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반포대교를 건너 강북으로 넘어가는 길. 동작대교 너머의 해는 뉘엇뉘엇 저물어 한강에 몸을 맡긴다. 저들은 이제 곧 그들만의 안식처로 떠나리라. 그와 반대로 나는 홀로 내려 길을 걷는다. 터져버린 봉투, 흘러나온 물이 눌러붙어 있는 골목길. 나의 안식처는 그런 용산 깊숙한 곳에 있다. 창 밖으로 보이는 건 우뚝 솟은 네온사인의 십자가. 습한 장판을 깔아 누운 채로, 신앙이 모인 성지의 아래에서 하루를 갈무리하려던 찰나 핸드폰이 울렸다. 

‘아직 안 자잖아? 다 알고 있어. 언제나의 김치찌개 집에서 어때?’

집을 나왔다. 얼룩진 고양이가 음식을 파먹고 있었다.

“아직 일어나 있었잖아, 근데 생각보다 늦었네?”

“잠들기 직전이었어.”

‘일단 먹자.’ 라며 현수는 먼저 수저를 들었다. 아직 끓고 있던 국물을 담아 입에 넣었다. 조금 뜨거웠는지 곧장 물을 삼키려 했지만, 컵은 비어있었다.

“물 따라줄게, 천천히 먹어.”

 현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을 받아 마셨다.  비계가 적당히 섞인 뒷다리살은 먹음직스러워 보였지만 이상하리만치 식욕이 들지 않았다. 이런 나와 반대로 현수는 손을 쉬지 않았다. 그녀의 입으로는 끊임없이 음식이 들어갔다.

“왜 그래? 입맛이 없어?”

“아니, 그냥 너 먹는 거만 봐도 배불러서.”

“농담은.”

 그러면서 현수는 국자를 들어 접시 하나에 찌개를 덜어 내게 넘겼다. 어쩐지 거절할 수 방도도 떠오르지 않았고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그릇을 받아 수저를 들어, 김치를 밥에 올려 입으로 밀어 넣었다. 예상대로 맛있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싱겁지도 고약하지도 않았고, 고기는 비계가 있어 부드러웠다.

“어때? 맛있지?”

싱긋 웃으면서 물어보는 현수였다.

“괜찮네.”

“있잖아, 그래서 나랑 만날 생각은 있어?”

“지금도 만나고 있잖아.”

“그래그래, 쉽게 대답할 수는 없는 거니까.”

 현수는, 이미 내 마음을 훤히 내다 보고 있는 이 사람은 톱니바퀴를 돌리고 기다릴 뿐이다. 종착지에 기차가 도착하기를, 내 마음이 그녀에게 향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좋아해, 아니 사랑하는 게 맞아. 그래도...어딘지 힘들 것만 같아서…”

오르막길 위에 십자가는 빛나고 있었다.

“부모님께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고, 또 그야 그럴게 우리 둘 다...똑같잖아.”

“있지, 내가 말했었지. 수화씨는 6번째 사랑이자 첫사랑이라고. 불안해 할 필요없어. 봐, 나도 죽지않고 살아있잖아? 어떻게든 살 수 있는거야. 처음에 인정하는 게 힘든거지.”

나는 어떻게 답할 수 있을까. 생글생글 웃음짓는, 내게 행복을 주는 그 얼굴을 보고 나는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까. 답은 애초에 정해져있었다.

“사랑해요, 바에서 만났을 때부터 첫 눈에 반했어요.”

“저도 사랑한답니다. 똑같이 바에서 만났을 때 부터, 쭉…”

 우리에겐 서로가 있어 어떻게든 살아나갈 수 있다. 헤어지더라도 사랑해서 행복했다는 건 변하지 않을 테니까… 현수와 나란히 손을 잡아 집으로 가는 길, 교회에서는 자애로운 성모가 미소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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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그 영화 관련 교양서에서 식욕=성욕이라는 소리를 들어서

맛잇는 김치찌개를 넣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