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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03

1234(39.113) 2020.09.28 18:51:47
조회 150 추천 13 댓글 4
														

사무실은 언제나 그렇듯 약간의 긴장감과 생활 소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평범한 사무실의 하루였다.


하지만 사무실에 앉아서 일을 하는 사람들은 각각 사정이 달랐다. 누구에게는 정말 평범한 하루일지 모르지만 어떤 이에게는 좋지 않은 하루였다.


그것은 표정, 혹은 행동 등으로 알 수 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바쁘기에 남에게 신경 쓰진 않겠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대략적으로 짐작이 가는 법이다.


오늘은 다름 아닌 엠마가 그런 좋은 예시였다. 표정을 보아하니 별로 유쾌하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그런 것보다는 훨씬 더 나빠 보였다.


엠마는 초조한 표정으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지만 일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오타가 나오는 정도를 넘어서 내용을 제대로 입력하지 못하고 쓰다 지우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누구라도 엠마와 같은 상황이 된다면 똑같은 모습을 보일 터였으니까. 


질투, 초조, 그리고 분노 - 현재 엠마를 지배하는 감정의 가장 중심에 있는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그 속에서 엠마는 평정심을 유지할 수 없었다. 아니 지금도 그녀가 보이는 모습은 초인적인 인내력의 발현이라고 해야 할지도 몰랐다.


"으...."


허나 인내심이라는 것은 한계가 있는 법이다. 결국 엠마는 커피가 다 떨어졌다는 핑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원래 쉬는 시간이 있다고 해도 어지간해서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지만 엠마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양이었다.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이 기분은 그냥은 어찌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엠마는 주저없이 흡연실로 향했다.


"후우...."


한모금의 연기가 그녀의 폐를 가득 채우자 겨우 어느 정도 진정이 되었다. 엠마는 찬찬히 지금 상황을 다시금 떠올리며 자신의 감정을 추스르기 시작했다.


발단 - 리지에게 누군가 말을 걸었다.

전개 - 리지는 그 사람과 말하며 웃었다


거기까지 정리하자 엠마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담배를 한개피 더 물었다.


리지에게 말을 건 사람이 누구인지 안다. 레이첼. 엠마의 라이벌이다. 물론 레이첼은 리지에게 어떤 감정도 없는 것도 안다.


그렇지만 리지는 그래서는 안되었다.


리지는 엠마의 것이다. 그렇기에 다른 사람과의 이야기도 용납할 수 없었다. 아니 그건 존재해선 안될 일이었다.


물론 리지는 엠마의 마음을 모를 것이다. 그녀에게 자신의 감정은 이야기 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자신에게 보여준 적이 없는 미소를 레이첼에게 보여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엠마는 참을 수 없는 기분이었다.


파멸로 가더라도 상관없었다.


리지에게 확실하게 그녀가 누구의 것인지 가르쳐줘야 겠다고 엠마는 생각했다.


부들부들 몸이 떨리는 것은 인내의 한계를 의미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엠마는 거칠게 담배를 끄며 자리로 돌아갔다.


"어머 엠마. 무슨 일로 담배에요?"


돌아가는 복도에서 소피아가 엠마에게 말을 걸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료인 소피아는 엠마의 버릇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아 그냥 좀 기분 나쁜 일이 있어서요."


엠마는 그렇게 말하며 애써 억지 웃음을 지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소피아에게는 자신의 감정을 다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언제나 생긋생긋 웃는 소피아지만 그 속은 얼마나 깊은지 아무도 모른다. 그녀의 심연을 우연히 알게된 이후 엠마는 소피아를 최대한 피했다.


만에 하나 그녀에게 잘못 엮이는 순간 지옥보다 깊은 심연으로 끌려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아아 그런가요?"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는 생긋 웃었다. 허나 그 미소는 마치 재미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기쁨이 살짝 담긴 미소였다.


"네 그럼 들어가볼게요."


엠마는 그렇게 말하며 자리로 돌아가려 했다. 허나 그런 엠마의 귓가에 소피아는 살짝 중얼거렸다.


"질투도 좋지만 일은 제대로 해요."


엠마는 그 말에 소름이 확 돋았다. 저 사람은 이미 모든 걸 알고 있었다. 그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다리가 풀리는 기분이었다.


---------- 


질투와 분노는 이미 사라졌다.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엠마는 멍하니 있을 뿐이었다. 기계적으로 일을 처리할 수 있다는 건 그나마 다행한 일,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서 엠마는 키보드를 두드렸다.


딸깍


마지막 입력을 마치고 보고서를 올리며 엠마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든 오늘 업무는 끝이다. 소피아가 최종 확인만 끝낸다면 바로 퇴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렇지만 쉽게 일이 마무리 될까?


엠마는 여전히 떨리는 몸을 주체할 수 없었다. 원래라면 리지에게 그녀가 누구의 것인지 가르쳐 주어야만 했다. 물론 그것은 엠마의 일방적인 행위가 될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도망가야만 했다.


엠마의 본능은 알려주었다. 도망치지 않는다면 비극이 벌어질 것이란 사실을. 아마 내일의 해는 다른 색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만 엠마는 회사에 묶인 몸이었다. 프리랜서가 아니기에 도망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소피아가 부디 대충 넘어가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엠마. 잠시 나 좀 봐요. 생각보다 고칠게 많네요."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엠마에게 사형을 고했다. 엠마는 죽어가는 표정으로 알겠다고 답했다.


모든 건 다 망했다. 엠마는 그렇게 생각하며 절망 속에서 의자에 몸을 맡겼다.


---------- 


"질투도 좋지만 일은 제대로 하라고 했는데.... 실수가 너무 많네요."


소피아는 엠마에게 그렇게 말하며 미소지었다. 그것 뿐이지만 엠마는 자신도 모르게 덜덜 떨었다.


딱히 소피아는 무섭게 사람을 몰아붙이는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실수한 부하에게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며 이끌어 주는 타입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소피아도 엠마에게 있어서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어라 그렇게 떨고 있지 않아도 될텐데...."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엠마의 곁으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잘 손질된 긴 손톱으로 엠마의 뺨을 살짝 간지럽혔다.


"저, 절 어떻게 할 생각이신가요?"


엠마는 두려움 속에 물어보았다. 이미 업무에 대한 것은 잊어버렸다.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내가 엠마를 죽이거나 하진 않잖아요?"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손끝올 엠마의 뺨을 쓰다듬었다. 소피아의 목소리는 더 없이 고혹적이었다. 모르는 사람이 들었다면 마치 그녀가 유혹하는 것으로 느낄 정도였다.


그러나 소피아는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보다 훨씬 더 위험한 사람이었다.


"그저 조금의 벌을 줄 뿐이에요. 알잖아요?"


그렇게 말하며 소피아는 엠마의 얼굴을 살짝 들었다. 그리고는 작은 알약 하나를 자신의 입에 넣고는 엠마에게 키스했다.


거절할 수도 있다.


도망쳐야만 했다.


그렇지만 엠마는 거절하지 못했다. 아니 피할 수가 없었다. 그랬다간 더 큰일 날 터였다.


눈이 풀리고 엠마는 멍한 표정으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를 보며 소피아는 다시금 미소지었다.


"그럼 남은 건 집에 가서 해요."


소피아는 CCTV를 의식한 듯 그렇게 말했다. 엠마는 그녀의 말에 복종하듯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 


엠마는 지금 몇시인지 알지 못했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그녀는 방치되어 있을 뿐이었다.


차라리 자신에게 폭력을 가한다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소피아는 절대 그러지 않았다. 단지 눈을 감기고 묶어둘 뿐. 하지만 절대 잘 수 없도록 물이 한 방울씩 떨어지게 할 뿐이었다.


그리고는 때때로 속삭였다.


엠마가 감히 소피아에게 반항할 수 없을 말들을.


그것은 위협이 아니었다. 그렇지만 엠마에게 있어선 절대적인 복종을 강요하는 말이었다.


그 말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엠마는 절대로 내게서 벗어날 수 없을 거 알면서 왜 그래요? 질투해선 안되요. 당신은 내 것이니까."


소피아는 그렇게 말하며 엠마에게 다시금 키스했다. 약기운에 멍해진 상태로 눈물을 흘리며 엠마는 그것을 받아들였다.


도망칠 수 없겠지. 엠마는 그렇게 생각할 뿐이었다. 리지에 대한 자신의 감정 따위는 이 앞에서 어떤 의미도 없으니까.


"아 참 레이첼이 리지에게 말을 걸었던 건 내가 시켜서에요."


"!"


엠마는 약으로 몽롱한 가운데서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엠마가 귀엽다는 듯 바라보며 소피아는 그녀의 어깨를 깨물었다.


"나쁜 짓 하지 말아요. 당신은 절대 도망칠 수 없으니까. 내 엠마...."


괴로움 속에서 엠마는 절망감을 느꼈다. 그래.


피할 수 없다면 편해지면 되는 것이다.


편해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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