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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치사카논 연성 조각 2앱에서 작성

Ns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9 20:41:05
조회 623 추천 18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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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내용 잘린게 수정도 안되어서 그냥 이렇게 따로 올립니다..

#1 글


카논의 세 문장 '새하얀 것은 금방 때가 타게 마련이다.', '손을 뻗었다.', '티 나잖아, 거짓말이라는 거.’

 새하얀 것은 금방 때가 타기 마련이다. 발에 밟히는 사근사근한 눈의 감촉을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꾸득거리면서 서로 뭉치는 새하얀 눈은 이로서  내 발자국만큼의 멍으로 물들었겠지. 굳이 뒤돌아서 확인해보지는 않기로 했다.

“...하아.”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금세 눈 앞이 흐려지면서 폐가 찢어질듯 펄떡이는 것만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라리 추위로 얼어붙어서 그 감각이라도 느끼지 못하면 더없이 좋으련만, 이토록 손이 애처롭게 떨리는게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게 더 참담했다.

 유독 다른 나무들과 떨어져서 홀로 서있는 나무가 쓸쓸한 외톨이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절로 그쪽으로 움직여 몸을 조심스럽게 기대었다. 이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일까. 이미 죽어서 이렇게 껍데기만 남아서 쓸쓸하게 서있는걸까. 왠지 모르게 나와 비슷해 보여서 이쪽으로 왔나보다. 

 하아. 한없이 울면서 모두 떨쳐낸 줄만 알았는데,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천천히 다시 감정이 고이고 있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긁어모아, 내가 내보낼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숨으로 하늘에 풀어줬다. 더 이상 내 안에 갇혀있지 말고, 죽어가는 내 숨을 타고서라도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가, 다시 한 번 뛸 수 있기를, 설렐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내 감정을 위한 장례식을 마쳤다.

“..치사토, 울지 않았을려나?”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한없이 울다가 결국 말라버려서 부스러질 것만 같은 목을 억지로 쥐어짜내서 내뱉는 소리라 그런가보다. 윽.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려고 하는 뜨거운 핏덩이를 애써 꾹꾹 눌러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 하늘이 우중충하게 내게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내 손이 멋대로 앞으로 뻗어졌다. 결국 아무것도 잡히지 못할 것을 잘 알면서도.

 불과 한 시간도 되기 전에, 헤어진 치사토의 얼굴이 회색 구름 위에 덧그려졌다.
헤어지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워서, 나도 흠칫 놀랄 정도였다. 물론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지만, 울지 않겠다고 꾹꾹 눌러담아 겨우 잡은 내 용기가 무색하게 나도 모르게 치사토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라고..?” 이어지는 치사토의 말에, 더 후회했다. 어찌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지, 나는 잠시 잊고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 담긴 황당함, 멍함, 자그마한 분노, 큰 슬픔이 그 크기만큼 몸을 부풀려 내 바보같은 머리를 쾅, 하고 내려찍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치사토.”

 들을 사람이 없는 이곳에, 이미 죽어버린 것만 같은 나무에게 쓸쓸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말하고 싶었다고. 미안하다고, 장난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안아주면서 용서를 빌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치사토는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줄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러니, 나는 치사토의 그 착한 마음에 한없이 깊은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카논, 농담이지..?”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안기고 싶었고,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내가 선택한 길은 그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고개를 들어 슬며시 바라본 치사토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 크고 밝은 눈을 일렁이면서 진심으로 울고 있었다. 그 서글프고, 애처로운 모습에 나는 내 애꿎은, 아니. 독한 말을 내뱉은 내 입술을 강하게 짓씹으면서 딱딱하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목소리를 이를 악물고 무시하면서.

“...카논! 카논, 기다려줘!”

 내가,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카논! 그렇게 울부짖으며 따라오는 치사토의 말에 또다시 눈이 쓰라리게 아파왔다. 그런 치사토에게서 벗어나고자 더이상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먹으로 퍽퍽, 내려찍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치사토의 울음 소리에서 멀어지기 위해 억지로 달리고, 또 달렸다. 신발도 도중에 흘려버리고, 굳어버린 다리가 내 뜻을 모르고 멈춰버려 땅바닥에 엎어지기도 했다. 폐는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쿵쾅거리며 아파왔다. 목구멍을 타고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나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흙바닥에 토했다. 
 
심장이 가장 아팠다. 눈물로 뿌옇게 변한 눈 앞에 치사토의 그 우는 얼굴이 떠올랐다. 틀렸다. 마음이 산산조각나는 것처럼, 가장 아팠다.

“미안해, 미안해 치사토.. 그런데..어쩔 수가 없었어.”

 티 나잖아. 거짓말인거.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걸. 특히나 네 앞에서면 이 입술이 멋대로 움직여버리는걸. 그 정도는, 이번 한번만 내 이기적인 행동을 받아주었으면 해. 아마, 그럴수는 없겠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니, 끔찍한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런 기분은 못느꼈는데, 치사토의 울음을 들으니 지금까지 내가 느껴본 어떤 고통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나, 바보같다. 그치?”

 미안해, 치사토. 정말로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역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을때, 그 날 바로 말했어야 했을까? 그런데, 그런데. 그건 싫었어. 내가 누구보다도,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좋아하는 네 앞에서 말하고 싶지가 않은걸. 네 그 따듯한 눈에 나를 향한 동정이 담기는 것을, 좌절이 담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어. 넌 항상 내 좋은 모습만, 밝은 모습만 가져갔으면 했어. 내 봄이 곧 너일테니까. 내 봄에게 겨울을, 절망을 주고 싶을리가.

“..사랑해. 사랑해..흐윽. 치사토..”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 이 찢겨버린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에도 네 향기를 담아놓았다고. 누가 물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한없이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계속 나오는건. 이게 눈물이 아니라는 뜻일까? 치사토.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하나만 알아주면 좋겠는데.. 이것조차도 내 이기적인 바람인지는 모르겠다. 꽃이 피고, 봄이 오면 그곳에서 네가 기다려주면 좋겠다. 언젠가 피는 꽃의 자그마한 꽃잎 한 장이 되어서, 봄바람에 날려가 네 머리카락 위에 얹혀서,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

사랑해. 내가 죽기 전에 사랑한 사람이 너라서, 정말 행복했어. 치사토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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