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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30

1234(39.113) 2020.10.25 13:45:08
조회 137 추천 12 댓글 2
														

최면술은 그저 허무맹랑한 장난이라고 리에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전혀 변함이 없었다.


그런 장난 따위에 속는 사람이 이상한 것이라고 리에는 늘 생각했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친구가 최면술을 신봉할 것이라고 그녀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미사토는 TV에 나오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꽤나 잘 믿곤 했다.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일종의 흑역사가 되어 이불을 차버리곤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런 것들을 볼 때마다 반응하는 것이 참으로 안스러웠다.


그래도 그런 면이 또 귀여워서 리에는 미사토와 늘 함께하였다. 미사토가 흑역사를 쓰는 순간마다 참을 수 없는 즐거움이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르다.


"최면술은 치료 목적으로 수년간 배운 사람이 하는 것이라면 모를까 일반인은 무리라니까."


리에는 그렇게 말하며 미사토의 밑도 끝도 없는 이야기를 무시하려 했다. 그러나 오늘의 미사토는 완강했다.


"한번만 해보자고. 혹시 모르잖아?"


미사토의 말에 리에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한번이라면야 뭐...."


어지간하면 무시하겠지만 오늘의 미사토는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정말 울지도 모를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정도의 얼굴이라면 말 한번 들어준다고 문제될 것은 없어 보였다. 그렇기에 리에는 수업을 마치고 미사토의 집으로 향했다.


깨끗하게 정리된 미사토의 방은 소녀다운 물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곳에서 한다는 것이 최면술이라는 건 왠지 좀 안 어울린다고 리에는 생각했다.


"자 이거 잘봐!"


미사토는 왠지 들뜬 얼굴로 5엔 동전에 끈을 묶어 리에 앞에서 흔들었다. 전형적인 최면의 시작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미사토가 하는 일이 늘 그렇듯 엉성했다. 그저 흔들면서 최면에 걸린다고 말을 하면 되는 줄 알고 있었다.


'이건 어제 방송에 나온거잖아.'


리에는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나중에 놀릴 것을 기대하며 일부러 최면에 걸린 것처럼 행동하기로 마음 먹었다.


"자 이제 셋을 세면 눈을 감습니다. 하나 둘 셋."


미사토는 그렇게 말하며 리에에게 눈을 감으라고 말했다. 리에는 조용히 그녀의 말을 따랐다.


"제 말이 들리면 예라고 대답하세요."


미사토는 그렇게 말하며 리에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았지만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기에 리에는 어쩔 수 없이 예라고 답했다.


"아 되었다 되었어!"


미사토는 정말로 된 것인줄 알고 기뻐하고 있었다. 차마 그렇게 기뻐하는데 산통을 깰 수 없었던 리에는 속으로 한숨만 쉴 뿐이었다.


"그럼.... 음...."


미사토는 무언가를 시킬 생각인지 조용히 고민하였다. 리에는 과연 무엇을 할지 기대 속에 기다렸다.


"우선, 리에짱은 미사토가 뭐 이상한 이야기 해도 너무 놀리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의외였다.


전혀 예상 외의 말에 리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괴롭히는 즐거움이 큰 지라 조금 과하게 놀리긴 했는데 그게 많이 상처가 되는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리에는 최면에 걸린 사람다운 어투로 답했다.


"응, 응!"


미사토는 리에가 그렇게 답하자 기쁜 듯 반응했다. 리에는 그런 미사토가 얼마나 귀여운 표정을 지을지 궁금했지만 감은 눈을 뜰 수 없었기에 그 광경을 놓치는게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것은 어떤 의미로 미사토의 본심 털어놓기.


그렇기에 진지하게 리에는 그녀의 말을 하나씩 들었다. 어떤 것은 미사토가 리에에게 고마워하는 이야기였다. 또 어떤 것은 리에가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 그리고 해주었으면 하는 이야기였다.


리에는 조용히 그것들을 하나씩 새겨들었다.


자신에게 있어 어떤 의미로 소중한 친구의 진심. 그것을 무시할 이유 따위는 하나도 없었다.


"아 그리고.... 이제 곧 깰 시간이니까 그 전에...."


미사토는 그렇게 말하더니 리에에게 말했다.


"키스하듯 자세를 잡아주세요."


흠짓


전혀 예상 못한 말에 리에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하지만 미사토는 다시 한번 말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에짱이 키스하듯 얼굴을 들어주면 좋겠어요."


최면에 걸렸다고 믿고 있는 미사토의 말이다. 이제까지의 분위기를 무너뜨릴 수 없었기에 리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몸을 살짝 떨면서 고개를 들었다.


"사랑해요. 리에짱."


미사토는 그렇게 말하며 살짝, 아이와도 같이 입술에 입을 맞췄다. 키스를 하고 싶다고 했지만 정작 어떻게 할 줄도 모르는 입맞춤.


그러나 거기에 담긴 마음은 진짜다.


리에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나오는 것을 어찌할 수 없었다.


"어? 리에짱 리에짱?"


미사토는 당황한 듯 리에를 흔들었다. 리에는 마치 최면에 꺤 듯 능청스럽게 눈을 떴다.


"응? 어? 내가 왜 눈물을?"


리에는 아무렇지 않은 듯 눈물을 닦았다. 물론 그것은 부끄러움을 숨기려는 행동이었다.


"리에짱 괜찮은거야?"


다급한 목소리로 미사토는 리에를 껴안고 엉엉 울었다. 이렇게나 엉성해서야 어쩌겠냐고 생각하며 리에는 미사토를 토닥여주었다.


그러면서 놀리고 싶은 마음 절반, 그리고 미사토의 마음에 대답하고 싶은 마음 절반을 담아 이번엔 리에가 미사토와 입을 맞추었다.


단 이번에는 아이와 같은 입맞춤이 아닌 조금은 어른의 것을 흉내낸 키스였다.


미사토의 눈은 놀람으로 커졌지만 그것도 잠시, 이번엔 반대로 그녀가 눈을 감으며 눈물을 흘렸다.


소녀들은 그렇게, 서로의 감정을 확인했다. 뜨거운 눈물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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