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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토야마 씨의 일일 언니 사요(카스사요)(카스아리)

카스아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15 03:59:13
조회 1376 추천 38 댓글 12
														

"어라, 사요 선배! 아리사는요?? "


한가로운 분위기의 하나사키가와 학생회실이 활기를 띱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학생회 서기 이치가야 씨의 친구이자, 밴드 포핀 파티의 리더인 토야마 씨.


" 이치가야 씨라면 학생회 일로 교무부장 선생님과 면담이 있어서요. 곧 돌아올 거에요. "


오늘은 공교롭게도 시로카네 씨도 집안 행사로 학생회에 불참해서, 저 혼자서 빈 학생회실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 아하~ 면담! 아, 케이크...! "


토야마 씨가 눈을 빛내며 탁자 위에 올려진 케이크를 쳐다보다가 제 눈치를 살짝 보기 시작합니다. 정말, 속을 알기 쉬운 사람이네요...


" 아... 선생님께서 간식으로 먹으라고 주신 거니까, 먹어도 괜찮아요. "


" 정말요?? 와아!! 사요 선배 최고~!! "


제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치가야 씨 자리에 앉아서는, 케이크 조각을 한 입 크게 베어 무는 토야마 씨. 새하얀 생크림이 토야마 씨의 입가에 잔뜩 묻어 나는데도 신경쓰지 않고 저를 보고 생글생글 웃습니다.


" 으응~! 달아! 달콤해~~! "


" 케이크니까요... "


" 그렇죠~? 케이크니까요~ 아, 사요 선배도 좀 드셔요! 이 케이크, 엄청 맛있으니까요! 자, 제가 잘라드릴 테니까... 어디 보자, 여기 딸기 올려진 쪽으로! "


" 네!? 저는 괜찮아요! 단 걸 요새 너무 많이 먹었다 싶기도 하고... "


" 에~ 단 건 많이 먹으면 먹을 수록 좋은 거라구요! "


" 아뇨, 당분은 당뇨를 비롯한 각종 성인병의 원인입니다! "


" 당뇨!? "


행복한 표정으로 포크에 묻은 생크림을 핥아 먹던 토야마 씨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더니, 포크를 슬그머니 내려놓습니다. 그러더니 울상을 지으며 저에게 하소연을 해 옵니다.


" 우으... 왜 몸에 나쁜 것들은 이렇게 맛있는 걸까요? 사요 선배는 좋아하는 음식 있으세요? "


" ......포테토, 정도. "


얼굴이 붉어집니다. 방금 당뇨 운운하며 토야마 씨에게 설교를 한 주제에, 콜레스테롤 가득한 감자튀김을 좋아한다고 얘기하는 선배라니... 생각해보니 요즘 감자튀김을 너무 많이 먹은 것 같기도 합니다. 히나가 자주 사오곤 하니까 안 먹을수도 없는 노릇이지만요. 피곤할 텐데도 저를 위해서 사와 준 히나의 성의도 성의지만, 무엇보다 먹지 않으면 결국 쓰레기가 되니까 어쩔 수 없습니다... 네. 음식을 남기는 건 좋지 않은 버릇이니까요.


" 아앗~~!! 감자튀김!! "


제 말이 끝나니가 무섭게, 토야마 씨가 제 두 손을 감싸 쥐고 눈을 반짝입니다. 그러고보니, 토야마 씨도 좋아하는 음식이 감자튀김...!


" 저도 감자튀김 진짜 좋아해요! 요 앞 패스트푸드점, 감자튀김 새로운 시즈닝이 나왔는데 먹어 보셨어요? "


" 저는 기본적으로 아무 양념도 하지 않고 케첩에 찍어먹는 파라서... 그래도 그 시즈닝이라면 저번 주에 먹어 봤습니다. 손에 조금 묻어나는 게 양념감자의 단점이긴 하지만, 그 중독성 있는 맛은 부정할 수 없고요! 무엇보다도 이 프랜차이즈는 시즈닝을 따로 봉지에 담아 제공해줘서, 저같이 그냥 먹는 파도 기호에 따라서 뿌려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 정할 수 있게 세팅해준 점이 인상적...! 앗... "


귀를 쫑긋 세우고 제 시덥잖은 말을 경청하고 있는 토야마 씨가 눈에 들어오자, 부끄러움에 뺨에 열이 확 오릅니다. 이래서 감자튀김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었는데요! 애초에, 토야마 씨랑 이야기를 그렇게 많이 해 본 것도 아닌데... 이래서야 믿음직스럽지 못한 선배라고 생각되는 건 아닐는지요.


" 오오~!! 그렇게나 맛있었던 건가요! 꼭 먹어봐야겠어... 그렇지! 사요 선배도 이따 저랑 감자튀김 먹으러 가실래요? 감자튀김을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다니...! "


" 그, 그렇게나 좋아하는 건 아닙니다만... 휴우, 그래요... 오늘 학생회 업무가 끝나면 같이 가요. "


" 후후~ 감자튀김 동맹이네요! 아리사한테 걸리면 또 불량식품이나 사 먹고 온다고 혼나니까, 비밀 꼭 지켜 주셔야 해요? "


혀를 살짝 내미는 토야마 씨가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옵니다. 정말 밴드 이름 그대로 톡톡 튀는 토야마 씨를 보고 있으니, 이치가야 씨가 한 말이 이제서야 이해가 되는 느낌입니다.


" 소시오패스도 카스미 녀석 감정은 바로 알 수 있을거라고요. 좋으면 좋다, 신나면 신난다, 슬프면 슬프다가 그렇게 얼굴이나 몸짓에 그대로 드러나는 애도 없다니까요? "


확실히, 토야마 씨는 정말 '기쁘다' 를 온몸으로 표현할줄 아는 사람 같다고나 할까요. 입가에 생크림을 잔뜩 묻히고 헤실헤실 웃는 토야마 씨가 귀엽기는 하지만, 손이 많이 가는 후배이기는 합니다.


" 토야마 씨, 이리로... "


" 에? 사요 선배, 왜... 읍, 으부, 푸푸... "


티슈를 몇 장 뽑아서 토야마 씨의 입가를 부드럽게 닦아냅니다. 그냥 얌전히 있었으면 될 것을, 하고 싶은 말이 그렇게 많은지 닦아주는 와중에도 입을 다물지 않고 푸푸 하고 귀여운 소리를 냅니다.


" 에헤헤, 사요 선배는 언니 같아. 아, 실제로 언니시지만요! "


" 언니... "


" 히나 선배의 언니시니까, 챙겨주는 것도 잘하시는 거겠죠? 부럽다구요, 히나 선배는! 저는 장녀라서요, 언니가 있었음 좋겠다고 늘 생각했거든요. 아스카가 싫다는 소리는 절대 아니지만요! 아, 아스카는 제 여동생인데요~ "


다시 재잘대는 토야마 씨를 보면서 상념에 빠집니다. 명목상 쌍둥이 중 언니 쪽이기는 하지만, 엄청 어렸을 때를 제외하면 딱히 히나를 챙겨준 기억은 별로 없습니다. 워낙 혼자서도 잘 해내는 아이인데다, 그동안 사이도 별로 좋지 않았으니까...


토야마 씨의 말을 들으니 새삼 히나와 다시 사이 좋아진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후배나 친동생이나, 모든 동생들은 내심 언니 쪽에서 자기를 챙겨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 마련이니까요. 히나도 지금은 뭐든 척척 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연예게 활동이라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 정도는 일반인인 저도 짐작이 갑니다. 그럴 때 버팀목이 되어주는 것이 언니의 역할이겠지요.


" 그래서요, 아리사가~ 저랑 아스카를 보면 오히려 아스카가 언니 같다고 얘기하는 거 있죠!? 아리사는 외동이니까, 저의 언니다운 모습을 모르는 것 뿐일 거에요. "


" 확실히, 이치가야 씨는 외동이었죠. 그나저나 면담이 길어지나 보네요. 원래 이 시간쯤 지나면 이치가야 씨가 돌아 오셨어야 했는데... "


" ...요즘 아리사, 치사해요. "


아까까지 신이 났던 토야마 씨가 이번에는 금세 토라진 표정을 합니다. 이치가야 씨와는 정말 친한 것처럼 보였는데... 둘 사이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걸까요.


" 음... 싸운 건가요? "


" 딱히 그런 건, 아닌데... "


토야마 씨가 살짝 말끝을 흐립니다. 그 토야마 씨가 말 못할 고민이라니... 제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걸까요?


한참을 뜸을 들인 토야마 씨가, 소매 끝을 만지작대며 다시 입을 엽니다.


" 요즘 아리사, 바쁘니까요... 학생회다, 학교 공부다 뭐다 해서 이것저것. 그래서 저번 주에는 정말 둘이 있고 싶어서요, 어디 놀러 가자고 했는데...... 으. "


" ...거절당하셨군요. "


" 네. 숙제가 많다고... 숙제는 저도 많은데요!! 그럼 같이 하자고 했더니, 으...! "


" ...숙제는 자기 힘으로 하라고? "


" 맞아요! 사요 선배, 완전 아리사랑 똑같아요! "


토야마 씨의 호들갑에 괜스레 쑥스러워집니다. 자기 일에 열심인 이치가야 씨도 바람직하지만, 토야마 씨의 마음도 이해가 가고요. 이렇게 되면 선배로서 어떤 조언을 해 줘야 할지 난감해집니다. 어디보자, 저는 이런 상황을 겪은 적이...


" 언니, 이번 주말에 나랑 같이 기타...! "

(문 닫히는 소리)

" 새로 개봉한 영화가 있는데, 마침 영화표가 남..! "

(문 닫히는 소리)

" (방문을 벌컥 열며) 언니~ 아야 쨩이 알바하는 곳에서 감자튀김 사왔...! "

" 히나......! 내가, 분명, 노크하고, 들어오라고, 했잖니!!! 연습 중이니까 당장 나가!! "

" 에!? 그치만 감자튀김 다 식어버려! 언니를 위해서 사온 거란 말이야~ "

" ...감자튀김은 거기 두고!! "


...돌아가면 히나와 오랜만에 얘기라도 조금 나눠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어쩌면 저도 너무 히나를 밀어내는 버릇만 들어버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히나도 지난 몇 년간, 토야마 씨랑 비슷한 마음이었을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갑자기 눈앞의 토야마 씨가 안쓰러워집니다... 선배로서, 언니로서, 제가 뭐라도 해 줘야...!


" ...저, 토야마 씨. "


" ...네? "


제 무릎을 톡톡 치자, 토야마 씨가 고개를 살짝 갸우뚱, 하며 저를 쳐다봅니다.


" 그, 크흠. 인간은 누구나 외롭거나... 쓸쓸하거나... 그럴 때가 있으니까요. 그럴 때는 타인과의 스킨십이 좋은 기분 전환이 된다는 것을 행동심리학 책에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


" 에...? "


" ...저라도 도움이 된다면. "


그 말을 끝으로 토야마 씨 쪽으로 돌아 앉아서, 팔을 살짝 벌립니다.


토야마씨, 죄송합니다...사실은 행동심리학 책이 아니라, <낮선 개와 친해지는 101가지 방법> 이었지만...! 뭐, 토야마 씨는 대형견 느낌도 있으니까요! 부, 분명 개한테 좋은 행동이라면 사람한테도 좋겠지요? 개는 똑똑한 동물이니까요...! 그렇겠죠...!?


한동안 멍한 표정으로 저를 쳐다보기만 하던 토야마 씨의 흰 도화지같은 볼이 금세 빨갛게 물이 듭니다. 앉았던 의자에서 살며시 일어나더니, 제 쪽으로 걸어오는 토야마 씨. 아까의 토야마 씨와는 사뭇 다른, 아가씨같은 얼굴을 하고서는 조심스럽게 제 무릎에 걸터 앉습니다.


" ...... "


눈에 띄게 말이 없어진 토야마 씨의 부드러운 허벅지가 제 무릎에 닿고, 이어서 조심스럽게 체중이 실리는 것도 느껴집니다. 이치가야 씨의 증언에 의하먄, 토야마 씨가 단 것을 그렇게나 많이 먹는다고 하던데... 그렇게 무거운 것 같지도 않고.



"우... "


팔을 토야마 씨의 허리에 가볍게 두르자, 살짝 움찔 하더니 제 쪽으로 몸을 기대어 줍니다. 어딜 감싸 안아봐도 말랑말랑하고, 부드럽기만 한 토야마 씨. 이 사람, 근육이라는 게 존재하긴 하는 걸까요? 혹시, NFO에 나오는 슬라임 인간인지도...


안겨 있는 것이 부끄러운지, 눈도 마주쳐 주지 않는 토야마 씨가 너무 귀엽습니다... 동물의 귀처럼 쫑긋 솟은, 토야마 씨의 상징인 헤어스타일. 전부터 늘 만져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지만, 이렇게 가까이서 보니까 역시 참기 힘들고...!


결국, 토야마 씨의 머리에 손을 살짝 올립니다. 머리를 쓰다듬자, 토야마 씨가 살짝 눈을 감는 것이 너무 귀여워...! 전부터 개를 키우고 싶다고 생각했던 저한테는, 토야마 씨의 이런 반응은 너무 큰 유혹...!


" 흐에!? 우, 우으...! 으앗, 사, 사요 선배~!! "


" 아...!? 죄, 죄송합니다!! "


정신을 차려 보니, 토야마 씨의 머리가 다 헝클어지도록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얼른 토야마 씨의 머리를 원래대로 정리해줍니다.


" 이거, 부끄럽네요... 에헤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더. "


" ...그러네요. "


생각해 보니까, 무릎 위에 올려놓고 서로 껴안는 짓은 완전히 연인 사이에나 할 법한 스킨십이었습니다. 새삼스럽게 의식하게 되니, 저도 토야마 씨를 따라 얼굴이 달아오릅니다.


" 저는 안기기보다 먼저 안아주러 가는 타입이다 보니까, 누구한테 안겨 보는 건 색다른 것 같아요. 거기다, 사요 선배 예쁘시니까! 가까워지니까 긴장..? 이 돼서... "


" 토, 토야마 씨도 예뻐요. 귀엽고... 몸이 부드러워서 닿을 때 기분도 좋았네요... "


" 아, 아이 참... 사요 선배! 저, 정말.... 부끄러워라......"


" 그, 그런 뜻이 아니라...!! 아무튼, 네... "


뺨에 오른 열이 이마까지 올라오는 것처럼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토야마 씨를 무릎에 올려놓은 채로, 새삼스럽게 제 절망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탓하게 됩니다. 후배를 멋대로 안아 놓고, 뜬금없이 성희롱 같은 얘기를 하다니요.


착한 토야마 씨가, 어색해지는 분위기를 얼른 풀어줍니다.


"...그래도, 기분이 되게 풀어지는 것 같아요~ 정말로, 그, 음... 무슨 심리학! 책이 용해요! 후후, 언니한테 응석부리는 기분이라고 해야하나~ "


" 일단은 토야마 씨보다 언니니까요. "


" 정말 그래요~ 더 안겨있고 싶어라...... "


그런 말을 하면서, 곁눈질로 제 눈치를 보는 토야마 씨. 그게 너무 귀여워서, 저도 모르게 토야마 씨를 꽉 안으려고 두 팔을 올렸다가 슬그머니 내리고 맙니다.


제가 뜸을 들이자, 눈치 빠른 토야마 씨 답게 바로 제 무릎에서 일어나려고 합니다.


" 으음, 그래도 사요 선배 바쁘시니까요~~! 제가 너무 귀찮게 해드린 것 같아서, 엣...!? "


토야마 씨가 이대로 제 무릎 위를 빠져나가는 것이 아쉬워서, 허리를 무심코 감싸 안습니다. 순간 중심을 잃은 토야마 씨도 제 위에 주저 앉으면서 급한 대로 제 목에 팔을 두릅니다.


토야마 씨를 다시 놓칠세라, 얼른 이렇게 덧붙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 ...더 안겨 계셔도 괜찮아요. "


토야마 씨가 말 없이 조심스레 돌아 앉자, 제 위에 걸터 앉은 토야마 씨와 제가 서로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습니다. 눈이 마주치자, 살짝 어색한 웃음을 지어주는 토야마 씨가 정말 예쁘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까이서 보니까, 이목구비도 또렷하고, 눈도 훨씬 더 반짝이고... 혹시 제 가슴이 뛰는 소리가 들릴까 무서워서 토야마 씨를 살짝 밀어내고 싶지만서도, 부드러운 그녀와 더 밀착하고 싶어서 마음이 갈팡질팡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제가 가만히 있는 사이에, 토야마 씨가 갑자기 제 쪽으로 몸을 기댑니다. 아이가 엄마에게 안기듯이 저를 껴안고, 얼굴을 제 목덜미 쪽에 묻습니다.


" 아, 안기라고 하셨는데요, 마주보고 있으니까 부끄러워져서요... 이, 이렇게 있어도 되나 싶어서... "


" 아, 네...! 편하신 대로...... "


토야마 씨가 의외로 부끄럼을 많이 탄다는 이치가야 씨의 말이 아무래도 사실이었나 봅니다.


" 사요 선배, 좋은 향기 나고... 품 안이 엄청 따뜻해서.... 저 이상하게 안심돼요.... "


제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뭐라고 중얼거리니까, 간질거리는 느낌에 온몸에 기분 좋게 소름이 돋습니다. 우는 아이를 달래듯이, 말없이 토야마 씨의 등을 가볍게 쓸어 줍니다.


" ...내일 숙제 안한 것도, 다 까먹겠어요...... 아리사한테...... 혼나는데......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요... 한동안 토야마 씨의 등을 토닥이다가, 문득 새근새근 숨소리가 들려옵니다


' 토야마 씨, 잠들었나 보네... '


...사심을 조금 채운 감이 있기야 하지만, 이 정도면 토야마 씨의 선배이자 언니로서 제 역할을 충분히 해낸 거 아닐까요? 토야마 씨가 깨지 않게, 조심히 학생회실 소파에 눕히자는 생각을 하던 바로 그 때...!


띠링-!


" 사요 선배, 면담 끝났... "


" (이치가야 씨!! 쉿-!) "


제 말에 깜짝 놀라서 입을 막은 이치가야 씨의 동공이 흔들립니다.


" (사사사, 사요 선배!? 그거, 그거 뭐에요!?) "


" (...그거라니요, 토야마 씨에요.) "


" (그거야 알죠! 근데 왜 걔가 사요 선배한테!?) "


" (......) "


토야마 씨를 안고 재워주게 된 계기를 뭐라 딱 잘라서 설명하기 어려워서, 뜸들이고 있으니 이치가야 씨의 표정은 점점 더 어두워져 갑니다. 아니, 얼마나 이상한 착각을 하고 계신 걸까요!?


" (둘이 그런, 관계인 줄 정말 몰랐어요..... 그치만 학생회실에서까지...... 카, 카스미 녀석, 학생회에는 나도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그런.......) "


" (무슨!? 아니에요!! 그런 거 아니야!! 이치가야 씨, 혹시 울어요!?) "


" (죄, 죄송해요. 축하할 일인데, 울 일 아닌데...... 하, 나 왜 이런대냐, 진짜...... 저, 가볼게요...... 학생회도, 이제 못할 것 같아요. 죄송해요......) "


그대로 학생회실을 나가려는 이치가야 씨를 필사적으로 붙잡습니다. 이대로 가면, 하나죠에서 제 평판은 어떻게 하라구요!?


" (자, 잠깐만!! 이치가야 씨!!! 오해야!!!) "


" (......이러지 마셔요!!! 저도, 저도 좋아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요!!! 카스미 녀석, 진짜, 진짜 내가 얼마나 좋, 으...... 읏......) "


" (일단, 토야마 씨 좀 저기 눕혀 주겠니!? 그러고 나서 얘기하자! 다 설명 할테니까!) "


" (듣고 싶지 않아요!!!) "


그렇게 이치가야 씨와 실랑이를 벌이는 사이에, 잠이 살짝 깼는지 토야마 씨가 제 품에서 꼬물거립니다. 그러자, 교복 주머니에 들어 있던 무언가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집니다.


" " ....? " "


이치가야 씨가 그것을 주워서, 조용히 읽어내려갑니다.
그러는 동안 저는 얼른 이치가야 씨에게 할 변명을 한 문장으로 정리합니다.

" (내가 정말정말 좋아하는 아리사에게. 아까 점심 때 계속 투정부려서 미안해. 그치만 아리사가 요즘 나랑 안 놀아주니까, 일부러 날 피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불안했어. 바쁘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왠지 서운해서. 그래도 내가 아리사를 제일 좋아하는 거 알지? 한가해지면 나랑 시내 놀러 가자, 아리사. 추신. 내일 숙제 하는거 도와주면 좋겠다~...... 라고...? 에!? 이게 무슨...?) "


" (그러니까, 토야마 씨 고민을 들어주다가 잠깐 어리광을 받아준 것 뿐이라구요!!!) "



*


" 저... 히카와 씨...... "


" ...네. "


" 제가 없는 동안...... 무슨 일 있었나요....? 왜 이치가야 씨는 없고... 토야마 씨가... 서기를 대신... "


" 아하하... 아리사는... 그, 역대급 흑역사를... 아니, 잠깐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해서~~ 오늘 하루만 제가 대타로 온 거에요! 자,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키라키라 도키도키 하나죠 학생회 업무 시작~!! 와~!! "


아직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시로카네 씨가 뭔가 설명이라도 해달라는 듯 제 쪽을 애처롭게 쳐다보고, 억지로 분위기를 띄우려는 토야마 씨도 쓴웃음을 짓습니다. 제 핸드폰에 찍힌 카톡 내역을 보니, 저도 참 후배에게 못할 짓을 해 버렸구나 하는 생각밖엔 들지 않고요......


[이치가야 씨](999)

[사요 선배 죄송해요] [죄송합니다] [제가 나쁜 사람이에요] [학생회도 나갈게요] [하네오카로 전학 갈까요] [그냥 지구를 떠날게요]


아무래도 조금 이따 셋이서, 이치가야 씨가 좋아하는 안미츠라도 사서 유성당에 들러야겠네요.


*


스미는 언니도 동생도 가능한 대단한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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