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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논 연성 조각글들 1앱에서 작성

Ns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9 20:25:49
조회 526 추천 18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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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성을 위한 세 문장을 통해 무작위로 얻은 소재를 가지고 연성한 글입니다! 그냥 묻어두기는 그래서.. 이렇게 올려둡니다.

카논의 세 문장 : '응, 내가 했는데?', '전율이 흘렀다.', '나 손 시려운데.'


 톡톡. 빗방울이 조심스럽게 흙을 두드리는 것처럼 가벼운 촉감이 내 볼을 간지럽혔다. 빗방울과 다른 점이라면 그 촉감은 부드럽고, 온기가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차가운 계절에 비는 상상할 수도 없었다. 눈이라면 모를까.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촉감이 느껴진 방향을 향해 몸을 틀자, 빗방울보다 상냥하고, 봄바람보다 따스한 소녀가 말갛게 웃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카논?”
“에헤헤. 치사토 짱. 안녕?”

 하지만 평소와는 조금 다른 카논이었다. 평소와는 달리 양 볼을 발갛게 물들이고, 손끝으로 조심스럽게 매만져도 찢어질까 무서운 그 얇고 부드러운 입술을 느슨하게 풀어서, 무방비하게 헤실거리고 있었다. 카논? 무슨 일이 있나 싶을 정도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의 카논에 눈을 몇 번이나 껌벅이며 카논이 맞는지 확인했다.

“...카논?”

 내가 이름을 부르자, 응? 나른하게 늘어지는 목소리로 말갛게 대답하는 카논은 아무리 봐도 이상했다. 반짝거리는 자수정같은 눈도 어쩐지 희미하게 몽롱한 빛이 어른거리는 것 같아서 슬슬 걱정이 마음 속에서 피어올랐다.

 “...응? 왜애? 치사토 짜앙..아니, 아니지. 치사토.. 왜 불렀어?”
“...!”

 헉. 마음속에 슬슬 피어오르는 걱정은 하늘하늘 떨어져 내리는 꽃잎처럼 흘러내린 카논의 몽글거리는 목소리에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알아챘다. 왜 카논이 이렇게 무방비하게 행복을 뿌리고 다니는 천사가 되었는지. 그건 그녀의 몸에서 조심스럽게 풍겨오는 달콤한 포도향이 가감없이, 오히려 홍보하는 것처럼 당차게 알려왔다.

“..카논. 술 마셨니?”
“응? ..으음. 그랬나?”

 내 질문에 카논은 고개를 힘없이 갸웃거리며, 찬 바람에 빨갛게 물든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보드라운 입술을 톡톡 두드리면서 잠시 고민에 빠져들었다. 평소보다는 조금 몽롱하게 흐려진 자수정 같은 눈빛이, 얇고 기다란 속눈썹 사이를 햇살처럼 누비고 내 눈에 떨어지자, 카논은 기억을 더듬었는지 봄꽃처럼 화사하게 웃으며 속삭였다. 

“응! 내가 마시자고 그랬어!”

 나 잘했지? 라는 것처럼 눈꼬리를 접으며 화사하게 웃어보이는 카논의 모습에, 내 입술을 비집고 가공되지 않은 날 것 그대로의 웃음이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앗, 웃었다!”

 내 웃음이 뭐가 그렇게 기쁜건지. 카논은 그렇지 않아도 큰 눈을 더 크게 뜨며 놀라더니, 과장된 몸짓으로 즐거워하며 같이 웃었다. 이렇게 차가운 바람이 온 세상을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가는 시간에도, 카논은 언제나 봄의 중심에 있는 것 같아서 오늘도 낯설었다.

“카논. 얼마나 마신거니?”

 내 사랑이 낯선 사랑이어서 나는 좋았다. 차가운 겨울에도 혼자서만 따듯한 봄날처럼 화사하게 피어나는 낯선 시간의 카논이 사랑스러웠다.

“으응, 별로 안마셨는데.. 치사토랑 시간을 가지려고..”

 취기에 물들어 봄날같이 붉은 뺨이 붉은 머플러에 가려졌다. 그 모습이 꼭, 여름철의 장미 화단에 유독 색이 따듯한 장미 한 송이를 던져서 숨긴 것만 같아서 낯설었다.

“..그것보다 치사토.”

 아까부터 느낀 것이지만, 카논에게서 흘러나오는 내 이름도 낯설어서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아서 그때마다 몸이 움찔거렸다. 이런 내 마음을 아는건지, 모르는 건지. 카논은 무해하게, 아니. 그 모습을 보고있는 내 심장에는 해로운 미소를 지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응?”
“나, 손 시려운데.”

 내 손, 이렇게 내버려 둘거야? 거기까지 말하고 카논은 부끄러운듯이 조금 더 그녀의 얼굴을 숨기기 위해, 머플러에 입가를 부비면서 속삭였다.

 전율이 흘렀다. 닭살이 오소소, 돋는 것처럼 마치 온몸을 날카로운 전류가 빠르게 쓸고 지나간 것만 같은 느낌에 나는 절로 몸이 움직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낯설었다. 낯선 매력이 내 이성을 또다시 흔들어놓았다.

 꽉 잡은 카논의 손은 역시 차가웠다. 하지만 그 안에 남아있는 잔불같은 온기에 오히려 내 손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만 같아서 기분이 오묘했다.

“..치사토, 손이 따듯하구나.”

 그런 치사토도, 좋아. 몽롱한 눈에 햇빛같은 온기를 머금고, 카논은 조곤조곤 속삭이면서 맞잡은 내 손을 주물거렸다. 차가운 바람에 얼어붙은 손은 그 뜻대로 잘 움직여지는 것 같지는 않아서 나도 그녀의 손짓에 맞추어 조금 더 온기가 전해지게 꽉 붙잡았다.

 오늘도 이렇게 낯선 너를 보고, 나는 또 한 번 사랑에 빠지는게 느껴졌다. 겨울 속에서 봄을 느끼는 낯선 감각 속에서 우리는 한 손에 다 잡기는 어려운 행복을 서로의 손으로 나누어 가졌다.

“..치사토.”
“..응, 카논.”

 카논이 맞잡은 손을 그녀의 몸쪽으로 잡아당겨 우리의 몸을 밀착시켰다. 졸지에 내가 카논에게 안긴 것 같은 모양새가 되어버려서 눈만 꿈벅거리고 있는데 카논이 내 고개에 얼굴을 파묻으며 부비적거리고는 정말 내게만 들릴 정도로, 하늘에서 떨어지기 시작한 눈처럼 사근사근 속삭였다.

나, 입술도 시려워.

 물론 내게 그 속삭임이 천둥처럼 들려온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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