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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야마부키 씨는 이치가야 씨를 사랑해 (사야카스아리)

룩루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17 12:10:26
조회 592 추천 21 댓글 11
														


“이치가야 씨는 역시 민감하네...”

“윽... 그런 식으로 부르지 말아줘... 평소대로...”


야마부키 베이커리의 영업시간이 끝나고 주방의 뒷정리를 마무리한 시간, 이 빵집의 생활공간으로 이어지는 복도에서 나는 하루 종일 사용한 앞치마도 벗지 못한 채 사아야에게 벽으로 밀쳐져 만져지고 있었다.


“싫어. 이치가야 씨도 나한테 한 짓이 있으니까, 이 정도는 마음대로 해도 되잖아? 그리고 이치가야 씨도 이렇게 불러주는 걸 더 좋아하는 거 아니야?”

“흐읏... 아, 아냐......”

“고등학생 때부터 항상 생각했어. 이치가야, 라는 성은 부를 때 정말 예쁜 소리를 내는 거 같다고. 앞으로도 더 많이 불러줄게, 이치가야 씨.”

“짓궂어......”

“그런 말 해도, 이치가야 씨는 민감해서 곧잘 반응해주는 게 너무 귀여운걸. 여기를 좀 더 파고들면...”

“자, 잠깐, 햐앗!”


사아야의 손가락은 나의 그곳에 파고든 채, 살살 움직여가며 안쪽을 자극한다. 그녀는 장난기를 섞어 한 말이겠지만, 그녀가 나를 ‘이치가야 씨’라고 불러줄 때마다 내 몸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게 이미 헤어진 옛 연인과 몸을 섞는 상황에서 오는 죄책감 때문인지, 아니면 열심히 일하고 있을 지금의 연인이 떠올라 생기는 배덕감 때문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 걸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민감한 몸 때문에 금방 머리가 하얘져 버리니까.


“이치가야 씨의 몸, 오랜만에 맛보는 거니까. 최근 결혼 준비한다고 엄청 바쁘게 지냈잖아? 그러니까 충분히 만족하게 만들어줘.”

“읏, 아, 알았으니까, 귀에 대고 말하지 말아, 줘......”

“이건 이치가야 씨가 자초한 일이야. 그런 선택만 하지 않았어도 이럴 일은 없었을 거야.”

“하으, 응, 미, 미안해, 내가, 미안해...”

“알면, 좀 더 만족하게 해줘, 이치가야 씨의 예쁜 신음소리, 참지 말고 더 들려줘.”


신음소리가 잔뜩 새어 나오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입을 다물려 하자 그녀는 나의 입술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어 혀를 짓누르기 시작했다. 다리는 완전히 풀려 힘이 들어가질 않아 벽에 몸을 맡기는 지경임에도 그녀는 그러든 말든 관심 없다는 듯 내 몸을 탐하는 것에 집중한다. 예전엔 좀 더 상냥한 느낌으로 해줬던 것 같은데. 역시 나 때문에 변한 거려나.


“벌써 지친 건 아니지? 아직 하고 싶은 게 잔뜩 남았어.”

“사, 햐아......”

“오늘은 야근이라고 해서 이렇게 부른 거니까, 잔뜩 해주지 않으면 곤란해.”

“응......”

“계속, 어울려줘, 이치가야 씨.”


-------------------------------------------------------------


일이 끝나자 사아야가 뒷정리를 시작했다. 예전부터 둘이서 한 다음엔 주로 사아야 혼자 정리를 해주었던 것 같다. 나는 사아야와 한 뒤엔 항상 녹초가 되어버리니까, 집으로 돌아가는 것도 조금은 쉬고 나서나 가능해진다. 말할 기운도 없어 가만히 쉬고 있으니 수건으로 복도 바닥을 닦는 소리를 제외하면 둘 사이에 부자연스러운 정적이 흐르게 된다.


“......오늘 좋았어?”


사아야의 물음이 정적을 갈랐다. 내 의사는 상관없다는 듯 마음대로 하겠다고 말했으면서, 행위가 끝나고 진정되니 여러모로 신경 쓰이나 보다. 대답하고 싶지 않아 머뭇거리는 사이 다음 질문이 날아온다.


“혹시 이치가야 씨라고 부르는 거 싫었어?”


이번엔 대답할만한 질문. 하지만 별로 대답하고 싶지 않은 건 매한가지다. 그녀는 내가 대답해주지 않음에도 계속해서 무언가 이야기를 이어나가고 싶은 듯 질문을 계속했다.


“집에서 할 때는 어때? 제대로 만족하고 있어?”


이번엔 대답하기 곤란한 심술궂은 질문이다. 아니, 얼핏 듣기엔 심술부리는 듯한 질문이지만 걱정이 담겨있어서 더 곤란해. 그런 질문 대답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역시 말해주지 않는구나.”

“미안...”

“미안하다는 말만 늘었네. 예전이랑 너무 달라졌어.”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사아야에게 한 일은 정말 쓰레기 같은 짓이라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어서, 사아야에게 왈가불가할 입장이 되지 못해. 이런 불건전하고 위험한 만남이라 해도 사아야가 원한다면 할 수밖에 없어.


“결혼식은 어땠어? 이 정도는 대답해줄 수 있잖아.”

“좋았어.”


너도 오면 좋았을 텐데. 목 아래까지 올라온 그 말을 내뱉지 못하고 입안에 남겨버렸다. 당연하다. 그녀를 버린 건 나였으니까.


“저기, 이치가야 씨.”

“응.”

“사랑해.”

“그래...”

“지금도, 사랑해.”

“......”

“카스미를.”

“......역시 이름으로 불러주는 게 좋아. 사-야.”


그날 내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다른 미래를 맞이할 수 있었을까.


“역시, 우리들 더는 만나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아.”

“......”

“이젠 확실히 이치가야 카스미가 된 거잖아? 오늘까지도 불러낸 건 미안해. 그냥, 마무리를 하고 싶었어.”

“그래...”

“이번엔 진짜야.”

“응. 믿어.”


몇 번째 되풀이되는 대화인지 모르겠다. 내가 무너져버린 아리사를 돌보기 위해 사아야에게 이별을 선고한 뒤로, 사아야는 매번 나를 불러내서 만족할 때까지 해버린 뒤 항상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을 하며 다음부턴 그만 만나자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처음엔 홧김에 해버려서 미안하다며, 한번은 이제 약혼까지 했으니 그만 만나자고, 또 한번은 곧 결혼식을 할 테니 그만하자고, 오늘에 와서는 이제 유부녀가 됐으니 그만 만나자는 말을 한다. 이런 식으로 멈출 수 있는 거라면 처음부터 만날 일이 아니었을 텐데.

다음에 이어질 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어. 그녀가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녀를 버렸던 내 죄책감을 짓누르는 말들을 하겠지.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내가 잘못해서 사아야를 고장 나게 만든 거니까.


“혹시 미안해서 매번 부를 때마다 와주는 거라면, 그렇게 미안해하지 않아도 괜찮아. 난 카스미가 그런 선택을 한 건 어쩔 수 없던 거라고 생각해. 그때의 아리사,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혼자 남아서 위태로워 보였으니까, 카스미가 손을 잡아주지 않았다면 큰일 났을 거야.”

“......미안해.”

“그만, 카스미 또 그런다.”


그녀는 벽에 기댄 채 앉아있는 내 옆으로 다가와 앉아 가볍게 껴안아 주었다.


“난 그런 카스미니까 좋아하는 거야.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사랑을 주니까. 나만 사랑해주는 게 아닌 건 아쉽지만, 그런 카스미여도 난 좋아.”


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니야. 모두를 사랑한다니, 말도 안 되잖아. 모두가 내게 주는 사랑은 나한텐 과분할 뿐이야.


“그래, 설령 카스미가 날 버렸다고 해도 말이야.”

“......”


나는 이렇게 뒤틀린 너를 보면서도 사실을 고하지 못하는 최악의 인간인 거겠지. 나는 너를 사랑한 적이 없었다고, 단지 현실에 짓눌려 힘들어하는 널 내버려 둘 수 없던 것뿐이었다고, 사아야든 아리사든, 두 사람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은 내 어린 날의 오지랖일 뿐이었다고. 사실대로 말하면 이런 거짓된 사랑에 얽매인 관계 따위 바로 깨부술 수 있을 텐데.

거짓말쟁이라서 미안해. 너의 사랑에 기만을 해서, 너를 언제 파탄 날지 모를 위험한 선 위에 서게 해서 미안해.


“자, 카스미, 이제 돌아가야지. 아리사가 먼저 돌아오면 곤란할 거 아냐? 어차피 우리 집엔 나 말고 아무도 없으니까, 내가 알아서 정리하면 돼.”

“응...... 그럼 부탁할게, 사-야.”


풀어헤쳐 놓은 옷들을 주섬주섬 챙겨 입은 뒤 늘어지는 몸을 이끌고 야마부키 베이커리를 나섰다. 빨리 돌아가서 씻고 싶다,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


자꾸 난잡해져서 다 쳐내고 필요한 거만 적으려했는데 이래도 좀 구려서 슬퍼


앞부분은 꼴리라고 쓴 것도 아니고 행위 묘사도 거의 없으니 괜찮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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