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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레기나렉타 단편팬픽앱에서 작성

총수인권보호협의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01 20:2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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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세리나는 미라빌리스의 그 붉디 붉은 입술이 움직여 만든, 말해질 수 없는 음성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탓에 화등잔만하게 커진 그의 눈은 황망하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움직였다.

"그동안 즐거웠느냐? 보잘 것 없던 가문 태생으로 황녀의 언니님이 되었을 때는 어떠했느냐?"

"내 그동안 미치도록 가소롭고 우스울 수가 없었다. 내가 네 태연자악한 모습을 보며 그 방자함이 언제까지 이어지나 했더니 넌 한결같더구나."

"황녀님, 그것이 아니오라..."

"닥쳐라."

날이 서 있는 미라빌리스의 목소리에 세리나는 곧장 부복했다. 고개를 살짝 들어 미라빌리스의 발을 보는 것조차 할 수 없었다. 이마를 땅에 바짝 붙이곤 숨조차 죽였다.

전까지는 둘만 있기를 바랬는데, 지금에 와서는 이토록 원망스럽기 그지 없었다.

수 분 전까지만 해도 사랑스럽게 언니님하며 달라붙던 외양이 한 겨울 눈싸라기처럼 차갑게 두들길 줄은 누가 알았을까.

더군다나 평소의 행실에서 살갑고 귀엽게 대할 수 있으리라는 전혀 생각도 못했다. 죽으면 죽었지 제 본연의 모습을 숨길 수 있었을 줄이야.

세리나는 미라빌리스의 간교함에 입술을 깨물었다.

차라리 황녀를 능멸한 죄로 나를 죽이지 어찌 제 포악한 성정을 그동안 숨겼을까.

"세리나, 네 생각이 훤히 보이는구나. 왜 널 진즉 죽이지 않았나, 이런 생각을 할테지."

황녀의 목소리는 차가운 장미궁을 홀로 진동시켰다. 그에 세리나는 더욱 움츠렸다.

미라빌리스의 입가에 어리석은 이를 향한 조롱이 웃음으로 자리잡았다.

"네가 도대체 어디까지 기어오르나 궁금했다. 게다가 너를 볼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뭉실해지는 것도 궁금했다. 내가 어찌하여 너를 이리 봐주는지 궁금했다."

"네게 아양을 떨며 계속해서 생각하고 생각했다. 그러더니 장서관의 비밀 하나가 생각이 났다."

빈갈사의 책 말이다.

세리나의 움츠러든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뱀에게 죽기 전 숨통이 죄여 죽어가는 쥐가 된 듯 했다.

세리나는 자신의 머리뚜껑이 열려 미라빌리스가 보았나 싶었다. 제게 가장 중하고도 위험한 비밀이 미라빌리스 본인에게, 그것도 완전히 들켰으니 이제 자신은 보잘 것 없는 목숨이요 패가망신의 원흉이 될 터였다.

미라빌리스는 그런 세리나를 눈에 담은 채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그 자의 마법서를 보았지. 괴상망측한데다 제가 뭐라도 된 듯한 자신감 넘치는 어휘는 참으로 흥미로웠다. 그래서 배워보고자 싶었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사술이지만 많은 제약에 미미한 효과, 무엇보다 그 지지부진한 가르침에 때려쳤다. 불태울까 싶기도 했지만 그래도 장서관에서 우는 이가 얻은 한낱 보잘 것 없는 희망이 되어 내 앞에 나타나면 볼 만한 구경거리가 될거라 생각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호의인 즉... 그때부터 모든 것을 의심했다. 모든 것을 재단하고 평가하여 가치를 매겼다. 호의를 호의로 받아들이지 않고 욕망으로 받아들였지."

"황녀님 제발 저만을 죽여주시옵소서. 모든 건 저 혼자 하였습니다. 제 가문만은 제발...!"

"닥쳐라. 내 언제 너에게 혀를 놀려도 된다 했느냐?"

쿵!

"제발, 제발!"

하얀 대리석 바닥에 세리나가 이마를 찧었다. 다시 이마를 찧으려 고개를 들었을 때 세리나의 이마가 벌겋게 부어오른 게 보였다.

미라빌리스는 그 꼴을 보기 싫었다. 단순한 이유였다.

"네 년의 더러운 피로 내 궁을 더럽히지 마라!"

챙!

미라빌리스가 옆의 자그만한 흰 색 탁자에 놓여있던 유리잔을 세리나에게 내던졌다. 다행스럽게도 세리나는 맞지 않았으나 깨진 파편들이 세리나의 옷 위로 묻어났다.

조아린 세리나의 머리 근처로도 파편이 비산했다. 까슬한 유리 알갱이가 세리나의 머리칼 위로 흩뿌려졌다. 살짝 얼굴에 스쳐 생채기가 생겼다.

그럼에도 세리나는 움찔거리지 않았다.

무엇하나 미라빌리스의 심기를 건들까 싶어서 숨소리조차 안에서 갈무리했다. 그렇게 미라빌리스의 판결이 떨어지기까지 기다렸다.

숨 막히는 정적이 수 분 흘렀다.
그제서야 미라빌리스의 말문이 열렸다.

"고개를 들고 일어나라."

한 톨의 자비일지, 처벌의 시작일지 세리나는 몰랐다. 하지만 제가 최면을 걸었다 착각할 때의 미라빌리스처럼 세리나는 충실히 인형이 되기로 했다.

"내 그런 꼴을 당했었음에도 너를 향한 마음이 변치 않는구나. 신기하도다.  이 마음이 어디까지 통용되는지 한 번 알아봐야겠다. 그러니 벗어보거라."

"...예."

사락, 사락.

세리나의 시녀복이 한꺼풀 한꺼풀 세리나의 유려한 곡선을 따라 흘러내렸다. 길이 들대로든 옷가지는 너무나 수월하게 벗겨졌다. 세리나는 그런 옷가지가 너무나도 원망스러웠다.

세리나의 손은 주춤거리면서도 멈추지 않았다.

높이가 있는 단에 놓인 상석에서 턱을 괸 채 권태로이 앉아있는 잔악한 인형을 응시하지도 못한 채 세리나의 고개는 아래에 처박혀 제 옷을 벗어내기 급급했다.

속옷뿐이 남아 제 몸을 가리자 그 사실이 수치스러워 세리나는 팔로 가렸다.

"참 볼 것도 없는 몸이로다. 그깟 몸 백 개의 아름다움이 내 웃음 하나만도 못하겠구나."

사실은 대못으로 화해 시녀의 심장에 푸욱 박혀들었다. 아름다운 이에게서 들은 자신의 못남은 그보다 못한 이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혔다. 차마 대꾸도 못한 채 세리나의 눈가에는 물기가 어렸다. 수치스럽고 부끄러워 몸에 힘이 들어가고 떨렸다.

"허나 참으로 신기하고 신기하도다. 대식하는 취미도 없거늘 어찌하여 내 너에게 마음이 동하는지 영문을 모르겠다. 이 또한 사특한 술수더냐?"

"아니, 아니옵니다..."

"하긴... 그 같잖은 마법이 어찌 내게 영향을 미치랴?"

정말 내뱉는 말마디 하나하나 그리 자연스레 타인을 깔보고 감정을 짓밟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세리나는 허락되지 않은 마법을 황녀에게 사용한 대역죄인이었다.

설령 미라빌리스에게 마법이 듣지 않았다해도 미라빌리스는 세리나가 마법을 썼다는 것을 알았다. 어떤 마법인지도 알고 그 파훼법도 알았으며,

무엇보다 황녀였다.

세리나는 몰락한 귀족의 여식이었고 그 간격은 감히 무지도 허락되지 않았다.

"이리로 와보거라."

권태로운 황녀가 명했다.

"예..."

시녀가 따랐다.

시녀복으로 덮힌 유리 알갱이들은 밟힐 때마다 자락거리는 소리만 내었다. 그 모습이 즐겁다는 듯 미라빌리스의 미소가 짙어졌다.

세리나가 마침내 깨끗한 대리석 바닥에 발을 내딛었을 때 미라빌리스가 다시 명했다.

"이제 네 몸뚱이에 적응했다. 속옷도 벗어라. 볼품없는 나신을 보이란 말이다."

히극...

아무리 들어도 익숙치 않았다. 미라빌리스만한 경국지색의 미인이 자신의 못남을 지적하는 폭언은 마음을 난도질하기 충분했다.

결국 참지 못하고 울음을 내보였다. 하지만 손은 명령에 따라 모든 속옷을 벗었다. 세리나의 몸을 가리는 건 없었다. 할 수 있는건 팔로 가슴과 그곳을 가려 시선을 막는 것 뿐이었다.

찬 기운이 세리나의 몸을 타고 오른다. 막아줄 옷가지는 이제 없었다. 게다가 타인의 앞에서 자신의 모든 걸 보인다는 수치심이 세리나의 몸을 부르르 떨게 했다.

"정말이지. 못났구나, 못났어."

그렇게 말하곤 미라빌리스가 손뼉을 치며 웃었다.

"내 우스운 건 너처럼 이리도 못난 년에게 마음이 동한다는 것이다! 세리나! 이리 와서 어디 개처럼 누워보거라."

"네 주제에 맞게."

미라빌리스가 희게 웃었다.






그날 세리나는 처음으로 고통을 울부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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