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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영감이 더 떠올라서 뇌절치는 총수 카스아리 딸 이야기앱에서 작성

ㅇㅇ(175.223) 2020.10.12 12:58:33
조회 520 추천 18 댓글 4
														

전편


벌써 해가 지고 있어요.

오랜만의 정사라서 더 지치네요. 고등학교라서 그런지 중학교 때 만났던 여자들보다 더 격렬했어요. 편의점 언니가 딱 이 느낌이었는데...

다른 점이라면 선배는 아무것도 사주지 않는다는 점이네요
지쳐서 쓰러진 저를 체육창고에 그냥 두고는 사라져 버렸어요

한숨을 쉬면서 옷을 주섬주섬 챙겨 입어요

팬티는 너무 젖어버려서 못 쓸거 같네요. 그냥 버리기로 했어요


약간 눈물이 나오려고 했지만 참았어요

어차피 저는 이정도의 인간인걸요


힘없이 집으로 걸어가요
가끔씩 느껴지는 끈적한 시선들을 애써 무시해요

전자도어락을 해제하고 현관문을 열자 적막한 공기가 저를 반겨주네요

이제는 익숙해요. 아리사 엄마는 오늘도 당직인가보네요

의사란 참 힘든 직업이예요 그쵸?

젖은 몸을 샤워기로 깨끗하게 씻고 나오니까 조금은 상쾌해요. 그래도 아직 마음 속의 응어리가 사라지지는 않았어요.

이런 날은 꼭 안방으로 가요.

꽃을 갈고 물을 떠놓고 합장을 해요.
눈 앞에 보이는 카스미 엄마의 해맑은 모습이 저를 슬프게 하네요.

카스미 엄마가 사고를 당하신 후 아리사 엄마는 계속 당직을 섰어요. 한달에 한번도 잘 들어오지 않아요.

아리사 엄마는 나쁘지 않아요. 저를 보면 뭔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슬픈 표정을 하시니까요. 나쁜 사람이 슬퍼할 리가 없잖아요. 다 제가 나쁜거일거예요.

냉장고를 보니 반찬이 다 떨어졌어요. 내일 즈음이면 사아야 이모가 오실 것 같네요. 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이 레토르트로 해결해야겠어요.

사아야 이모도, 타에 이모도, 리미 이모도 모두 상냥하지만, 전 그래도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엄마의 먹은게 언제였을까요......

따뜻하게 데워진 레토르트는 너무 차가웠어요.


*

오늘따라 적막함이 너무나 견디기 힘들었어요.

낮에 선배와 몸을 뜨겁게 섞어서 그랬던걸까요
넓은 집이 너무나 추워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옷을 챙겨 입고 병원으로 향해요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만한 커다란 종합병원. 병원의 1층은 대낮처럼 밝아요. 입구 앞에 서서 망설이면서 발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해요.

로비에 커다랗게 그려진 병원 안내도를 보아요. 내과 병동은 5층이래요. 엄마도 거기 계실까요?

연구실에 계실 수도 있을까요? 찾아갈려면 얼마든지 찾아갈 수 있겠지요.

그런데 또 엄마의 울 것같은 표정이 떠올라요. 그 모습을 다시 보는건 너무 슬프니까 전 발걸음을 돌려요.

도시의 밤은 놀랄 만큼 조용해요. 멀리서 보이는 인공광들은 아무 소리도 없이 구색만 갖춘 껍데기. 가로등은 어둠은 몰아냈지만, 어둠이 가진 시리도록 차가움 고요는 몰아내지 못했어요.

집으로 돌아와서 안방으로 들어가요. 함부로 엄마의 책꽂이를 뒤지는 건 나쁜 짓이지만, 들키지만 않으면 되니까요. 엄마는 아마 이번 달안에는 오지 않으실 거예요.

별스티커 잔뜩 붙은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펴보아요.

엄마들의 옛날 모습들이 반짝반짝 빛나요. 조명 하나 없으면서도 어쩜 이렇게 따뜻하게 빛나는지.

사진 속에서 영원히 웃고있는 카스미 엄마
사진 속에서 행복하게 미소짓는 아리사 엄마

이제는 그 얼굴을 사진으로만 볼 수 있네요.

서글픈 마음의 구석구석으로 졸음이 조금씩 스며드네요.

오늘이 가고 또 고통스러운 내일이 다가와요.

하지만 오늘은 좋은 꿈을 꾼 것 같네요.

행복한 엄마들의 손을 잡고 함께 유원지로, 라이브 하우스로 나들이 가는 꿈을요.

*

집에 돌아가기 싫다.

그 애를 보면 어쩔 수 없이 그녀가 떠오른다.

그녀를 떠오르게 하는 머리카락과 눈동자, 그리고 특유의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위기가 자꾸만 아픈 기억을 수면 아래에서 끌어올렸다.

오늘은 사실 당직이 아니지만, 그 애를 보면 또 울어버릴 것 같아서, 그녀를 닮아 섬세한 그 애에게 혹시나 상처를 주는게 두려워서 당직실로 도피해버렸다.

좁디 좁은 공간이지만 무지하게 넓은 우리집 보다 훨씬 마음은 편했다.

따뜻한 녹차를 마시면서 창밖을 바라봤다. 도시의 어지러운 광공해가 소란스럽게 느껴져 눈을 찡그린다.
그녀가 그렇게 좋아하던 별은 오늘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창틀에 몸을 기대고 아래를 바라본다. 분주하게 움직이던 환자들과 사람들도 모두 떠나 무겁게 가라앉은 공기가 탁하게 느껴졌다.

그 때 가로등 아래에 있는 인영을 발견한 나는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하마터면 컵을 떨어뜨릴 뻔 했다.

머뭇거리던 그 애는 결국 발길을 돌렸다.

쫓아갈까 생각을 하던 중 그녀는 사라져버렸다.

가슴 한켠이 아파왔다.
그리움 때문일까 죄책감 때문일까
아직 어린 그 애가 여기까지 찾아와서 결국 발걸음을 돌려버렸다. 어떤 심정으로 그랬을지 얼마나 큰 외로움을 짊어지고 있었는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바로 쫓아가지 않은 건 역시 그리움에 가슴이 도려내어질걸 두려워하는 겁쟁이여서일까

책상에 엎드린 채로 째깍거리는 시계소리에 맞추어 손가락을 두드린다. 초침의 간격이 점점 좁아진다. 나를 질타하듯이.

결국 나는 견디지 못하고 얇은 겉옷을 걸치고 주차장으로 내려갔다.

*

1달만에 찾은 우리집은 놀랄 정도로 서늘했다. 때아닌 에어컨이라도 튼 것처럼.

거실과 안방의 불이 훤하게 켜져있었다. 사아야가 봤다면 전기세 많이 나온다고 잔소리를 했겠지.

그 애의 방은 불이 꺼져있어 살금살금 다가가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었다. 불이 켜진 안방으로 향한다.

문틈 사이로 갈색머리카락이 보인다. 살짝 불안해져서 문을 열고 들어간다. 그 애가 새근거리면서 엎드려 자고 있다. 불편한 자세로 잠들면 허리랑 목이 아플텐데. 조심스럽에 안아올리려 했는데 생각보다 무겁다.

마지막으로 안아올렸던게 언제였지?

하는 수 없이 바닥에 이불을 깔아주었다. 그러자 그 애가 안고 있던 오래된 앨범이 눈에 들어왔다.
노란색 별스티커가 잔뜩 붙은 포피파의 활동을 담은 앨범.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 가장 행복했던 순간
그녀의 인생에서 황금기. 그녀가 있어서 매일매일이 새롭고 따스했던 나날.

가슴이 강하게 조여오고 있다. 해맑은 표정의 카스미와 옆에서 행복에 겨워 어쩔 줄 모르는 내 모습을 보니 현재가 너무 비참해서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조심스럽게 딸의 품에 앨범을 넣어둔 뒤 부엌으로 향한다.

"잘 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말하면서.

*


아 더 떠오르는게 많은데 오늘 힘드니 여기까지 ㅠㅠ

비극적이고 어두운 이야기 쓰고 싶네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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