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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승지영원] 벌앱에서 작성

공룡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0 00:57:33
조회 1337 추천 24 댓글 5
														

"자기 뭐해?"

승지의 목소리는 다소 격앙되어있었다. 영원을 보며 말하는 그녀에게 상상도 못 할 톤이었으나, 그도 그럴게 영원의 손에 물 한 방울 묻히기 싫었던 승지의 노력을 무시하며 그녀는 이번에 또 승지가 자는 사이 몰래 주방의 청소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제 마음을 몰라주는 속상함이 결국 화로 번지게 된 승지의 미간은 엄청 좁혀들었다.

"아... 언니..."

승지의 화난 얼굴에서 영원도 당황한 눈치로 그녀는 어서 승지의 기분을 풀어주고자 그녀에게 달려들며 평소 애교 한 번으로 금방 풀리는 그녀에게 이번에도 애교를 부리려 하였다. 그러나 귀신같이 그것을 알아차린 승지는 제 눈을 가리기까지 하며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안돼, 안돼. 애교 금지."

영원의 애교에 속수무책 당하는 것을 누구보다도 뼈저리게 아는 승지의 행동이었다. 얼핏 보면 우스운 모습일 수도 있지만 지금의 승지는 엄청 진지했다. 그렇기에 영원도 승지가 이번엔 쉽사리 용서해주지 않을 거란 것을 깨닫고 어찌할 줄 몰라 했다. 그러나 영원을 용서하지 않는단 것은 승지에게 있을 수 없는 일, 고로 그녀는 영원에게 다른 제안을 했다.

"이번엔 벌을 줄 거야. 다시는 자기 이런 일 못하게."

손가락 사이로 눈만 빼꼼 내밀은 승지가 말했다. 그녀의 진지한 눈동자는 살짝 돌아 있었고 그에 영원은 당연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영원의 손목을 잡아 당기며 승지가 그녀를 침실로 데리고 갔다. 초조한 마음으로 승지의 눈치를 보는 영원은 그녀가 옷장에서 무언가를 뒤적거리는 모습을 가만 바라보았다.

승지가 옷장에서 꺼낸 것은 예상외로 평범한 하얀 스웨터와 검은 롱 치마였으며 그녀는 오늘 이것을 입으라 말했다. 영원이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자, 그다음 그녀가 꺼내 든 것은 손바닥 안에 가볍게 들어온 타원형의 무언가였다.

"그리고 이것도 차."
"...이게 뭔데?"
"로터."

영원의 얼굴이 그 끝을 알 수 없게 서서히 빨개지기 시작했다. 입만 벙긋거리며 아무 말 못하는 그녀는 승지의 단호한 얼굴에 너 미쳤지? 라는 눈빛만 내보냈다.

"나 지금 진지해. 이렇게라도 안 하면 다음에 자기 또 아까 같은 일 저지를 거잖아."
"하지만, 이건...! 이건 아니지!"

영원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처음 보는 도구 사용의 두려움도 물론이지만 그녀가 더욱 걱정한 것은 오늘 승지와 데이트를 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뜬금없이 승지가 외출복을 꺼낸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었다. 영원은 로터를 차고 데이트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 얼굴이 사색이 되기까지 했다.

"딱 오늘까지만 하는 걸로 봐줄게."
"언니이... 제발. 내가 미안해. 응? 자... 자기야아... 이건 다음에 우리 둘만 있을 때..."

승지의 입에서 살짝 피 맛이 돌았다. 이렇게라도 안 하면 금방이라도 배시시 미소가 터질 것만 같아서였다. 그녀는 방금 전 영원의 손목을 잡을 때를 떠올리며 그녀의 젖은 소매나 차가워진 손을 느꼈을 때의 속상함을 생각함으로 다시 얼굴에 무표정을 그려냈다.

결국 어떤 애교도 통하지 않자 영원은 우는 얼굴로 승지의 손에서 그것을 받아냈다. 자신이 하면 그 자리에서 덮쳐버릴까 봐 영원이 스스로 넣으라고 한 승지는 조용히 그녀가 스스로 그것을 넣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승지는 이번에 단단히 혼을 내서 다시는 그녀가 손에 물을 묻히는 일이 없게 만들자고 생각했고, 한편으로 로터를 이렇게 빨리 쓰게 될 줄이야 하며 떨리는 기쁨과 흥분감을 마음 속에서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

옷을 다 갖춰 입은 영원의 모습은 마치 대학 새내기 같은 풋풋한 모습이었다. 그녀를 바라본 승지의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 자리에서 당장이라도 그녀를 덮치고 싶은 마음을 꾹 억누른 승지가 영원을 번쩍 안아 들었다.

"아. 우리 강아지 너무 예쁘다."

승지의 밝은 미소를 본 영원은 아까까지 보았던 화난 모습이 풀린 것 같아 안도하기도 한편 제 안으로 들어온 로터의 존재에 아무 대답하지 못하며 그저 승지의 목을 감싸 안기만 했다. 자신의 뺨에 승지의 입술이 꾹 하고 눌리는 감촉이 부드러웠다. 그 탓에 더욱 방금 전 승지가 화낸 것이 마치 거짓말 같았다.

"승지야, 이젠 화 풀렸어?"
"...화는 처음부터 안 났어. 그냥 너무 속상해서 그랬어."
"그렇구나... 미안해."
"괜찮아, 오늘 벌 받고 나면 다시는 그런 일 안 하겠지."
"응?"

그 순간 영원의 안에 있던 로터가 진동을 일으켰다. 승지에게 안겨들어 있던 영원은 그 진동에 몸을 떨며 그녀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그녀의 반응을 본 승지는 음. 하는 소리를 내었다.

"잘 작동하네."

승지의 손에는 로터의 스위치가 들려있었다. 그것의 작동 여부만 확인한 승지는 뚝 하고 스위치를 껐다. 아직 킬 일이 많을 테니 배터리는 최소한으로 아껴야 했기 때문이다. 승지의 목을 감싸 안고 있던 영원이 당황스러운 눈으로 그녀와 눈을 마주쳤지만 승지는 싱긋 웃기만 하며 영원의 도톰한 입술에 제 입술을 붙였다 떼었다.

얼마 전 서울의 예쁜 꽃이 만개했다는 거리로 데이트를 가기로 한 둘은 차를 타고 이동을 하였다. 운전을 하는 동안 영원은 로터의 존재에 몸을 가만두지 못했고 승지는 그런 영원을 수시로 바라보았다. 가끔 차가 빨간 불에 걸릴 때면 승지는 여지 없이 로터의 스위치를 키곤 했다. 그때마다 두 손으로 안전밸트를 꼭 쥐는 영원의 손이 애처롭게 떨었다. 차가 달리는 동안은 영원의 느끼는 얼굴을 못 본다는 이유로 초록 불이 되면 스위치의 전원을 껐다.

평소 영원은 승지가 운전할 때 빨간 불이 되면 차를 세우고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는 승지가 좋아 빨간 불을 좋아했지만 오늘의 영원은 당연 로터가 켜지지 않는 초록 불을 더 선호했다. 그러나 승지는 꾀 많은 여우처럼 주황 불에서 액셀러레이터를 밟던 것을 이번엔 브레이크를 밟아 속력을 줄이고 빨간 불에 서기를 반복했다. 그 탓에 차로 30분이면 올 거리를 1시간이나 걸렸고, 그동안 로터로 인해 영원의 모습은 엉망이 되었다.

살짝 붉어진 영원의 뺨에는 묘한 온기가 감돌았다. 승지의 차가운 손등이 그곳에 톡 하고 닿자 그 시원함이 좋은지 영원은 저도 모르게 승지의 손등에 제 뺨을 부볐다.

"힘들어?"
"응... 나 이거 이제 빼면 안돼?"
"안 되는데."

영원의 안전밸트를 딸깍하고 풀며 승지가 말했다. 그녀의 입술에 촉하고 제 입술을 붙인 승지는 고개를 살짝 꺾어 혀로 영원의 입술을 슬쩍 핥았다. 더듬거리는 손으로 조수석의 문이 잠긴 것을 확인한 승지가 이번엔 영원의 치마를 들췄다. 무릎 아래 내려 오던 치마의 안은 후끈한 열기로 채워져 있었다. 치마가 들쳐져 갑작스레 들어온 시원한 공기에 영원의 입술 사이로 신음이 흘러 나왔다.

입술을 떼어낸 승지가 치마 안을 보자, 영원의 속옷 사이에서 젖은 자국을 발견했다.

"자기 벌 받으면서 젖은 거야?"

영원을 도발하는 말이었으나, 그녀는 부끄러움에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

"여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이렇게 젖은 채로 다니면 안되지."

승지는 영원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의 속옷을 옆으로 당겨 혀가 들어갈 공간을 만들곤 그곳을 핥기 시작했다. 힘이 빠진 영원의 손이 승지의 머리를 밀어내 보려 했지만 그것은 불가능이었다. 결국 승지가 만족할 만큼의 깨끗함을 찾고서야 그것이 끝났다. 영원의 눈에는 눈물이 맺히기 일보였다.

"예쁜 얼굴 아깝게... 왜 울려고 그래."

영원은 제 눈가를 닦아주는 승지의 손을 마음 같아선 앙 하고 깨물고만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다간 승지가 아파할까 봐 차마 실행에는 옮기지 못하고 굳게 다문 입과 원망이 담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기만 했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승지는 눈을 접어 그녀에게 해맑은 미소를 그려 주었다.

차에서 내린 승지는 뒷좌석에서 미리 챙겨둔 영원의 청재킷을 꺼내어 그녀에게 입혀주었다. 영원의 왼손에 제 손가락을 사이사이 엮은 승지는 그곳에 느껴지는 반지의 존재를 확인하면서 꽃이 특히 잘 만개한 곳으로 그녀와 함께 걸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꽃길은 아까까지 심란했던 영원의 마음을 설레게 바꿔 주었다. 예쁜 꽃을 보자, 금세 들뜬 마음이 된 영원은 햇살 같은 미소를 지어냈다. 그 미소를 보자 승지는 재빨리 휴대폰의 카메라 앱을 열어 사진을 한장 찍었다. 찰칵하는 소리가 나자 영원의 미소가 사진 첩에 저장되고 또 승지의 머릿속에도 저장되었다. 승지는 생각했다. 데리고 나오길 잘했다.

"정말 예쁘다, 그치?"
"응, 그러게. 너무 예쁘다."

영원의 말에 대꾸한 승지의 시선은 그녀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승지가 말하는 대상이 꽃이 아닌 자신인 것을 알아차린 영원은 잠시 눈을 끔뻑이다가 이내 말했다.

"아, 맞네."

예쁘다. 승지를 따라 말하는 영원의 눈빛이 그녀를 향했다. 그것은 곧 승지와 같은 의미를 뜻했다. 꽃 아래의 네가 더 예쁘다는 말이었다.

그때 조금 강한 바람이 불더니 꽃나무가 흔들리며 수많은 꽃잎이 눈앞을 그득 채웠다. 꽃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은 모두 그 광경에 감탄의 소리를 내었고, 둘은 꽃잎 속에 묻힌 서로에게 감탄의 눈빛을 주고받으며 또 한 번 서로에게 반하였다.

근처의 노점에서 솜사탕을 사 먹고 떨어지는 꽃을 잡아 서로의 귀에 꽂아주고 흥얼거리는 콧노래를 부르며 둘은 데이트를 한창 즐겼다. 그때 영원의 몸에서 작은 진동이 잠깐 일었다가 사라졌다. 잠시 잊고 있던 로터의 존재를 순간 깨달은 영원이 화들짝 놀라며 승지를 보았다. 그러나 비어있는 그녀의 왼손에 영원이 당황하며 조심스레 진동의 범인을 찾아내 보자 그것은 휴대전화의 단순 문자 알림 진동이었다.

영원은 안도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한편 생각해보니 이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언제 승지가 로터의 전원을 킬지 모른다는 걱정이 들며 점차 발걸음을 인적이 드문 곳으로 향했다. 그러나 영원이 미처 생각지 못한 그것은 바로 승지의 광적인 소유욕이었다.

제아무리 승지가 성욕에 미쳤다고 해도 남들이 있는 곳에 영원의 느끼는 얼굴을 드러내게 할 인물을 아녔다. 영원의 그런 모습은 자신만 알고 있어야 했으며, 마음 같아선 꽃을 보며 웃는 영원의 얼굴 또한 자신만 봐야 했다. 그런데 그런 영원이 점차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간다는 것은 승지에겐 더 없이 야외플레이를 하기 좋은 조건으로 가고 있는 것이나 다름 없는 일었다.

'까먹고 있던 로터가 다시 생각났나보다... 그래서 이렇게 사람이 없는 곳으로... 으이그, 이게 더 위험한 지도 모르고.'

이 사실을 말하면 영원이 발걸음을 돌릴 것이 뻔하기에 승지는 부러 의아한 얼굴을 그리며 영원의 손에 이끌리는 척을 했다.

영원의 발끝에 닿은 곳은 정말 개미 새끼 하나 없는 조용한 곳이었다. 기껏 여기까지 와서 이런 조용한 곳을 올 사람은 없었으니 그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승지는 태연한 척 그녀에게 물었다.

"영원아, 왜 여기로 왔어? 저기 꽃 많은데는 두고..."
"아... 그게. 사람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조금 피곤해서."
"흐음~"
"아. 저기 봐. 저기도 꽃이 활짝 핀 나무가 있어, 저기로 가보자."

한쪽 눈썹만 슬쩍 올리는 승지의 시선을 피한 영원이, 이곳에서 유일하게 활짝 핀 꽃나무를 발견하고선 승지를 데리고 걸어갔다. 푸른 나무들 사이에 끼어있던 꽃 나무는 어쩌면 오늘 본 것들 중에서 가장 예쁜 나무 같았다. 게다가 주변에 다른 사람도 없는 것이 승지의 마음에 쏙 들었다.

"어떻게 여기에 이렇게 혼자 있었을까. 얘가 제일 이쁜데 다른 나무들에 가려져서 아무도 모르나보다, 그치?"
"응, 그러게..."

뒤에서 영원을 껴안은 승지가 그녀의 허리를 매만지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녀의 차분한 목소리에 영원은 좋지 못한 낌새를 감지하고선 그제야 아무도 없는 이곳이 더 위험하단 사실을 인지했다.

"아, 우리 다시 돌아갈까?"
"음. 조금만 있다가."

허리를 매만지던 승지의 손이 점차 끈적거리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올려 영원의 가슴을 주무르는 게 여기서 할 거란 것을 의미했다. 영원이 당황하며 승지의 품에서 빠져나오려 했으나 왼손으로 스위치를 킨 로터에 의해 영원의 몸에 힘이 쭉 빠져버렸다.

"앗, 승지야...! 여기 밖... 아읏... 흐."
"괜찮아 아무도 없는데 뭘."

***

이담부터 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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