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대회] [오네로]이유가 필요한 사랑이라면앱에서 작성

ㅇㅇ(223.38) 2020.08.10 20:42:19
조회 1079 추천 26 댓글 3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d8ffa11d02831dfaf0852456fb21930271cc4cf86ae33ee436d46adda3164495825b566c60d594d06596eb4d26d20fe309e10955cc7f64d2515f1891d46bc1c3e3b5486f8a0736baa139324b2b90cd09e636cfb8ffd8fb39fda51c00e94652d7d





"날 좋아하는 이유가 뭐야?"




지치지도 않는지 넌 또다시 그렇게 물었다. 창가 쪽에서. 다섯 시 쯤 애매한 대각선의 햇빛을 등 뒤로 받으며. 얼굴은 내 쪽을 바라본 채 삐걱거리는 책상에 교과서를 대고 볼을 비비며.
반쯤 졸린 것도 같다. 눈을 보니 꿈뻑꿈뻑. 요즘엔 웬일로 수업 중에 졸지 않는 것 같더니. 열두 살 어린 아이의 체력은 여기까지가 한계인가보다.
모두가 하교한 한적한 교실이었다. 그러니 저런 대담한 소리도 할 수 있겠지. 누군가 들었으면 그 즉시 교사 자격 파면 감이다. 




"자기가 먼저 고백해놓고. 그런 게 왜 궁금해?"
"그치만 정상적인 어른은 열두 살 애가 고백하면 받아주지 않아."
"그치. 하지만 알다시피 정상적인 어른과는 거리가 먼 것도 사실이지."





내 앞의 조그만 아이는 오래 전부터 봐왔었다. 얼마나 오래 전이냐 하면 내 언니가 내 눈 앞의 아이를 낳고, 점점 커 오는 모습까지 다. 기저귀 가는 모습까지 전부 봤었다. 




"그리고,"




바쁜 언니를 대신해 자주 저 아이를 돌봐주었던 탓일까. 자랄수록 나에 대한 의존이 심했다. 걱정될 수준 즈음엔 언니에게 얘기를 해봤지만 덜렁거리는 나보다는 네가 더 믿음직스럽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나에 대한 강한 신뢰를 덧붙였다. 원체 나에게 의존도가 높았던 언니였기도 하고.




"넌 그걸 알고 치사하게 고백한 거고."




언니의 무서운 점 하나는 눈치가 빨랐다. 내 표정이 평소와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무슨 일 있냐고 곧잘 물어보던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더욱 티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다. 내가 여자를 좋아한단 것을. 내가 언니를 좋아한단 것을. 
솔직히 들켰을 수도. 하지만 지금의 관계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살아왔었다.
저 발랑 까진 꼬맹이가, 내 시선을 눈치채기 전까진.




'이모. 우리 엄마 좋아해?'




저 애가 열한 살이 되던 날 정말 뜬금없이 저렇게 물어봤다. 무언가 마시고 있었다면 질문을 던진 애한테 그대로 다 뿜어냈을 거다. 그만큼 몸 속의 무언가가 튀어나올 정도로 놀랐다. 눈치도 닮는 것일까. 요즘엔 그렇게 끈적하게 바라본 적도 없는데. 좀 무서울 정도였다.




'...'




반박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건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다 괜찮은데 언니 앞에선 한없이 약해지던 나였다. 그만큼 언니의 아이도 사랑스럽지 않을 수 없었고, 난 내 나름 잘 돌봐주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되돌아올 줄이야. 음.





'흐음...'





뭔가 미심쩍은 듯 날 쳐다보더니 씩 미소를 짓곤 뒤돌아서버렸다.

그 때부터가 시작이었다.





"... 키스해 줘."





파면 감의 멘트를 연타로 맞은 충격에 곧바로 생각이 걷혀들어갔다. 정말 어딜 봐도 귀엽지 않다. 하는 짓이며, 뻔뻔하게 나를 향해 팔을 벌리고 있는 것이며 맘에 드는 게 하나도 없다. 
신기할 정도로 언니와 판박이인 외모마저 마음에 들지 않는다.




"... 망할 꼬맹이."




난 그 아이에게 가까이 걸어갔다. 당황하는 기색조차 없다. 언니를 닮은 얼굴로 징그럽게 눈웃음을 칠 뿐이었다.

처음엔 단순히 호기심이겠거니 했다. 눈치가 빠르고, 그래서 남들보다 조금 더 성숙한 아이겠거니 했다. 그래서 금방 떨어지겠지 하고 농담삼아 받아줬지만, 아마 이게 내 가장 큰 패인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 어른의 키스는 언제 해 줄 거야?"





입술을 부딛히는 것 쯤이야 저 아이와는 어렸을 때부터 워낙 자주 해와서 익숙한 일이었다. 귀여운 내 조카이기도 했고. 
커갈수록 귀여운 뽀뽀가 점점 입술 말고 내 이곳저곳 향할 때부터 눈치를 챘어야 했는데. 저 애는 싸이코라는 걸.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했던 게 패인이었다.




"어른의 키스는. 어른이 되면. 당연한 거 아니야?"
"... 아이인 나는 싫어?"





저 애가 가장 짜증나는 점은 지 얼굴을 너무 잘 활용한다는 점이다. 평소엔 그래도 좀 닮았다 수준이지만 이상하게 울먹이며 보채는 얼굴이 옛날 언니와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저 표정이 내 약점임을 깨닫고 나서는 지가 불리할 때 툭하면 저 표정을 짓는다.




"난 지금의 나를 사랑해주길 원해."




불가능한 걸 알면서도 말할 수 있는 것은 아이만의 특권이겠지. 가끔은 저 말도 안되는 당돌함이 부러웠다. 저 아이 때만이 가질 수 있는 순수함. 거짓은 한 방울도 담지 않은 눈동자가 날 쳐다보며 그렇게 말했다.




"... 어른의 사정은 복잡한데. 이 정도로 봐주면 안 될까."





하지만 난 이미 어른이 되었고, 그런 유리구슬같은 순수함은 현실의 무게로 가볍게 짓이길 수 있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가장 적합한 해법을 골랐다. 적당히 이 아이가 즐기다 떨어질 수 있으면서, 선은 넘지 않으면서, 어떠한 경우에도 상처가 덜 할 수 있는. 그런 선택지만 골라야겠지. 어른이 된 이상 나에겐 그런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

난 아이를 번쩍 들고 꼭 끌어안아줬다. 이럴 땐 얌전해서 좀 귀엽다.




"... 상관 없어. 이유가 없는 사랑이라면,"
"..."
"이유를 만들면 되니까. 내가."




품에 대롱대롱 매달려있던 애가 내 눈을 보며 참 교활하게도 말했다. 묘하게 여우같은 웃음도 좀 닮은 것 같다. 언니와. 뭔가 진 것 같아 짜증이 밀려와 아이의 고개를 내 어깨 너머로 휙 넘겨버렸다.





"으으, 놔. 키스할 거야. 뽀뽀. 뽀뽀할 거야..."
"어허. 가만히 있어. 확 놔버린다."




딱 현실의 무게가 느껴질 만큼 가벼웠다. 대충 아이의 책가방을 다른 한 손에 들고 교실을 빠져나왔다. 아직 이유는 없지만, 저 아이가 지쳐떨어질 때까진 이래도 되겠지. 원래 글러먹은 어른이었으니까. 언니에게 욕정이나 하던 몹쓸 동생이었으니까. 지옥이라도 특급 불가마를 타고 입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을 했다. 그랬었다. 그런 하루였다.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26

고정닉 1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14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27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5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91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52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31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98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3 27
1463968 🖼️짤 원신) 아를푸리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7 0 0
1463967 일반 총합 터바리시 샀어 ㅇㅇ(218.158) 20:46 5 0
1463966 일반 요시를 없던 일로 해서 요시 rwbyro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6 9 0
1463965 🖼️짤 블아) 친애하는, 나의 천사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4 11 1
1463964 일반 (스압)마이고 다봤는데 소요 <- 캐릭터 미친거 같음ㅋㅋㅋㅋ [5] 아땃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42 44 1
1463963 일반 각본에 없던 장면이면 진짜 걍 실수맞네 [5] ㅇㅇ(218.148) 20:41 78 0
1463962 일반 하스동)메구미가 무슨 상인이니 카호야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9 33 0
1463961 일반 카호의 판타지 세계 [4]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9 34 0
1463960 💡창작 욱황 [8] 버낸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7 91 14
1463959 일반 오늘은 종종종트 방영하는 날이구나 [5]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7 36 0
1463958 일반 시황 표정이 진짜 [2]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4 54 0
1463957 일반 어떻게 이 일러가 3세게임 [2] ㄴㅊㅎ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3 85 0
1463956 일반 슬슬 2분기가 끝난다고 생각하니 슬퍼져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2 49 0
1463955 일반 종말트레인 언급 꽤 많아졌네? ㅇㅇ(112.173) 20:32 41 0
1463954 일반 않이 내 뻘글 조회수 외저럭게 높지 [9] 말랑한돌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0 88 0
1463953 일반 밥먹고 있는데 줘패는 만화없나요 [2] ㅇㅇ(58.230) 20:30 40 0
1463952 일반 종말트레인 볼만함?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30 42 0
1463951 일반 요...요카...미안해...내가 잘못했어... [7] 이탄성질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9 90 8
1463950 일반 걸밴크 무적권 2기 나오겟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9 18 0
1463949 일반 종트 아키라가 가장 인기있나보네 [2]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8 64 0
1463948 일반 ㄱㅇㅂ) 외이럭게 목이 마르지 [6] 말랑한돌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8 1077 0
1463947 일반 ㄱㅇㅂ리듬겜만 하면 갑자기 [14]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 78 0
1463946 일반 시황은 아내를 너무 사랑한 죄밖에 없는데 ㅇㅇ(125.177) 20:26 30 0
1463945 일반 시즈루 당황한 표정 귀여운듯 [1] rwbyros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6 38 0
1463944 일반 카호쑈 보러가야지 [4] 토마토햄버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 30 0
1463943 일반 종트 전에 하스동으로 예열해야지 [4]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 46 0
1463942 일반 나 왓써어어어어 [27]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 108 0
1463941 일반 ㄱㅇㅂ) 엄마 보고싶오... [20] 가학꼴려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 110 3
1463940 일반 올바른분양:우미타키 [1]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 32 0
1463939 일반 시즈루 요카 아닐거라 생각하다가 당하지 않을까?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 76 0
1463938 일반 ㄱㅇㅂ) 사키 보다가 후지타가 까쓰동 먹는거보고 [4] 후에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 47 0
1463937 일반 매 맞는 아내(진) [2] ドル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 96 0
1463936 일반 이짤개웃겨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 45 0
1463935 일반 시황 불쌍해서 어캄 ㅠㅜㅠ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5 80 2
1463934 일반 “길고 길었던 가정폭력의 굴레도 이제 끝이다“ [1] ㅇㅇ(125.177) 20:14 75 0
1463933 일반 시즈루가 처음으로 불쌍해보인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 38 0
1463932 일반 요루쿠라 각본가의 답변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4 328 16
1463931 일반 둘의방 동인지 왔다!!! + a [1] ㅇㅇ(221.146) 20:14 47 0
1463930 일반 소리 들리는거 받아적어서 자막만들정도면 어느 정도로 고수여야하나 [2] ㅇㅇ(220.74) 20:13 44 0
1463929 일반 환상에 살았다.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1 262 18
1463928 일반 선행컷 보니깐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 65 0
1463927 일반 코즈메구 크로스보이스미쳤네 [2] 000066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09 25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