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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이 지구에 우주인이 온다면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7 04:52:37
조회 705 추천 24 댓글 2
														


“장래희망으로 우주비행사를 썼다고?”


“응.”

그러면서 언젠가 별을 따라갈 것이라고 우주는 말했다. 아버지가 있는 별로 향할 거라고 말했다. 우주의 아버지는, 정말 저 우주로 떠난 것일까? 그것은 우주의 어머니가 늘 하는 말뿐인 일. 떠나간 아버지와 미쳐버린 어머니가 남긴 것은 우주라는 이름 하나 뿐이었다. 저주와도 같은 이름.


“애초에 너, 너희 엄마 말 믿지도 않았잖아.”


“그래도 이렇게라도 해야 엄마, 좋아하는 걸.”


“효녀났네.”


“이제 고등학생이기도 하고...효도 좀 해야지.”


서로 웃으며 말하는 그 순간에만 해도 나느 우주의 꿈은 헛되었다고 믿고 있었다. 어떤 바보같은 외계인들이 광년 체크를 잘못해서 우리 은하계에 오기 전 까지만 해도…우주와 헤어져 집에 가는 길, 별안간 드리워진 그림자가 시작이었다. 갑작스레 거리를 집어삼킨 어둠. 진원지를 찾아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땐 동그란 기계 장치가 태양을 가리고 있었다.


‘완전 메탈슬러그.’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원형의 몸체에 둥근 추진 장치. 저 녀석들도 오징어 비슷하게 생겼을까? 그 순간 이명이 귀를 찢었다.


“저희에게 적의는 없습니다.”


이명이 뇌에 직접 메시지를 새긴다. 뇌가 직접 ‘이건 그런 뜻이다’ 라고 받아들이고 있다. 고통을 동반한 충격이 지나고, 곧 기계 장치에서는 홀로그램을 띄웠다. 영상 속에 있는 것은,


"안녕하십니까, @%#^_여러분. ...실례, '지구'의 여러분."


괴상한 생김새의 기계 장치. 그들의솔직히 보고도 믿을 수 없었다. 투박한 원통형 몸과 그에 맞지않게 얇고 긴 팔. 요새 애들도 저렇게 그리지는 않을거라고, 그들의 우주선에 대한 경외보다 세상에 저런 우스꽝스러운 크리쳐가 실존하는 것에 대한 놀라움이 더 앞섰다.


"저희는 좋은 친구입니다."


뇌 속에 그런 메시지를 보내곤 스크린에 직접 웃는 얼굴을 그렸다. 입꼬리가 치켜 세워지지 않고 내려가 있기는 했지만. 적의가 없고 친구가 되자는 기계 장치의 인베이더. 그들의 말대로 인베이더는 곧 인류의 친구가 되었다. 아니, 애초에 우리에게 다른 선택은 없었다. 유래없는 외계 종족의 등장에 세계 각국의 분쟁은 일시에 멈추고, 칼끝을 하늘로 향했다. 하지만, 화성도 테라포밍하지 못하는 우리가 이미 광속을 넘어 외우주를 자유로이 움직이는 그들을 상대할 수 있을까? 결과는 참패. 선전포고와 동시에 발사된 미사일은 아공간에 말려들어갔고(이건 나중에 들은 설명이다. 당시에는 이 현상을 이해하지도 못했다.), 하늘로 출격한 전투기의 조종사는 조종석에 과자를 잔뜩 채운 채로 지상에 착륙했다.(그 날 한 공장은 폐쇄되었다.) 이후 인베이더가 각 국의 수도에 동시다발적으로 입성하기 까지는 단 3시간. 어느 나라의 대통령이 도착적인 장치에 구속된 채 울부짖는 사진이 네트워크에 퍼진 것을 마지막으로 웃기지도 않는 싸움은 끝이 났다. 이후 인류는 창을 거두고 인베이더의 말대로 그들을 친구로 맞이했다…


의외로 인베이더는 선량했다. 사람들을 잡아 먹지도 않았고 지구를 핵에 절여버리지도 않았고 기괴한 짐승을 지구에 풀어놓지도 않았다. 우스꽝스러운 기계 장치들은 아이들의 장난감이 되어, 어른에게는 이상 사회의 선구자가 되어 지구에 퍼지고 압도적인 기술력은 인간 사회의 갈등을 제거했다.


“사이좋게 지내야지요.”


싸우지만 않는다면, 서로를 해치지만 않는다면 그들은 인류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다. 어린 아이가 압도적인 힘으로 개미를 죽이는 그런 감각도 아니다. 그들은 진정 우리와 친해지려고 했다. 그렇기에, 그들의 기술로 우리의 소망을 이루어주고 꿈을 현실로 만들어준다. 마법과도 같이, 유년기의 우리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우주로 갈 수 있나요?”


“물론이죠, 꼬마 아가씨. 저희는 저 우주에서 왔는걸요."


아마 그 즈음이었다. 우주가 정말 떠난 것은.


"나, 내일이면 우주로 떠날거야."


"...좋네, 축하해."


"나쁜 년."


어딘지 울먹이는 표정이 있었다. 오랜 친구와의 마지막 대화는 슬픈 얼굴로 끝을 맺었다. 저 먼 구름 속에 삼켜져 사라져버린 우주는 더 이상 내가 손을 뻗어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향해 나아갔다.


“뭔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십니까?”


“아뇨, 별 건 아니고 그냥 날이 좋아서.”


54호기, 우리 동네에서 업무를 보는 인베이더. 하지만 요즘 어린 아이들은 어려서부터 가정부 인베이더와 더불어 살기 때문에 54호가 하는 일은 거의 없다. 가끔 떠오르는 옛 기억에 찾아오는 사람들과 이야기하거나 하릴없이 공원에 있는 나같은 파락호의 푸념을 듣는 일. 그것이 54호의 소일거리였다.


“우주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어.”


우주가 인베이더의 비행선단을 타 지구를 떠난 지 얼마나 지났을까, 600일? 1000일? 어느 순간부터는 세세한 일수는 신경 안 쓰고 년으로 세고 있었다. 우주로 향한 지 15년, 앞자리가 1이던 소녀가 어느새 3이 되어버리는 시간.


“걔는 아마 그 시절 그대로겠지?”


“우리의 시점에서는 그렇겠죠.”


“부럽네.”


여전히 아버지를 쫓고 있을까? 만나지 못할 그 아버지를 만났을까. 너의 미쳐버린 어머니는 4년 전에 돌아가셨지만, 너는 잘 살고 있을까.


“우주 씨는 아버지를 찾아 떠나셨다고 하셨죠.”


“응.”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한 거군요.”

“정확히는 걔네 어머니가.”

그것은 불운한 사고였다. 비오는 날, 골목에서 휘둘러진 각목은 한 가정을 박살내기에 충분한 충격이었다. 가장의 죽음,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를 견디지 못한 아내. 그리고 그 아내에게서 태어난 아이.


“뭐 우리 집도 그렇게 좋은 형편은 아니었지만 우주 네 집은 더 특이했어.”


여자는 소원을 들어주는 별을 믿었다. 중력에 이끌려 타오르는 별가루를 신봉했다. 이윽고 그 믿음으로 자신의 기억을 덧칠했다. ‘저 별은 그이가 보내주는 신호다.’ 라고. 그래서 자신의 딸도 덧칠했다. 아버지를 찾는 아이로, 아버지가 있는 곳으로 향하는 딸로.


“집에 들어가기 싫어.”


“동감. 엄마가 공부하라고 달달 볶으니까.”


“우리 엄마는 창 밖만 바라보셔서, 재미없어.”


우주의 집이 우리 옆 집이라는 걸 안 건 그날이었다. 우리 엄마한테 같이 잡혀서 옆집에 보내지는 것을 보았으니까.

“안녕.”


“어제 많이 혼난 거 같던데 괜찮아? 울었던 거 같은데.”


그 날로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똑같이 어머니를 싫어하는 그런 딸들로. 엄마가 용인해주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까지 공원으로 가고 놀이터로 가고 골목을 쏘다녔다.


“너는 엄마한테 안 혼나나봐, 늦게 들어가도.”


“말했잖아, 우리 엄마는 창 밖만 바라본다니까.”


“좋겠네, 바깥에 많이 돌아다닐 수 있고.”

“아니...그렇지는 않아.”


유달리 차게 웃는 우주가 있었다. 감추고 싶은 사정을 이해하기에 초등학생은 너무도 어린 나이. 그냥 즐겁기만 하면 괜찮은 이기적인 나이. 그래도 나나 우주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다. 이기적이라서, 다른 것 없이 서로 즐겁기만 하면 괜찮으니까.


“예쁘네…”


“응...높은 데서 보니까 뭔가...뭔가가…”


일탈, 사는 동네를 벗어나 어디 높은 곳에 올라갔던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맛보는 바람, 그리고 풍경. 구속을 벗어나있다는 해방감이 가져다주는 일몰의 배경은 특별한 것이었다.


“있지, 나중에 한 번 더 오지 않을래?”


“좋아. 좋은데 우주야, 그런데 너무 힘들어…”


“그럼 나중에 커서 오면 되지. 음...가은 언니들처럼 크면, 그 때 다시 오는거야.”


“가은 언니들처럼 크면….그래! 그 때 다시 오자.”


가은 언니들, 앞 집에 살던 자매였다. 가끔 우리한테 껌을 주던 불량배들. 하지만 우리에게 있어 나름 큰 어른들 중의 하나였다.


“앞으로 얼마나 지나야 가은 언니들처럼 커질까.”


“음...그 언니들이 지금 고등학교 1학년이라 했으니까...8년?”


“너무 오래걸리잖아.”


8년, 꼬마였던 내게는 너무나도 아득한 시간이었다. 살아온 시간이랑 거의 비슷했으니까. 상정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있었다.


“그래도, 언젠가 다시 오자고. 약속이야!”


그렇게 웃는 우주가 있었다. 우리가 가은 언니들처럼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같이 올라 일몰을 보자던 그 아이가. 하지만 지금 나는 고등학교 1학년은 이미 훌쩍 넘겨버린 나이. 우주 너는 그 때 그대로 고등학생의 소녀일까.


‘나쁜 년.’


불현듯 우주의 얼굴이 떠올랐다. 울먹거리는 그 마지막 얼굴이. 고등학교 1학년이 되면 우리는 같이 일몰을 보러가자고 했다. 어릴 적의 특별한 경험을 다시 공유하자고 약속했다. 하지만 붙잡지 않은 것은 나. 약속을 잊고있었던 것도 나.


“있잖아, 54호."


"예."


“한 번쯤은 연락하고 싶은데 어떻게 못할까?”


“송구하게도 말이죠.”

지금 연락을 보내봐야 수년의 세월이 지나야 지금의 우주에게 닿는다. 우주는 그만큼 광활환 곳, 어찌할 수 없는 법칙이 지배하는 곳.


“거기에 우주 씨가 탑승한 선단은 분명 개척 선단이었죠. 다시 돌아오는 것은 분명 지구 기준으로... 2300년이 예정되어 있네요.”


그 날, 어쩐지 그런 기분이 들어 언덕에 올랐다. 해가 저물어 갈 때에 언덕을 올라 일몰을 바라본다. 유년기에 우주와 바라본 그 풍경을, 지금은 건물과 비행선단으로 장식된 꽉찬 도화지이지만 그 날의 붉은 태양은 변함없이 타오르고 있다. ...지금이라도 같이 볼 수 있다면 좋을 그런 불길. 너는 2300년 후에라도 돌아올까, 나는 그 날 저녁에도 이곳에서 너를 기다릴 수 있을까.


“약속 못 지킬 거 같네.”


너의 어머니가 두려웠어. 미쳐버린 네 어머니가...그리고 그런 어머니한테 시달리는 너를, 동정했지만 잡아줄 수 없었어. 지구를 떠난다고 했던 그 날, 만약 붙잡았다면 우리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어른이 되어 보면, 아무것도 아닌 일이었는데. 함께라면 이겨나갈 수 있었을텐데...이제와 이런 후회를 해봐야 너무 늦어버린 일. 그런 내게 주어진 벌은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것.


“날씨 좋다.”

살아서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다면, 다시 이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면, 그런 소원을 담아 나는 신호를 보낸다. 우주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언젠가 이 마음이라도 닿을 수 있도록.


--------------------


맨 첨 컨셉에서 바꾸고

거기서 다시 180도 틀어버리고

처음에 생각했던 거랑 아예 다른 결말이 나오네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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