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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야심한 시간에 올리는 일레이나x빗자루 팬픽[스포 多]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1 21:23:01
조회 1918 추천 34 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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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 마녀의 여행 소설판 스포 많음)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습니다. 비는 싫습니다. 이런 날은 밖에 돌아다니기 보다는 가만히 침대 위에 누워서 여기 저기 빗방울이 부딪히며 내는 소리를 듣는 것이 제일입니다. 그리고 제 주인이신 일레이나 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겁니다.

문득 기척이 나서 제 무릎 위에서 뒤척이고 있는 일레이나 님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잠들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언가 생각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인 그런 상태. 그녀가 아까와는 달리 제 쪽으로 돌아누웠기 때문에 저를 보고 있는 것 같지만, 그녀는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은 아무것도 보고 있지 않습니다. 한참을 가만히 있던 일레이나 님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저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빗자루 씨. 저는 어떻게 하면 좋았을까요?”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제 품에 깊숙이 파고든 그녀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습니다. 웅크리고 있는 그녀는 평소 모습보다 더 작아보였습니다. 어쩌면 제가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는 탓일지도 모릅니다.


“저와 쭉 여행을 함께 해온 당신이라면, 제가 봐 온 풍경을 당신도 봤겠죠. 그리고 제가 한 선택의 결과도.”


“그럼요. 당신의 곁에서 언제나 똑똑히 봐왔답니다.”


“그럼─”


그녀는 다시 한 번 뒤척였습니다. 이번에는 제 얼굴을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당신은 제가 올바른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나요?”


무척이나 일레이나 님답지 않은 질문에 그녀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습니다. 언제나처럼 당당한 표정은 온데간데없고, 금방이라도 울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상처받은 소녀 한 명이 있었습니다.


“저는 종종 제 선택을 후회해요. 마력을 빨아들인 탓에 기묘하게 변해버린 꽃밭에서 저는 그녀의 오빠에게 모든 사실을 말해야만 하지 않았을까요? 저를 닮은 연인을 속이고서 죽음을 기다리고 있던 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줘야 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조금 더 신경 써서 밀라로제의 비밀을 파헤치고 그녀가 저지르려는 짓을 막아야 하지 않았을까요? 엘리제를 그 나라에서 데리고 나와 적어도 그녀가 완벽히 홀로 설 수 있을 때까지 여행을 해야 하지 않았을까요? 제가 더 빨리 에스텔 씨의 행동을 막을 수 있었다면? 암네시아 씨에게 루데라를 상대하게 한 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일레이나 님.”


저는 조용하고, 단호하게 그녀의 말을 잘랐습니다. 고장 난 기계처럼 말을 멈추지 않던 그녀가 움찔하면서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일레이나 님은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을 기억하고 계신가요?”


“어머니께서……”


“네. 첫째, 위험한 상황에 처할 것 같을 때는 가능한 한 도망칠 것. 둘째, 자신이 특별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셋째,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건강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그제야 일레이나 님은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일레이나 님. 당신은 분명히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마법을 다루는 실력이 뛰어나겠죠. 마녀니까요. 하지만 그 뿐이에요. 당신은 다른 사람의 행복에 웃고, 다른 사람의 불행에 울고, 다른 사람의 말에 상처 받는 평범한 소녀입니다. 다른 사람의 고민에 어떻게 위로를 던져줘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는 평범한 사람이에요. 부디 그걸 잊지 말아주세요.”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는 그녀의 눈 위로 살짝 손을 포개어 놓았습니다.


“분명, 일레이나 님은 긴 여행 탓에 지치고 만 겁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주위에 일레이나 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렇게 말하고선 저는 약간 자조 섞인 웃음을 지었습니다.


“어째서, 어째서 당신은 저에게 그렇게나 상냥하게 대해주는 건가요?”


울음 섞인 목소리의 떨림이 그녀에게 맞닿아 있는 손을 통해 전해져 옵니다.

어째서냐고요? 누누이 말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당신의 것이니까요.”



그 후 일레이나 님은 한참을 울다 지쳐 잠들었습니다. 저는 그녀의 눈가에 아직도 맺혀있는 눈물을 닦아내고서, 눈물로 엉망이 된 그녀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습니다. 가슴 한편이 쿡쿡하고 바늘로 찌르듯 아파옵니다.

아까는 그녀의 어머니의 말을 빌려서 잘난 체 해보았지만, 사실 남 말 할 처지가 아닙니다. 종종 일레이나 님의 얼굴에 그늘이 드리울 때마다 제 자신의 무능력함에 가슴이 미어집니다. 이렇게 일레이나 님이 마법을 걸어주지 않으면 그녀에게 닿는 것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그래서 그녀의 곁에 제일 가까이 있어도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 때문에.

일레이나 님에게서 울음이 옮은 것인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저도 눈물샘이 느슨해져서 그만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습니다. 다 깨달은 듯이 일레이나 님에게 훈계를 한 것이 방금 전인데 이래서야 모범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눈물이 쏟아지려는 것을 참아보기 위해서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여관은 조용했습니다. 들려오는 것이라고는 제 무릎을 베고 잠이 든 일레이나 님의 불규칙한 숨소리, 밖에서 양철통을 때리고 있는 규칙적인 낙숫물 소리, 종종 강풍에 의해 덜컹거리는 창문 소리.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했지만 도무지 진정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를 둘러싼 환경은 저로 하여금 제 자신에 대해서 돌아보도록 강요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는 그녀에게 큰 소리를 칠 자격이나 있어? 그 정도로 올바른 선택을 해온 거야? 선택은커녕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도 없는 주제에. 그래서 암네시아 씨에게 그런 무거운 짐을 지게 했던 거야? 그런 생각에 다다르자 마음을 추스르고자 했던 저항은 무의미해지고, 결국 볼을 타고 따뜻한 눈물이 깔끔한 호를 그리며 흘러내렸습니다. 눈을 질끈 감고, 팔을 들어서 얼굴을 감싸보았지만 막아놓은 둑이 터지듯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정말이지, 한심한 모습입니다.


─스윽


그때 무언가 따뜻한 것이 제 뺨을 스쳤습니다. 눈을 떠서 확인해보니, 주무시는 줄로만 알았던 일레이나 님의 손이 상냥하게 제 뺨을 어루만지고 있었습니다.


“일레이나 님, 언제부터 일어나 계셨나요.”


“당신이 울음을 참는 부분부터일까요?”


“……자는 척을 한 건 가요.”


“저와 닮은 당신이라면, 당신도 마찬가지로 무언가 참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만요.”


그녀는 새빨개진 눈가를 비비며 장난스럽게 웃어보였습니다.


“일레이나 님. 제가 아무리 당신의 곁에서 언제나 당신을 바라보고 있다고 해도 결국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런 사실이─”


“하아”


그녀는 제 말을 의도적으로 끊기 위해서 크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당신은 바보인가요? 저를 닮은 모습을 하고 있으니까 좀 더 스마트하게 생각해주세요.”


“하지만……”


“아까랑 입장이 정반대가 됐네요.”


일레이나 님은 제 무릎에서 일어나서 고쳐 앉은 뒤 저를 똑바로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었습니다.


“당신이 저에게 어머니의 말씀을 일깨워준 것처럼, 저도 당신에게 프랑 선생님께 배웠던 것을 일깨워 줘야겠네요.”


‘크흠’하고 목청을 가다듬은 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참지 마세요. 겉모습이 저보다 어른이라고 해서 당신의 내용물까지 어른인 건 아니라고요. 오히려 저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테니까, 같이 여행을 하면서 분명 당신의 마음도 저처럼 엉망진창이었겠죠. 아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당신이라면 저보다 더 심한 경험을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러면 망가지고 말아요. 당신도 싫은 건 싫다고, 그건 잘못됐다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빗자루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주변 사람이 보면 안타깝게 생각할 거예요.”


“여행자인데 다른 사람의 시선이 무슨 상관인가요?”


“상식적으로 자신의 물건한테 이렇게 마음을 쓴다는 게 말이 되나요?”


“최연소로 마녀 견습생이 된 저에게 상식을 바라는 건가요?”


“저, 일레이나 님이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귀찮은 여자랍니다. 감당하실 수 있나요?”


하지만 일레이나 님은 제 퉁명스러운 반응에도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대꾸했습니다.


“그야, 당신은 제 것이니까요.”


그녀의 그런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 들어서 웃음이 새어나올 것만 같았습니다.


“그랬죠. 저는 당신의 것이니까요.”


그 말이 방아쇠라도 된 것인지 제 몸이 서서히 투명해지고 있었습니다. 이제 시간이 된 것이겠지요.


“그럼, 일레이나 님. 오늘은 이만 주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그래요. 오늘은 고마웠어요. 아마, 내일 또 함께할 것 같으니, 내일 봐요.”


저는 그녀의 작별인사에 아까와는 다른 가슴의 통증을 느꼈습니다. 일레이나 님과 여러모로 닮은 저이지만, 몇 가지는 그녀와 닮지 않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저는 그녀만큼 둔감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역시, 곧 움직일 수 없게 될 저는 당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습니다. 일레이나 님, 그러니까 적어도 저는 당신에게 제 마음을 새겨두고 싶습니다. 무례를 용서해주세요.”


저는 그 말을 마치고, 일레이나 님의 아름다운 잿빛 머리카락을 가져다 입을 맞추었습니다.


“안녕히 주무시길.”


시야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그녀의 새빨개진 얼굴을 본 것이 행운이라고 곱씹으며 저는 사물의 세계로 돌아갔습니다.



***



왜 일레호우는 없냐는 갤럼 말 보고 호다닥하고 썼음


근데 이미 자체생산을 마친 뒤였음..


암튼 뭔가 빗자루쟝은 일레이나 도움 없으면 행동 반경이 제약되니까 이렇지 않을까 하고 썼어


글고 사야가 정실임


02


전에 쓴 거 링크


일레이나x사야


일레이나x암네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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