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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아가씨와 어머니의 메이드모바일에서 작성

루사몰레(175.202) 2020.11.02 00:26:54
조회 722 추천 18 댓글 3
														


나는 그녀, 라리사를 사랑했다.


유난히 반짝이던 신록의 눈동자, 뒷목에 몇가닥 흘러내린 검은 머리카락, 핑크빛의 둥근 손톱, 나를 깨우려 조심스레 다가오던 발걸음. 잠이 덜 깬 내 어깨를 조심히 감싸오던 따뜻한 두 팔.


16살의 내가 가진 것들 중 유일하게 따스하고 가장 소중했던것은 바로 라리사였다. 오늘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이유없이 나를 싫어하던 아비와 내게 관심없던 어미를 대신해 나의 생일을 축하해주던건 오로지 라리사와 몇몇 시녀들이었다. 오늘, 나의 16번째 생일파티가 끝나고 아비와 어미가 적선하듯 던져준 차가운 보석이나 드레스, 책 따위를 정리한 나는 라리사를 찾았다. 매번 내가 한 눈을 판 사이 어디론가 사라지는 라리사를 찾는건 나의 소소한 취미였다. 라리사는 대개 어미의 머리를 빗어주고있거나 내 옷가지를 정리하고있었고, 라리사가 있으면 어미도 내게 어느정도 관심을 보였기에 나는 라리사가 어미와 함께 있기를 바란적도 많았다.


라리사는 어미와 함께 있었다. 어미의 방에서 들린 라리사의 목소리에 열린 문틈으로 바라본 그 곳에는 라리사가 있었다.


라리사의 틀어올린 머리는 풀어해쳐져 쇄골 위로 넘실거렸고, 반짝이던 신록같은 눈동자는 애매한곳을 바라보며 풀려 짙은 어둠에 잠긴 숲과 같았다. 나를 감싸오던 두 팔은 뒤로 뻗어 어미의 어깨를 움켜쥐고 있었고, 내게 다가오던 발끝은 소름이 끼친듯 웅크려있었다. 그리고 그 둥근 손톱이 있는 달큰한 손 끝은, 어미의 손과 곂쳐져 깊은 곳에 가득 담겨있었다.


나는 한참이나 라리사의 소리와 몸짓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어째서? 라리사는 나의 것인데. 어째서 어미와 저렇게 행복한 표정을 짓는걸까? 나와 있을때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저 얼굴, 저 몸짓, 저 소리. 어째서지? 라리사는 나보다 어미와 있을때 더 행복한걸까? 왜? 어째서? 어떻게해야 라리사가 나와 있어도 저렇게 행복해할까? 어떻게? 어떻게 해야하지?


나는 그대로 침실로 돌아왔다. 라리사는 밤이 깊어 돌아왔다. 생일파티는 6시에 끝났지만 라리사가 돌아온 시간은 10시. 4시간이나 내게서 떠나있었다. 나는 라리사에게 내색하지않았지만 머리속은 아주 바빴다.


라리사가 어미와 행복해보였다면 내가 어미가 되자. 다행히 나는 어미와 많이 닮았다. 안 닮은것이라곤 머리색뿐이었지만 이정도는 라리사도 이해할것이다. 라리사가 나를 바라볼때 짓는 애정어린 눈빛은 거짓이 아니었니까. 어미처럼 키가 커지고, 머리를 기르고, 검술을 시작하자. 어미가 가진 공작위는 어떻게 가지지? 아, 어미와 아비가 없다면 공작위는 자연스레 내것이 되니까 없애버려야겠다. 아직 나는 어리고 라리사를 가둘 새장을 만들기엔 힘이 없으니 힘을 키워야겠지.

그러고나면. 어미와 똑 닮아지고나면 부모 둘다 죽여버리고 라리사를 가두자. 아무도 볼수없고 만질 수 없는곳에. 오로지 나만이 볼 수 있고 만질 수 있는곳에 가둬버리자. 라리사는 나의 것이니까. 오로지 나만, 나만, 나만, 나만, 나만. 라리사가 사랑하는것은 세상에서 나 하나여야만 하니까. 라리사는 나만의 것이니까.








라리사는 떨리는 손으로 일기장을 덮었다.

"라리사. 나의 마음을 알겠니?"

"....루르비에 아가씨.."

라리사는 자신의 어릴 적 일기장을 건네준 상대를 바라보았다. 아가씨, 일리아스 공작이 된 어린 아가씨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라리사를 바라보고있었다. 라리사는 떨리는 손을 내려 탁자 밑에서 꽉 쥐었다.

"나는 이제 아가씨가 아니야. 부모님께서 돌아가신지 벌써 1년. 나는 오늘 공작위를 물려받았단다. 너는 내게 주인님이라고 불러야해."


"주, 주인님...."


라리사가 반사적으로 그리 대답하자 앞에 앉은 어린 공작의 얼굴에서는 요요히 짓고있던 미소는 사라졌고, 그 자리를 대신하듯 진득하니 들러붙는 시선과 더욱 진해진 미소가 드러났다.


"그래, 바로 그거야. 라리사, 너는 모를거야. 내가 그 말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16살의 생일부터 지금까지 3년간 네게 주고싶어 준비한 선물이 있는데 기쁘게 받아주겠지?"


공작은 벌떡 일어나 작은 상자를 라리사에게 보여주었다. 상자 안에는 가죽과 쇠로 만들어진 목줄이 있었다. 라리사가 뭐라 반응할 새도 없이 공작은 라리사의 뒤로 다가와 자신의 품안에 라리사를 양 팔로 가두었다. 공작의 손에는 어느새 목줄이 쥐어져있었다.


"너를 위해 특별히 주문한거야. 네게 참 잘 어울리네."


답답한듯 목을 감싸오는 매끈한 가죽의 질감과 쇄골즈음에 닿는 차가운 금속에 라리사는 몸을 떨었다.


"가련하게도 떨고있구나. 라리사, 오늘부터 이 방안에는 너와 나, 단 둘뿐인거야...."


공작의 두 손은 라리사의 어깨를 가볍게 주무르며 몸의 선을 타고 더욱 밑으로 향했다.


"어미보다 내가 더 너를 사랑해. 내가 더 잘할수있어. 넌 나의 것이니까, 너도 나만 바라봐야해. 라리사,라리사,라리사,라리사,라리사,라리사... 사랑해. 영원히."


라는 꿈을 꿔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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