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역영애물 보고 싶어서 써봄. - 대세는 백합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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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설일

2017-07-26

[💡창작] 악역영애물 보고 싶어서 써봄. 앱에서 작성

총수인권보호협의회

2020.08.29 00:21:37

조회 565 추천 18 댓글 1

여러분은 혹시 머리 위에서 아주 커다란 불꽃이 터져버린 경험을 갖고 계시나요? 저와 같은 경우에는 태양같은 불덩이가 마지막으로 기억나네요.

그 후로 기억은 이어져 아기인 저와 다시 합쳐졌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때로부터 16년이 지났답니다.

공작가의 영애인 아렌달 공작 영애저하는 한가했다. 그녀의 지위를 생각하면 한가하다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단 하나뿐인 공작의 자식이었으니까. 심지어 공작 가문의 가풍은 능력주의였으니 능력만 있다면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렌달은 어째서 한가할까?

"공작 영애 저하! 어디 계시나요? 고급 작법 수업을 들으셔야합니다! 하아, 영애도 도대체 언제까지 땡땡이를 치실건지!"

바로 땡땡이였다.

'유리도 참. 내 땡땡이를 대충 10년정도 봐왔으면서 아직도 힘들어하다니.'

이처럼 아렌달은 굉장히 양아치였다. 애초에 전생을 기억한 시점에서 전생의 사고와 관념 등을 따라갈 수 밖에 없었는데 그중엔 자신의 신분이 높을 때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얼마나 미칠까와 같은 상식은 존재치 않았다.

사실 워낙 아렌달이 주위 사람에게 친근하게 굴었기 때문이지만.

그래도 태생적으로 살아숨쉬는 권위 그 자체인 아렌달은 자신의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이러했다.

'어차피 나 악역영애 아닌가? 1년 뒤에 사교회에서 어째서 너 따위가 황태자님과! 같은 이상한 말이나 해대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제목따위 기억조차 할 수 없는, 자신이 노말충이었을 때 해봤던 게임이라고 기억하고 있었다. 그것도 굉장히 오글거리는 쓰레기 게임.

여주로 안 태어나고 더 살기 좋은 공작가에 태어난 걸 행운으로 여기는 아렌달이었다.

"저하께서 이쪽에 계실 것 같은데... 저하! 제발 나와주세요!"

이크! 유리, 10년짬밥이 그래도 있었구나!

무시했던 유리의 기묘한 직감에 놀란 아렌달은 더 깊은 곳으로 숨기로 결정했다. 담을 넘어서 갈 수 있는 숲.

왠지는 모르겠지만 공작저에 숲이 있더라. 비록 담으로 막혀있었지만.

허나 언제나 해답을 찾아내는 몸이신 아렌달님께선 6살때 개구멍을 찾아냈단 말씀!

담까지 은밀기동한 아렌달은 제 몸을 둘러싼 옷가지가 얼마인지는 애써 잊은 채로 땅바닥을 기어 개구멍을 통과했다.

잔뜩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유리가 곤혹스러워할 걸 생각하며 기뻐하던 아렌달은 앞에서 쓰러진 넝마 하나를 발견했다.

"히익! 뭐야, 저거... 무서워..."

생전 처음 겪는 상황. 그래도 넝마가 작다는 게 아렌달에게 용기를 주었다. 굴러다니는 작은 막대기를 들고 넝마를 찔러보았다.

움찔.

"흐에엑..."

아렌달은 넝마를 계속 찔러보았다. 갑자기 움직여 놀랐지만 그 후로 미동이 없었다. 부드럽게 찔리고 부드러운 탄성이 막대기를 밀어내는 게 은근 재밌었다.

그렇게 넝마가 일어날 때까지 계속 찔러댔다.

정말로.

계속 찔렀다.

'어랏.'

진짜 계속 찔러댔는데 일어나지 않았다. 속된 말로 존나 찔러댔는데 말이다.

오랜 관찰, 막대기의 찌름으로 넝마가 작은 체구의 사람이란 걸 안 아렌달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몸소 희생하기로 했다.

"유리이! 미안해애애애! 나 길 헤매고 있서어!!! 나 좀 찾으러 와주어어어어!"

아렌달은 좀 더 힘쓰기로 마음먹었다. 왼쪽뺨을 맞았다면 오른쪽 뺨도 내줘라는 말에 따라 기왕 희생하게 된 거 더 희생해주자며 넝마를 끌고 개구멍을 통과해 담 안으로 들어왔다.

엄청 가볍네.

"아가씨! 이게, 이게 대체...!"

"유리! 이거 좀 같이 옮겨줘."

"아니 아가씨이...!"

유리의 안색이 시퍼랬다. 약간만 더 파랬으면 흡혈귀라고 말해도 됐을 정도로!

그래. 제가 모시는 영애의 비싼 옷들에 흙먼지가 묻어있고 넝마에 쌓인 신원불명의 인간과 영애가 밀접한 거리에 놓여있으며 개구멍이 뚫려있다는 걸 처음 알았으니 유리는 간담이 서늘하지 않을까?

아렌달은 유리가 목이 물리적으로 달아나지 않게 해달라고 자신한테 빌어야하지 않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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