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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27

1234(39.113) 2020.10.22 17:16:41
조회 121 추천 12 댓글 2
														

"세이. 설탕 좀 줘."


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요리의 마지막 맛을 더하기 위한 마지막 작업에 들어갔다.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만든 육수를 베이스로 좋은 재료를 아낌없이 투입해 만든 소스는 맛있는 향기를 만들어 내었다.


이제 재료들과 함께 섞어서 볶으면 끝.


설탕을 살짝 뿌려 감칠 맛을 더하는 것은 그녀만의 테크닉이다. 세이는 언제나처럼 설탕통을 그녀에게 주며 충실하게 루이를 보조해주었다.


덕분에 요리는 맛있게 완성되었다. 이것으로 오늘의 마지막 메인디쉬는 끝이다. 남은 것은 디저트 뿐.


"수고 했어. 오늘도 완벽하게 끝난거 같아."


루이는 그렇게 말하며 긴장으로 가득 찼던 얼굴에 힘을 풀었다. 세이 또한 그런 그녀에게 수고했다고 말했다.


허나 세이의 얼굴에는 이전과 약간 다른 기색이 숨어 있었다. 루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아직 오늘의 일은 남아 있었다.


레스토랑의 문을 닫을 때까지는 완전히 하루 일과가 끝난 것이 아닌만큼 그때까지는 긴장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법.


그때까지는 물어보는 것을 미뤄둘 수 밖에 없었다. 일단 지금은 일을 해야 하는 시간, 조용히 마지막을 준비하며 루이는 불안감을 애써 억눌렀다.


---------- 


"그런거구나...."


루이는 세이의 말에 그렇게만 답했다. 그것 이외에 어떤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독립.


자신의 친구는 이제 자신의 곁에서 독립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욕망일지도 몰랐다.


요리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자신만의 주방을 가지고 싶어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렇지만 세이는 언제나 루이와 함께했다. 그리고 언제까지라도 그녀와 함께할 것이라고 루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세이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자신만의 세상을 만들고 싶어하는 것은 요리인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욕망. 당연히 세이도 그러고 싶어했다.


그런 그녀에게 루이는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곁에 언제까지라도 두고 싶었던 친구다. 어쩌면 그것은 독점욕일지 모르지만 그만큼 루이는 세이를 원하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뜻을 무시할 생각은 없었다.


그래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는 것인지도 몰랐다.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끼며 루이는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결국 사람은 언젠가 떠나는 날이 오는 법이다. 그것이 하필이면 오늘이라는 것이 문제지만, 그것까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법이다.


"그럼 어떻게 할지 정한 것은 있어?"


"돈은 어느 정도 모았고...."


세이는 그렇게 말하며 조금은 안도했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이가 화를 내며 그녀를 반대할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을 다행으로 여긴 것인지도 몰랐다.


"쉽지 않을거야.... 자신만의 식당을 꾸린다는 건."


"알고 있어. 다른 누구보다도 네가 그랬으니까."


루이의 말에 세이는 그렇게 답했다. 알고 있으면서도 이 길을 가려는 세이를 보려니 루이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기분이었다.


어떤 말을 해야 할까.


자신의 곁에서 항상 자신만을 바라보며 함께 있기를 원했는데, 이렇게 독립하려는 것을 보려니 무언가 무너지는 기분이다.


"하지만, 난 하고 싶어졌어."


세이는 용기를 냈다는 듯 조용히 입을 열었다.


"무엇을?"


루이는 조금 궁금하다는 듯 세이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과연 자신에게도 말하지 않은 욕망이 또 있다는 것일까?


"루이를 보면서 생각했어. 나는 누구보다도 루이를 오랫동안 곁에서 봐왔잖아? 이렇게나 완벽하게 요리를 하는데, 그 이름이 너무 무시당하는거 같아서...."


그렇게 말하며 세이는 루이를 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이제까지 루이의 뒤를 쫓기만 하던 세이의 것이 아니었다.


"내가 잘해서 루이의 이름을 더욱 크게 알리고 싶어."


루이는 그 말에 어떤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분명히 그것은 루이가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반대로 세이는 정말 루이를 생각하기에 이런 일을 하려는 것이었다.


그 마음이 어떤 것인지 루이는 어느 정도 알 것 같았다. 당연하지만 반대하고 싶었다.


자신은 그냥 세이와 영원히 함께 하고 싶었다. 그러나 세상 일은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어쩔 수 없다는 듯 루이는 세이의 미래에 축복을 해주었다. 물론 그냥은 아니다.


흐르는 눈물은 어쩔 수 없었다.


완벽한 이별은 아니지만 이제까지와 다른 삶이 기다릴 것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세이도 마찬가지.


그저 동료가 독립하는 것이 아닌, 영혼의 일부가 떨어져 나가는 듯한 기분에 둘은 모두 한숨만 내쉬었다.


하지만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 


"후우...."


마지막 날이 다가왔다. 루이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세이는 독립해서 새로운 식당을 운영할 것이다.


어떤 식으로 삶이 바뀔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그래도 웃는 얼굴로 보내줘야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루이는 애써 울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마지막 근무니 최선을 다해 함께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 내었다.


직원들은 모두 세이에게 응원을 해주었다. 루이도 마찬가지. 마음이 아픈 것과 별개로 그러는 건 당연한 것이니까.


그리고 드디어 송별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 루이와 세이는 함께 걸어갔다. 정거장에서 이별하기 전까지 할 이야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 있었다.


"아 택시 왔네."


허나 세이는 일부러 길게 이야기를 하지 않으려는 듯 택시를 세웠다. 그게 왠지 너무 얄미워서 루이는 살짝 삐진 표정을 지었다.


"잘 가...."


어차피 같이 일 하지 않는 것 뿐인데 너무 감정 담을 건 아니라고 생각하며 애써 루이는 그렇게만 말했다.


"응. 참...."


세이는 아직 뭔가 할 말이 남은 모양인지 바로 택시에 타지 않고 아주 잠깐 머뭇거렸다.


그리고는 조용히 귓가에 무어라 속삭이고는 바로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


루이는 한동안 어버버 거리며 어떤 말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식당 새로 낸 거 성공하면, 네게 정식으로 프로포즈할게.-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루이는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까?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다시금 핑 돌았다. 그렇지만 이건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어이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후련해지고 행복이 가득한 눈물이었다.


"세이!"


남들이 다 보는 것도 상관하지 않고 루이는 소리쳤다. 그러지 않으면 안될 정도의 기분이었다.


언제 자신에게 올지 기대하겠다며 루이는 한동안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그렇지만 그건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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