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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86

1234(39.113) 2020.09.11 20:31:40
조회 106 추천 12 댓글 2
														

레미는 우울했다.


자신은 혼자라는 생각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안 계신다.


아니 정확히는 부모님은 자신을 버려두고 있었다. 그들은 레미에게 돈만 보내줄 뿐 연락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레미가 일이 있어 문자를 보내면 거기에 답 대신 돈을 보내주는게 고작.


덕분에 레미는 항상 자신이 필요 없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누구도 자신을 챙겨주지 않는다.


만에 하나 학교에서라도 외톨이가 아니라면 또 모르지만, 누구도 그녀를 챙겨주지 않았다.


그저 조용히 학교에서 생활하고 돌아올 뿐.


이지메는 없지만 이건 이것대로 비참했다. 혼자서 잘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세상은 그렇지 않았다.


혼자서는 힘들었다.


누구에게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레미는 정말 절실히 이해했다.


그렇지만 이야기할 사람은 없었다. 누구와 이야기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무거운 마음으로 오늘도 집으로 가는 길은 발걸음마저 무거웠다.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집으로 들어갈 때였다.


"아, 혹시...."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만 옆집의 부인이 막 문을 열고 나왔다. 그리곤 레미를 보자마자 무언가를 물어보려는 듯 말을 걸었다.


얼굴은 몇 번 본 부인. 나이는 조금 있지만 사람은 좋아보이는 부인이다. 하지만 레미와 접점 따윈 없었다.


그저 옆집에 사는 사람일 뿐. 레미는 그저 얼굴만 알 뿐이었다.


"네, 무슨 일이세요?"


레미는 조심스럽게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자 부인은 웃으며 말했다.


"아 저녁을 조금 많이 해서 그렇는데 안 그래도 학생 혼자 사는거 같아서. 좀 먹을래요?"


"...네."


레미는 조용히 답했다. 어차피 집에 가면 제대로 된 밥도 없다. 직접 해야 하지만 귀찮다고 대충 떼우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든 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겠지.


레미는 그렇게 생각하고 옆집 부인의 호의를 받아들였다.


----------


"맛있었어요."


레미는 그렇게 말하며 감사를 표했다. 옆집의 부인이 준비한 요리는 다름 아닌 카레였다. 과연 너무 많이 만들면 곤란한 요리이기는 했다.


"역시 여자아이라도 이 나이면 잘먹는구나."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쓸쓸하게 미소지었다.


"아드님은요?"


레미는 남편과 부인, 그리고 아들로 된 3인 가족으로 알고 있었다. 특별한 일이 없다면 아들이 뭘 먹어도 먹을 터였다.


"우리 아들은 요즘 말을 안들어서 말이지.... 어머나 이런 말을 애 앞에서 하는거 아닌데...."


부인은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요...."


레미는 그렇게 답하며 조용히 그릇을 치웠다. 부인은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며 말리려 했지만 레미는 이 정도는 답례라고 말하며 그릇들을 깨끗하게 설거지했다.


그런 레미의 모습을 보며 부인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학생은 혼자 살지?"


"...네."


"그럼 가끔 저녁 먹으러 와. 내가 손이 너무 커서 사고 칠 때가 종종 있거든."


"네?"


레미는 부인의 말에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부인의 얼굴을 보고 어떤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녀의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그녀와 동질감을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 


이후 레미는 종종 저녁에 부인의 집을 찾곤 했다. 허나 그곳에는 오직 그녀와 부인 뿐이었다.


"남편분은?"


"맨날 늦게 와. 아니 안 올 때도 있어."


부인은 남편에 대한 험담은 없었지만 그렇다고 딱히 애정을 가진 것 같지 않은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


레미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 어색한 침묵 속에서 그녀는 저녁을 먹을 뿐이었다.


"그래도 레미가 이렇게 가끔씩 오니까 좋네."


그렇게 말하며 부인은 웃었다. 애정을 담은 미소였다.


"엄마가 만약에, 날 버리지 않았다면 이렇게 해주었을까요?"


레미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실수했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입을 손으로 가렸다.


"...."


부인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우린 닮은 거구나...."


그렇게만 말하며 부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냉장고에서 무언가를 가지고 왔다. 그것은 작은 아이스크림 케이크였다.


"이, 이건?"


"아 같이 먹으려고 사온거. 울쩍한 이야기만 하면 분위기도 그렇잖아? 원래는 내가 먹고 싶었는데 혼자 먹긴 많아서 못 사던 거였어."


그렇게 말하며 부인은 애써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녀에게 레미는 자신도 모르게 안겼다.


이렇게 따뜻하게 자신을 바라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 사실이 레미의 눈가를 뜨겁게 만들었다.


부인은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옆에 놔두곤 레미를 꼬옥 안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 그녀의 눈가도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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