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동거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6 01:02:39
조회 381 추천 14 댓글 1
														

비가 오는 날이라면, 우리는 방 안으로 파고들어 날을 보낸다. 한 이불을 덮은 채.


"모처럼의 휴일을 안에서만 날리게 생겼네. 아깝다."


"그래도 밖에 나가기는 싫잖아?"


그런 말을 하면서 나는 소미에게 꼭 붙어 있었다. 겹쳐진 팔이 조금 간질거렸다.


"좀 떨어져, 덥다."


"그래도 좋잖아."


고향친구, 착한 바보병신. 나는 그런 소미가 좋았다. 장래의 일이 멀게만 느껴졌던 때, 우리는 서로 만나 어울렸다. 놀이터에서 아이처럼 뛰어 놀았다. 공터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끔 마음이 맞는 날이라면 학교의 뒷편에서, 또 나무의 그늘 아래에서, 그리고 방 안 이불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어 함께했다. 시간을 보내고 나면 우리는 땀에 젖어 잠들었다. 둘이 꼭 붙어서. 잠에서 깨었을 때, 붉게 달아오른 피부는 우리만의 표식이었다.


“오랫만.”


달아오른 피부가 가라앉은 지는 얼마나 지났을까.


“왔구나.”


내 머릿 속을 뒤적거려서 추억을 꺼낸다. 소미와의 나날을 되새긴다.


“이번 여름동안 잘 부탁해.”


헤어졌던 사람과, 뜨거운 열기를 나누었던 사람과 동거하게 되는 사람은 몇 이나 있을까. 우리는 그 때 처럼 다시 불탈 수 있을까.


혼자 쓰기 조금 넉넉했던 침대는 둘이 쓰기 버거운 침대가 되었다. 그래도 우리는 여전히 한 이불을 덮고 뒹굴었다.


“있지, 침대 하나 새로 사는 거 어때?”


“돈 없어, 절대 안 사.”


“그래도 말야, 너무 좁아. 덥다고. 아니 그리고 그 정도 돈이야 나도 낼 수 있다고?”


툴툴거리는 소미의 말을 뒤로하고 나는 리모컨의 버튼을 눌렀다.


“그래도 참 좋아, 에어컨이라는 게.”


“끄면 금방 또 더워지지만.”


창을 통해 햇살이 비춰진다. 에어컨에서는 바람이 불어온다.


“만약, 만약에 말야 더블 베드로 바꾼다면 언제까지고 같이 잠 잘 수 있을까?”


꽤나 긴 정적이 방을 맴돌았다. 침묵 속에서 소미가 말을 꺼냈다. 어색한 미소와 함께.


“잘 모르겠어.”


“그래서 안 사는거야.”


에어컨의 바람은 서늘했다. 땀에 젖은 채 맞이하기엔 차 금방 다시 리모컨을 눌렀다. 대신 창문을 열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그런 날이었던 것이 불행일까. 그래 고향을 등지던 날도 이런 날이었다. 쓸쓸한 여로에 어울리지 않는 태양이 내리쬐던 날. 소미는 그 때도 나를 웃으며 보내주었다. 어색하기 그지 없게, 아쉬움을 삼킨 표정으로.


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후회되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말 한 마디 곱게 못하고 대들어서 서로 상처받은 일, 괜히 다른 애를 괴롭혀서 울린 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그런 흔한 일. 내 마음에서 가장 큰 공간을 차지하는 것은 소미가 있는 집을 떠난 것이다. 못난 자존심이 뭐라고, 수근대는 어른들이 무엇이라고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고 소미를 내버렸을까.


밤이 되어, 몸을 섞으며 나는 지난 날을 되새긴다. 소미의 입술 사이로 흐르는 교성, 떠나오기 전 날에도 그랬었다. 내가 결심을 굳힌 날, 우리는 친구 사이면서도, 우정을 나누는 사이에 불과했으면서도 우리는 같이 밤을 보냈다. 서로를 허락했다. 우리는 그저 친구 사이였을까, 고뇌하는 우리에게 후원인이 있지는 않았다. 따가운 시선, 순수한 압력. 동네의 사람들, 선생님들, 그리고 부모님. 말은 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압박을 견디기엔 나는 어렸다. 버티지 못하고 먼저 도망쳐 나온 나는 혼자였다. ...그리고 고향에 남겨진 소미도 혼자였다.


일주일 전에 주문했던 더블 베드가 도착했다. 얄궃게도 오늘이 지나면 소미는 고향으로 내려간다.


“봐, 이렇게 편안한걸.”


소미는 침대에 대자로 누워 배시시 웃는다. 침대가 더블 베드로 바뀐다면, 혼자 자기 넉넉한 싱글 사이즈가 아니라면 소미는 내 곁에 있어줄까.


“...좋네.”


“저기 있잖아, 내일…”


“쭉 여기 있겠다는 거 아니면 말하지 말아줘.”


치졸한 투정. 제대로 마음을 표현하지도 못하면서 억지를 부렸다. 나는 가는 날까지 제대로 된 사과도 하지 못하는걸까. 뜬 눈으로 밤을 지샌다. 도저히 맨정신으로 소미를 보낼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행복해야 해, 나도 행복할테니까.”


아마 평생 행복할 일은 없겠지, 혼자 있는 한. 소미도 나와 같을까, 우리 둘이 같은 마음이라면 언젠가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팔뚝은 여전히 붉게 달아오른 채였다.


“...엄마.”


“웬일로 전화를 다 했을까, 우리 딸? 참.”


“딴 건 아니고 집에 한 번 가도 되나 싶어서.”


그리고는 버스표를 끊었다. 혼자 남는 것도, 홀로 남기는 것도 이제는 싫다.


-------------------------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lilyfever&no=599788


전에 것을 좀 고쳤습니다. 어딘가 아까워서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14

고정닉 8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 설문 2026년 사주나 운세가 제일 궁금한 스타는? 운영자 25/12/29 - -
- AD 겨울 스포츠&레저로 활력 충전 운영자 25/12/22 - -
- AD 함께하는 즐거움! 명품 BJ와 함께~ 운영자 25/10/24 - -
1641564 공지 [링크] LilyAni : 애니 중계 시간표 및 링크 [72]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3.26 63334 101
1398712 공지 [링크] LilyDB : 백합 데이터베이스 사이트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7 43240 121
1072518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 대회 & 백일장 목록 [32] <b>&am.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11.27 37929 21
1331557 공지 대백갤 백합 리스트 + 창작 모음 [2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8660 33
1331461 공지 <<백합>> 노멀x BLx 후타x TSx 페미x 금지 [19]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4327 40
1331471 공지 대세는 백합 갤러리는 어떠한 성별혐오 사상도 절대 지지하지 않습니다. [20]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25556 72
1331450 공지 공지 [38] 샤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11.30 30407 54
1758962 공지 삭제 신고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6702 13
1758963 공지 건의 사항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5.08.24 13879 10
1873028 일반 올해는 닌기야우가 스쿨존과 마법소녀만화를 동시연재할 것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4 2 0
1873027 일반 레나코는 나중가면 르네도 꼬시지 않을까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3 14 0
1873026 일반 이거 미나미 아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1 15 0
1873025 일반 애기 낮잠자고 일어났다 [5] 여아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0 32 0
1873024 일반 마이는 르네가 트윈테일 로리라 [3]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8 56 0
1873023 일반 신경쓰이면 지는 것 [1]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6 45 0
1873022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2] 그레고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43 0
1873021 일반 “금발거유로리 음침이” 특징이 뭐임? ㅇㅇ(175.122) 17:54 19 0
1873020 일반 와타나레가 제일 건전한듯 [1] Radian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4 49 0
1873018 일반 마재스포)에슝좍 이 미친 서큐버스가 [6]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44 0
1873017 일반 와타나레 세계관 남자들 미칠듯 코하루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61 0
1873016 일반 마녀갤돚거)새해 첫참배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2 15 0
1873015 일반 시오리상 정도면 레나코와 좋은 승부 가능할거 같음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1 31 0
1873014 일반 오늘따라 왤케 올라온 번역들이 쉽지 않지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82 0
1873013 일반 우우... 레나코는 쓰레기 아닌데... [4] 코코리제단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9 66 1
1873012 일반 설레이는키차이 만달로리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36 0
1873011 일반 하스동 아직 카호 라인까지밖에 모르는데 [4]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7 41 0
1873010 일반 성라 너무 재밌다 [4] liliacea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6 34 0
1873009 일반 아니 이 라노벨 본적없어서 하나도몰랐는데 [6] ㅇㅇ(122.42) 17:43 108 0
1873008 🖼️짤 너구리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3 38 1
1873007 일반 넥스트 샤인콘 이 장면도 넣어줘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2 42 1
1873006 일반 2026 마법동경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41 84 3
1873005 일반 [속보] 전 스쿨아이돌 오토무네 코즈에 결혼 발표 [7] LilyYuri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113 0
1873004 일반 와카바 똥차련 키안커서 코마키님 페도 음해당하게하고 [2] 타입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40 0
1873003 일반 공포) 이중 한명이 엄마래...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5 98 0
1873002 일반 근데 레나코가 왜 양다리임 [2] 백합물애호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67 0
1873001 🖼️짤 마동경 정실 ㅋㅋㅋ [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4 71 0
1873000 🖼️짤 자매근친좋아 [6] 렝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78 2
1872999 일반 여아 신정부터 알바끝내고 왔으니 마재 2회차 마저 해야지 모녀백합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21 0
1872998 일반 "시오리상, 미코쨩 결혼 축하해♪ 결혼식에는 나도 초대해줄거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3 59 5
1872997 일반 넥스트샤인콘 의견접수중 [14] 파운드케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2 78 0
1872996 일반 백합과 괴이는 무슨 관계일까 [3] 나리유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32 61 0
1872995 일반 자기 딸한테 대체 무슨 짓을 [4]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9 97 1
1872994 일반 와타나레 애니 트위터 검색하니깐 자동완성 뜨는거ㅋㅋㅋㅋㅋㅋ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4 165 7
1872993 일반 갤 역체감 미쳤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93 0
1872992 일반 나시다야... 집에 가라 [2] resi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3 56 2
1872991 일반 예이~ 릿키 보고있어?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2 77 0
1872990 일반 리부걱스 새해 첫날부터 무엇을 의미하는거지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1 35 0
1872989 일반 아 또 끓어오르네 [2] ㅇㅇ(14.56) 17:21 60 0
1872988 일반 냐무:좀만기달리라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20 33 0
1872987 일반 만화편집 = [4] ㅇㅇ(122.42) 17:16 79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