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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뭔가는 쓰고 싶은데 안써져서 재업) 벙어리랑 벙어리 보빔앱에서 작성

총수인권보호협의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0.21 23:41:11
조회 257 추천 12 댓글 2
														


말을 할 줄 안다는 건 큰 축복이고 글을 안다는 건 생애의 최고의 영광일 것이다. 제 뜻을 이 세상에 고스란히 전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한다.

소녀는 감사할 줄 몰랐다. 감사할 수가 없어서 감사할 줄을 몰랐다.

말을 할 수 있는 축복도, 글을 알 수 있는 영광도 누리지 못했다. 감사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고 배울 수도 없었다.

제 뜻을 세상에 펼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진 소녀는 그럼에도 행복했다. 그녀를 다시금 생각하며 소녀는 미소를 띠었다.

그녀가 없었다면, 해가 남긴 주홍빛 자취를 몸에 두른 그녀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그녀의 행복은 반쪼가리였을텐데.

때문에 소녀는 그녀의 만남에 항상 신께 기도드렸다.

그녀는 황홀, 그 자체였기에.

같은 시간, 같은 곳에 항상 그녀가 있었기에.

그녀를 항상 만날 수 있는 나날이 계속되기에.

이 행복이 있기에.

소녀는 살아갈 수가 있었다.


어느날이었다. 소녀는 사박사박 낙엽잎이 땅에 점차 쌓이고 푸른 잎 대신 붉고 노랗게 물들인 나무들이 있던 곳으로 산책을 나섰다.

갈색, 노란색, 붉은 색으로 뒤덮힌 산이 환영하듯 나무가지들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그녀는 땅에 떨어진 밤송이들을 까 품에 넣으며 산에 올랐다.

사박사박 낙엽을 밟고 졸졸 흐르는 개울가를 따라서 산을 올랐다.

머리 꼭대기보다도 한참 더 위에 있던 해가 어느덧 노을로 녹아내려서야 소녀는 약속의 장소에 도착했다.

여느때와 같은 바람, 노을, 길이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그녀가 없었다.

소녀도 그녀도 각자에게 제 뜻을 전달할 수가 없었다.

소녀는 한 없이 기다릴 뿐이었다.

노을이 무너지고 빈공간을 어둠이 채울 때까지.
하염없이.
계속.




소녀는 매일같이 산을 올랐다.

눈이 발목까지 쌓여 오르기 힘들었지만 소녀는 꾸준히 올랐다. 소복소복 눈을 밟으며 나무가지 끝에 맺힌 고드름을 먹어가며 산을 올랐다.

미끌어 넘어지기도, 돌에 부딪히고 나무에 피부를 긁히더라도 꿋끗이 올랐다.

시리도록 높고 푸른 하늘, 코 속 가득히 실리는 차가운 공기, 온몸에 묻은 창백한 눈.

그리고 텅 빈 그녀의 존재감.

여느때와 같이 그것들이 소녀를 꾸미고 있었다.





마을에 수도자가 들어왔다.
수도자는 마을의 아이들을 작은 교회에 불러 글을 가르쳤다. 소녀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수도자에게 배운 글자 하나하나를에 감사를 담아 꾹꾹 눌러 쓴 편지를 주었다.

수도자는 은은한 미소와 함께 옛적에 배웠던 수화 몇가지를 소녀에게 알려주었다.

나.

고마워요.

당신.

사랑해요.

아름다워요.

그것들을 가슴 깊은 곳에 기억해두고, 집에 와서는 그것들을 한동안 썼더란다. 누군가를 향해서. 홧토불같은 자신의 연정을 표현하기 위해서.





들꽃과 풀벌레들이 다소곳 얼굴을 내미는 산에 소녀는 오늘도  올랐다. 풀벌레들의 노래와 개굴거리는 노래를 헤치며 소녀는 걸었다.

이름 모를 나무들을 하나 둘 셋, 넷

이름 모를 꽃들을 하나 둘 셋,

개울가를 건너가며 하나 둘

언덕을 지나 하나

마침내 도착한 익숙한 장소. 아직도 가슴 떨리는 장소.


그리고


가슴 터질 듯 벅차게 뛰는 심장이, 이 귓가에서도 요동치는 심장이 그녀의 존재를 증명하는 것 같았다.

그녀가 눈물을 보이며 소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온 세상에 오직 그녀와 소녀만이 있었다.

소녀는 달렸다.

순식간의 그녀와 소녀의 구분이 사라지고 소녀는 눈물로 범벅이 된 채 그녀를 앞에 두었다.

떨리는 숨, 떨리는 손이 조심스레 그녀를 위했다.

아직은 시린 공기를 가녀린 온기가 뚫고 지나가 또다른 온기와 합쳐졌다. 그녀가 있었다.

소녀는 그제서야 그녀에게 안겨들어 그동안의 외로움과 서러움을 토해내듯 울었다.

소녀는 펑펑 울었다.

그녀도 말 못하는 제 처지가 너무 고통스러워,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도 못하는 제 처지가 한심해서, 그저 소녀를 꽉 안아주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제 처지가 한탄스러워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소녀는 그마저도 감지덕지라 그녀의 등가의 옷주름을 더욱 세게 쥐었다.

그러곤 꼭 안아달라는 듯 아기처럼 그녀의 품 속을 파고 들었다.

그 소녀가 너무 안쓰러워 그녀는 숨 밖에 토해내지 못하는 입을 벙긋거리며 미안해, 정말 미안해를 토해냈다.

소녀는 그녀의 품에서 숨을 골랐다.

그녀도 소녀의 등을 토닥이며 자신도 위로했다.

색색거리는 숨소리로 고개를 들어 소녀는 그녀를 맑은 눈빛으로 보았다.

그녀의 서글픔도 그 맑은 눈빛에 눈 녹듯 사라졌다.

눈물 콧물로 엉망진창이었지만 그런 소녀의 얼굴도 귀여웠다. 소녀의 얼굴을 닦아주며 소녀를 느꼈다.

숨소리도 진정된 소녀는 그녀에게 떨어져서

나.

사랑해요.

당신.


하고 말갛게 웃었다.

그리고 부끄러웠는지 붉게 상기된 볼을 숨기고자 그녀의 품으로 달려들어서 꼭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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