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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A fine day

ㅇㅇ(121.159) 2020.08.20 16:00:04
조회 684 추천 26 댓글 8
														






OOO의 별이 푸른 밤에. 오늘 게스트 시라사기 치사토 씨와 함께 알찬 두 시간 보내드렸습니다. 이제 슬슬 마무리할 시간이 되었네요. 오늘은 불금, 불타는 금요일이죠. 청취자 여러분들 불금이라고 너무 과음하지 마시고, 즐겁고 에너지 넘치는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아쉽지만 저희는 이만 여기서 인사드릴게요. 우리 다음 주에 또 만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조금은 어수선한 라디오 부스 너머로 막내 작가들이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 치사토가 출연한 방송은 최근 젊은이들 사이에서 청취율이 높은 저녁 라디오로, 모처럼 비활동기에 잡힌 스케줄이라 꽤나 캐주얼한 복장으로 출근할 수 있었다. 윤기 있는 금발을 한 갈래로 힘주어 묶은 머리에 요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검은색 볼 캡, 작은 체구를 덮는 오버사이즈 패턴 셔츠에 즐겨 입는 진과 굽이 낮은 스니커즈. 디제이와의 기념 촬영 사진이 홈페이지에 올라가면 파스파레 팬들로부터 언니는 내추럴한 모습이 오히려 더 빛이 난다고 주접 섞인 댓글들이 차례로 달릴 터였다.

 

  두 시간 동안 쉬지 않고 센스 있는 진행을 맡아준 디제이와의 기념 촬영을 마친 후, 피디와 작가들에게 차례로 인사를 건네고서야 치사토는 겨우 복도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기분 좋게 수록을 마쳤음에도 오늘따라 쎄한 느낌에 자신에게 말을 거는 매니저의 손길을 뒤로하고 점멸된 스마트폰의 전원 버튼을 길게 눌렀다. 이게 원래 이렇게 느리게 켜지는 거였나. 슬슬 참지 못하고 짜증이 날 즈음에 베어 먹힌 사과 모양의 음영이 나타났다. 그래, 진작 이렇게 켜졌어야지. 스마트폰이 제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재빨리 로딩을 마치는 사이 유난히 알림 배지가 쌓여 있는 아이콘에 눈에 들어왔다. 부재중 전화.

 

  오늘은 스케줄이 있는 날. 이 시간에 이렇게 부재중 전화가 올 일이 없을 텐데. 치사토는 불안한 마음으로 부재중 전화의 발신인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 아이콘을 눌렀다. 그때였다. 갑자기 스마트폰이 위잉위잉 진동음을 내며 떨기 시작했다. 발신인 카논. 카논으로부터의 전화였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냐 하던 누군가의 노랫말처럼 치사토는 오랜만에 화면에 나타난 그 두 글자에 짧은 탄식을 내뱉었다. 카논이 갑자기 무슨 일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카논과 치사토는 확연히 달라진 생활에 전처럼 자주 만나진 못하고, 어쩌다 서로를 아는 사람들에게 서로의 이야기를 건네 들을 뿐인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아마 자신이 연예 활동에 집중하겠다고 대학 진학을 포기한 탓이었을까 연예인 시라사기 치사토와 평범한 대학생 마츠바라 카논의 간극은 두 사람이 어찌할 수도 없이 점점 멀어져만 갔다.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분명 같은 교복을 입고 같은 교실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던 날들이 축복에 가까웠던 것이리라.

 

  완전히 어두워진 검은 하늘을 빌딩 숲만이 비추는 이 늦은 시간에 카논은 무얼 하고 있을까. 계절이 여름에서 가을로 옷을 갈아입는 사이 조금은 서늘해진 밤공기가 치사토의 마음을 일렁이게 만들고 있었다. 쓸 데 없는 생각으로 멍하니 스마트폰 액정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발신인 표시가 빛을 잃고 잠금 화면이 나타났다. 이럴 때가 아니지. 급히 부재중 전화 목록에 들어가 맨 위에 올라와 있는 카논 (4)이라는 빨간 글씨를 괜히 힘주어 눌러본다. 익숙한,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통화연결음. 새삼 우리가 이렇게 전화를 한 지도 꽤 시간이 지났구나. 왠지 모를 긴장감에 치사토는 애꿎은 제 입술만 윗니로 짓이길 뿐이었다.

 

여보세요? 카논?”

…….”

여보세요?”

치사토 쨩이다아. 치사토 쨩. 뭐하고 있어써어.”

 

  답지 않게 한껏 높아진 목소리. 조금은 풀린 음성과 애교 섞인 말투가 제가 알던 평소의 카논이 아니었다. 말을 질질 늘어뜨리며 우물거리는 것이 지금 이 정도로 말하는 게 최선이라는 양 문장을 제대로 끝맺는 게 기적인 것 같았다.

 

카논. 무슨 일이야. 지금 어딘데?”

? 나 지금 학교 아핀데에. 치사토 쨩이 보고 싶어져서. 전화했지이.”

혹시 술 마셨어?”

. 오늘. 개강총회라. 저녁부터 학교 앞이야아.”

 

  역시. 얘가 이럴 애가 아닌데. 성인이 되고 나서도 단 둘이 술을 마셔본 적은 드물었기에-애초에 카논이 이 정도로 만취했다는 소리는 들은 적이 없었다-치사토는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럽기만 했다. 대학교는 공부하러 가는 곳이라더니 다들 이렇게 술을 궤짝 채로 퍼마시는 건가.

 

술자리 아직 안 끝났지.”

우응. 난 바람 쐬러, 잠깐 나왔어어.”

 

  언니, 지금 A대 앞으로 가면 얼마나 걸려요. 죄송한데 저 지금 급한 일이 생겨서요. 집으로 말고 그쪽으로 좀 태워주시겠어요. 감사해요. 카논. 나 지금 그리로 갈 테니까 역 앞에서 만나자.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사람 많은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

 

 

 

  첫사랑으로부터의 갑작스러운 호출. 치사토는 진정되지 않는 마음에 정신을 놓아버릴 새도 없이 번화가 한복판에서 만취한 상태로 저를 기다리고 있을 카논 생각에 조마조마한 가슴을 쓸어내렸다. 처음 만났을 때에도 다짜고짜 튀김빵 얘기를 하는 게 참 특이한 애라고는 생각했지만, 몇 개월 만에 전화해서 하는 소리가 다 뭉개진 발음으로 하는 뭐 하고 있냐는 말이라니. 카논은 예기치 못한 타이밍에 항상 저를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었다. 편안함에 기분 좋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미소, 너무나 즐거워 아하하 소리 내 크게 웃었던 일까지. 불과 몇 개월 전의 일들이 아득히 먼 옛날의 일인 것 마냥 느껴졌다. 역시 밤공기는 사람을 센치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위험해. 열심히 대로 위를 달리는 차 안에서 건물 조명에 비춰 일렁거리는 물결을 바라보며 치사토는 낮게 읊조렸다. 자신의 마음이 들뜨는 것은 순전히 늦여름의 밤공기가 서늘해서, 단지 그뿐이라고.

 

 

 

***

 

 

 

  개강총회라던 카논의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대학가 앞 A역은 저마다 얼큰하게 술에 취해 인사불성이 된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치사토는 저를 태워다준 매니저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잰걸음으로 역 앞으로 향했다. 혹여나 사람들이 알아볼까 깊게 눌러쓴 모자와 마스크에 카논이 저를 알아볼 수나 있을까 싶었지만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한시라도 고주망태가 된 카논을 술을 깨워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내는 것. 치사토의 머릿속엔 오직 그 생각만이 가득했다.




링크에 이어서...

링크: https://baeknamoo.postype.com/post/7624143

술기운에 치사토에게 전화를 건 카논의 해프닝 총 5,685자


백하! 전문을 다 올리고 싶었는데 분량때문에 뒷 부분이 잘려서

부득이하게 링크 남깁니다... 사실 잘릴지 모르고 어젯밤에 올렸다가 놀라서 글삭함ㅠㅠ

두 사람이 더 격렬하게 꽁냥거리는걸 쓰고 싶었는데 안 써본 걸 적으려니 필력이 후달려서

나름 열린 결말로 그냥 끝맺었습니다^^,,. 밤은 기니까 카논치사 연애해! 잠들지마라!


암튼 다들 갓컾 카논치사 많이 사랑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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