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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54

1234(39.113) 2020.08.12 22:23:19
조회 108 추천 10 댓글 0
														

도서관.


사서 읽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책을 읽고 공부를 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은 약간의 소음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조용한 곳이다.


나 미야코는 그곳을 지키는 도서위원.


고요함 속에서 책을 정리하고 한편으론 읽고 싶은 책을 마음껏 읽으며 방과 후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만족스러운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책들을 정리하는 것은 좀 귀찮긴 하다. 그렇지만 봉사활동을 따로 하지 않아도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뿐더러 도서관 문을 닫을 시간이 되어도 10~20분 정도는 읽는다고 누구에게 잔소리 듣지 않는다는 사실 때문에 난 아주 만족스럽게 도서위원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런 나에게 있어 요즘 조금 신경 쓰이는 아이가 생겼다.


이름은 아키하.


나보다 한 학년 아래지만 어른스러운 아이.


책을 좋아하는 사람답게 안경을 끼며 검은 장발이 잘 어울리는 미소녀.


그 아이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책을 읽는다. 지나가며 그녀가 어떤 책을 읽고 있는지 살펴보면 꽤나 다양했다.


소설은 물론이고 인문학, 역사 등 다양한 책을 조용히 읽고 있다.


차분한 분위기로 조용히 책에 빠져 있는 모습은 그저 보는 것으로 눈이 호강하는 기분이다.


책을 좋아하는 아이야 언제나 있고 나 또한 책이라면 사족을 못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확실히 남하고 다르다.


마치 그 주변만 공기가 바뀐 것 같다. 나 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그녀의 근처에는 가지 않는다.


혼자서 언제나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며 정해진 자리에서 책을 읽는 아키하는 마치 광고에 나오는 모델이 책을 읽는 것과 같은 모습이었다. 어찌나 황홀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그렇다고 용기도 없는 내가 그녀와 딱히 말을 나누거나 한 적은 없다.


그녀가 가끔씩 원하는 책이 있다고 써서 내는 카드를 통해 이름을 알게 된 것 뿐.


그것 이외에 어떤 접점도 없다.


그렇지만 그녀는 이미 내게 소중한 존재다. 일상을 보다 아름답게 만들어 주는 아주 특별한 사람.


그저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황홀한 기분.


그저 바라보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 아이가 그곳에서 책을 읽고 나는 그 아이가 보이는 위치에 앉아 도서위원으로서의 일을 하면서 가끔씩 아키하를 훔쳐 본다.


그거면 되었다.


그 이상을 바라지도 않았다.


아무리 마음에 든다고 해도 결국 접점 없는데다가 딱히 이쁘지도 않은 내가 어떻게 할 순 없으니까.


아키하는 마치 한송이의 꽃과 같았다.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이 곁에 가는 건 오히려 그 아름다움에 누가 될 뿐.


나는 내 주제를 잘 알고 있다.


그 사실이 조금 서글프지만 조금 일찍 어른의 씁쓸함을 배웠다고 생각하면 되겠지.


그런데....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아키하와 같이 카페에서 마주보며 차를 마실 거라곤 생각도 못했다. 도서관의 문을 닫고 나서려는데 그녀는 나에게 할 말이 있다며 이곳까지 어떤 말도 없이 데려왔다.


"아, 아키하양...."


난 아직도 얼어있는 상태. 겨우 용기를 내서 물어보았지만 선배로서의 위엄 따윈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네, 선배. 왜 그러세요? 늘 저를 보고 계셨잖아?"


아키하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내게 답했다.


아.... 그녀는 내가 바라보는 것을 알고 있었구나.


"...."


나는 부끄러워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후배에게 넋이 나가 몰래 훔쳐보던 것을 들킬 것이라곤 생각도 못했다.


"괜찮아요. 선배는 내게 어떤 것도 안했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아키하는 날 부드럽게 바라보았다. 숨이 멎을 듯한 아름다움에 난 다시금 얼굴이 붉어진다.


"만에 하나 선배가 나에게 이상한 수작을 부렸다면 화를 냈을지도 몰라요. 그런 사람들이 하나 둘 아니었으니까요."


아키하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선배는 딱 한가지, 내가 책을 읽는데 어떤 방해도 받지 않게 그것만 신경을 써줬어요."


그렇게 말하며 아키하는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에 난 빨려들 것만 같았다.


"고마워요 선배. 덕분에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아키하는 슬픈 미소를 띠었다.


그녀의 표정을 본 난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저, 전학이라도 가는거야?"


설마 예상 못한 이별은 아니겠지? 난 그렇게 생각하니 자신도 모르게 말이 급해졌다.


"아, 아니에요. 단지...."


말꼬리를 흐리는 것이 왠지 두려웠다. 아키하가 없는 생활이라는 것이 상상이 되지 않고 눈앞이 검게 변할 뿐이다.


"한동안 입원을 해야 하거든요. 수술을 해야 해서...."


"...."


수술.


나는 전혀 생각도 못한 말에 맥이 풀려 버렸다.


주륵


눈가가 뜨거워지더니 눈물이 흘렀다.


이유는 모른다. 그러나 수술이라는 말에 내 속의 무언가가 끊어진 느낌이었다.


"아... 죽거나 하는거 아니에요. 단지 이번에 해야지 되는 수술이라...."


전혀 예상 못한 나의 눈물에 아키하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내가 이렇게 반응할 것이라고 전혀 생각도 못한 것 같았다.


"...으...응...."


난 울면서 답했다. 난 그녀가 어떤 수술을 받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름다운 그녀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직도 믿어지지 않았다.


"괜찮을거에요. 제가 돌아오면 다시 예전처럼 챙겨주세요."


그렇게 말하며 아키하는 웃었다.


난 그녀의 말이 진실이기를 바랬다. 나는 아무 것도 몰랐기에 더더욱 아키하를 믿고 있었다. 부디 그렇기만을 바라고 있었다.


---------- 


"후우...."


언제나 이 시간이 되면 하늘만 바라본다.


아키하는 그 날 이후 다시 학교에 돌아오지 못했다. 내가 졸업할 때까지도 그녀는 돌아오지 않았다.


혹시나 해서 알아봤지만 휴학이 길어졌다는 말 이외에 어떤 말도 듣지 못했다.


뭔가 잘못된 것이라면 뉴스라도 나왔겠지. 그렇지만 어떤 것도 없었다.


난 얼마나 울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마치 연인이 죽은 것처럼 통곡했었다.


그러나 사람은 어느 순간 슬픔을 망각하고 생활하게 된다.


벌써 몇년일까?


대학을 입학하고 졸업하더니 이렇게 직장인이 되어 생활하고 있다.


그 동안 이런 저런 인연들이 있었지만 모두 오래가지 않았다. 아니 제대로 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어떤 사람도 내 마음의 공허를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는 어디에 있을까?


차라리 죽었다면 소식이라도 들었을텐데 제대로 된 연락을 받지 못했다.


아키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업무를 마치고 조용히 돌아가며 나는 생각했다.


그리운 사람.


하지만 다시 못볼 사람이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다. 그저 미련만 남은 것 뿐이겠지.


저벅 저벅


학교 근처에 살았기에 퇴근하는 길은 늘 학교 정문을 지나게 된다. 그래서 아침엔 선생님들께도 인사도 드리고 하며 지내고 있다.


오늘도 마찬가지. 아침에는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출근했고 이제 부활동을 마친 후배들이 하교 하는 것과 겹치며 나는 집을 향했다.


"선배?"


"응?"


나를 부르는 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것은 내가 알던, 더 없이 그리운 목소리였다. 설마 하는 마음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여, 역시 선배였네요...."


그곳에는 아키하가 있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을 한 아키하가.


"...너...."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멍하니, 난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키하는 여전히 아름다웠지만,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나 또한 마찬가지.


그저 그렇게 한번의 추억을 남긴 것 뿐이었지만 잊지 못했던 기억들이 하나 둘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렇게 우리는, 다시 만났다.


몇 년의 시간을 뛰어 넘어 그때처럼 서로를 바라보면서.


----------



ps. 


어차피 엽편이라 따로 더 안 쓸거라 쓰는 중간 이야기


아키하는 수술하고 2년 꿇었음 - 횟수만 2년이지 실제로는 대충 1년 좀 넘게 그런거. 복학 직전에 졸업해서 뭐 헤어진거지. 그 후에 대학가서 교사된거

죽거나 그런건 아닌데 뭐 어쩌다보니 라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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