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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Every letter I sent you

ㅇㅇ(121.159) 2020.09.16 19:41:52
조회 345 추천 21 댓글 5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완연히 쌀쌀해진 날씨를 느끼며 치사토는 입고 있던 겉옷의 앞섬을 다시 여몄다. 부쩍 높아진 가을 하늘엔 물 위를 떠다니듯 천천히 흘러가는 뭉게구름이 가득했다. 이맘때는 유난히 희고 푹신푹신한 구름이 자주 눈에 띄는 계절이라고. 모처럼의 여유에 치사토는 신경 써 정리한 머리칼을 간질이는 바람을 뒤로 한 채 다양한 구름의 모양을 아로새겼다. 시야를 채워오는 구름 사이로 몇 년 전 이웃 마을 공원에서 하늘 수족관을 이야기했던 그리운 기억이 넘실거린다.

 

카논? 뭐 보는 거야?”

, 미안해. 저 구름이 해파리랑 좀 닮은 것 같아서. 봐봐, 저기 커다란 구름. 둥근 부분이 머리, 그 아래로 푹신푹신하고 뻗은 게 다리처럼 보이지 않아?”

 

하늘에 수족관이 있는 것 같아.”

 

  활짝 핀 손 틈새로 햇살과 함께 빠져나가는 너의 수족관. 발 딛는 곳마다 머리 위로 펼쳐지는 광경에 시원하게 미소 짓는 얼굴이 겹쳐진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진 못해도 자유로이 몸을 맡기는 구름을 마주할 때면 마치 제 생각을 들키기라도 한 것 같아 공연히 부끄러운 기분에 사로잡힌다.

 

……네 주변의 시간은 잔잔히 흘러가는구나.’

 

  실수하지 않으려 바짝 긴장하며 살아온 저도 네 곁에서만큼은 어깨에 힘을 빼고 지낼 수 있었다고. 때로는 무용한 일임을 알면서도 너와 만나지 못했더라면 지금의 저는 어땠을까 감히 상상해본다. 알아 온 시간보다 알지 못했던 시간이 훨씬 길었을 텐데. 너를 알지 못하는 제 모습은 도저히 그려지지가 않아 금세 상상하는 것을 포기하고 말지만.

 

 

Every letter I sent you

 

 

  익숙한 인영이 제 키만 한 프린트를 한 아름 안고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오던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부딪힌 어깨의 통증보다도 어쩔 줄 몰라 하며 연신 사과하던 모습만이 뇌리에 남아서. 분명 같은 반인데도 일단 선배 취급을 해왔던 게 가끔 생각나곤 했다. 같이 먹었던 학교 식당의 튀김빵은 듣던 대로 무척 맛있었고, 요즘도 그 달콤한 여운이 입안에 남아있는 건 아닌지 착각이 들 정도로.

 

  물론 순전히 맛 때문에 그날의 일이 이토록 생생한 게 아니라는 것쯤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만. 학교 안뜰에 나란히 앉아 혹시 어쩌면 평범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조금은 기대했던 것. 그리고 어김없이 저를 힐끔힐끔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 작은 기대가 무너져 내렸던 순간. 차라리 아무 말이라도 내뱉고 사라져준다면 덜 비참할 수 있을 텐데.

 

  언제나의 결과였음에도 이유 없이 붕 뜬 마음이 하염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파문은 어렸던 제겐 더욱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으음, 래도 다들 치사토 쨩이랑 친해지고 싶은 게 아닐까?”

 

, 저기, 나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어?”

 

  목이 멜 것만 같아 저도 모르게 입을 꾹 닫고 있었더니 너는 눈을 굴려 가며 안색을 살펴왔고, 이런 나라고 언제까지나 쓸쓸한 것은 아니겠구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실로 조용히 구원받았던 기억.

 

  순식간에 들어 올려진 마음이 한 번도 겪어본 적 없이 거세게 뛰던 것은 드디어 오롯이 저만의 안식처가 되어줄 누군가와의 만남 때문이었을까. 돌이켜보면 지금의 시라사기 치사토를 구성하는 모든 것 중에 네 지분을 결코 무시할 수 없으리라는 우스운 예감이 들었다. 비단 절대적인 시간의 개념이 아니라, 잊지 못할 청춘의 한 페이지에 너와 내가 함께였던 것은 변치 않을 진실이었으므로.

 

  그래서 네가 밴드 활동을 시작하게 됐다며 무언가 결심한 처음 보는 얼굴로 입을 열었을 때. 불현듯 꿈에서도 비치는 얼굴에 서운한 마음이 물밀 듯 밀려왔던 건 그때의 저로서는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이제 나만의 친구가 아니구나……. 다른 누구도 아닌 네게 직접 선고받은 심정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슬프고 끔찍해서. 모두 떠나간 방에 홀로 남은 인형이라도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궁금하던 때가 있었지.

 


***

 


  늘 같은 자리에 숨죽이던 돌부리에 어느 날 우연히 발이 걸려 넘어진 것처럼. 예기치 못한 전조는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말도 안 되는 요구를 늘어놓는 진상 손님을 만나도 이렇게까지 가슴이 답답하진 않았는데……. 같이 일하는 친구에게 저는 모르는 네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을 때, 갑작스레 시프트 대타로 들어와서 그런 건지 기분이 한없이 축 처지고는 했다.

 

  얼마간 불유쾌한 속내를 감춰가며 카운터를 지키고 있었을까 기다리고 있었던 얼굴이 불쑥 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곧 퇴근한다고 들었는데 같이 돌아가도 괜찮을까? 음료수 한 잔을 시켜놓고 할 일을 하는 게 정말 너다워서. 슬쩍 입꼬리가 올라가려고 하는 걸 참을 수가 없었다. 추가 근무가 생겨서 피곤했던 거야. 그래서 잠깐 컨디션이 나빠졌던 거야. 들리지 않을 혼잣말을 중얼거렸던 날.


  그러나 역 앞의 쓰레기를 줍고, 말라버린 화단에 물을 주고, 외로워 보이는 아이에게 보물 같은 하루를 선물해주며 제가 느꼈던 감정은. 문득 어디선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고 있을 당신이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어서. 이곳저곳을 쏘다니며 정신없이 몸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머릿속에는 말갛게 웃는 얼굴이 둥실거렸다.

 

고마워, 카논……. 이 스트랩, 앞으로도 꼭 소중히 할게.”

카논이 나를 위해 만들어 준 선물이잖아. 웃는 얼굴이 되어버렸는걸.”

 

다행이다. 네가 웃는 얼굴이 되어 주어서.’

 

  그려왔던 것처럼 예쁘게 웃어주는 너를 보며 어째서인지 제 얼굴에도 웃음이 번져오는 걸 보면. 아무래도 이런 거, 평범한 친구 사이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 아무리 둔한 저라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도처에 널려있던 제 마음을 그동안 운이 좋아 밟지 않았던 것뿐이었음을. 카논은 속 편한 자신의 무지를 다시금 실감했다.

 



링크에 이어서...

링크: https://baeknamoo.postype.com/post/7896463

뱅드림 카논, 치사토 공식 설정 날조썰 총5,357자


카논치사카논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꿈으로 이어지는 프롬나드' 2주년 기념으로

공식 설정이랑 대사를 조각조각 모아서 날조해봤음


쓰다보니 생각보다 많이 조잡해졌지만...

재밌게 읽어주길 바라!!! 카논치사 많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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