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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유키리사] 유키나에게 둘러쌓인 하루 上

가끔와서연성하는유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0 01:41:31
조회 596 추천 23 댓글 5
														

어린 시절부터 리사는 쭉 내 곁에 있었다.


집은 바로 옆집, 아침에 눈을 뜨면은 언제나 리사가 놀러와주고, 학교에 갈때도 집에 돌아와서도, 잠이 오지 않는 무서운 밤에도 귀신같이 알아채고는 언제나 리사는 내 곁에 있어주었다. 창문을 열면 서로 마주볼 수 있을만큼 가까운 거리의 방, 바로 앞의 집, 바로 앞의...


어쩌면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아니, 당연하게도 리사는 언제나 내 옆에 있을거라고 자만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사이가 좋지 않았을적의 중학교 시절, 그리고 다시 관계가 회복되어서 연인사이가 된 고등학교 삼 학년-언젠가는 결혼을 하고, 평생을 같이할 수 있을거라고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 착각에 불과했다.


"미나토 씨."


사귀고나서 제법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연습 도중에 사요가 나를 슬쩍 불러냈다. 연습에 관해서 뭔가 할말이라도 있는걸까? 싶었지만 기타를 손에 들지 않은걸 보니 그건 아닌듯 싶었다. 드문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사요의 손짓을 따라서 그대로 연습실 바깥으로 나갔다.


"미나토 씨, 혹시나라고 생각하지만 일주년 기념은 챙기고 계신건가요?"


"일주년?"


무슨 말을 하는걸까, 사요의 말에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가 한숨을 푸욱 내쉬더니 이럴 줄 알았다는 마냥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무슨 뜻일까, 내가 울컥해서 말하려던 차에 그녀가 먼저 손을 들어올렸다.


"이마이 씨와의 일주년...설마 진짜로 기억하지 못하셨다는건 아니겠죠?"


진짜로 까먹고있었어, 예상치못한 사요의 카운터에 내가 넋을 놓은 채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일주년...그러고보니까 벌써 사귀고 나서 일 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구나. 떠올리니까 저도 모르게 지난 일 년간 리사랑 알콩달콩 했던게 생각이 나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졌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요...그래서, 어떻게 하실건가요?"


"글쎄..."


사요의 말에 머리에 손을 올린 채 조심스럽게 생각했다. 일주년, 일주년이라. 솔직히 생각해놓은게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하지, 그냥 몰래 침대에 들어가버려?...이건 이번 생일때 써서 안될 것 같은데...


내가 끙끙거리면서 생각하길 얼마나 있었을까, 사요가 어딘지 모르게 살짝 화가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미나토 씨, 그런식으로 기념일같은거 계속 빼먹으면 이마이 씨, 도망칠지도 몰라요?"


*


그 이후로 연습은 그냥저냥 무난하게 종료했지만 그 말이 어째서인지 계속해거 가슴에 파묻혀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결국 쓰러지듯이 침대에 누운 채 양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사요의 말이 계속 가슴 언저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이렇게 있다가는 리사가 나한테 헤어지자고 할지도 모른다, 헤어지자고 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물론 내 사랑스러운 리사가 날 버리거나 떠날리는 없겟지만 만에 하나란게 있는 법이였다. 안그래도 중학교 때 밀어낸 것 때문에 리사한테 상처를 엄청나게 줬었는데, 사귀고 난 다음에 기념일이란 기념일은 모조리 빼먹는 여자친구라면?


음, 자신이 생각해도 충분히 질릴만 한 사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냐."


고개를 저으면서 상체를 일으켰다. 응, 아직 아니였다. 일주년 기념일 까지는 이주일 남짓 남아있었으니까 일주년 기념으로 리사를 깜짝 놀래켜줄 계획을 짜고, 실행하는데에는 충분했다.


그렇게 정했으면 바로 해야지, 자리에서 완전히 일어선 내가 방 안을 서성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일주년 기념 선물로 리사한테 무엇을 해줘야 그녀가 만족을 할까? 내가 할 수 있는게 뭐가 있을까, 용돈...은 저번에 리사랑 첫날밤 보내려고 이것저것 준비하다가 거의 다 썼고, 비상금...은 리사랑 단둘이 미리 신혼여행을 갔을때 다 써버렸고...


남은게 또 뭐있지,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아가면서 고민하던 도중 무엇인가가 번뜩였다. 이거라면 리사도 무척이나 좋아할 선물이었고, 서로한테도 굉장히 의미깊은 선물이기도 했다. 무엇바돋, 감동해서 내 품에 안겨들 리사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상상할 수 있었다!


생각했으면 곧장 실행해야지, 내가 나즈막히 미소지으면서 책상 위로 손을 뻗었다. 그랬다. 돈이 없어도, 나한테 남은건 있었다. 나한테 남은것-


음악이였다.


나에게는 아직 음악이 남아있었다.


*


그 이후로 이 주동안은 집과 스튜디오만 왔다갔다 하면서 필사적으로 계획을 수행했다.


목이 갈라질뻔한 때도 있었다, 너무 힘들어서 이쯤했으면 되지 않았을까 싶을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오로지 리사의 웃는 얼굴 하나만을 생각하면서 몇 번이고 부르고, 부르고, 계속해서 부른 끝에 마침내 일주년 바로 전 날-간신히 모든 것을 완성할 수 있었다.


린코, 사요, 아코...세 사람한테 부탁하자 계획을 말하니까 흔쾌히 승낙해주었기에 녹음 작업은 사요가, 음악 파일의 변환은 린코와 아코가 도와주었다. 이걸로 모든 준비가 끝났다...그런 생각을 한것도 잠시, 가장 중요한 것을 빼먹었다는 걸 까먹었다.


리사의 휴대폰이였다.


이 계획에는 리사의 휴대폰이 필수불가결, 어떻게해서든 네 시간 정도 그녀의 휴대폰을 내 손에 넣었어야 했는데 그걸 까먹었던 것이다. 하필 하루도 안남은 시간에 이런 중요한걸 지금까지 까먹고 있었다니! 멍청한 자신을 저주하고 싶을 지경이였다. 무엇보다도 열심히 힘내준 세 사람의 얼굴을 볼 노릇이 없었다.


"고개를 드세요, 미나토 씨."


연습 시작 한 시간 전, 모여준 모두한테 내가 무거운 심정으로 사실을 고백하자 사요가 먼저 내 어깨에 조심스럽게 손을 올렸다. 사요...? 내 말에 이번에는 반대편에 선 린코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하루라는 시간이...남아있잖아요..."


"맞아요! 유키나 씨! 우리 넷이 힘을 합치면 리사 언니의 휴대폰을 잠깐 빌리는 것 정도는 가능할거야!"


사요, 린코, 아코...! 세 사람의 말에 감동을 먹은 내가 살짝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넷이 해보자! 결의를 다지고, 아코가 힘내자면서 화이팅 소리를 하자니 곧장 리사가 연습실에 들어왔다. 시작 사 십분 전, 리사답게 굉장히 이른 시간이였다.


"아하하, 미안 미안! 조금 늦었는데...어라? 다들 모여있네?"


좋네, 좋아! 하하 웃으면서 내 옆에 와서 찰싹 달라붙은 리사가 뺨을 비비적 거리기 시작했다. 그 사랑스러운 모습에 입꼬리가 풀린 내가 순간 본래의 목적을 잃고 헤헤 웃으면서 리사와 그대로 있으려고 했지만 다른 세 사람은 아니였다. 서로 눈치를 한번씩 스윽 보더니, 제일 먼저 행동을 개시한 것은 사요였다.


"이마이 씨, 잠시 휴대폰을 빌릴 수 있을까요?"


"휴대폰을? 왜?"


"네에, 실은 끝나고 히나랑 데이트를 하기로 했는데 제가 휴대폰을 두고와버려서요. 잠시 빌릴 수 있을까 하는데."


사요답게 군더더기 없고 깔끔한 논리였다. 이거라면 사람좋은 리사라면 단숨에 빌려줄만한 납득가는 이유여서 역시나 사요, 하고 내가 속으로 몇 번이나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이거라면 분명히 휴대폰을 빌릴 수 있을것이다! 그런 확신에 찬 알 수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리사의 사람좋음은 내 예상을 아득히 벗어나있었다. 이야기를 들은 리사가 하하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더니만


"뭐야~그런거면 그냥 내가 전화해줄께! 뭐라고 하면 괜찮아?"


그렇게 이야기하는게 아닌가!


아무리 사요라도 이건 예상하지 못한듯 했다. 당황하더니 너무 미안하니까 자기가 하겠다고, 빌려만 달라고 했음에도 리사는 자기가 하겠다면서 손사래를 치더니만 그 자리에서 그대로 히나한테 전화를 걸고는 스피커 폰으로 바꿔서 사요와 대화를 시켜주었다. 그걸로 사요의 계획은 격침, 완전히 낙심한 채로 저쪽 구석에 간 사요가 기타를 연습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처량하기까지 했다.


이번엔 제가...격침한 사요를 보더니 린코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믿고있어 린코...! 내가 속으로 화이팅을 외치자 고개를 끄덕인 린코가 리사의 앞에 가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기...이마이 씨..."


"응? 왜?"


"이번에 새로하는...게임이...있어서 그런데...추천인을 좀..."


추천인이 있으면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거든요...참으로 린코다운 이유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게 좋았다. 이거라면 리사는 한치의 의심도 없이 린코한테 폰을 빌려줄거야! 이번에도 같은 생각을 하면서 느긋하게 리사의 반응을 기다렸지만 역시나, 리사의 반응은 내 예상을 한참이나 뛰어넘고 있었다.


"이야~그거 저번에 린코가 추천한 게임 아니야? 나 그거 하고있어! 아이디 뭐야?"


그렇게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내더니만, 오히려 린코의 휴대폰을 뺏어가더니 능숙하게 휴대폰 조작을 하는게 아닌가! 불과 일 분도 되지 않아서 린코의 작전은 그대로 격침, 낙심한 사요의 옆으로 가서 똑같이 키보드를 연주하는 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처량해보여서-


아코에 이르러서는 말할것도 없었다. 쓰러진 두 사람의 의지를 잇겠다는 듯 장엄한 표정으로 기껏 리사의 앞에 갔건만


"리사 언니!!"


"휴대폰 빌려달라는거 빼고 다 들어줄꼐?"


한 마디만에 그대로 격침당하고는 사요, 린코의 옆에 가서는 드럼을 치기 시작해서...


이렇게 된 이상 방법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 휴대폰이 필요했건만, 세 사람이 격침당한 이상 나밖에 없었기에 리사의 손을 꼬옥 붙잡고 내가 입을 열었다.


"리사, 휴대폰좀 빌려줄 수 있어?"


망했다, 유키나 이 바보야...속으로 그런 생각을 했다. 앞에 세 사람이 어떻게 격침당하는지를 봤건만,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누가 빌려주겠냐고...이 작전은 실패야. 끝났어, 폐기해야해! 그런 식으로 자책하고 있었건만, 결과는 뜻밖이였다. 내 말에 리사가 세상 어느때보다도 행복한 미소를 지으면서 양 손으로 공손하게 내게 휴대폰을 내밀더니만


"물론이지! 얼마든지 빌려!...아하하, 그래도 갤러리는 보면 안돼?"


그렇게 말하는게 아닌가!


예상보다 손쉽게 휴대폰을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세 사람의 희생, 절대로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생각하면서 내일 있을 일주년을 위해 슬쩍 준비하기 시작했다.


저 멀리서 어딘지 모르게 세 사람의 원망스러운 시선이 꽂히는 듯 했다.


*


잘려고 누웠다가 선잠속에서 꿈을 꿈


리사랑 사귄지 일주년 기념으로 리사의 휴대폰 속 모든 알람을 자기가 직접 녹음한걸로 바꿔주려는 유키나 이야기


근데 쓰고나니까 앞편은 그냥 로젤리아 얘들끼리 노는게 되버림 ㅋㅋㄹㅃ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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