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치사카논 연성 조각 2앱에서 작성

Nsa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9.29 20:41:05
조회 599 추천 18 댓글 2
														

viewimage.php?id=21b4dc3fe3d72ea37c&no=24b0d769e1d32ca73cec87fa11d0283141b58444220b0c04398dc02aecd206ee5e69bc2c0049792cf0b37741126ba3ddbf365cfa2a70e2b5624bea937582ca28fc0edc6e13bba2e6649452f70804298499e3f1bf3a427a488f0dc9ee02c01baa1ddccba4e5785639a4


뒷내용 잘린게 수정도 안되어서 그냥 이렇게 따로 올립니다..

#1 글


카논의 세 문장 '새하얀 것은 금방 때가 타게 마련이다.', '손을 뻗었다.', '티 나잖아, 거짓말이라는 거.’

 새하얀 것은 금방 때가 타기 마련이다. 발에 밟히는 사근사근한 눈의 감촉을 느끼면서 중얼거렸다. 꾸득거리면서 서로 뭉치는 새하얀 눈은 이로서  내 발자국만큼의 멍으로 물들었겠지. 굳이 뒤돌아서 확인해보지는 않기로 했다.

“...하아.”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금세 눈 앞이 흐려지면서 폐가 찢어질듯 펄떡이는 것만 같아서 걸음을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차라리 추위로 얼어붙어서 그 감각이라도 느끼지 못하면 더없이 좋으련만, 이토록 손이 애처롭게 떨리는게 너무나도 잘 느껴지는게 더 참담했다.

 유독 다른 나무들과 떨어져서 홀로 서있는 나무가 쓸쓸한 외톨이처럼 보여서, 나도 모르게 절로 그쪽으로 움직여 몸을 조심스럽게 기대었다. 이 나무는 이미 죽은 나무일까. 이미 죽어서 이렇게 껍데기만 남아서 쓸쓸하게 서있는걸까. 왠지 모르게 나와 비슷해 보여서 이쪽으로 왔나보다. 

 하아. 한없이 울면서 모두 떨쳐낸 줄만 알았는데, 내 마음 가장 밑바닥에 천천히 다시 감정이 고이고 있었다.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최대한 긁어모아, 내가 내보낼 수 있는 가장 뜨거운 숨으로 하늘에 풀어줬다. 더 이상 내 안에 갇혀있지 말고, 죽어가는 내 숨을 타고서라도 다른 누군가의 마음에 다가가, 다시 한 번 뛸 수 있기를, 설렐수 있기를 기도하면서 내 감정을 위한 장례식을 마쳤다.

“..치사토, 울지 않았을려나?”

 목에서 나오는 목소리가 낯설었다. 한없이 울다가 결국 말라버려서 부스러질 것만 같은 목을 억지로 쥐어짜내서 내뱉는 소리라 그런가보다. 윽. 목구멍을 타고 올라오려고 하는 뜨거운 핏덩이를 애써 꾹꾹 눌러담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회색 하늘이 우중충하게 내게로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아서, 나를 기다리는 것 같아서, 내 손이 멋대로 앞으로 뻗어졌다. 결국 아무것도 잡히지 못할 것을 잘 알면서도.

 불과 한 시간도 되기 전에, 헤어진 치사토의 얼굴이 회색 구름 위에 덧그려졌다.
헤어지자. 내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할 정도로 차가워서, 나도 흠칫 놀랄 정도였다. 물론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지만, 울지 않겠다고 꾹꾹 눌러담아 겨우 잡은 내 용기가 무색하게 나도 모르게 치사토의 눈을 피할 수 밖에 없었다.
 “..뭐, 라고..?” 이어지는 치사토의 말에, 더 후회했다. 어찌 사람의 목소리가 그렇게도 다양한 감정을 담을 수 있는지, 나는 잠시 잊고있었던 것이다. 그 안에 담긴 황당함, 멍함, 자그마한 분노, 큰 슬픔이 그 크기만큼 몸을 부풀려 내 바보같은 머리를 쾅, 하고 내려찍은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안해, 치사토.”

 들을 사람이 없는 이곳에, 이미 죽어버린 것만 같은 나무에게 쓸쓸하게 털어놓았다. 사실 말하고 싶었다고. 미안하다고, 장난이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장난스럽게 안아주면서 용서를 빌고 싶었어.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어. 치사토는 언제까지나 날 기다려줄 아이라는 걸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아니까. 그러니, 나는 치사토의 그 착한 마음에 한없이 깊은 상처를 줄 수 밖에 없었다.

“카논, 농담이지..?”

 할 수만 있다면 그렇게 안기고 싶었고, 그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는데. 내가 선택한 길은 그 방향과는 전혀 달랐다. 고개를 들어 슬며시 바라본 치사토는, 소리 없이 울고 있었다. 그 크고 밝은 눈을 일렁이면서 진심으로 울고 있었다. 그 서글프고, 애처로운 모습에 나는 내 애꿎은, 아니. 독한 말을 내뱉은 내 입술을 강하게 짓씹으면서 딱딱하게 뒤돌아섰다. 그리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것처럼, 아무것도 보지 못한 것처럼 앞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뒤에서 들려오는 애처로운 목소리를 이를 악물고 무시하면서.

“...카논! 카논, 기다려줘!”

 내가, 내가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카논! 그렇게 울부짖으며 따라오는 치사토의 말에 또다시 눈이 쓰라리게 아파왔다. 그런 치사토에게서 벗어나고자 더이상 잘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주먹으로 퍽퍽, 내려찍으면서 달리기 시작했다. 치사토의 울음 소리에서 멀어지기 위해 억지로 달리고, 또 달렸다. 신발도 도중에 흘려버리고, 굳어버린 다리가 내 뜻을 모르고 멈춰버려 땅바닥에 엎어지기도 했다. 폐는 찢어지는 것만 같았고, 심장은 금방이라도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쿵쾅거리며 아파왔다. 목구멍을 타고 피비린내가 진하게 풍겨나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흙바닥에 토했다. 
 
심장이 가장 아팠다. 눈물로 뿌옇게 변한 눈 앞에 치사토의 그 우는 얼굴이 떠올랐다. 틀렸다. 마음이 산산조각나는 것처럼, 가장 아팠다.

“미안해, 미안해 치사토.. 그런데..어쩔 수가 없었어.”

 티 나잖아. 거짓말인거. 나는 거짓말을 못하는걸. 특히나 네 앞에서면 이 입술이 멋대로 움직여버리는걸. 그 정도는, 이번 한번만 내 이기적인 행동을 받아주었으면 해. 아마, 그럴수는 없겠지만. 이상한 기분이었다. 아니, 끔찍한 기분이었다. 내가 얼마 살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도 이런 기분은 못느꼈는데, 치사토의 울음을 들으니 지금까지 내가 느껴본 어떤 고통보다도 더 크게 다가오는 것만 같았다.

“..나, 바보같다. 그치?”

 미안해, 치사토. 정말로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정말로 어떻게 했어야 했는지 모르겠어. 역시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셨을때, 그 날 바로 말했어야 했을까? 그런데, 그런데. 그건 싫었어. 내가 누구보다도, 어쩌면 가족보다도 더 좋아하는 네 앞에서 말하고 싶지가 않은걸. 네 그 따듯한 눈에 나를 향한 동정이 담기는 것을, 좌절이 담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어. 넌 항상 내 좋은 모습만, 밝은 모습만 가져갔으면 했어. 내 봄이 곧 너일테니까. 내 봄에게 겨울을, 절망을 주고 싶을리가.

“..사랑해. 사랑해..흐윽. 치사토..”

 사랑해. 그 누구보다도 사랑해. 이 찢겨버린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에도 네 향기를 담아놓았다고. 누가 물어도 그렇게 말할 수 있어.

 한없이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계속 나오는건. 이게 눈물이 아니라는 뜻일까? 치사토. 미안해. 그래도, 그래도. 하나만 알아주면 좋겠는데.. 이것조차도 내 이기적인 바람인지는 모르겠다. 꽃이 피고, 봄이 오면 그곳에서 네가 기다려주면 좋겠다. 언젠가 피는 꽃의 자그마한 꽃잎 한 장이 되어서, 봄바람에 날려가 네 머리카락 위에 얹혀서, 잠시만. 아주 잠시만이라도 그 온기를 느껴보고 싶어.

사랑해. 내가 죽기 전에 사랑한 사람이 너라서, 정말 행복했어. 치사토 짱.

- dc official App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8

고정닉 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2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6010 45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17]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3220 25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23] <b><h1>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24433 14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8889 32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7347 25
1331450 공지 공지 [31]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10327 43
830019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9 92880 72
828336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9.27 41132 27
1463871 일반 무츠멍이랑 소요인형 천사세이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7 6 0
1463870 일반 헤번레 신스타일 실루엣 힌트 떴대 [2] 말랑한돌멩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6 22 0
1463869 일반 백붕아 이거 안읽어봤으면 꼭 읽어보거라.. 그렌라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4 29 0
1463868 일반 왤케 덥니 [7] 치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4 27 0
1463867 일반 걸밴크 재탕하는데 모모카 정실은 빼박 [1] ㅇㅇ(121.172) 18:52 28 1
1463866 일반 "동거"라는 단어가 너무 야해 [3]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2 36 1
1463865 일반 북치빻치북치빻치 네니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51 13 0
1463864 일반 니황 최애음식 규동 먹어봤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9 32 0
1463863 일반 오늘만 쓸게 [1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8 138 15
1463862 일반 빻치더락 저거 점플에서도 잘 나가긴 하는데 [10] 씨사이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7 81 0
1463861 일반 뭐야 중계 다시 보는데 왜 밤해파리콘이 있지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6 40 0
1463860 일반 ㄱㅇㅂ?) 역시 이작가님 그림 좋단 말이지 [4] 온두루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40 114 0
1463859 일반 붕스) 스타레일에서 떠오르는 커플 [2] 에아렌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65 6
1463858 일반 바이럴함 [4] ㅇㅇ(49.170) 18:39 79 1
1463857 일반 수마 미오리네 약혼녀 소설?어케됐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9 34 0
1463855 일반 의외로 레즈비언 손동작인거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114 0
1463854 일반 백붕이들은 프리큐어 마법봉 왜 사는 거야? [4]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6 75 0
1463853 일반 메이저 장르를 빠는 건 좋은 일이구나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5 100 2
1463852 일반 그게 무슨소리니 니나니나야 [1] Ruh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4 51 0
1463851 일반 토모리 나랑 하룻밤만 자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2 37 2
1463850 일반 백봉이들 드디어 프리큐어 마법봉까지 사는거야?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1 42 0
1463849 일반 백붕이 오늘밤 드디어 해파리 본다 [2]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56 0
1463848 일반 ㄱㅇㅂ) 나 커피 중독 심한가 봐… [11]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8 95 0
1463847 일반 사실 제대로 된 피규어가 있기는 해 [1]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6 72 0
1463846 일반 떡밥 따라갈려고 애니보는 [4] ㅇㅇ(211.206) 18:26 70 0
1463845 일반 처음부터 해파리에 커플 따윈 없었던것이 아닐까 [21] Icefrag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131 0
1463844 일반 프리큐어 피규어...? [3] 지붕위메뚜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4 82 0
1463843 일반 이거 마이고멤버 손이라 생각하면 너무 야해 [5] 뒤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89 0
1463842 일반 오늘은 종트하는날 [8] 쿠치베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1 68 0
1463841 일반 원더프리 19화는 진짜 전설이다... [4] 걍하는지거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111 8
1463840 일반 우마무스메 미라단츠 너무 좋아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30 0
1463839 일반 수마는 보빔 최대 아웃풋 달성했잖아 [4] 분탕용계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2 175 2
1463838 일반 시카노코 따운 최애의아이 따운 [1] ㅇㅇ(61.77) 18:09 133 0
1463837 일반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 [12] 백합백문학과교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8 160 8
1463836 일반 흑백vs흑금 [2]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6 57 0
1463835 일반 너넨 걸밴크 몇화부터봄? [1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151 0
1463834 일반 걸밴크 11화 완결임?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2 78 0
1463833 일반 봇치더락이나 요루쿠라 같은 4인조 볼때마다 [2] ㅇㅇ(122.44) 18:01 84 0
1463832 일반 카노가 염색을 두 번 했었지?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74 0
1463830 일반 어쩐지 X 트렌드에 슬레미오가 있더라니 쿠지 신상 때문이었구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105 0
1463829 일반 키위 버튜버 판때기 무쌩기지 않음?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116 0
1463828 일반 으헤 엠병~ [3] 봇지다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74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