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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92

1234(39.113) 2020.09.17 20:12:05
조회 178 추천 12 댓글 4
														

파멸.


그것은 얼마나 매혹적인 단어던가?


츠구미는 몇 번이고 입 안에서 그 단어를 중얼거렸다. 자신의 인생을 망친 자들이 당연히 맞이해야 하는 운명이었다.


남편, 그녀의 부모, 그리고 남편의 정부까지.


그것을 위해 츠구미는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돈, 음모, 그리고 믿을 수 있는 사람까지. 지금 그녀의 침대에 누워있는 니나는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정부에게 놀아난 남자의 딸인 니나는 이제 갓 성인이 된, 아직 앳띤 얼굴을 지닌 아가씨였다.


처음에 만났을 때만 해도 이렇게 깊은 관계가 될지 상상도 못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단 한번 같이 가기로 정한 이후 그녀는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츠구미의 사람이었다.


처음에는 오직 복수만을 위해 만났다.


정부를 노리던 그녀의 눈빛은 츠구미까지 순간이나마 두려움에 떨게 할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복수심에 비해 그녀는 모자란 것이 많았다.


츠구미라고 나이가 많은 건 아니다. 이제 막 30. 그러나 나이만으로는 상상도 못할 수완가인 그녀는 니나와 함께 차근차근 함정을 만들었다.


이제 남은 건 그 동안의 결실을 손에 넣는 것 뿐. 그 동안의 고생은 모두 보답받을 터였다.


"흐음...."


혹시 모르는 만약을 대비해 츠구미는 다시금 계획을 하나 하나 체크했다. 최악의 경우까지 고려한 것이니 아마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정말 최악의 경우까지 말이다.


"츠구미...."


니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잠시 의자에 앉아 있던 츠구미를 찾는 것이겠지. 달콤한 목소리가 그녀를 찾는데 츠구미는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조용히, 하지만 확실하게 마무리 짓고 니나가 기다리는 침대로 츠구미는 갔다.


"내일이네요."


니나는 츠구미에게 안아달라고 어리광을 부리며 말했다. 츠구미는 그런 니나를 안아주며 말했다.


"모든게 끝나겠지."


부디 그렇게 되기만을 바라며 츠구미는 니나에게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어떤 말도 필요없다는 듯 서로는 서로를 탐하였다.


---------- 


모든 것은 끝났다. 남편과 자신의 부모, 그리고 남편의 정부는 모두 파멸이 결정되었다. 그들의 욕망이 만든 함정은 어떻게 빠져나갈 수 없는 덫이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완벽하게 마무리 된 것은 아니다. 아니 마무리 될 수 없었다. 츠구미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츠구미가 대여한 지하 창고. 츠구미의 다리 아래에는 니나가 쓰러져 있었다. 어두운 조명 아래 니나의 괴로운 듯한 숨소리만이 공간을 가득 채웠다.


"니나...."


츠구미는 안타까운 목소리로 니나를 바라보며 이름을 불렀다. 하지만 니나는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할 수 없었다.


완벽했을 것이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니나는 몰랐다. 츠구미가 왜 복수가 가능했는지를.


가장 곁에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츠구미라는 사람의 본질을 꿰뚫기엔 니나는 너무나 어렸다.


"네가 정부의 애인이라는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어."


그렇게 말하며 츠구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정보망을 니나는 너무 가볍게 본 모양이었다.


아니 이정도까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 못한 그녀가 어린 것이겠지. 어쩔 수 없다. 아무리 복수심까지 연기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 해도 결국 경험부족은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법이다.


츠구미는 그래도 안타까웠다.


니나의 의도는 불순했지만 정신적으로 어려웠던 시기 츠구미는 니나 덕분에 견딜 수 있었으니까.


그렇기에 츠구미는 니나에게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단지 그 기회는 정상적인 것이라 할 수 없었다.


"내가 원망스럽니?"


츠구미는 조심스럽게 니나에게 물어보았다.


"...."


침묵 속에서 복잡한 심정을 담은 눈으로 니나는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비록 정부의 애인이라고 했지만 어떤 의미로 니나 또한 버림말에 지나지 않았다.


허나 정부와 함께 보낸 시간은 최소한 니나에게 있어선 거짓이 아니었다. 츠구미 만큼이나 정부 또한 니나에게 진심이었다.


그렇기에 니나는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런 그녀를 완벽하게 츠구미 본인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조금 과격한 행동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바보 같은 아이. 완전히 그녀를 버렸다면 좋았을텐데...."


안타까움 속에서 츠구미는 니나를 의자에 앉혔다. 약물 덕분에 니나는 어떤 저항도 없이 츠구미가 바라는대로 의자에 앉았다.


그것은 꽤나 기묘한 형태의 의자였다. 다리를 모을 수 없도록 준비된 의자는 니나의 사지를 완벽하게 묶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니나의 눈빛에는 조금씩 두려움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자신이 어디까지 심연으로 빠져 내려갈지 모른다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니나. 이제 완전히 내 것이 되게 해줄게."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니나를 바라보았다. 츠구미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사근사근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로 츠구미는 그녀의 남편을 영원한 파멸로 몰아 넣었다.


과연 자신은 어떻게 될까?


어찌할 수 없는 두려움 속에서 니나는 츠구미를 바라본다. 그 눈빛은 더 이상 그때와 같은 증오는 없었다.


실패의 충격, 그리고 이 공간을 지배하는 츠구미의 눈빛 아래 니나는 한마리의 작은 짐승에 지나지 않았다.


"나를 보렴."


츠구미는 그렇게 말하며 니나를 바라보았다. 손에는 얇은 회초리를 들고서.


"서, 설마...."


니나는 두려움에 떨며 츠구미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단 한번도 니나에게 폭력을 행사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츠구미는 인간의 어두운 면에 정통하였다.


휘익


"아악!"


공기를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비명이 터져나왔다.


"이제 시작이야. 널 완전히 내 색으로 물들여줄게."


이제까지와 전혀 다른 눈빛으로 츠구미는 니나를 바라보았다. 니나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눈물을 부드럽게 혀로 핥으며 츠구미는 조용히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오싹한 기운이 니나의 전신을 찌릿하고 관통하고 지나갔다. 그와 동시에 다시금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비명, 그리고 울음소리가 지하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아직 시간은 많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폭력 아래 니나의 정신은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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