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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무제-133

1234(39.113) 2020.10.28 18:57:03
조회 107 추천 10 댓글 1
														

"당신을 먹을거에요. 성적인 의미가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로."

 

모든 것이 핏빛으로 물든 순간, 미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생각한 그 아이는 그렇게 선언했다.

 

그것이 무슨 뜻인지 미호가 이해하기에는 조금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니 이 순간 미호에게 필요한 것은 휴식이었다. 더 이상의 자극을 받아들이는 것은 불가능했으니까.

 

현실에 존재할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던 괴이가 나타나 미호의 생명, 그리고 육신을 노렸다.

 

그것은 있을 수 없는 일.

 

하지만 그녀의 몸에 새겨진 고통은 그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이 다가왔다고 생각했을 때, 한명의 이름모를 아름다운 소녀가 미호를 구해주었다.

 

허나 그녀는 인간이 아니었다.

 

그리고 당당하게 미호를 잡아먹겠다고 선언했다.

 

", 무슨...?"

 

미호는 이해를 할 수 없는 말에 그렇게 되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말했다.

 

"당신은 내 마음에 들었거든요. 그러니까, 당신을 먹을거에요. 영원히 하나가 될 수 있게."

 

"...."

 

미호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해했을 때, 그녀의 입에서는 비명이 새어나왔다.

 

"걱정말아요. 당신은 아직 먹을 때가 아니니까."

 

소녀는 사람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아마 잡아먹는다는 말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홀려버렸을지도 모른다.

 

", 누구 마, 마음대로 그, 그런 것을...."

 

미호는 공포를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며 되물었다. 그러자 소녀는 답했다.

 

"제 마음이에요. 당신에게서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맛있는 냄새가 나거든요."

 

소녀는 그렇게 말하며 다가왔다. 그리고는 미호의 냄새를 가까이서 맡더니 몸을 살짝 떨었다.

 

"이토록이나 맛있는 냄새가 나는데, 잡아먹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요?"

 

미호는 기절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만에 하나 이 아름다운 소녀가 온 몸이 피에 젖어 있지 않았다면, 자신의 눈 앞에서 괴이들을 학살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까지 공포에 질리지는 않을 터였다.

 

그렇지만 그녀는 달랐다.

 

자신의 눈 앞에서 스스로가 인간을 가볍게 뛰어넘은 존재라는 것을 보였다. 그런 그녀가 하는 말이다. 미호는 이것이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단지, 지금은 먹고 싶지 않아요. 곧 오겠지만...."

 

소녀는 그렇게 말하더니 조용히 미호의 턱에 손을 뻗었다. 놀랍게도 그녀의 손은 따뜻했다.

 

끈적하면서도 따뜻한 손길은 미호의 머리를 아주 살짝 들었다. 그리고 소녀는 미호의 첫 키스를 뺴앗아 갔다.

 

"당신은 내것이니까요."

 

그렇게 말하며 소녀는 사라졌다. 미호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혼란 속에 멍하니 그녀가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흐르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다.

 

단지 지금은 살았다는 것만을 미호는 이해하고 있을 뿐이었다.

 

----------

 

그 일이 있고 2년이 지났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미호는 지내야만 했다. 자신을 먹겠다고 선언한 소녀, 그리고 미호를 잡아먹겠다며 찾아온 괴이들.

 

그것들 사이에서 무너지지 않으면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겠지.

 

하지만 미호는 살아남았다.

 

아슬아슬한 일상과 비일상의 경계 속에서 소녀는 자신을 지켜주었다. 덕분에 아직까지 상처하나 없이 무사히 살아남았다.

 

허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겉보기의 이야기.

 

괴이가 나타날 때마다 미호의 정신은 무너져갔다. 오직 소녀의 얼굴만이 미호의 얼굴에 조금의 미소를 가져다 줄 뿐이다.

 

"불쌍한 미호. 오늘도 내가 오는 것만 기다린 거에요?"

 

오늘도 괴이를 썰어버린 소녀는 미호의 얼굴에 묻은 오물을 닦아주며 말을 걸었다.

 

". 너 말고는 믿을 수 있는 존재가 없으니까."

 

학교의 선생님도 괴이로 변해 자신을 죽이려고 했다. 최소한 처음부터 미호에게 거짓 없이 다가온 것은 소녀가 유일했다.

 

"어머나...."

 

소녀는 미호의 말에 기쁜 듯 반응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는 듯 소녀의 얼굴에는 천진난만한 미소가 가득했다.

 

"제가 그렇게나 소중한 존재가 된 건가요? 전 당신을 잡아먹을텐데요?"

 

미호는 그녀의 말에 살짝 미소지었다.

 

"최소한 거기에 거짓은 없잖아? 나만을 바라보고 잡아먹겠다고 이야기 해준 유일한 존재니까. 거짓없이 사실대로 다가와준걸."

 

그렇게 말하며 미호는 소녀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조용히 그녀를 안았다.

 

"미호...."

 

소녀는 놀란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미호가 소녀에게 다가온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모든 스킨쉽은 소녀가 일방적으로 미호에게 행한 것이었다.

 

첫키스, 포옹, 그리고 동침까지....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미호가 먼저 소녀를 안았다. 따뜻하게 애정을 담아서.

 

"날 먹어도 괜찮아. 그렇지만 한가지만 잊지 말아줘."

 

미호는 조용히 소녀에게 중얼거렸다. 소녀는 자신의 본능을 억제할 수 없다는 듯 부들부들 떨었다.

 

미호의 몸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맛있는 냄새가 풍겼다. 자신이 원했던 최고의 순간에 마침내 도달한 모양이었다.

 

"고마워."

 

미호의 말은 소녀의 마지막 이성을 끊어버렸다.

 

----------

 

소녀는 울고 있었다. 그리고 웃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소녀는 몸을 부르르 떨면서 자신의 손을 핥았다. 행복했다. 그리고 슬펐다.

 

원래의 목적을 이루었는데 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소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가지는 확실했다. 이것으로 미호는 자신의 것이 되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것은 자신과 하나가 되었다.

 

미호는 감미로웠다. 자신이 지킨 보람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 이승에는 미호가 없다. 그 사실이 소녀를 슬프게 만들었다.

 

인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정이 든 것이겠지. 그 사실이 소녀를 안타깝게 만들었다. 그렇지만 없는 것은 없는 것이다.

 

소녀는 눈물을 흘렸다.

 

전에도 이렇게 몇 명이나 잡아먹었는데 왜 이렇게 슬픈 것일까?

 

알 수 없었다.

 

보기 드문 눈물을 흘리며 그녀는 하염없이 하늘만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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