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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연애의 이해(2)

ㅇㅇ(121.159) 2020.08.29 15:48:53
조회 309 추천 16 댓글 4
														

2. 카페 프롬나드, 버스정류장

 

  한참을 가방 속을 뒤적거리던 카논은 원하는 것을 찾았는지 눈에 띄게 밝아진 표정으로 자신의 머리칼과 비슷한 색의 귀여운 해파리 캐릭터가 크게 그려진 공책의 맨 앞 장을 펼쳐 옆에 앉은 치사토에게 조심스레 건넸다.

 

, 제 소개가 늦었죠? 마츠바라 카논이라고 해요. 학번은 20xxxxxxxx이구요.”

 

  편하게 불러주세요. 치사토는 혹여 제가 받아 적기에 불편하진 않을까 학번을 한 글자씩 꾹꾹 힘주어 발음하는 카논의 목소리를 잠자코 듣고 있었다. 바로 옆에서 귓가를 간질이는 미성의 음성이 언 땅이 서서히 녹기 시작하는 지금의 계절과 닮아있었다.

 

어머, 저도 xx학번이에요. 우연이네요.”

헤헤. 그러게요.”

 

  카논은 저와 치사토가 같은 학번일 뿐만 아니라 동갑내기라는 사실까지 알고 있었지만 멋쩍은 웃음만 살짝 지어 보일 뿐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저까지 불편한 이 공간에서 치사토를 이보다 더 불편하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이미 알고 계실지도 모르겠지만, 잘 부탁드려요. 시라사기 치사토예요.”

 

  카논은 자신을 향해 어느 드라마에서 보았던 것과 같이 눈꼬리를 휘어가며 환하게 미소 짓는 치사토의 얼굴을 멍하니 바라보며, 연예인은 역시 연예인이구나 따위의 경탄을 하고 있었다. 방송용 카메라가 실물의 절반도 담지 못한다더니 그 말이 사실인 것 같았다. 카논이 속 편한 감상에 빠져있기도 잠시 두 사람의 어색한 자기소개가 한창인 와중에도 치사토의 짝이 생각보다 빨리 정해진 것이 신기했는지 저들을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한층 노골적으로 변해갔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카논은 잊고 있었던 본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치사토가 반듯한 글씨로 적어 낸 자신들의 학번과 이름을 요령 좋게 찢어 한 손에 들고는 아직도 제 쪽을 응시하고 있는 치사토의 얇은 손목을 몸을 틀어 가볍게 그러쥐었다.

 

그럼 이제 나갈까요?”

 

  치사토는 느닷없는 스킨십에 당황해하면서도 구태여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며 카논이 이끄는 대로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제 손목을 여유 있게 감싸던 카논의 손은 생각했던 것처럼 따뜻했고, 손마디 마디가 보기완 달리 꽤 단단해서 치사토는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

 

  호기롭게 강의실을 빠져나온 것까진 좋았으나 사실상 방금 처음 만난 두 사람은 이다음엔 무얼 해야 할지 몰라 서로 애꿎은 신발 앞코만 쏘아보고 있었다. 특히 카논은 본의 아니게 치사토의 동의 없이 상대방을 만진 것이 상당히 무례한 행동은 아니었는지 후회가 막심했다.

 

저기, 아까는 멋대로 잡아당겨서 죄송해요…….”

 

  놀라셨죠? 빨리 나가야겠다고 생각해서. 몸이 막 멋대로 움직였나 봐요. 정말 죄송해요. 무어라 말할 새도 없이 횡설수설 사과를 늘어놓으며 눈썹을 팔자로 늘어뜨리는 모습이 실로 안쓰러워 치사토는 저도 모르게 설핏 웃음이 새어 나왔다.

 

후후. 아니에요. 괜찮아요. 너무 마음 쓰지 마세요.

 

  카논에게 자신이 사랑하는 강아지 레온처럼 커다란 귀와 꼬리라도 있었더라면 틀림없이 풀이 죽은 채로 축 처져 있었으리라.

 

그보다 저희 무얼 하면 좋을까요마츠바라 씨?”

, 혹시 카페 좋아하세요? 제가 후문 근처에 진짜 괜찮은 데를 알거든요!”

 

  시라사기 씨도 분명 좋아하실 거예요. 금방이라도 보이지 않는 꼬리를 힘차게 흔들 것처럼 화색이 도는 얼굴로 호언장담하는 카논을 치사토는 못 이기는 척 믿어보기로 했다.

 

***

 

  카논은 지난 일 년간 편도 1시간 거리를 매일같이 통학하며 갖가지 이유를 핑계로 부모님을 설득해 학교 후문 자취촌에 제법 나쁘지 않은 원룸을 얻어 갓 자취를 시작한 참이었다. 카논의 첫 자취방은 제가 속한 사범대학에서 도보 10분 정도로 거리도 가깝고, 무엇보다 외부인들은 잘 알지 못하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이 숨어 있는 골목과도 인접했기에 카논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자취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다만 숨어 있다는 표현이 말 그대로 적확할 정도로 유독 사잇길이 많은 후문 골목은 비단 방향치나 길치가 아닌 사람이라도 길을 헤매기 딱 좋은 곳이어서, 주에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얼굴을 비추러 갈 만큼 자신이 좋아하는 카페였음에도 카논은 또다시 치사토와 함께 어느 순간부터 같은 골목을 빙빙 돌고만 있었다.

 

저기, 마츠바라 씨. 미안하지만 우리 아까부터 계속 같은 골목만 돌고 있지 않아요?”

후에엥이 근처가 맞는데, 아마 거의 다 왔을 거예요. 자주 오긴 하는데 아직도 올 때마다 길이 헷갈려서요. 혹시 발이 불편하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 그런 건 아니에요. 괜찮아요.”

 

  치사토는 강의 첫날부터 이렇게 오래 걸을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했기에 자신의 작은 키를 조금이라도 높여보고자 평소보다 굽이 있는 신발을 신고 온 스스로가 솔직히 어느 정도는 원망스러웠다. 그러나 수 분 전 말 없이 제 손목을 잡았다는 이유로 연신 제게 진심으로 사과하던 카논의 여린 마음씨를 알아 차마 피로하다는 티를 낼 수도 없었다.

 

거기 레몬 케이크랑 홍차가 진짜 맛있거든요! 시라사기 씨도 분명 입에 맞을 거예요. 카페 분위기도 아늑하고 좋아요.”

후훗. 그럼 믿고 있을게요. 제대로 안내해주셔야 해요, 마츠바라 씨.”

 

  치사토의 응원이 효험이라도 있던 걸까 때마침 기시감이 드는 골목을 지나치자 무구한 돌담이 줄지어 늘어서 있는 생경한 풍경의 골목이 나타났다. 제각기 다른 모양의 조약돌을 한 데 발라 세운 담의 끝에는 2층 규모의 너무 크지도 그렇다고 작지도 않은 화이트 톤의 카페가 보기 좋은 모습으로 저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카페 프롬나드 café promenade. 이탤릭체로 쓰인 원목 간판이 겹겹이 수놓아진 백색의 스트링 라이트 조명 아래서 은은하게 빛을 냈다.

 

  카논의 말대로 프롬나드는 치사토가 좋아할 법한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적당한 채도의 주황색 조명은 몹시 따스했고, 품을 완전히 기댈 수 있는 의자 또한 충분히 안락했다. 테이블 곳곳에 위치한 식물들이 카페 내부를 삭막하지 않게 꾸며주면서도 번잡할 정도는 아닌 것이 세련된 이미지가 돋보였다.

 

  오는 길 내내 추천을 받았던 레몬 케이크와 따뜻한 홍차 역시 긴장감에 피곤했던 하루를 위로할 만큼 상냥한 맛이 났다. 마치 제게 이곳을 알려준 사람과 비슷할지도 모르겠다고 치사토는 어렴풋이 생각했다. 치사토가 포크로 하얀색 아이싱이 올려진 케이크를 잘게 부수어 입으로 가져가는 동안에도 카논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재잘재잘 듣기 좋은 목소리로 노래하듯 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이쯤 되면 눈치채셨겠지만 사실 저 방향치거든요. 헤헤오늘도 강의 시간보다 여유롭게 나왔는데 마지막에 길을 헤매서 겨우 도착했어요.”

 

  아, 어떻게 보면 오늘 강의 시간에 늦은 덕에 시라사기 씨랑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네요. 아하하. 본인이 말해놓고도 부끄러운지 카논은 공연히 너털웃음을 지었다. 치사토는 카논의 시원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저도 방금 같은 기분이 들었노라고, 아직은 입 밖으로 꺼내지 않을 작정인 귀여운 감상을 떠올렸다.




글자수 제한으로 링크에 이어서...

링크: https://baeknamoo.postype.com/post/77158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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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하! 글 올리려고 노트북 키니까 갑자기 창밖에 비내린다... 요즘 날씨때문에 더 기운 빠지는듯

댓글에 아야치사 데이트입문 작가님이랑 같은 사람이냐는 말이 있던데

그 작가님처럼 꾸준히 글 잘 쓰는게 내 목표임,,,ㅋㅋㅋ


작년말에 잠깐 올렸다가 터뜨리고 이번에 다시 쓰는 이야기라

이번엔 부디 중간에 글삭하지 않고 이어갈 수 있기를


백붕이들 다들 좋은 주말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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