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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용사 수용소 3화모바일에서 작성

현시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6 04:36:28
조회 369 추천 14 댓글 2
														

이상한 점이나 수정할 점 있다면 주저없이 말씀해주세요 :)
언제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조용하기도 하고, 떠들썩하기도 하고. 웃고, 울고, 화내고, 놀라고, 그 모든 감정들이 시시때때로 분출되은 것이 인간들의 사회였고, 엘프도 덜하다 뿐이지 예외는 아니었다. 사람이 많이 밀집되어있는 곳일수록 그러한 소란이 많았고, 나는 그게 썩 좋지만은 않아 부러 조용한 숲 속에 집을 지었다.

그렇기에, 이곳까지 떠들썩한 것은 정말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람의 발걸음이 굉장히 드문 곳이었으니.

원인은 호수를 두고 넓게 둘러싼 인간들이었다. 호숫가 근처의 나무는 그들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내게 보여주었다. 누가 빠지기라도 한 건가. 나랑은 관련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관심을 꺼버리려 했지만, 그들 사이에서 레이첼이 보이지 않았다. 이름따윈 기억하지 않아도 그들 하나하나가 공단의 직원인 것은 알고 있었는데, 같은 소속의 레이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에 점점 불안해졌다.

길을 잃지 않게 해주는 마법이 잘못됐나? 내가 그녀에게 알맞지 않은 물건을 준 걸까? 아니, 내 마법은 틀리는 일이 없다. 혹은 그녀가 평소에 물에 들어가고 싶어했고, 머리핀이 그녀를 호수로 인도한 건 아닌가.......

피가 싸늘하게 식는 느낌이었다. 그저 의지에 반응하는 아티팩트는 그런 식으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곤 했다. 너무 오랜만에 마련한 선물이라 그 간단한 것도 잊어버리다니. 스스로를 책망하며 서둘러 한동안 쓰지 않던 지팡이를 꺼내들고 집을 박차고 나갔다.

호수는 넓었고, 그만큼 사람도 많았기에 숲을 헤치고 나온 나를 발견한 인간들의 공포가 피어오르는 것이 피부에 느껴질 정도로 많았다. 그들에겐 미안하지만, 레이첼의 안위가 우선이었으니 내 용건이 먼저였다.

"호수에 누가 빠진 건가요?"

가끔 마주쳤던, 아마 기사 클래스가 아닐까 싶은 남자가 두려움을 이기고 입을 열었다.

"네, 하지만 워낙 넓고 깊은지라 일단 실종자가 있는지 여부부터 찾고 있습니다. 정황상 살인사건이 아니라 스스로 뛰어든 게 아닌가 해서....... 페아딜 님의 댁에도 공단의 기사를 보냈습니다만 못 보셨습니까?"

"엇갈렸나 보네요. 그럼 물에 들어가서 수색중인 사람은 없나요?"

"마법사의 지원을 받아서 지금 1조가 들어간 상황입니다만, 시간이 걸릴 겁니다."

그들 나름대론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이겠지만, 진행속도가 더디게만 느껴졌다. 지팡이를 잡고 그들을 향해 가볍게 휘저었다.

"전부 들어가세요."

"예?"

"물 속에서 숨 쉴 수 있게 해드렸으니 들어가시라구요. 안에 사는 물고기가 몇인데 호수를 들어올릴 수도 없잔아요."

"호수의 물을 들어올리는 게 가능합니까......?"

멍하니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그에게 슬쩍 지팡이를 들어보이니 기겁하며 다른 사람들에게도 호수에 뛰어들라 소리쳤다. 무슨 소리인가 하며 그에게 인상을 쓰던 이들은 나와 한번씩 눈이 마주치더니 그대로 호수로 뛰어들었다.

레이첼, 부디 호수에 뛰어든 게 그녀가 아니기를 바랬지만, 설령 저 밑에 있는 것이 그녀일지라도 아직 살려낼 수 있다. 물고기가 시신의 일부를 뜯어먹도 했더라도. 내 남은 수명을 쏟아서라도 그녀을 되살리리라.

"아, 페아딜 님! 여기 계셨군요!"

입술을 깨물며 나도 물에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뒤에서 레이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헤실거리며 웃는 모습에 안도감과 짜증이 교차했다. 누구는 걱정에 마음 졸이며 손이 떨리는 걸 참고 있었는데, 저렇게 해맑게 웃을 수가 있다니. 뭐라 쏘아붙이려 했지만, 레이첼의 말에 그럴 생각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다행이에요. 누가 신발 벗어놓고 용발 호수에 들어갔다고 해서 지금 전부 수색나온 거거든요. 담당 영웅이 있는 사람들은 그분들이 자택에 계신지 여부를 확인하러 전부 움직였구요. 설마 페아딜 님이 들어가셨다가 봉변을 당할 리는 없으셨겠지만, 댁 앞에 찾아가도 기척이 없으셔서 엄청 걱정했어요."

"...엇갈렸나봐요."

걱정받았다는 사실에 가슴이 간질거렸다. 동료들에겐 신뢰와 듬직하다는 눈빛만 받았고, 아닌 이들에겐 두려움이나 그 외의 질척한 느낌만 받았던 나에겐 생소한 감정이었다.

레이첼은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여전히 해맑게 웃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헤헤, 그러게요. 그런데 다른 단원들은 어디갔을까요? 혹시 못보셨어요?"

"물 속에 있죠. 저 안을 수색하러."

레이첼이 빠진 것도 아니고, 이제 내 볼 일은 끝났다. 사고로 빠진 것도 아니고 정황상 스스로 물에 들어갔다면 내 알 바도 아니지. 그게 그의 운명인 것이다. 저들이 물 속에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으니 굳이 내가 들어갈 필요도 없고.

"음, 안되겠어요. 저도 들어가서 도와드려야겠어요. 신발만 놓고 물에 뛰어들었다는 건 역시 자살이겠지만, 시체도 못 건지는 건 너무 안쓰럽잖아요."

"신발만......?"

옷을 벗으려는 레이첼이 중얼거리는 말을 듣고 불현듯 어제 놓고온 신발이 생각났다. 설마 물 앞에 가지런히 놓아뒀다고 이 사람들은 누군가 자살했다고 착각한 걸까?

내가 어제 죽치고 앉아있던 자리를 확인하니, 분명 멀리서 봐도 내 신발이 분명한 것 주위에 접근금지 팻말과 끈이 메어져 있었다. 그렇구나. 이 사단이 나 때문에 일어난 일이구나.......

부끄러움에 얼굴이 절로 붉어졌다. 땅으로 시선을 떨군 내게 레이첼은 넉살좋게 말했다.

"헤에, 여자끼린데 부끄러우세요?"

"네? 아니, 그게 아니라......."

"뭐 어때요. 페이달 님도 사람 구하러 잠옷바람으로 나오신 거잖아요. 사람 구하는 데에 복장같은 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아, 솔직히 살아있을 확률은 희박하겠지만요......."

레이첼은 씁쓸하게 뒷말을 삼키고 물에 발을 담갔다. 누구 때문에 내가 잠옷바람으로 나온 건데, 하며 화를 내려 해봐도 결국 원인은 나였다.

고생고생하며 물 밑을 수색하는 이들에게 헛고생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기엔, 너무 얼굴이 뜨거워 조용히 레이첼에게 수중호흡이 가능하게만 도와주었다.

이 일은 기필코 내 시신이 바람에 흩어질 때까지 발설하지 않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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