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님, 이쪽은 제 동생, 주연이에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집 앞으로 데리러 오겠다고 해서 나왔는데 1층 엘리베이터 앞에 수진 씨 말고 한 명이 더 있었다. 언니와 달리 가슴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에 눈매가 사나운 주연을 보다가 무심코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얼굴 감상이나 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수진 씨, 갑자기 동생분은 왜....."

 "아, 제가 면허가 없어서요."

 "네?"

 강원도로 취재를 가고 싶은데 면허가 없으니 같이 가달라고 한 게 일주일 전이었다. 수진 씨는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잠시 말없이 생각하더니 일주일 후에 집 앞에서 뵙겠다고 했다. 그때는 역시 추진력은 좋다고 만족했는데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동생분은 괜찮대요?"

 주연이 근처에 주차해둔 차를 가지러 간 사이에 수진에게 조용히 물었다.

 "놀러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했더니 수락했어요. 그리고 작가님 책도 아마 몇 권 읽었을걸요? 아, 혹시 작가님이 불편하신가요?"

 그래도 모르는 사람이랑 같이 여행하는 건데...... 진짜 괜찮은 거 맞냐고 물으려 했지만 주연이 차를 코앞까지 끌고 왔다. 이렇게 된 거 언니 때문에 억지로든, 진짜 놀려고 온 거든 여기까지 와줬는데 거절하려니 찝찝해서 알겠다고 하고 차에 탔다.

 평일이라서 그런지 강원도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다. 집중해서 운전하는 주연의 옆모습을 힐끔힐끔 쳐다보는데 역시 얼굴은 내 취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이 안 와서 다행이네요. 타이어에 체인 감아야 하나 걱정했는데."

 "응~ 그랬으면 안 따라왔..... 아, 그냥 언니한테 편하게 말하는 거니까....."

 수진 씨한테 농담조로 말하던 주연이 내 눈치를 봤다. 자매 사이에 낀 내가 불편할까봐 배려해주는 걸까. 담당자와 작가 사이에 낀 주연이 불편해할까 봐 걱정했던 게 무색해진 느낌이라 피식 웃음이 나왔다.

 "주연아, 나 창문 좀 내릴게....."

 "또 멀미야?"

 "응....."

 얼마 안 가 수진 씨가 멀미를 호소했고, 점점 얼굴이 창백해졌다. 결국 제일 가까운 휴게소에 차를 댔고, 주차하자마자 수진 씨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전 담배 좀 피우고 올게요."

 "같이 가요."

 차에서 따라 내린 주연은 흡연실까지 따라왔다. 담배를 입에 물고 라이터를 꺼내는데 주연은 그런 나를 쳐다보기만 했다.

 "안 피워요?"

 "전 담배 안 펴요."

 "그럼 왜....."

 "언니가 작가님 가끔 말없이 어디 가버리실 때가 있으니까 혼자 두지 말라고 했거든요."

 좀 몇 번 그랬던 것 가지고 어린애 취급이라니......

 "어디 안 가니까 괜히 여기서 담배 냄새 맡지 말고 쉬고 있으세요."

 "어디 안 간다는 말도 믿지 말라고 했죠."

 졌다, 졌어.

 포기하고 불을 붙이려는데 문득 여기까지 따라온 주연에게 장난치고 싶어졌다.

 "한 대 피워보실래요?"

 능글 맞게 웃으며 입에 물었던 담배와 라이터를 건넸다. 당황하며 거절하거나 어이 없다는 듯 웃으며 "물던 거 말고 새 거로 주시죠?"라고 반박할 거라 생각했는데 주연은 대뜸 담배와 라이터를 받았다. 그리곤 담배를 손에 들고 불을 붙이려고 했다.

 "어..... 뭐 하세요?"

 "네? 불붙이는데요?"

 "하하핫."

 담배 안 피운다고 하더니 하나도 모르는구나. 딱딱하고 칼 같아 보이는 첫인상과 다르게 허당 같은 언니와 닮은 구석이 있긴 했다.

 "입에 물고 빨아들여야 불이 붙죠."

 "아, 그래요? 아, 그래야 공기가 들어가겠구나."

 그제야 주연은 담배를 입에 물고 불을 붙였다.

 "콜록, 켁!"

 "하핫."

 "겁나 뜨거운데요, 콜록!"

 "바로 흡입하려 하니까 그렇죠."

 연신 기침을 해대는 주연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서 능숙하게 피웠다. 느릿하게 피어나는 연기를 보던 주연은 가방에서 얼음물을 꺼내 마셨다. 재미는 있었지만 반응이 생각보다 덤덤해서 좀 더 놀리고 싶어졌다.

 "주연 씨의 입이 닿았던 담배를 피우고 있네요."

 "전 침으로 전염되는 바이러스 같은 거 없으니 괜찮아요."

 ".....주연 씨, 이과죠?"

 "입 좀 닿았다고 호들갑 떠는 게 유치한 거예요."

 "그래요?"

 담배를 비벼끄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 휴게소의 흡연실은 벽이 불투명했고, 사방이 막혀있었다. 게다가 평일 오전이라 휴게소에 사람도 별로 없으니까.....

 "읍?"

 당황해서 입술을 다물어 버리기 전에 혀를 밀어 넣었다. 방금 물을 마셔서 그런지 주연의 혀는 조금 차가웠고, 기분 좋게 느껴졌다.

 "푸하."

 "이제 호들갑 떨 생각이 드시나요?"

 손등으로 입술을 문질러 닦는 주연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호들갑 떠는 대신 날카롭게 째려보던 주연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언니. 응, 흡연실인데 곧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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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깼다.

본문은 꿈 내용 대충 정리해서 쓴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