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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Back to the real life

삼일월야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08 08:01:27
조회 278 추천 14 댓글 2
														

“있잖아, 언제쯤 나올 셈?”


여느 때 처럼 게임을 하고 있던 차, 지예의 말이 들렸다.


“이제 좀만 하면 끝나, 끝나고 밥먹으러 갈게.”


“거짓말.”

지예는 고개를 돌려 방 밖으로 나갔다. 우리의 말대로 그 날, 나는 밥을 먹지 않았다. 밥 한 번 같이 먹는 것 보다 중요한 일이 있지 않을까?


내가 게임을 하는 건 다른 이유에 있지 않다. 나는 단지, 단지 지예가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은데 지예는 웃어주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멋진 무기를 장착하더라도, 내가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더라도 알아주지 못한다. 어째서일까, 왜 그렇게 차가운 표정을 짓는 걸까.


“내일은 좀 더 다르게 살아보는거야, 우리...너나 나나….”


흐름대로, 지예의 손이 닿는대로 교성을 뱉고 신음하는 밤. 우리는 나를 꼬옥 안아주었다. 하지만 나는, 안아주지 못한다. 실감이 나지 않아. 지금 우리와 함께하는 이 침대가 진정 현실일까? 내가 쥐어야 하는 건 다른 것이 아닐까? 컨트롤러를 쥐지 않으면 어떤 것도 안개 속에 뒤덮여버린다. 1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플라스틱 덩어리가 내 손을 묶어버린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어김없이 컨트롤러를 쥐었다.


“있잖아, 고등학교 졸업하고서 생각 나? 같이 집 구했을 때.”


문득 지예가 물었다.

“...졸업 했을 때면 5년 전인가.”


“9년 전.”


5년이건 9년이건, 전혀 모르겠는 시간의 무게.


“그렇게 크게 차이나는건가?”

“큰 차이지.”

그 단호한 말에 수긍했다. 반박한 말도 떠오르지 않았고, 사실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그 때 너는 뭐라 해야할까...태양 아래 있었지. 그래 맞아, 햇살을 받으면서 살고 있었어.”

“...햇빛은 지금도 받고 있어.”

“비유적 표현이야.”


그러면서 이야기하는 옛날 일, 사실 전부 알고 있다. 일부러 모른 체하고 말을 끊는 건 그냥 그러고 싶었다. 도무지 듣고 싶지...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너를 믿어.”


“뭘 믿는다는 건지 모르겠어.”

“심술맞기는.”

지예는 옷을 챙겨 입고 나갔다. 나는 다시 컨트롤러를 쥐었다. 용을 잡고, 바다를 가르고, 황금을 찾고, 모험을 했다. 빛을 받으며 영광을 쟁취했다. 밥은 컵라면을 먹었다.


“...있잖니, 나는 걱정밖에 들지 않았어.”


“...예, 어머니.”


어느 날 방으로 들어온 지예의 어머니는 불쑥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지예가, 내가 소중하게 키운 딸이 말야...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집을 나와 같이 살겠다고 했을 때 얼마나 큰 걱정이 들었던지.”


“예.”


“막고 싶었어, 지예를 내보내고 싶지 않았단다. 그래도 자식을 이길 수 있는 부모는...없는 거잖니? 그래서 보내주었단다. 사랑하는 사람의 곁으로, 우리랑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람의 곁으로.”


“...지예 어제 웃었어요, TV보고.”


“ 알고 있단다, 알고 있어.”

고개를 떨군 어머니는 무언가 생각하시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일어나 나갈 채비를 하셨다.


“가시게요?”


“...그래도 나는 너희를, 너를 믿고있단다.”


어머니가 가시고 혼자 남은 방은 어딘지 썰렁했다. 무서운 기분이 들어 스크린을 켰다. 전기가 들어온 화면은 빛나는 화소의 만화경. 컨트롤러를 쥐고 나의 세상으로 돌아왔다. 즐겁고 즐거운 용사의 삶으로.


“저기 있잖아.”


“응.”


“한 번 만 손, 잡아주지 않을래? 딱 한 번이라도…”


불쑥 손을 내밀며 지예는 그렇게 말했다.


“그거야 쉽지.”

지예의 손은, 이런 말을 해도 될까 싶지만 너무도 부드러웠다. 언제까지고 움켜쥐고서 애정을 갈구하고 싶을 정도로, 모든 것을 포용하는 성질이 있었다. 한편으로는 따뜻했다. 쥐고 있다보면 내 손이 타올라 녹아버릴 것만 같이.


“...뜨겁네.”

“놓고 싶니?”


“아니.”


“나도 그래, 네 손을 놓고 싶지 않아.”


밝은 말을 하려는 것처럼, 목소리 톤을 높이고 있지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아이러니, 부자연스러운 행위의 연속.


“잠깐 쉬는 게 어때?”


“아니...아니, 나는 괜찮으니까...잠깐, 이대로만 있어줘….”

그렇게 우리 둘은, 우스꽝스럽게도 두 손을 꼭 붙잡은 채로 가만히 있었다. 뜨거워 타들어 갈 때면 지예의 눈물이 손등으로 툭 떨어져 식혀주었다. 그래서 그 채로 가만히 있을 수 있었다. 지예가 만족할 때 까지 언제까지고.


‘병신 새끼.’


알고있다, 사실은 모두 내 잘못이라는 걸. 이겨낼 수 있는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고 좁은 공간에 나를 가두었다는 건, 그 안에 갇혀 질식하는 나 자신이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있으니까. 얼마만일까, 차가운 컨트롤러를 놓고 피가 흐르는 사람의 손을 잡아 본 건. 대체 얼마만 일까…


“이렇게 말하면 좀 이상할 지 모르겠는데…갑자기...”

“응.”


“그...여태까지 미안했어…”

말을 하고 나니 가슴의 안에서 무언가 터져나와서, 주체할 수 없는 마음이 나를 짓눌러서 금방이라도 쓰러질 뻔 했다. 그런 나를 지탱해준 건 지예의 손, 지예의 그 따뜻한 온기.


“고마워.”


그렇게 우리 둘은 서로를 와락 안았다. 온전히, 그 순간에야말로 우리는 서로를 안고 사랑을 속삭였다. 그 날 밤은 얼마만에 쾌락에 젖었는가, 얼마만의 행복에 겨웠는가. 다음 날 일어나 창 틈으로 내려오는 햇살을 맞으며, 지예와 입맞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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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상은 천재가 맞습니다 여러분

https://www.youtube.com/watch?v=gPVqGdY237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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