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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05

1234(39.113) 2020.09.30 15:44:59
조회 111 추천 12 댓글 1
														

똑같은 얼굴, 하지만 다른 사람.


쌍둥이를 상대하는 일은 그래서 힘들다. 나오는 매번 두 쌍둥이 자매에게 당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물론 쌍둥이 - 칸나와 리나는 나쁜 아이는 아니다. 그녀들은 착하고 평소 나오를 잘 도와주었다.


다니는 대학의 수업을 마치고 쌍둥이가 도와주는 덕분에 나오의 카페는 날로 번창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때때로 저지르는 장난에 휘둘리는 건 사양하고 싶었다. 그녀들은 일부러 나오를 괴롭혔다. 마치 자신들의 장난감이라는 것처럼.


특히 똑같이 꾸미고 나오의 마음을 흔드는 건 정말 싫은 일이었다.


오늘도 그랬다.


칸나처럼 꾸몄던 리나는 나오의 뺨에 키스했다. 어디까지나 장난이겠지만 순간 나오는 두근거렸다. 장난이라도 흔들릴 정도로 두 쌍둥이는 아름다웠으니까.


동성임에도 불구하고 칸나와 리나는 사람을 흔드는 악마와 같은 매력이 있었다. 함께 일하면서도 때때로 나오는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것을 경험하고 놀라곤 했다.


그렇기에 리나의 장난은 치명적이었다. 나오는 그 순간 멍하니 있었다. 어떤 말도 하지 못하고.


허나 정작 칸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 리나가 이야기 하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덕분에 말이 꼬이며 나오만 나쁜 사람이 되었다.


물론 칸나가 소악마와 같은 미소를 짓는 것을 보니 어떤 상황인지 눈치는 챈 것 같았지만 엎질러진 물은 어찌할 수가 없는 법이다.


나오는 싫었다.


그저 평범하게 생활하며 웃고 즐길 수 있으면 싶었다. 그러나 그녀들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차라리 자르면 좋겠지만, 그랬다가는 아마 카페는 바로 망하겠지. 그녀들이 나오의 카페에 일하기 시작하면서 비로서 제대로 돌아가기 시작했으니까.


나오가 실력이 없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단지 장사가 안되는 것 뿐.


두 쌍둥이에게 나오는 묶여버린 것일지도 몰랐다. 둘은 나오를 가지고 노는 것을 즐길 뿐인지도 몰랐다.


"하아...."


오프닝을 준비하며 나오는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모든 것이 엉망이 된 기분이었다.


칸나는 어떤 기분으로 자신을 바라볼까?


리나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알 수 없었다.


자신의 마음을 숨기겠다는 듯 일부러 똑같이 꾸미고 나오를 농락하는 두 사람 앞에 서서히 무너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미묘한 긴장감 속에서 어찌할 수 있는게 없었다. 그것이 나오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사실 정말 싫은 건 아니었다.


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그 자체만으로 즐거웠다. 점점 선을 넘는 듯한 장난은 괴로웠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마저도 즐기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랄 때가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둘은 자신에게 뭘 원하는 걸까?


나오는 알 수 없었다.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끌려다니기만 할 뿐. 그것은 유쾌하지 않은 일이었다.


그렇지만 수가 없었다.


"저희 왔어요."


생각에 잠겨 잠시 손마저 쉬고 있을 때, 두 쌍둥이는 어김없이 들어왔다. 이제 곧 오프닝 시간. 서두르지 않으면 안된다.


"어서 마무리해요. 곧 오픈이잖아요?"


칸나와 리나는 그렇게 말하며 옷 갈아 입으러 들어갔다. 나오는 그런 그녀들을 보며 다시금 한숨을 쉬었다.


오늘은 그녀들의 옷이 똑같았다. 심지어 평소 일부러 다르게 하던 액세서리까지.


과연 오늘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나오는 두려웠다. 허나 일단 그런 걱정은 일이 끝나고 난 이후에 생각할 것이다.


오프닝 준비를 끝내고 드디어 카페는 문을 열었다. 하루의 진짜 시작이었다.


---------- 


의외로 근무 중에는 어떤 일도 없었다. 칸나와 리나는 전혀 나오에게 손대지 않았으니까. 그저 업무상 필요한 말 이외에는 어떤 커뮤니케이션도 없었다.


그것은 나오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뭔가 적당히 장난치며 같이 웃고 했다면 좋았을지 모를 일이다. 하지만 사무적으로 자신을 대하는 것은 무언가가 있다는 이야기.


그래도 짧지 않은 기간 동안 함께 하였다. 그러니 조금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래서 두려웠다.


자신에게 무엇을 할 지를.


뭔가 함정에 걸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때의 키스, 그리고 나오가 보여준 반응이 그녀들의 내면 어딘가를 건드린 것인지도 모른다.


두렵다.


그저 두렵다.


허나 어쩌겠는가. 무슨 일이 벌어지면 거기에 맞춰 어른답게 대응하는 것이 유일한 답이겠지.


그렇지만 어른답게 대응한다는 건 뭘까?


나오는 알 수 없었다. 그녀는 자신이 과연 연상인지도 의심스럽다고 스스로 생각했다.


웃기는 일이다.


어떻게 이렇게 홀려 버린 것일까?


나오는 쓰게 웃으며 클로즈를 걸고 문을 잠궜다. 전에 불이 켜져있다며 다짜고짜 들어온 손님을 경험한 이후 두드려도 부숴지지 않는 문으로 교체하고 잠금장치를 꼭 사용했다.


그리곤 청소를 시작으로 하루를 마감했다. 조금은 늦은 시간. 하지만 내일을 위해서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다 끝났어요."


칸나일까 리나일까?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끝났다고 이야기 해주는 것은 고마웠다. 나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답했다.


"고마워."


허나 언제나의 말에 그녀들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먹이를 눈 앞에 둔 맹수와 같은 표정이었다.


"응?"


나오는 그런 둘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흠찟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들은 뭔가 작정이라도 한 듯 나오에게 다가왔다.


"어느 쪽이 칸나인지."


"어느 쪽이 리나인지."


한명이 말하고 또 다른 한명이 말한다. 둘은 완벽하게 닮아서 그냥 봐서는 전혀 알 수 없다.


"알아 맞출 수 있겠어요?"


겹치는 목소리는 구분할 수 없는 메아리처럼 울려 퍼졌다. 나오는 고개를 흔들 뿐이었다.


"아직도 알아차리지 못하다니."


한쪽이 미소지으며 말했다. 차갑게 나오를 바라보며 말하는 목소리는 왠지 모를 즐거움이 숨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또 한쪽이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동전 하나 정도의 틈을 남기고 다가온 쌍둥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나오는 자신도 모르게 얼어붙은 기분이었다.


아름다운 얼굴.


하지만 그 얼굴들은 자신을 같은 사람으로 보지 않았다. 당연히 저항해야만 했다.


그렇지만 저항할 수 없었다.


사고는 멈추고 본능적인 두려움 속에 벌벌 떨 뿐. 그런 나오를 바라보며 아름다운 얼굴은 킥 하고 웃었다.


그러더니 어떤 주저도 없이 그대로 나오에게 키스했다. 피할 수 없는 죽음과도 같이, 나오는 저항을 할 수 없었다.


나오의 입 안으로 침범하는 혀는 뱀과 같이 탐욕스럽게 그녀의 입안을 맛보았다. 거기에 저항하기 보다는 순응하듯 나오는 혀를 움직였다.


물론 그것은 그녀의 의사가 아니다.


단지 나오의 몸은 그렇게 해야하는 것처럼 반응할 뿐이었다. 그러는 사이 다른 한명의 쌍둥이는 그녀의 귀를 살짝 깨물었다.


입과 입이 떨어졌을 때, 나오는 자신도 모르게 뜨거운 탄식을 내뱉었다.


말도 안되는 일이다.


원래라면 저항해야 했고 그것이 정상적인 일일 터였다. 그렇지만 저항을 할 수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나오는 좋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쌍둥이 중 한명이 말했다. 나오는 어질어질한 가운데 말을 가만히 듣기만 할 뿐이었다.


"너무 무방비해요. 너무...."


"그러니까 우리에게 잡힌거에요."


그렇게 말하며 아까와 다른 쌍둥이가 키스했다. 아니 지금 누가 키스를 한 것일까?


나오는 알지 못했다. 전혀 다르지 않은 복장을 한 두 사람은 마치 하나가 된 듯 그녀를 농락했다.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 속에서 나오는 둘에게 자신의 몸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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