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씀 주의
오타 검사 안함
***츠구미의 이야기.
그것은 매우 이상적이었다.
고등학생 때 만나, 연애를 시작하고, 성인이 되어서는 결혼을 하게 되는 흔하지만 이상적인 이야기.
***
"하아하아..."
"츠구, 여기 엄청 젖었네 기분좋아?"
"아, 히나 선배... 하아 읏, 기분 좋아요."
히나 선배와는 고등학생때 처음으로 만났다. 그녀는 모두에게 천재라고 불리며 존경을 받는 동시에 경멸을 받는 사람이었다. 그녀의 첫인상은 '위태로워 보여.'였다. 그러나 그녀의 기타를 치는 모습에서 나는 반짝거리는 예쁜 별을 발견했다. 연주를 할 때의 환하게 웃는 얼굴은 그 어떤 별보다도 반짝 거렸다. 히나 선배는 내게 별이었다.
그리고 지금 히카와 츠구미가 된 나는 히나 선배와 몸을 섞는 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루룽. 츠구미는 거칠게 하는 거 좋아하지, 더 세게 해줄까?"
"으흣, 네... 조, 좋아요. 해줘요...더 세게..!"
특히나 그녀의 거친 플레이를.
"아아, 히나씨 저 가.. 갈 거 같아요."
"응, 마음껏 가. 너희 룽한 얼굴 내게 보여줘."
누군가 나를 본다면 그들은 내게 무슨 말을 할까...
***
"다녀왔습니다."
"아, 다녀오셨어요."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사요 씨였으며, 나는 버선 발로 뛰어나가 그녀를 맞이했다. 그리고 나의 뒤를 따라온 히나 씨도 사요 씨를 반갑게 맞이하였다.
"룽, 언니!"
"히나? 파스파레 촬영 중 아니였니?"
"에헤헤, 일찍 끝난 덕에 츠구랑 언니가 보고싶어서 놀러왔어!"
"올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하지. 츠구미씨 히나가 폐를 끼친 것은 없나요?"
"앗, 전혀 없어요. 오히려 히나 선배가 와서 조금 즐거웠는걸요."
"맞아, 언니. 나도 이젠 츠구한테 폐 안끼치는걸, 그도 그럴게"
[[[츠구는 언니의 아내잖아.]]]
나는 사요 씨와 결혼한 사이이다.
***
사요 씨가 오고 얼마 후 히나 선배는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와 사요 씨 둘만 남자, 나의 뒤로 그녀가 다가와 살포시 나를 안으며 말했다.
"저... 츠구미씨. 저 하고 싶어요... 싫으신가요?"
"아뇨, 좋아요."
"그럼 같이 목욕할까요."
"네."
사요 씨와 목욕을 마친 난 그녀와 침대에서 서로의 몸을 맞대었다.
불과 몇시간 전까지 히나 선배와 몸을 맞대던 그 침대에서.
"츠구미씨 아프진 않으신가요?"
"네. 괜찮아요."
"츠구미씨, 아프면 말해주세요."
"네."
사요 씨는 히나 선배와 달리 상냥하고 부드럽게 나를 대해주며, 마지막엔 늘 나를 다정하게 안아준다.
"츠구미씨 좋으셨나요?"
"네, 좋았어요."
사요씨의 품은 푹신하고 따뜻하며 좋은 냄새가 난다. 그녀에게 안겨 있을 때면 드는 이 안정감이 난 좋다.
하지만 역시 이걸로는 성에 차지 않아.
***
"룽, 츠구 안녕!"
"아, 히나 선배 어서오세요."
"있지 있지. 오늘 언니 공연 때문에 늦게 오는 날 맞지?"
사요 씨의 일정은 빠삭하게 외우고 있는 히나 선배가 일부로 그녀가 없을 때 왔다는 것은 단 하나의 목적을 의미했다. 나를 보며 입꼬리를 올리는 그녀에게 난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같이 목욕할까?"
"네."
그 목적이란 나 또한 바라는 것의 일이었다.
"어때, 츠구? 이거 기분 좋아?"
"아앗! 기분 읏... 좋아요!"
"이래도?"
"아아앗! 읏, 좋... 좋아요. 더, 더 거칠게 해줘요."
"응, 엄청 룽한 얼굴이야."
난 상냥한 사요 씨를 정말 너무너무 사랑한다. 하지만 나를 만족 시켜주는 것은 히나 선배 뿐.
그것이 내가 히나 선배와 몸을 섞는 이유다.
"아아, 언니도 츠구의 이런 모습을 본 거 겠지. 그리고 그걸 나도 보고 있어, 이건 무척 룽해!"
언니랑 섹스한 츠구랑 섹스하는거 엄청 루루룽해!"
그리고 히나 선배가 나와 몸을 섞는 이유, 그것은 히나 선배가 사요 씨를 무척 좋아하니까 그녀가 하는 것은 자신도 하고 싶어하며, 그녀가 본 풍경은 자신도 보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그것은 나와 섹스를 하며, 내가 가는 얼굴을 보기 위해 히나 선배는 나를 안는다.
아아, 이보다 완벽한 관계가 세상에 또 있을까?
***
이러한 일상이 흐르며 몇년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의 일이었다. 어느 날부터인가 생리를 하지 않게 되고 이상하게 신 게 먹고 싶어졌다.
"사요 씨! 두줄이예요!"
"츠구미 씨! 감사해요. 정말 너무너무... 당신과 아이를 위해서 저, 제 한 몸 다 바칠게요!"
내게 사요 씨와의 아이가 생겼다.
"츠구! 이야기 다 들었어. 축하해!"
"고마워요, 히나씨!"
그리고 약속을 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히나씨와 나의 관계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
나의 머리 색과 사요 씨의 눈동자 색을 가지고 태어난 우리의 아이는 사요 씨를 빼닮은 얼굴이었다. 너무나 예쁜 우리의 아이, 그 아이를 볼 떄면 사요 씨와의 관계가 돈독해지는 것 같았고, 하루하루가 선물이며 그야말로 행복했다.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이 빨랐다. 그것은 신체의 성장이 아닌, 배움의 성장으로 다른 아이들 보다 엄마라는 말을 빨리 시작했고 걷는 것 또한 빨리 시작했다. 그럴때면 난 사요씨를 닮아 아이가 똑똑하다며 말 했고, 사요씨는 그런 내게 나를 닮아 똑똑하다고 대답해주었다. 이런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면 가슴이 너무나 벅차 이 행복이 꿈이 아닐까 느껴지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야, 분명하게 내게 찾아온 나의 덧없는 행복이야!
***
아이가 제법 크면서 사요씨는 다시 가장의 역할로 돌아가 일을 하기 시작했다.
"헤에, 언니는 그럼 한동안 해외 공연을 간거야?"
"네. 아이가 생겨서 그동안 미뤘던 일들을 이제 다시 하기로 했어요. 히나 선배는 파스파레 휴가라고 하셨나요?"
"응, 맞아. 원래는 전국 순회 공연을 돌 예정이었는데, 날씨 문제로 취소 되는 바람에 갑작스레 휴가를 받게 됐어. 뭐 그렇게 된거니 언니가 없는 동안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도와줄게."
"하하, 감사해요. 하지만 그럴 일은 아마 없... 어머 우리 딸 일어났니?"
한창 히나 선배와 대화를 하던 중, 낮잠을 자고 있던 아이가 눈을 부비며 나타났다. 평소 조카를 귀여워 하는 히나 선배는 그런 아이를 보자마자 반갑게 인사했다.
"안녕! 잘잤니?"
"와, 히나다! 있지, 히나 이번에도 공연 루루룽하게 했어?"
"얘 이름으로 부르면 실례잖니."
"아하하 괜찮아. 응! 이번에도 루루룽하게 했어!"
"히나의 기타 이번에도 룽했구나! 멋져."
"음, 마침 기타 있는데 연주하는거 볼래?"
"응. 볼래볼래!"
기타를 챙겨온 히나씨는 거실의 소파에 자리를 잡고 휴대용 앰프에 그것을 연결해 파스파레의 곡을 연주했다. 그것을 보는 아이의 눈은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반짝 빛이 났다.
"어때, 룽했어?"
"응! 엄청 룽했어! 룽한 히나의 기타 나 정말 좋아."
"그래? 그럼 한 번 연주해 볼래?"
"아...그건 사요 엄마가... 내 손은 아직 어려서 기타에 다칠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안된다고 했어..."
아이는 기타를 무척 좋아했다. 그러나 그녀의 여린 손이 기타줄에 다칠 것을 걱정한 사요 씨에 의해 아이는 기타를 만져본 적은 없었다.
"에~ 괜찮아, 내가 봐줄거니까. 그치 츠구?"
"아, 음. 뭐 히나 선배가 봐준다면 조금 정돈 괜찮겠죠?"
나 또한 조금은 걱정이었지만, 히나 선배와 함께라면 괜찮을 것이라 여겨 그것을 허락했다. 나의 허락이 떨어지자 두 사람은 작은 환호를 지르며 당장 연주를 위한 준비를 하였다. 제 몸집보다 큰 기타를 둘러맨 아이는 그간 사요씨가 연주하던 모습을 본 덕인지 제법 그럴싸한 자세를 만들었고 그것을 튕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이는 처음이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의 연주를 해내었다.
"와아, 대단해! 이렇게 한번에 성공하다니. 역시 언니와 츠구의 딸이구나, 그치 츠구?"
"네? 아아 네! 저도 깜짝 놀랐어요. 사요씨의 재능을 물려 받았나봐요."
우린 그녀의 재능을 아낌 없이 칭찬했다. 우리의 칭찬이 기쁜 아이는 그 후로도 히나 선배가 치는 여러 곡들을 금세 따라하는 실력을 보여주었다. 사요 씨의 얼굴만 닮은 줄 알았던 딸이 그녀의 재능까지 닮은 게 난 무척 신기했고, 사요 씨가 돌아와 이 사실을 알려줄 일에 설레는 기분까지 들었다.
***
밤이 되고 딸과 단 둘이 된 나는 그녀를 재우며 오늘 하루 있었던 일의 대화를 나누었다.
"오늘 히나씨와 기타도 치고 즐거웠지?"
"응, 엄청 룽 했어!"
"우후훗."
"엄마 왜 웃어?"
"너가 히나씨의 말투를 따라 하니까 신기해서."
"따라해?"
"그치만 룽이라는 말은 히나씨만이 느끼는 기분같은걸?"
"...엄만 룽한 기분 몰라?"
"어...?"
"룽은 말이지 루루룽해서 룽한걸 룽이라고 한다고."
"...?"
"엄마 이상...해......"
아이는 피곤했는지 말을 하던 중, 갑작스레 정신없이 잠에 빠져 들었다. 사요씨와 꼭 닮은 그녀의 자는 얼굴을 무척 사랑스러웠다.
이상해...?
***
"오늘도 기타 치자!"
"룽!"
다음날 우리 집을 찾아 온 히나 선배는 이번엔 아이의 것이라며 그녀의 손에 좀 더 맞는 사이즈의 기타를 준비해왔다. 자신의 기타를 갖게된 아이는 무척 기뻐하며, 이번엔 파스파레의 곡 뿐 아니라 사요 씨의 밴드 로젤리아의 곡도 연주를 하였다. 이 또한 완벽했으나, 어린 아이라서 그런가 난 로젤리아의 멋진 음악보단 파스파레의 귀여운 음악이 그녀에게 좀 더 잘 맞는 기분이 들었다.
"오늘 하늘이 너무 좋아서 밤에 별이 예쁘게 보일거 같네."
"그러고보니 히나씨는 별을 좋아하셨죠?"
"응, 지금도 가끔씩 별자리를 찾아보곤 해."
"나도나도! 나도 별 좋아해!"
나와 히나씨의 대화에 기타에 정신이 팔렸던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별자리가 뭐야?"
"별을 이어 사물이나 인물, 동물을 그린 거야. 각자 잘 보이는 시기가 있고 그 날에 태어나면 그것의 별자리를 가져. 츠구는 염소자리, 나와 언니는 물고기자리야."
"우와아. 있지 엄마 나는 무슨 자리야?"
"음... 분명 2월1일은..."
"물병자리! 물병자리는 염소자리와 물고기자리의 사이야. 엄청 룽한걸!"
"에에, 그래도 난 히나랑 똑같은 물고기자리하고 싶어."
"아하하, 그건 안되지~ 자자, 그만 다시 기타 연주해볼까?"
히나 선배의 빠른 재치 덕에 투정이 일어날 뻔한 아이는 물 흐르듯 금세 다른쪽으로 관심사를 옮기게 되었다. 어느새 아이의 낮잠시간이 되고 그녀를 재우고 나오자 히나 선배는 어디선가 찾은 앨범을 꺼내어 그것을 보고 있었다.
"앗, 츠구! 이것봐 봐."
"이건 사요 씨의 저번 해외 공연을 갔을 때네요."
"응! 이때 언니 엄청 룽해보여. 이 맘 때 둘한테 아이가 생겼지?"
사진의 하단에 적힌 날짜가 아이를 가진 시기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혹시혹시, 공연을 떠나기 전에 만들고 간거야~~"
"아이참, 놀리지 말아주세요. 오히려 이 날 생리를 하는 바람에 꽤 몸이 힘들었는 걸요..."
"아하하, 미안미안. 그래, 그랬구......어? 방금 뭐라고...?"
"네?"
"언니 해외 공연 얼마나 갔었지?"
"음, 분명 3주 정도였을까요?"
"아이가 2월 1일 생이고... 언니가 해외 공연을 3주간 갔으며, 츠구는 그 날 생리를 했다면... 있지, 계산 안 맞지 않아?"
그 순간 날카로운 쇠붙이가 나의 등을 훑는 기분이 들었다.
앨범을 보던 우리는 단서가 되는 사진들을 꺼내 하단의 날짜와 아이의 생일의 날짜를 대입했다. 그리고서 나온 결과는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다. 더 정확히는 사요씨의 아이를 가지는 것이 있을 수 없는 일.
"있죠... 히나 선배 저희 이 날 분명..."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사요 씨와 닮았는데."
나만큼이나 창백해진 히나 선배의 얼굴을 보자, 무척이나 사요 씨와 닮은 얼굴이었다. 사요 씨와 히나 선배는 쌍둥이이며 둘은 무척 닮았다. 사요 씨와 우리 딸은 서로 무척 닮았다. 즉, 히나 선배와 우리 딸은 닮았다.
"츠구..."
"히나 선배 어쩌죠..."
"...언니한텐 비밀로 하자."
나는 사요 씨와 결혼을 했고, 히나 선배의 아이를 낳았다.
그 진실에 난 충격 받기 충분했고 그로인해 나의 몸은 자꾸만 덜덜 떨렸다. 그런 나를 히나 선배는 말없이 꼭 감싸 안아주었다. 나를 감싸 안아주는 히나 선배는 마치 사요 씨 같았다.
"히나 선배는 사요 씨와 정말 똑같은 거 같아요. 냄새라던가 온기라던가, 상냥함 이라던가..."
"...그럼 내가 언니가 될게."
"네?"
"내가 언니가 되면, 츠구는 언니의 아이를 가진게 맞는게 되잖아. 그러니까... 츠구가 괜찮아질 때까지. 나 츠구에게 사요가 될게."
고개를 들어 히나 선배를 보았다. 그건 사요씨와 꼭 닮은 나를 사랑하는 얼굴이었다.
"히나 선배... 아니 사요 씨 저희 목욕할까요."
"응, 그러자."
***
그후로 히나 선배는 하루도 빠짐 없이 우리 집을 찾아왔다. 그리고 아이가 깨어 있는 동안은 그녀의 기타 선생님이, 아이가 자는 동안은 나의 사요 씨가 되어 주었다. 한 번은 가발을 가지고 와, 더욱 사요 씨와 같은 모습을 하며 나를 안아 준 적도 있었다.
한 때는 정말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그러나 히나 선배와 있으면 있을수록 그녀는 사요 씨와 같아 보였다. 점차 두 사람이 겹쳐보이자 난 깨달았다. 사요 씨의 아이나 히나 선배의 아이나 어차피 같은 쌍둥이의 아이. 즉, 난 사요 씨의 아이를 낳은 거나 다름 없단 것을.
"앗, 아...! 아읏, 거기 흣. 기분 좋앗..."
"아하, 그러게 츠구의 여기 엄청 룽해졌어."
"하아... 읏, 히나 선배에.. 하..."
아이가 낮잠을 자고 있는 사이 우리는 언제나처럼 사요 씨와 늘 하는 그 침대 위에서 서로의 몸을 맞대었다. 사요 씨가 돌아오기까진 일주일이 남은 때였다. 제법 긴 시간이 남은 탓일까, 그 때문에 난 절대 사요 씨가 일찍 귀국할 것이란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다.
"두사람 뭐해...?"
"어..언니?"
"사요씨!?"
방의 문이 열리고 사요씨가 나타날 때까지.
***사요의 이야기
처음 임신 소식을 들었을 때 난 날 듯이 기뻤다. 츠구미 씨와 나의 사이에 아이가 생겼다니, 이건 하늘이 우리에게 준 선물이나 다름 없었고, 앞으로 내게 지켜야 할 또 하나의 존재가 생겼다는 것에 가슴이 벅차 올랐다.
그러나 산부인과에 방문하자 이상한 위화감이 들었다.
"축하드려요. 임신 n주차 입니다."
'임신 n주차...? 그땐 분명 내가 없었을 텐데...'
이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 기억은 안난다. 다만 내 옆의 츠구미 씨가 나를 보며 정말 기쁜 듯이 웃고 있었다.
'나를 보며 이런 미소를 짓는 사람인데, 나도 참... 이상한 생각이나 하고...'
분명 의사가 잘못 안 것일 거다. 난 그렇게 생각했다. 이 생각은 아이가 태어나며 더욱 또렷했다. 나를 너무나도 닮은 아이를 보며, 이 아이는 나의 아이임을 난 더없이 확신했다. 만약 둘째가 생긴다면 다음엔 꼭 다른 병원으로 가자.
그러나 아이가 자라면서 그 확신은 오히려 흐려졌다. 우리의 아이는 또래의 아이들보다 성장이 빨랐고 주변 사람들은 입을 모아 그녀를 천재라고 했다. 천재라는 단어는 마치 나를 부정하는 듯 했다.
"아이가 똑똑한 건 사요 씨를 닮아서일까요?"
"... 아뇨, 아이가 똑똑한건 '분명' 츠구미 씨를 닮아서 일거예요."
그래서 난 그 말이 너무 무서웠다.
어느 해, 아이는 내가 치는 기타에 관심을 주기 시작했다. 반짝거리는 눈으로 기타를 쳐보고 싶다고 말한 아이에게 난 그것을 주지 못했다. 이유는 아직 어려서 기타줄에 손가락을 베일지도 모르니까 였다.
하지만 사실은 아이가 혹시라도, 정말 만에 하나라도... 한번에 기타 연주를 성공하는 것이 무서워서, 난 그녀에게 기타를 주지 못한 것이었다.
진실을 캐낼 용기가 내겐 없었고, 거짓임을 알게 되는 날 내겐 서있을 조차의 힘같은건 없었다.
***
아이를 가지면서 미뤄뒀던 일을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그 첫번째가 해외 공연, 그것의 일정을 받은 난 '하필이면.' 이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집을 벗어나 해외라는 먼 곳으로 떠나는게 무서웠다. 더 정확히는 츠구미 씨와 아이만 두고 해외로 가는 것이 무서웠다.
그러나 누군가 또한 공연으로 인해 한창 바쁘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난 무심코 안도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난 아무 걱정 없이 해외 공연을 가기로 했다.
공연은 성공리에 잘 마무리 되었고, 생각외로 빨리 마무리 된 덕에 난 일찍 귀국할 수 있었다.
내가 없는 동안 두사람은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츠구미 씨 혼자 아이 돌보느라 힘들었겠지 가면 한동안 집안일은 내가 다 해야지, 츠구미 씨 마사지도 해주고, 그렇지 셋이서 놀러도 가자, 그리고 아이가 자는 밤엔... 츠구미 씨와 슬슬 둘째도 만들어 볼까.
두 사람을 볼 생각에 너무 설레어 내게 행복한 계획이 끊임 없이 나왔다. 일부로 두 사람을 놀래키고 싶어서 연락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현관 문을 열었을 때 나를 보며 기쁘게 웃을 두 얼굴이 기대 되었다.
그러나 연락하지 않은 탓일까 집은 조용했다. 난 장이라도 보러 갔나 생각을 하며 짐을 정리 하기 위해 안방의 문을 열었다.
그리고 난 외면하던 진실과 마주해버렸다.
***히나의 이야기
태어날 때부터 나의 언니, 나의 가족, 나의 반쪽. 내게서 그녀는 나의 전부였고 나의 유일함이었다. 그러니 내가 언니를 좋아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언니가 좋아하는 것을 나도 좋아하는 것 또한 당연한 것이다.
언니가 강아지를 좋아하면 나도 강아지가 좋아, 언니가 감자튀김을 좋아하면 나도 감자튀김이 좋아, 언니가 기타를 좋아하면 나도 기타가 좋아, 언니가 츠구를 좋아하면 나도 츠구가 좋아.
'아, 언니 츠구랑 섹스하나 보다. 우리 방 벽이 얇아서 방음이 약하단 말이지... 다행이 오늘은 집에 나밖에 없고. 음, 언니의 목소리 룽한 걸, 무척 기분 좋아보여. 그런데... 츠구의 목소리, 룽하지 않아...'
그것은 듣는 것만으로 알게되었다. 츠구가 좀 더 격하게 해주기를 바란다는 것을.
이대로면 두 사람 얼마 못갈지도 몰라... 그러면 언니 무척 슬퍼하겠지. 그건 싫어.
가장 좋아하는 언니의 행복이 깨지는 것이 난 무서웠다.
"있지 츠구 언니랑 섹스하는 거 어때?"
"네?!"
"기분 좋지? 있지 나도 츠구의 가는 얼굴 보고 싶어, 언니가 봤을 츠구의 가는 얼굴 내게도 보여줘."
그리고 난 언니의 행복을 지켜주기로 했다.
"츠구 기분 좋았어?"
"네..."
"그럼 종종 이렇게 하자!"
"...네."
실제로 언니가 봤을 츠구의 가는 얼굴은 내게 정말 룽했다.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언니의 츠구니까 나 뺏지는 않을 거야. 진심으로 난 둘이 행복하기를 바래.
그렇기에 두 사람의 아이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것은 내게도 꽤나 큰 충격이었고, 결국 난 제대로 되지 않은 판단을 하게 되었다.
언니 정말 미안해. 내가 가장 사랑하는 내 언니... 정말 정말 미안해... 그러니 제발 진실을 알지 말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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