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호는 생각했다. 지금 이게 무슨 난장판인지를.

밤새도록 술마시고 들어온 란은 그렇다고 치자.

그런 그녀와 함께 들어온 세이는 무어라 해야 할까?

얼마나 마시고 왔는지 토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할 정도다.

술주정도 그렇지만 이게 진짜 뭔지 싶었다.

동거인이라곤 해도 란의 이런 모습은 정말 맘에 안들었다.

룸쉐어까지 할 정도면 나름대로 친하다고는 하지만 안맞는 부분이 어찌나 많던지 마호는 이런 란의 모습을 볼 때마다 속상했다.

게다가 오늘 온 세이는 또 어떤가?

그녀는 평소에도 자주 부딪히는 관계다. 사적인 감정은 없다지만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너무 자주 부딪히곤 했다.

그런 사람이 자신 앞에서 이렇게나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것대로 꼴불견이었다.

"아 진짜...."

그래도 사람이 왔는데 무시하고 있을 수만은 또 없는 법이다. 마호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하나씩 치우기 시작했다.

일단 대충이나마 옷을 벗기고 편히 잘 수 있도록 해주었다. 혹시 모르니 물도 챙겨놓고 짐들은 깔끔하게 치워놓는다.

내일이 토요일이기에 망정이지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마오는 한숨만 나왔다.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그녀에게 있어 란의 술사랑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세이 또한 술을 그렇게까진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오늘은 무슨 일인지 이렇게 마신 것일까?

하여간 문제는 문제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오는 정리를 끝내고 자러 갈 준비를 하였다. 어찌되던 군식구도 들어왔으니 이제 맘 놓고 쉴 수 있겠지. 그때였다.

"마오...."

뒤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란은 아닌 목소리니 세이겠지.

"속은 괜찮아?"

마오는 그렇게 물어보며 혹시 토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살짝 긴장을 하였다. 하지만 세이는 전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겨우 이렇게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었네."

술에 취한 것이라곤 전혀 보이지 않는 얼굴로 세이는 마오를 보고 말을 걸었다.

"무슨 말이야?"

마오는 조금 놀란 표정으로 세이를 바라보았다. 술을 마시긴 한 모양인지 얼굴이 약간 상기되어 있었지만 그런 것치고는 놀랄 정도로 멀정해 보인다.

"겨우 이 사람 재웠어. 이제 한동안 일어나지 못하겠지."

세이는 그렇게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전혀 술 취한 사람 같지 않은 모습에 마오는 이게 무슨 일인지 바로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뭐, 뭘하려는거야?"

"그냥. 당신과 좀더 이야기를 하고 싶을 뿐이야."

마오의 물음에 세이는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평소에는 절대 보여주지 않는 얼굴이다.

"당신이 좀더 내게 마음을 열어주면 싶었거든?"

"응?"

혹시 이건 다른 의미로 술에 취한 것이 아닌지 마오는 의심스러웠다. 겉으로 보기엔 술에 취한 것 같지 않지만 실제로는 취한 경우가 없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난, 당신이 날 좋아해주면 좋겠어. 아니 날 사랑해주면 좋겠어."

전혀 예상 못한 말에 마오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이는 진심인 모양이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뜨거움으로 가득했다.

"저, 저기 잠깐...."

마오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한 표정이었다. 그렇게나 일하는 방식이 달라서 서로 매일 싸우는데 이게 무슨 말이란 걸까?

하지만 세이는 주저 없이 마오를 향해 다가왔다. 그리고는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그대로 마오를 껴안았다.

"응?"

허나 그 다음이 없었다. 이대로 뭔가 나쁜 짓이라도 하거나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할텐데 세이는 마오를 안고는 그대로 다시 잠이 든 것이다.

"하아...."

술주정인 걸까?

마오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세이는 절대로 놓지 않겠다는 듯 마오를 꼭 안았다.

"에휴...."

회사의 앙숙이 실제로는 자신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것이 정말일지 아닌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어찌되던 마음 속이 복잡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하아...."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이걸 술주정으로 받아들여야 할까?

마오는 감을 잡을 수 없었다. 그저 잘 자라고 세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게 고작.조심스럽게 벽에 기대로 앉은 상태로 마오는 세이가 자신을 풀어줄 때까지 조용히 기다릴 뿐이었다.

여러 의미로 마음이 무거워지는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