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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카논치사] 가난한 연인들을 위한 기도

ㅇㅇ(121.159) 2020.10.05 14:27:13
조회 416 추천 21 댓글 3
														

  대학병원으로 달려가는 택시 뒷좌석에서 치사토는 믿는 종교도 없었지만, 그 누구보다 신실하게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신님, 부디 제 기도를 들으신다면. 제발 그 아이가 무사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부탁해요. 아니, 부탁드립니다……. 백미러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는 눈길을 신경 쓸 여력도 없이, 모자도 마스크도 없는 앳된 맨얼굴엔 이미 물기가 가득했다. 울지 말아야지, 정신 차려야 해, 몇 번이나 다짐했건만 도착하기도 전에 참아내지 못한 눈물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손끝이 하얗게 질릴 만큼 세게 쥔 주먹 위로 차가운 눈물이 툭 하고 방울져 흘러내렸다.

 

  조용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가을밤. 그토록 좋아했던 가을밤을 이제는 두 번 다시 좋아할 수 없을 거라고. 차라리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더라면. 자꾸만 커져가는 불길한 상상에 저도 모르게 짓이긴 입술 새로 선혈이 비치기 시작했다.

 

 

***

 

 

  졸업 후 오랜만에 마야와 함께 더블 게스트로 나간 예능 프로그램. 요령이 좋은 자신과 관심 있는 주제에 열정을 아끼지 않는 마야의 조합은, 관계자들 사이에서 꽤나 안정적인 조합으로 평가받고 있었다. “치사토 씨! 오늘 촬영 정말 즐거웠지 말입니다.” “, 그러네. 분량도 괜찮게 나올 것 같고.” “후헤헤. 이참에 자주 불러주셨으면 좋겠는데요.” 추가 촬영 없이 단번에 촬영이 끝난 걸 보면 제작진도 비슷한 생각을 하는 듯했다. 오늘은 왠지 운이 좋은 날이네, 기분 좋게 웃으며 생각하던 때에 별안간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인 내 사랑. 촬영이 끝난 걸 어떻게 알았을까? 평소라면 자신을 배려해 메시지를 먼저 보냈으리란 걸 알아차렸겠지만, 답지 않게 조금은 들떠있던 탓이었을까 치사토가 망설임 없이 수화기를 귓가에 갖다 대었다.

 

  “여보세요.” 한껏 기대하며 받아든 수화기 너머로 생전 처음 듣는 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누구세요, 물을 틈도 없이, 마츠바라 카논 씨 보호자 분 맞으시죠? 대답을 해야 하는데. 지금 듣고 있는 게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어서. 사색이 된 얼굴로 간신히 버티고 서 있는 치사토의 손이 눈에 띄게 떨리고 있었다. “치사토 씨?” 자신을 부르는 마야의 말에도 채 고개를 돌리지 못한 시선이 하염없이 허공에 머무를 뿐이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치사토를 보다 못한 마야가 몸을 틀어 수화기를 낚아챘다. “전화 바꿨습니다. . ? 어디라고요?” 누군가의 입을 통해 세상에 뱉어진 생소한 단어에, 치사토는 그제야 이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임을 깨달았다. “바로 가겠습니다. . .” 통화를 마친 마야가 걱정스러운 기색으로 아직도 떨고 있는 치사토의 어깨를 잡아 부축했다. “치사토 씨, 일단 병원으로 가죠.”

 


***

 


가장 원망스러운 건 다름 아닌 나 자신이다. 네가 아파하고 있는 순간에도. 아무것도 모른 채로, 그저 스케줄 얘기나 하며 웃고 떠들었다는 게. 견딜 수 없이 괴롭고 비참해. 얼마나 다쳤기에 응급실에 있다는 걸까. 위독한 건 아닌지 물어봤어야 했는데.

 

미처 토해내지 못한 말들이 켜켜이 쌓여간다.

 

미안해. 네가 그토록 사랑해주는 나를. 나는 도저히 좋아하지 못할 거야.

 



 

  황급히 택시에서 내린 두 사람을 반긴 것은 사이렌을 울려가며 막 부상자를 싣고 온 하얀 앰뷸런스였다. 구급대원들의 도움 아래 부상자를 넘겨받은 의료진들이 저마다 바삐 움직이며 상태를 살피고 있었다. 들것에 실려 이송된 부상자는 멀리서 봐도 상태가 제법 심각해 보였기에, 치사토는 거세게 방망이질하는 자신의 심장을 비틀어 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독약 냄새가 코를 찌르고 고통에 찬 앓는 소리가 들려오는 어수선한 공간. ‘카논은 어디에 있는 거지…….’ 사위를 둘러봐도 온통 얼굴을 일그러뜨린 사람들뿐이어서 패닉에 빠진 눈앞이 점점 새하얗게 변해갔다. ‘간호사. 간호사한테 물어봐야겠어.’

 

  “치사토 씨! 이쪽입니다!” 응급실 구석 한편 작은 병상에 누워있는 연인. 크게 다치기라도 한 건지 얼굴에도 반창고를 붙이고, 온몸이 상처투성이인 채로 멋쩍게 웃어 보인다. 치사토가 카논을 발견한 것과 거의 동시에 치사토를 발견한 카논이 무어라 입을 열기도 전에, “카논, 얼굴이 왜 이래? 무슨 일이야…….”, 들었던 것 중에 가장 서럽게 치사토가 아이처럼 엉엉 울음을 터뜨렸다. 공인으로서의 자존심, 성인으로서의 체면, 그 무엇도 필요 없단 듯 제게 안겨 울음을 터뜨리는 바람에 카논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축축해지는 가슴께와 오열하다 못해 갈라지기 시작한 목소리에 마야가 조용히 눈인사를 건네더니 가림막을 쳐준 뒤 자리를 피했다.

 


***


 

  “치사토 쨩, 이제 좀 진정됐어?” 들썩이는 어깨를 부드럽게 쓰다듬던 카논이 치사토의 귓가에만 들릴 정도로 나긋하게 속삭였다. “흐윽… ㅋ, 카논 같으면진정이, 되겠어?” 가쁜 호흡에 제멋대로 늘어뜨려진 낱말들이 문장이 되지 못한 채로 흩어졌다. “내가오는 내내무슨 생각을, 했는지알아……?” 이러다 탈수로 사이좋게 입원하게 되는 건 아닐까, 치사토가 흘린 눈물이 병상을 가득 채우고도 남을 지경이었다. 가만히 치사토의 말이 끝나길 기다린 카논이 오늘 있었던 일의 자초지종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연습을 갔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는데. 횡단보도를 건너던 어린아이가 트럭에 치일 뻔해서,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더니 몸이 먼저 튀어 나간 거 있지.” “…….” “눈 떠보니까 트럭이 정말 코앞에 다가왔는데도, ‘, 치사토 쨩한테 혼나겠다.’, 이 생각이 먼저 들더라니까. 에헤헤미안해, 치사토 쨩.” “미안하면, 그러지 말란 말이야……. 누군지도 모르는 어린애보다, 나한테는, 카논이 훨씬 소중해…….”

 

  “그래도 나, 그렇게 크게 다치진 않았어! 아이도 무사하고, 보호자가 오면 바로 퇴원해도 된다고 하셔서.” “지금 그걸, 말이라고, ?” “아하하. 역시 걱정 끼쳤구나. 미안해, 정말 미안해, 치사토 쨩.” 그쳐가나 싶었던 울음이 다시 거세지는 걸 보며, 카논은 제 키보다 배는 큰 트럭에 덮쳐질 뻔했던 순간, 주마등처럼 지나갔던 연인의 얼굴을 회상했다. 하얗게 펼쳐진 천장을 영사막 삼아, 처음 만났던 그 날부터 서툰 자신의 고백에 수줍게 얼굴을 붉히며 화답해준 일, 언제쯤 같이 살 수 있는 거냐며 투정 부렸던 때까지도. 서로가 서로의 곁을 지켜온 시간만큼 우리는 참 많이도 변했지만. 언젠가 스쳐 지나간 너의 말에, ‘카논을 좋아하면, 좋아하게 될수록, 나는 겁쟁이가 되는 것만 같아.’, 어쩌면 내가 너의 행복을 지우고 있는 건 아닐까 뜬눈으로 보냈던 밤들을. “가만 보면, 치사토 쨩. 나 때문에 우는 날이 더 많은 거 같아.” “무슨 소리야, 바보…….” “울지 않았으면 하니까. 나 때문에 울지 마, ?”

 

가림막 사이로 반만 비친 달의 윤슬이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다정히 내려앉았다.

 

신님. 목숨을 부지했는데도, 염치없이 기도를 드립니다. 한 가지만, 한 가지만 더 소원을 들어주신다면. 소중한 연인이 더는 눈물 흘리지 않도록,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세요.

 

행복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약속했던 나를, 후회하지 않게 해주세요.




---


새벽감성 3,473자... 아침에 보니까 장난 아니네ㅎ

응급실 갔던 기억이 별로 또렷하지가 않아서 묘사가 매우 빈약함,,,~~~!!!


저거 피아노 편곡한 거 진심 좋으니까 나중에 한 번 들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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