에 놀라 그 아이를 병원까지 데려다주었던 것이다.

 보라가 그때 아이답지 않게 스트레스성 장염으로 쓰러졌다는 사실과 그녀가 편부 가정의 아이라는 것까지 병원에서 알게 되었다.

 그 날 저녁식사를 마친 이후로도 보라의 아버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9시라고 했으니 야근을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이 시간에는 주로 뭐라고 보내?"

 보라는 어느새 교복에서 면티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평상복이다. 양말도 벗어서 얇고 기다란 다리에서 쭉 뻗은 하얀 발이 보였다. 보라의 얼굴도 뽀얗게 상기되어 있었다. 피부가 10년 전의 소현과 비슷했다. 그 뽀얀 얼굴이 살며시 붉어졌다.

 "보통 이 시간에 씻어요. 언니는요?"

 "나도 이 시간에 씻어. 같이 씻을까?"

 소현은 보라가 수줍음에 떠는 모습이 예쁘게 보였다.

 처음 본 뒤로 소현은 보라가 마음에 들었다. 보라 같은 아이가 주변에 있기를 계속 바라고 있었던 듯한 달콤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병원에서 퇴원하기를 기다렸다가 집으로 가는 모습까지 배웅한 소현은 헤어지기 직전, 보라의 전화번호를 얻어냈다. 호의를 보인 사람에게 싫다고 할 사람은 없으니까.

 이튿날부터 간간히 연락하던 소현은 그날 보라에게 한 번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건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었지만 보라도 싫지만은 않았는지 알겠다고 했다.

 보라를 만난 소현은 우선 밥부터 먹자며 학생식당으로 발걸음을 옮겼던 것이다.

 보라의 몸은 겉보기처럼 마르고 탄력이 있어보였다. 소현 역시 자신의 몸을 다 보여준 것은 어린 시절 이후로 처음이었다.

 보라와 함께 욕조에 들어가 따스함을 만끽했다. 어깨에 손을 갖다대자 보라의 짧게 짜른 머리카락 끝자락이 손가락을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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