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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88

1234(39.113) 2020.09.13 20:11:00
조회 176 추천 13 댓글 4
														

수업이 끝나간다. 마리에는 이제 집으로 갈 생각이었다. 딱히 부활동도 안하니까 바로 들어가면 된다.


흔히 말하는 귀가부.


딱히 무언가를 할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할 터였다. 마리에에게 있어서 학교 수업은 어쩔 수 없이 받는 것 뿐이다.


정해진 룰에 따라 받아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의무.


졸업만 한다면 학교 따위는 잊고 평범하게 살다 가는 것이 마리에의 소원이었다. 딱히 이루고 싶은 것도 없고 이뤄야 할 것도 없다.


그것은 조금 재미 없는 삶일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마음 속의 열정이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딱히 눈에 띄는 외모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양갈래로 머리를 묶고 다니는 안경 소녀에게 재미난 것은 하나도 없었으니까.


뭔가에 타오르는 것이 있다면 또 모른다.


그러나 마리에는 문학 소녀라는 말을 듣는 주제에 정작 책도 그닥 좋아하진 않았다. 참 웃기는 일.


그래도 이런 것도 나쁘지 않는가 라며 마리에는 생각했다.


타오를 일이 있다면 좋겠지만 그녀에게 그런 건 없었으니까. 이른바 어른들의  진실이라는 것을 봐버리면 뒤틀리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다.


사생팬들이라던가 기타 여러가지 더러운 꼴을 좀 보고 나면 누구라도 그렇겠지.


그래서 마리에는 모든 것에 관심을 끊어 버렸다. 그저 집에 가서 멍하니 시간을 보내다 자고 다음 날 다시 하루를 시작하면 그만이었다.


너무 어린 나이에 허무주의에 잡힌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상관없었다.


그녀에게는 이미 모든게 더럽게만 보였으니까. 세상은 더러웠다. 깨끗해 보이는 순수한 웃음 아래 있는 검은 욕망은 이미 마리에를 충분히 상처입혔다.


그러니 이제는 편하게 지내자.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에는 모든게 끝나자 바로 집으로 향했다. 엄마가 해준 맛있는 밥이 있다면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풀리겠지.


"아 키무라 양...."


허나 오늘은 바로 집에 가긴 어려워 보였다. 누군가 그녀를 불렀으니까.


"무슨 일이에요 사토 양?"


별로 친하지 않은 반 동기인 사토 치아키. 그녀는 반에서 위원장을 하고 있었다. 단발이 잘 어울리는 안경 소녀.


하지만 그녀에게 딱히 책잡힐 일 따위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왜 마리에를 불렀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아, 잠시 할 이야기가 있는데 30분만 있다 교실로 와주겠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기에 그러는 것일까? 마리에는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거절하고 가기에도 애매했다.


30분은 귀한 시간이지만 반대로 집에 가서 할 일이 없는 입장에선 약간 낭비한다고 꼭 문제가 될 것도 아닐 터였다.


그래도 맘에는 들지 않는다.


집에 가고 싶은데 30분이라니 누가 좋아하겠는가? 그렇지만 마리에는 거절하지 않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위원장의 말이니까.


"알았어요. 그럼 좀 있다 교실로 오면 되는거지요?"


친하지 않으니 서로간에 말도 경어. 이게 무슨 같은 반 친구일까?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서로 간에 그 만큼의 거리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마리에는 말했다.


"네. 기다릴게요."


위원장은 그렇게 말하며 살짝 미소지었다. 그것을 보며 마리에는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설마 뭔가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질 거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도 설마 학교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기야 하겠는가? 그렇게 생각하며 마리에는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녀를 위원장은 미소와 함께 바라보았다.


--------- 


30분 후, 마리에는 교실로 돌아왔다. 거기에 있는 건 딱 한명, 위원장 뿐이었다.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위원장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지나갔다. 그 모습은 마리에가 봐도 뭔가 몽환적인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리에는 자신이 왔음을 위원장에게 알렸다. 마리에는 얼른 집에 가고 싶다는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아 키무라 양. 오늘 이렇게 부른 건 다름이 아니라...."


위원장은 뭔가 말하기 어려운 것이 있다는 듯 조금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언제나 똑부러진 모습만 보이던 그녀가 이런 식으로 반응하는 것은 꽤나 신기한 일이었다.


"저기.... 제 펫이 되어 주시겠어요?"


"...."


마리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방금 자신이 들은 말이 무엇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애완 동물


그러니까 마리에가 위원장의 애완동물이 되라는 이야기.


"거절합니다."


이해와 동시에 즉답. 마리에는 위원장의 제안을 거절하기로 결정했다. 그게 도대체 말이나 되는 소리이던가?


"어째서?"


위원장은 충격인 모양이었다. 설마하니 자신의 말이 거절될 것이라곤 생각을 못한 표정이었다.


단발이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얼굴은 순식간에 눈물로 엉망이 되었다. 허나 마리에는 위원장을 위로하거나 하진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자신을 펫으로 삼겠다는 정신 나간 사람 근처로 갔다가 무슨 일이 날지 모르니 말이다. 허나 그렇다고 바로 나갈 수도 없었다.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는 시간이 흘러갔다.


"하아...."


한숨만 나온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일단 마리에는 어느 정도 위원장이 진정되기만을 바랬다.


"무정한 사람...."


위원장은 그렇게 말하며 마리에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마리에는 할 말을 잃었다.


"...."


침묵은 위원장의 뻔뻔함에 대한 답변이었다. 자신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는 이런 식으로 나오다니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당신은 반드시 내 펫이 될거에요. 키무라 양."


위원장은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말했다. 마리에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위원장을 바라볼 뿐이었다.


"저기, 나 가도 되나요?"


더 이상 어울려 줄 수 없다는 듯 마리에는 말했다. 그렇지만 위원장은 그녀의 말에 고개를 흔들었다.


난감했다.


그냥 나가도 된다. 하지만 위원장이라는 자리는 그저 봉사만 하는 것이 아니다. 그녀에게 잘못 보이면 그건 그것대로 귀찮아 질 것이란 사실을 마리에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든 원만하게 풀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이 안타까운 일이었다.


"키무라 양. 당신은 왜 나를 거절하나요?"


위원장은 물어보았다. 자신의 말이 거절당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ㅓ.


"저기, 일단 전 당신과 친하지 않습니다."


마리에는 상식적으로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이 위원장에 닿을 것이라곤 마리에 본인도 생각하진 않았다.


"같은 반이면 충분한 걸요."


그렇게 말하며 위원장은 마리에에게 단숨에 다가갔다. 마리에는 놀란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 쳤지만 그런 것은 상관없다는 듯 위원장은 그녀의 손을 꼬옥 잡았다.


"나도 이상한 건 알아요. 하지만 키무라 양, 당신이 좋은걸요."


그렇게 말하며 다시금 위원장은 눈물을 흘렸다. 거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다는 듯 마리에는 또 다시 한숨만 내쉴 뿐이었다.


이렇게 둘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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